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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딱 한 번 가족들끼리 잠실 경기장에서 야구를 본 적이 있다. 어느 야구단의 경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열광적인 야구팬들과 귀를 울리던 함성 소리에 어리둥절했던 것은 생각이 난다. 그 틈에 뒤섞여서 오징어 다리와 과자를 씹으면서 나는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오직 사람들만 구경을 했던 것 같다. 야구 경기는 뒷전인 채 말이다.

나는 누가 공을 치고 누가 점수를 내는지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고 그저 예쁜 언니들의 응원에만 눈길이 갔다. 경기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 까닭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는 아저씨나 자리를 박차고 환호하는 앞자리 오빠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나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잠시 어렸던 나는 곧 야구장에서의 놀이가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그 경기를 끝으로 야구장에는 가 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경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야구를 잘 모르고 모르니 재미가 없다. 요즘에는 야구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많아서 응원 도구를 갖추어 정기적으로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도 꽤 있다던데, 나는 도무지 흥이나지 않는다. 그러니 프로 야구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 경기인들 볼 리가 없다.

그런데 요즘 야구가 재미있어졌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경기를 본 까닭이다.  임창정, 오지호 김창렬, 한민관, 마리오, 마르코, 이하늘, 이현태, 조빈, 김성수, 동호. 이들이 천하무적 야구단의 구성원이고 김C가 감독을 맡고 있다. 이들 중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한 명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들의 야구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이유는 그들이 야구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기 때문이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가 정말로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잘 모르는 나에게는 9회말까지의 야구 경기 전체를 그대로 보는 것 보다 편집된 영상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보기 쉽고 재미가 있는데, 이 방송 속에는 야구 경기 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선수들의 진지함도 같이 들어 있기에 프로 야구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단원들은 선수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야구단이 창단된 이래로 실력이 나날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그들의 땀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연예인이면서도 야구 경기를 할 때의 진지한 모습, 그리고 주전으로 뛰고 싶은 욕심과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함에 대한 속상함 등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이 방송은 웃음이 묻어나는 감동의 덩어리라고 말하고 싶다.

매일 야구 연습을 하고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꿈에서도 야구를 보는 그들, 천하무적 야구단이 언제까지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더욱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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