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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드나드는 인터넷 카페가 있어요. 그 카페는 임신&육아 전문 카페라서 여성들만 가입을 할 수가 있는데요, 임신을 준비하거나 임신 중인 예비엄마들에서부터 출산 후 아이를 잘 기르고 있는 선배 엄마들까지 회원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에요.

제가 느끼기엔 육아 서적을 기본으로 읽고 카페 게시물들을 참고서로 활용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첫 임신을 했을 때 생기는 막연한 걱정거리에서부터 아이들 이유식 식단까지 해결할 수가 있어서 저에게는 책 보다도 더 낫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곳인데요, 얼마 전 그 카페에서 재미있는 글을 하나 발견했어요.




어떤 임신부가 육아교실에 갔는데 강사분이 말씀하셨대요. '시댁에 사는 임신부가 입덧을 덜 한다'고요. 무슨 말인지 갸우뚱 하고 있는데 그 강사가 웃으며 덧붙인 말이 좀 씁쓸했다는 이야기예요. '입덧할 시간이 없겠죠' 카페의 특성(??)상 '시댁'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폭발적인 조회수와 쓰나미 격의 덧글이 달리는데요, 과연 이 글도 회원들의 엄청난 지지를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어요.

시어머니가 서운하게 했던 일에서부터 시어머니와 친정 엄마의 차이점, 불똥이 다른 데로 튀어서 미운 시누이와 한심한 남편 등등...... 연일 새로운 덧글이 달리면서 게시판의 최고 인기글로 자리매김 하는 듯 했어요. 임신부들은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감정의 기복도 심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고요, 또 이런 공간이 있어야 숨통이 좀 트이지 않겠어요?

덧글을 읽다가 어찌나 우스운 것들이 많은지 한참을 깔깔댔는데, 다시금 그 강사의 말을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뭐, 상관없는 말일 수도 있는데요, 학과 교수님과 함께한 술자리(술자리를 한 기억이 너무 오래 되었기에)에서 주량 보다 더 많은 술을 받아 마셔도 정신을 말짱하게 차릴 수 있는 것 처럼 입덧도 심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제가 다솔이를 임신했을 때, 친정엄마의 우려와는 달리 전혀 입덧을 하지 않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에요. 입덧도 엄마와 닮는다고 하잖아요? 저희 엄마께서는 임신 5개월이 다 되도록 다른 음식은 쳐다도 못 보시고 오직 빵과 과일만 조금씩 드실 수 있었대요. 그 정도로 입덧이 심하셔서 저 또한 그런 고통을 겪게 될까봐 걱정을 하셨었어요.

그런데 웬걸? 저는 임신 기간 내내 입덧의 'ㅇ'도 모른 채 가리지 않고 잘만 먹어서 스스로도 임신 체질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더러운 화장실 환경' 때문이었답니다. 다솔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 10주부터 28주까지는 중국에서 살았었거든요. 중국에 있는 웨이팡교육대학 한국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어요.


her hug
her hug by Flying House Studio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재미있었고 그곳에서의 삶도 만족스러웠는데, 단 하나!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화장실 때문에 사는 내내 고생을 좀 했어요. 저희 부부가 살던 곳은 학교 선생님들을 위한 아파트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더러움이 가득한 곳이었답니다.

너무 더러웠기 때문에 되도록 화장실에서는 빨리 나오는 것이 좋았으니, 차마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고 토할 수는 없는 곳이었지요. 그 생각이 강렬했기에 저는 입덧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입덧이 너무 심해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드실 수 없어 괴로워하시는 분들은 어쩌면 행복한 임신 기간을 누리고 계시는지도 모르겠네요. 입덧으로 육체는 힘드실지라도 정신적으로는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는, 너무나도 편안한 삶을 누리고 계시니 어쩌면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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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전, 저의 경우는 병원에 갈 수 없었던 특수한 상황이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지나고보니 아, 참 다행이었구나, 축복받았구나 싶다. 나는 임신 기간 동안 딱 5번 산부인과에 갔다. 보통 산모들이 임신 기간동안 12~14회 정도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도 보고(평범한 초음파, 입체 초음파, 정밀 초음파 등), 각종 검사(다운증후군 검사, 기형아 검사, 임신성 당뇨 검사 등)도 하니까 다른 산모들보다 참 적게 병원을 간 셈이다.

나는 중국에서 약 일 년 반동안 생활하면서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내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는 겨울 방학이 되어 잠시 한국으로 돌아왔던 2009년 2월이었다. 당시 임신 9주였는데 병원에서 축하한다고 아기집이 잘 보인다고 하는 말만 들은 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것이 첫번 째 병원 진료였다. 병원에서는 내가 한 달 뒤에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올 줄 알았겠지만 그 다음으로 병원을 찾은 것은 무려 18주가 지난 임신 27주 째인 2009년 6월이었다.

그러면 다운증후군 검사는? 기형아 검사는? 당뇨 검사는? 아니, 검사는 둘째치고 정밀 초음파는?


다른 엄마들이 물어 볼 때마다 하나도 안 했다라고 대답하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듣는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 나는 중국에서도 시골(산동성 청주시)에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살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아니,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 곳에도 규모가 꽤 큰 병원이 있었지만 정말이지 병원에 가고 싶지가 않았다.

당연히 중국에도 임신부가 있고 그들도 건강하게 아기를 잘 낳지만 의료 시설이 낙후했을 것만 같고 위생 상태를 믿을 수가 없어서 차라리 가지 않는 쪽을 선택했던 것이다. 같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중국인 선생님 중에도 임신한 분이 있어서 물어 봤었다. 병원에 가면 어떤 진료를 받는지 말이다. 중국 사람들은 자주 병원에 가지도 않지만 가도 특별한 검사가 없었다. 몸무게를 재고, 배 둘레를 줄자로 재고(!!), 초음파를 원하면 찍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정확하게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충 그러했다. 병원에 갔어도 한국처럼 별별 검사를 하지는 않는 듯 했다. 그래서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덜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학기를 마치고 귀국을 하면서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산부인과를 다녀 보려고 했건만, 이미 모든 검사를 할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27주, 32주, 34주, 36주 이렇게 병원에 가서 초음파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다솔이가 자리를 거꾸로 잡았기 때문에 나는 38주에 제왕절개 수술로 다솔이를 낳았다.)

참 다행스럽게 아무런 검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다솔이는 건강하게 태어나 지금껏 병원한번 안 가고(병원에 안 가는 것이 습관이 됐는지 태어난지 8개월 째 된 다솔이도 소아과에 간 적이 없다. 예방접종은 모두 보건소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건강 관련 텔레비전 방송을 보다가 내가 임신 기간 내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까닭을 알게 됐다.

앞서 얘기했든 나는 중국에서 일년 반 동안 생활했다. 그것도 시골에서. 시골에 있었기에 아주아주 싼 값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가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 5층, 학교 5층, 학교 식당 5층을 계단으로 걸어다니면서 체력 또한 기를 수 있었다. 임신 7개월까지 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것도 정신과 육체 건강에 무척 도움이 됐다.

우리 부부는 주중 점심만 학교 식당에서 사 먹었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식으로 밥을 해서 먹었다. 중국에서 주로 먹었던 것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 간장 닭볶음, 토마토 달걀 볶음 등이었다. 그런데 지역적 특성상 한국에서 먹는 음식들과는 좀 달랐다.

모든 음식에는 동일하게 버섯, 청경채, 양배추, 파프리카, 피망, 감자, 부추, 숙주, 시금치, 파, 마늘이 꼭 들어갔다. 그것도 아주아주 많이. 채소 값이 상상을 초월하게 쌌고 된장과 고추장, 김치를 아껴야 했기에 싱겁게 끓인 국에 샤브샤브를 하듯 늘 채소를 냄비가 넘치게 넣고 맛을 내기 위해 마늘도 한 번에 꼭 한 통씩을 넣었다.

그리고 바쁜 아침에는 늘 대왕바나나를 남편은 한 개, 나는 세 개(그래야 양이 찼다)씩 먹고 간식으로는 꿀이 넘치는 고구마를 먹었다.


내가 본 방송의 내용은 이러하다.
임신 중 엽산이 필요하니 양배추, 녹색 채소, 토마토를 먹어야 한다.(나는 임신 전부터 매일 먹었다.) 그리고 임신 중 색깔이 다양한 채소를 많이 먹으면 기형아를 예방할 수 있다.(이것도 매일 샤브샤브를 해서 엄청나게 먹었다.) 또 임신 중 고구마를 먹으면 우울감과 빈혈을 예방할 수 있다.(고구마 파는 아줌마와는 친구가 되었었다.) 마지막으로 임신 중 바나나를 먹으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대왕바나나를 아침마다 세 개씩 먹었다.)

내가 산부인과를 딱 다섯 번 가고도 한 번도 아프지 않고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었던 까닭은 임신 기간 동안 된장에 익힌 각종 야채, 고추장에 익힌 각종 야채, 간장에 익힌 각종 야채, 달걀에 볶은 각종 야채와 바나나, 사과, 복숭아, 배 등의 야채를 원없이 먹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요즘에도 중국에 있었던 시절이 생각 나 마트에서 야채며 과일, 특히 바나나를 장바구니에 넣으려 하다가, 숨이 턱 막히는 가격 때문에 차마 살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중국에서는 진짜 싼 값에 다 살 수 있었던 것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리 채소와 과일 값이 비싼지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가끔 아니, 자주 나는 중국의 풍부한 먹거리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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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술 하셨어요?'라고 누가 물으면, 나는 늘 약간 고개를 숙이면서 무언가 잘못이라도 한 듯 수줍게 대답하곤 했다. '아...... . 아기가 거꾸로 있어서요' 역아인 경우에는 자연분만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

임신 27주부터 한결같이 내 가슴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는 아기 때문에 나는 무척 애를 태웠었다. 주위에서 나중에 자리를 잘 잡는 경우도 있다고 많이 들었기에 처음에는 별로 걱정도 하지 않고 '그까짓 것' 했지만 32주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수시로 고양이자세 체조를 하면서 아기 머리가 아래를 향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35주가 넘고도 아기가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이자 나는 너무나도 불안해서 수시로 인터넷 카페를 들락날락 거리면서 '역아'에 관한 글을 읽고 또 읽었다.

who are you?
who are you? by bies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육중한 배를 하고서 고양이 체조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가만히 서 있어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데 무릎을 꿇고 배를 아래로 내렸다 올렸다 하면 허리에 얼마나 무리가 가겠는가. 그런데도 자연분만을 하고자 나는 수시로 고양이 체조를 했고 나중에는 물구나무서기까지 시도했었다. 물구나무서기는 잘못 하다가 큰일 날 것 같아서 결국 하지 않았지만 수술을 계획한 38주 4일 되던 날까지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끝내 아기는 자리를 바꾸지 않았고 나는 제왕절개를 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일 때까지 힘을 줘야 하며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진통을 열 시간 넘게 참아 내야만 하는 것이 자연분만이다. 힘을 주다가 얼굴에 있는 실핏줄이 다 터지는 사람들도 숱하고 하도 이를 악물어서 치아가 상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물론 마취를 하기에 고통스러운 아픔은 없지만 척추 마취를 하고 정신이 말짱한 상태로 분만 수술의 모든 상황을 고스란히 들어야만 한다. 무서워서 벌벌 떨리고 심장이 밖으로 나오려는 상황을 인내하면서, 내 배를 가르고 잡아 당기고 아기를 꺼내고 피와 불순물을 다 제거하기 위해 위에서 배를 내리 누르는 모든 상황들을 그야말로 이겨내야만 한다.


자연분만은 아기를 낳음과 동시에 모든 고통도 사라진다고 들었다.(아, 회음부의 상처가 심한 분들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많이 불편하단다.) 반면 제왕절개 수술의 경우는 낳고 나서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마약 성분이 들어 있다는 무통 진통제가 있는데 뭐가 그리 아플까 하시는 분들께 무통 주사가 정말 無痛을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고 연거푸 설명해도 듣는 사람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오죽하면 친정 엄마까지도 '별이(태명)가 엄마 힘들까봐 거꾸로 있는 것이라며 제왕절개를 앞두고 심란해 하는 당신 딸을 위로 하셨을까.' 내가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제왕절개의 아픔을 아무리 설명해도 엄마는 그래도 자연분만에 비하면 세발의 피밖엔 되지 않는다며 제왕절개는 '거저 낳는 것'이라고 표현하셨다. 나중에 제대로 회복이 안 돼 앉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당신 딸을 보시곤 너무나도 마음 아파 하셨지만 그래도 자연분만의 위대함에 대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실 것이다. 나도 자연분만을 한 산모들이 그 힘든 고통을 이겨내고 아기를 낳았다는 것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제왕절개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들엔 억울한 생각이 든다.



bisous
bisous by Alain Bachellie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제왕절개를 하면 쉽게 아기를 낳는 것이고 너무 쉽게 낳다 보니 자연분만한 엄마에 비해 모성애도 적으며 모유수유 또한 어렵다는 잘못된 생각들이 내가 가장 속상한 부분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니 제왕절개도 정말 아프며 특히 물 한모금 먹지 못하고 꼼짝달싹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던, 밤에는 통증이 더욱 심해져서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던 수술 후 첫 이틀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그리고 모유에 관한 부분은 자연분만을 한 다른 산모들과 마찬가지로 출산 후 삼일이 지난 날부터 초유가 돌기 시작하더니 한 달이 조금 넘은 지금은 모유로만 아기를 기르고 있다.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도 자연분만한 산모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때면 괜시리 위축되어 방청객처럼 감탄사만 연발하며 듣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후회스럽다. 같이 맞장구 치면서 제왕절개를 한 내 이야기도 함께 했어야 되는데 말이다. 임신/출산 관련 카페에 가 보면 많은 임신부들이 자연분만을 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는데, 물론 자연스러운 것이 좋기는 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자연분만만을 고집하지 말고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똑같이 열 달 동안의 임신 기간을 거쳤고 힘든 분만 과정을 이겨낸 제왕절개한 엄마들 더이상 기죽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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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산의 여왕' 김지선의 넷째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왠지 모를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아이가 셋인데 또 자녀를 가진 것을 보면 참 행복한 가정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일도 가정도 열심인 그녀가 다시 한번 대단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기분 좋기만한 그녀의 임신 소식에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게시물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악플을 습관적으로 다는 사람들의 무례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내가 다 미안해지려고 했는데, 그 개념없는 악플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그녀의 임신 소식=돈 자랑'이며 돈이 있으니 자녀도 많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불똥이 전혀 다른 쪽으로 튄 것이긴 하지만 (김지선의 임신 소식에 그런 식의 덧글을 다는 것은 우습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아이를 많이 낳으면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이,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깊게 생각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기에, 선뜻 자녀 계획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에 별 관심이 없고 아직 모성애가 빈곤한 나는, 아이를 너무 귀하게 키우지 않는다면 생각만큼 많은 돈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부모들이 욕심을 줄여 학원에 덜 보내고 값비싼 장난감이며 옷을 저렴한 것으로 바꾼다면 그다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억' 소리는 '육아'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앞에서 밝혔듯 나는 닥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은 모성이 빈곤한 상태라 육아에는 큰 욕심이 없다. 그런데 '억' 소리 나는 전쟁이 출산 전부터 시작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산모'(즉 미래의 나)와 관련된 것이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과장해서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그 과정을 어떻게 지혜롭고 철저하게 지내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평생 삶이 좌우된다. 임신과 출산 이후의 관리 상태에 따라 완전히 퍼진 아줌마와 여전히 예쁜 아줌마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요즘에는 임신부 특유의 체형과 모습을 띈 사람들 보다는 오히려 아가씨 보다 더 예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뒷모습만 보면 전혀 임신부인 줄 모르다가 불룩 나온 배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배만 나왔지 다른 곳에는 별로 살이 찌지도 않았고 화장과 머리 손질도 세련돼서 앞모습을 보지 않고선 절대 알아차릴 수 없다. 임신복들도 어찌나 예쁘게 잘 나오는지 출산 이후에도 헐렁하게 입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그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해진 임신부들이 많아 진 까닭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예인들을 보면 만삭 화보를 찍을 만큼 임신 후 여전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데, 일반인이라고 다를 건 없다.(최근에는 일반인들도 임신 후 더욱 여성스러워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만삭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이 유행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공짜일 수는 없다. 물론 스스로 악착같이 자신을 관리하는 똑소리나는 산모들도 있겠지만, 평생에 몇 번 없을 임신 기간인데 이 정도도 못할까 싶어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임신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4개월째부터는 체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태아 건강과 순산을 돕기 위해 임신 요가, 발레, 수영 등의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더불어 임신 후 호르몬의 불균형때문에 칙칙해지고 푸석해진 피부 관리에 들어간다. 또한 잘못 방치하면 배, 가슴, 엉덩이, 허벅지 등의 살이 터서 평생 보기 싫을 수 있기 때문에 임산부 몸 마사지도 병행하게 된다.

몸 가꾸기의 절정은 출산 이후에 시작된다. 40주 동안의 임신 기간을 끝마치고 나면 본격적인 관리에 돌입해야 되는데 출산시 자궁이 많이 뒤틀리고 뼈도 약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고생이다. 그래서 적어도 보름 동안은 따뜻한 실내에서 많이 움직이지 말고 되도록 누워만 지내야 된다. 이 때 많은 수의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면서 몸을 추스르는데 이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보통이 300~500(2주일)만원 정도라니 큰 맘을 먹지 않으면 갈 수도 없겠다. 그래도 전적으로 쉴 수 있고 전문가들이 아기도 돌봐주며 육아 교육도 시켜주니 이 돈이 아깝지 않다는 의견이 더 많다. 거기다가 산후조리원에서는 산후체조, 벨리댄스, 산모마사지, 신생아마사지, 부모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날이 갈 수록 인기다.


산후조리원을 졸업하고 나면 몸의 붓기를 빼주는 한약과 기력을 보충해 주는 한약을 먹고 출산후 3개월이 되면 체형을 임신 이전으로 돌리기 위한 운동과 마사지가 다시 시작된다. 출산후 6개월 이내에 체중을 되돌리지 못하면 영영 푹 퍼진 아줌마로 지내야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래서 출산 이후가 출산 이전보다 더욱 중요하다. 대충 썼는데도 이 정도니 잘 몰랐던 분들은 많이 놀라셨을 것 같다. 물론 모든 임신부들이 자신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많은 자녀=부유함'이라는 말이 나올만도 하지 않는가. 이제 막 결혼을 하여 아직 자녀 계획이 없는 부부라도 아내의 변치않는 미모를 위해 임신 통장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좋겠다. 부디 '억' 소리나는 이 전쟁에서 승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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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날 지경이다. 정말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정녕 우리 여자들은 한시도 다이어트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가 없단 말인가? 드디어 임신을 하여 3개월 째에 접어든 사촌언니와 오늘 점심을 같이 먹었다. 다행스럽게도 입덧이 심하지 않아서 언니는 모든 음식을 달게 먹을 수가 있다기에 우리는 몸에 좋고 맛있는 된장 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먹었다. 각종 나물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꿀맛 같아서 나는 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우고 또다시 밥솥으로 눈길을 돌리다가 머쓱해지고 말았다. 조금 민망했던 나는 실실 웃으면서 임신부는 아기 몫까지 먹어야 하니 언니도 한 그릇 더 먹으라고 부추겼는데, 돌아온 언니의 대답이 너무 놀라웠다.

임신을 하면 무조건 잘 먹고 투실투실 살을 찌우는게 당연시 여겨졌던 옛날과 달리 21세기 임신부들의 최대 고민은 다이어트라는 것이 아닌가? 특히나 언니의 경우는 입덧이 없어서 더욱 조심해야 된단다. 아기의 건강을 우선시 여기는 엄마들이 미용을 위해 체중 관리를 할 리는 없고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그런데 임신을 한 40주를 세 등분하여 임신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었을 때 초기에는 예전에 먹던 식사량 그대로 먹으면 되고 중기에는 150~200g을 후기에는 350~400g을 더 먹어 주면 된단다. 중간중간에 과일과 고구마 등을 간식으로 먹어주면 더 이상의 열량 섭취는 불필요하다는 말이다.식빵 한 쪽이 150g이라고 하니 임신을 했다고 하여 2인분의 밥을 먹는 것은 안 될 말이라고 한다.


이렇게 임신 기간동안 체중 관리를 하는 이유는 임신후 체중 증가가 너무 심하면 임신 중독증을 비롯하여 여러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고, 산모도 원래의 체중을 되찾기가 어렵지만 아이도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임신 전 체형에 따라 7~15kg 정도만 체중이 증가하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된단다. 임신을 하면 20~25kg 정도 살이 찌는 것을 예사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또한 3개월째인 언니도 그렇지만 5개월까진 배가 나오지도 않는단다. 5개월 이전에 배가 불룩한 산모가 있다면 필시 체중조절에 실패한 까닭일 것이다. 배가 나온 이유가 아이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사진을 보면 임신 후에도 너무나 날씬해서 역시 연예인들은 독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무지한 것이었다. 그녀들도 의사의 조언에 따라 철저하게 영양 조절을 했을 것이다. 임신부는 양보다는 질을 생각해서 음식을 먹어야 되고 임신부들이 많이 먹는 과일도 의외로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단다. 또한 아이를 갖게 되면 활동량을 줄이고 누워 있는 시간이 긴데 이것도 좋지 않은 것이란다. 임신 초기에는 유산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가벼운 산책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임신 중기에 접어들면 유산의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때부터는 걷기, 수영, 임신부 체조 등 운동을 병행해야 산모와 아이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다.


그동안에는 누가 임신했다고 하면 임신과 동시에 배가 나오고 임신 기간 동안에는 무조건 잘 먹고 조심해야만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드라마를 보면 한밤중에도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면 남편을 가게에 보내어 아이스크림이나 딸기, 떡볶이 등을 밤참으로 먹는 장면이 나온다. 시도 때도 없이 아내가 원하면 언제나 어디에나 쌩하니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구해오는 것이 남편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니의 얘기를 듣고 나니 밤중에 배가 고파서 힘들어 하는 아내를 잘 다독이는 것이 더 중요한 남편의 몫인 것 같다.

언니를 따라 산부인과 병원에 같이 갔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표어가 눈에 띄었다. '작게 낳아서 크게 기르자' 영양이 과잉 되면 아이도 커 지고 아이의 무게가 4kg이 넘으면 자연 분만이 힘들어 진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가장 주의를 주는 것이 체중 조절이고(요즘 산모들은 지혜로워서 다른 것은 일러주지 않아도 잘 아니까) 언니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본 임신 관련 책자에서도 비만에 관한 내용이 너무나도 많았다. 원래부터 통통했던 언니도 막달까지 8kg 정도 몸무게가 늘 것을 계획으로 영양 조절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임신부가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산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좋다고 하니 우리 여성들에게 다이어트란 평생 같이 지내야 하 친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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