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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수술 후 2일이 지났어요.
여전히 통증은 심하고, 밤에는 진통제를 맞아야 조금이나마 길게 잘 수가 있는 상황이랍니다.
이 날은 '버티기'의 날인데요,
버티고 또 버티다 보면 하나씩 하나씩 상황이 나아지기 때문에
무조건 참으면서 버티고 있는 중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진다는 말이 제왕절개 수술에 딱 맞아요.
무척 아프고 힘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지니까요.


수술 후 24시간이 지나는 오전 10시 30분이 되면 머리를 들어도 되고요,
또 버티고 버티다 보면 소변줄을 빼 줍니다.
소변줄을 오랫동안 꼽고 있어서 그 부위가 아프고, 소변 보는 것도 만만치 않아요.
오후 4시 전까지 스스로 소변을 봐야 되는데, 당연한 것임에도 진짜 힘든 과정이지요.


소변을 보지 못하면 '물'을 못 먹게 할까봐 기를 쓰고 소변을 봤는데요,
일어날 수가 없어서 중환자처럼 누워서 소변기에다 보게 돼요.
부끄러운 것이 문제가 아니에요. 일단 회복이 중요하니까.




오후 5시가 되면 드디어 물을 마실 수 있어요.
저는 미리 남편에게 게토레이를 사 오라고 부탁을 해 두고,
30분 전부터 시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마실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주스는 안 되는데, 이온 음료 정도는 마셔도 되거든요.


너무 오랫동안 물을 마시지 못했기에 정말 정말 이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어요.
거의 이틀 동안 물을 못 마셔서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목소리도 갈라져서 나올 지경이었는데, 드디어 !!!


아직 너무 아파서 앉을 수 없어요.
물도 누워서 먹어야 되는데 급하니까 누워서도 잘만 마시게 되더라고요.
침대 머리맡을 살짝 올리고 종이컵에 음료를 따라서 컵을 살짝 오므린 후 입에 살살 부어가며 마시는데,
웃긴 것은 너무 오랫만에 물을 마시니까 물 마시는 것도 힘들던데요?
배 어느 부위가 당기는 듯 아프게 느껴져서 종이컵으로 두 잔 겨우 마셨어요.
 
 
사진 속 제 배를 보시면 아직도 불룩하죠?
아기가 빠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배는 아직도 임신 8개월 때 처럼 부풀어 있는데,
자궁이 아직 수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엉덩이에 자궁 수축 주사를 아침 저녁으로 맞는데, 맞고 나면 진짜 아파요.
 
 
다인이는 아직도 못 데려왔어요.
화장실까지라도 거동이 가능하면 그 이후에 데리고 오기로 했고요,
아직 젖이 나오지 않아서 다인이는 신생아실에서 분유을 먹고 있어요.
분유를 신청하지 않으면 아기는 엄마 모유가 나올 때까지 포도당만 먹게 되는데요,
알아 보니 포도당을 젖병에다가 넣어 먹이더라고요.
 
 
포도당을 먹이는 것은 이론상으로는 모유 수유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러는 건데,
어차피 아기가 젖병을 빨게 되면 젖을 먹는 것보다 훨씬 쉽게 먹게 돼
분유를 먹는 거나 포도당을 먹는거나 결과적으로는 같은 거잖아요?
 
 
모유 수유 관련 책에는 엄마 젖보다 젖병을 먼저 빨게 되면
모유 수유에 실패할 것처럼 써 두었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하고 있었기에 별로 걱정하지 않고 분유를 신청해서 먹였어요.
모유 수유만 고집하다가 아기가 황달에 걸릴 수 있으니
처음에는 분유로 혼합 수유를 하세요.
그래도 절대 유두 혼동이 오지도 않고, 모유 수유에 실패하지도 않는답니다.
태어나서 며칠 젖병을 빨았다고 해도,
아기가 훨씬 더 좋아하는 것은 엄마의 부드러운 가슴이니까요.
 
 
...... .
 
 
물을 마신 후 또 버티고 버티면
다음날 새벽에 젓가락 주삿바늘도 빼 줘요.
단, 열이 없어야 하는데
간호사가 올 때 즈음 갑자기 오한이 왔으나
수액 주사를 빼고 싶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더니 오한도 사라졌고
다행히 열도 없어서 주사도 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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