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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주인공인 남학생이 우연한 기회에 씨름을 만나게 되면서 씨름 선수가 되어 가는 과정(물론 그 속에는 주인공이 자아를 찾아가는 더 진지하고 자세한 내용이 들어있지만, 이 글에서는 씨름에 관해서만 얘기를 해 보려고 한다.)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씨름이라는 한물 간(?) 운동경기를 소재로 했고, 스타 배우 한 명 없는 영화였지만 입소문이 돌면서 흥행에 성공했던 명영화이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우리 나라의 민속 운동인 씨름이 저렇게 흥미롭게 해석되고 표현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씨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특히 여자들은)은, 씨름이라고 하면 육중한 몸무게를 자랑하는 운동 선수들이 힘으로써 상대를 제압하는, 한마디로 무식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쉽고 재미있게 그려놓은 것 처럼 씨름에도 다양한 체급이 있고, 힘 뿐만이 아니라 기술을 구사할 때 진정한 천하장사로 거듭할 수 있는 것 처럼 씨름은 똑똑하고 전략적인 운동인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명절이 되면 어른들과 함께 모여 씨름 경기를 봤었다. 신나는 풍물패의 등장과 함께 씨름 경기가 시작되면, 잘 알지 못하면서도 숨 죽이고 경기를 지켜 봤었다. 천하장사가 모래를 뿌리며 승리를 자축하면 다같이 환호했던 그 시절, 승리의 상징이었던 '소'가 탐스럽게(?) 보였던 그 시절...... . 씨름의 영화로운 시절은 이대로 끝나고 말 것인가?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씨름을 했다. 17년 만에 모래를 밟아본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샅바를 잡던 그의 모습에서 나는 어렸을 적 보았던 씨름의 전성기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힘만이 아닌 기술을 사용함으로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이기는 모습을 보며 씨름의 멋을 맛보았다. 힘으로만은 이길 수 없는, 힘도 있어야 하지만 살을 맞대고 소통할 때 전해지는 정보들을 토대로 기술을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함께 그 승리에 함께 도취되었다.

1박 2일도 씨름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힘만이 아닌 기술로 승부를 거는 모습이 스타만으로 구성된 파워 게임이 아니라, 그 안에 기술이 들어가야만 하는 이길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씨름과 닮은 것 같다. 강호동이란 빅카드가 있었지만, 은지원이나 이승기, MC몽, 김C, 이수근 그리고 상근이는 모두 예능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멤버들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힘을 조화롭게 조합하여 나오는 기술적인 면과 시민과 소통하며 호흡하는 모습이 1박 2일을 승자로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백두산에서의 1박 2일 또한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백두산 천지에서 펼칠 그들의 멋진 한판 승부를 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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