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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예상치 못한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나는 대학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내 학생들은 아직 초급반이라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눌한 말과 글이 어떤 땐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는데,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학생들에게서 받는 국경을 초월한 사랑은 나에게 아주 큰 힘이 된다. 이렇게 쌓인 고마움 덕에 나는 이 일을 결코 그만 둘 수 없을 것 같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말끔하게(?) 수업이 끝났다. 국가에 따라서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나는 학생들에게 특별히 한국의 크리스마스 풍습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는 무엇보다 마음을 나눌 것을 강조하면서 수업을 끝내는데 무언가 오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기특한 학생들이 선생님인 나에게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각자 정성을 담아 여러 선물들을 준비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중국인 학생들의 선물이 인상에 남았다.


중국인 학생들이 수줍게 내미는 선물은 사과였다. 동글동글 탐스럽게 포장된 사과가 정말 예뻤지만 크리스마스와 어떤 관계인지 언뜻 떠오르지 않아서 잠시 갸우뚱했더니, 학생 중 한 명이 그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 크리스마스엔 온통 캐롤과 트리로 가득한 우리 나라와는 달리 중국에는 거리마다 사과가 넘쳐난다고 한다. 사과는 중국어로 '苹果(pingguo핑궈)'인데 평안'平安(pingan핑안)'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란다.

즉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사과를 주고 받는 것이었다. 사람들(특히 젊은이들)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양손 가득 사과를 사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한다고 한다. 중국은 크리스마스에 쉬지 않으며 캐롤도 흔하지 않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사과를 주고 받으면서 마음을 전하는 신풍습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타지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중국의 풍습대로 나에게 평안을 의미하는 사과를 준 학생들.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이 오늘따라 더욱 예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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