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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의 한 버스 정류장. 모두들 자신이 탈 번호를 속으로 외면서 왼쪽만 목이 빠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또각또각또각 경쾌한 구두굽 소리와 함께 한 여인이 나타났다. 이십 대로도 보이고 삼십 대로도 보이는,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이 여성이었다. 170쯤 되는 큰 키에 하이힐까지 신어서 더 키를 키웠다. 버스 정류장에는 남자들을 포함해서 그녀 보다 더 큰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녀를 향했지만 곧 그녀에게서 눈길을 거두는 듯 했다. 다시금 버스 정류장은 조금 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버스 정류장에 있는 모든 여성들은 그녀가 나타났을 때부터 줄곧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음을, 티나게 힐끔거리는 몇 몇의 남자들 보다 훨씬 더 자세히 훨씬 더 치밀하게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훓어내리고 있음을 말이다.

여자들은 여러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옆에도 붙어 있고 뒤에도 있고 머리 위에도 있는 듯 하다. 상대로부터 철저하게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보고야 말며, 알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알아내고야 만다. 그게 여자고 그게 여자의 여섯 번째 감각이다.

기품있고 정숙해 보이면서도 세련된 감각은 잃지 않은 그녀, 시쳇말로 자체 발광함으로써 모든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톡톡히 받고 있는 그녀는 고상한 멋스러움이 솟아 내렸는데, 나는 가재미 눈을 하고 최대한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무심한 채를 하면서 그녀가 입은 모든 옷들을 살폈다.



아, 딱 내가 찾던 느낌의 옷인데. 나이가 드니 감각은 유지하면서도 귀티나는 옷이 필요했다. 꾸미지 않은 듯 소박한 멋이 있으면서도 발랄한 느낌이 첨가된 옷을 갖고 싶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그녀에게도 역시나 여섯 번째 감각이 있기에 그녀는 이미 내 시선을 눈치 채고 있었다. 주목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것을 즐길 줄도 아는 법이다. 큼지막한 가방에서 앙증맞은 손거울을 꺼내더니 거울 속 자신을 향해 씽긋 웃어주고는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 꺄르르 웃기도 한다. 연인에게라도 닭살스러운 목소리로 말이다. 그러더니 별안간 패션 잡지를 꺼내 들고는 뜬금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그녀가 우리들의 시선을 눈치 챈 정황들이다.

나는 로고를 통해 그녀의 옷들이 헤지스라는 것을 알아냈다. 집에 오자마자 신들린 검색질로 헤지스 홈페이지를 탈탈 털었는데,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 헤지스는 그 스타일의 줄기를 영국의 전통의상에 두고 있었다. 전통과 신사도를 사랑한 영국 상류사회는 그들의 가치관과 전통생활 습관에 맞춰 복식 체계를 발전시켰고, 영국 사립학교 덕분에 유행하게 됐단다. 명문가 자제들이 입던 교목은 일반인에게도 서서히 전파되어 품격과 격식을 갖춘 영국 전통 캐주얼로 자리를 잡았고 헤지스는 영국의 전통과 명예를 중시하면서도 진취적인 기상과 도전정신을 추구하는 감각있는 옷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역시나 그랬기에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가 그리도 기품있어 보였던 것이다.


헤지스가 이번에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고 있었는데, 바로 헤지스 컬쳐클럽 6기를 모집하고 있는 것이다. 십 년만 젊었어도 나도 응모를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대학생(대학원생 포함)만 가능하다고 한다. 모집요강을 읽어 보니 진짜 재미있고 신나는 활동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젊은이들끼리 모여서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을 것 같은데 LG패션 입사 지원시 가산점도 주고, 헤지스 의류도 듬뿍 준단다.
자세한 내용은 헤지스 홈페이지 http://www.hazzys.com 참고

나이 때문에 내가 지원할 수 없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해지스 컬쳐 클럽이란 게 어떤 일들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찾아 봤더니,
 
로잉문화체험,



사회공헌활동,


영국문화체험,


가장 부러웠던 화보촬영까지!


와! 정말 대단했다. 나도 헤지스 컬쳐클럽으로 활동해서 기품있고 멋스러운 헤지스도 맘껏 입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회 활동들도 신나게 하고 싶다. 어떻게 좀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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