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즐거운 저녁 식사 시간!
뒷뜰로 내려 가니 벌써 숯불을 피워 놓고 지글지글 고기를 구워 먹는 다른 일행들이 보였다. 회사에서 워크샵을 온 무리도 있었고, 연인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무리들도 있었다. 우리도 얼른 자리를 잡고 주인 아저씨에게 숯불과 고기를 주문해서 저녁 준비를 했는데, 아기들이 많아서 철저한 분업이 필요했다.
고기를 굽는 사람과 밥을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조금 큰 아이들를 담당할 사람, 그리고 이유식을 먹이면서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될 아기를 담당할 사람(주로 그 아기의 엄마)으로 역할을 나누어서 자기가 맡은 바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밥을 먹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철저하게 각각 노는 듯 보였겠으나 우리는 눈과 손은 다른 일을 하면서 밥도 맛있게 먹으면서 서로 이야기까지 했다!
계단 아래에서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그 위에 있는 근사한 나무 식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 나무 식탁의 수가 넉넉하니 조금 늦게 내려가도 자리 걱정은 없다. 먹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나는 이 곳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식사는 방에서 만들어 먹더라도 바깥 분위기가 좋으니 뜰로 내려와 다과를 즐기는 것을 권한다.
짜잔--. 우리의 저녁 거리이다. 팬션(트윈스빌)에서 갓 지은 밥과 주인 아저씨께 주문한 돼지고기와 몸값 높은 상추, 마늘, 고추. 그리고 집에서 가지고 간 김치 세 종류(배추 김치, 부추 김치, 열무 김치)와 새송이 버섯, 쌈장, 아이들을 위한 김이 전부였지만 다른 반찬은 필요도 없을 만큼 맛있었다. 아이들도 고기를 잘 먹었고, 일행 중 평소에 육류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양념이 돼 있는 돼지고기.
지글지글 숯불에 구워서 설명할 수 없는 고소하고 담백하고 훌륭한 맛을 낸다.
유모차에 타고 있는 다솔이는 상황에 따라 불 옆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식탁 끝으로 옮기기도 하면서 이유식을 먹였는데 사진으로 보니 식탁 위의 상황이 많이 궁금했던지 고개를 들어 상 위를 보고 있다.
이번엔 고기 굽는 아저씨의 어깨 너머를 보고 있는 다솔이. 우리 가족 외의 사람들과 있을 때 더더욱 의젓해 지는 다솔이 덕에 우리 부부는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면서 여행 내내 으쓱할 수 있었다.
기특한 것!!!
이쪽 저쪽 옮겨 다니면서 다솔이를 먹이고 나도 먹느라 평소 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먹어 버렸지만,
여행지에서는 많이 먹어야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
불쇼???
불판과 숯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이 나 버렸다.
처음 굽는 고기라 요령이 없어서 불이 솟구쳤는데 시행착오를 겪다가 커다란 돌멩이를 구해 와 불판을 조금 들어 올렸더니 고기가 타는 부위 없이 훨씬 더 잘 구워졌다. 지금 생각해도 예술이었던 고기 맛.
평소 삼겹살을 즐기지 않았지만 이 날 만큼은 고기 맛에 반해 꾸역꾸역 많이도 먹었다.
고기 불판이 다솔이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캠프 파이어 쯤으로 느껴졌을 듯,
다솔 아빠가 열심히 돌멩이를 구해서 가져 오고 있는 중.
돌멩이를 받히고 나자 훨씬 안정적으로 구워지는 고기와, 고기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새송이 버섯.
고기 굽는 분들은 난간에 차려진 반찬들과 함께 내내 서서 고기를 드실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다솔 아빠께 들어 보니 구으면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고 해서 그나마 덜 미안했다.
아기를 돌보느라 난간에 비스듬히 앉아서 힘겹게(??) 식사를 하는 아빠 한 명 추가.
나는 겨울용 보라색 파카를 입고 다솔이도 나 몰라라 하고 고기맛에 빠져 있다. 잠시 다솔 아빠에게 맡겨 두었었나? 내가 왜 저랬지? 반면 손가락만 빨고 있는 다솔이(이미 이유식을 다 먹인 후니 저를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 주세요.)
아이들은 먼저 식사를 끝내고 인솔하는 어른 한 명과 함께 따뜻한 방으로 들어갔고, 두툼한 옷을 입어 가벼운 추위쯤은 끄떡 없었던 우리 가족은 몇몇 어른들과 함께 끝까지 밥상머리에 붙어 앉아서 얘기도 하고 남은 고기와 버섯도 구워 먹으며 막바지 식사 시간을 즐겼다.
밤 늦도록 계속 됐던 우리들의 즐거운 여행 첫날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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