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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시끌시끌, 명절 준비로 한창인 안동 구시장(舊市場) 골목에 다녀왔어요. 안동 구시장은 찜닭골목으로 더 유명한데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구시장에 있는 찜닭집들이 인기가 많았지만(야간 자율학습 빼 먹고 몰래 나와 찜닭을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식당은 두 세 군데 밖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을 해요.


그런데 안동 찜닭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최근엔 시장 골목의 절반을 찜닭집들이 차지하고 있답니다. 그런데도 모든 식당에 손님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참 많은 분들이 안동 찜닭을 즐기는 것 같아요. 1박 2일에도 나왔고 다른 방송도 많이 타면서 안동하면 '하회마을'과 함께 딱 떠오르는 것이 바로 '찜닭'이 돼 버렸죠.




찜닭 골목으로 바로 들어가고 싶으시면 안동 구시장 '서문'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명절을 맞아 찜닭집을 포함한 구시장 전체가 활기를 띈 모습이이었는데요,




제 고향인 안동 재래시장이 북적이고 잘 되는 모습을 보니 제가 괜히 흐뭇하더라고요.




명절 당일이 아니고 며칠 전에 갔던 것이는데도, 각종 전이며 떡들이 푸짐하게 나와 있어서 제 식욕을 자극했어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금방 쪄 낸 떡들은 정말 맛있어 보였답니다.


안동은 바다가 없어서 차례상에 생선을 올리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요(저희집은 차례를 지내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잘 모릅니다만,) 특히나 '고래 고기'랑 '문어'는 꼭 필요한 음식이에요. 잔칫날 이 두 가지 음식이 빠지면 아무리 음식을 잘 차려 놓아도 2% 부족한 상차림이 되고 말지요.




시장에는 큼지막한 물고기들이 많이 나와 있었어요.




어김없이 문어도 등장했고요. 이제 찜닭 골목을 보여드릴게요. 구시장 '서문'으로 들어가면 양쪽으로 찜닭집들이 쫙-- 서 있어요. 제가 갔을 땐 식사 때가 아니라서 바깥에까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보통 삼십 분 이상씩은 기다려야만 매콤, 달콤, 짭잘한 찜닭을 구경할 수 있어요.




안동 찜닭 골목의 찜닭은 전국으로 택배도 되는데요, 채소와 불린 당면은 익히지 않은 진공 포장이 되어, 집에서 끓여 먹도록 나오나 봐요. 음식맛은 불맛이기도 한데, 가정집 가스레인지로는 식당에서 만큼 세게 조리할 수 없으니 아무래도 맛은 좀 덜하겠죠. 안타깝지만 안동 찜닭 본연의 맛이 궁금하시다면 안동에 직접 오시는 수 밖에 없네요. 서울에서 먹는 찜닭 맛과는 차원이 다르답니다. 


 

이게 비법 양념인가봐요!! 마침 제가 시장에 갔을 때 한 식당에서 큼지막한 들통에 양념장을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비법을 캐 내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 봤어요.


간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장인데요, 그냥 간장만으로 맛을 내는 것이 아니고 배, 양파, 파, 마늘, 고추와 간장을 펄펄 끓여서 걸러, 양념장을 만들어 두었다가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찜닭을 조리할 때는 이 조림간장에 설탕, 물엿, 다진 마늘, 붉은 고추, 그리고 정체 모를 연한 초록색 가루(이것만 알면 찜닭 골목의 비밀을 다 알게 되는 건데 말예요.)를 넣어 맛을 내더라고요.




1박 2일이 다녀 간 이후 주말이면 다른 지역에서 몰려 온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현대 찜닭집이에요.
찜닭 전문 맛객(?)인 제가 냉정하게 평가를 해 보자면요, 솔직히 비추입니다.


우선 맛이 변했어요. 서울 사람들 입맛에 잘 맞게 단맛을 너무 많이 내서, 같이 갔던 서울 토박이 남편은 한 입 먹고 '아! 맛있다' 했지요, 저는 '이 맛이 아닌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또 유명세를 치르면서 몸값이 많이 올라, 양은 적어져서 남동생까지 세 명이서 밥 한그릇씩 국물에 비벼 먹은 후에야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원래 안동 찜닭은 네 명이 밥 없이 배 두드리면서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거든요.



제가 추천하는 집은 '유진 찜닭'이에요. 양도 충분하고 맛도 옛날에 먹던 맛과 비슷한 것 같았어요. 
찜닭 골목의 찜닭 가격은 모두 같아요.
한 마리에 25,000원이고 한 마리 반은 37,000원이에요. 네 명이서 먹기에 충분한 양이고요.




찜닭을 좋아하는 저는 찜닭을 참 자주 사 먹는데요, 안동에는 찜닭 골목 외에도 찜닭을 배달해 주는 닭고기집이 참 많아요. 안동 시내를 다니다 보면 곳곳에 찜닭을 파는 식당이 보이지요. 


양념 통닭과 프라이드, 찜닭을 함께 파는 곳도 있어서(찜닭 골목에 있는 닭고기집에는 메뉴가 딱 한 가지. 오직 찜닭 밖에는 없어요.) 저는 찜닭 골목에도 가지만 집에서 가까운 단골 닭고기집에서 배달해서 먹기도 해요.(배달 찜닭집에는 쿠폰도 줘서 열 번 주문하면 한 번은 공짜로 먹을 수 있거든요.) 보통 찜닭 골목이 아닌 곳에서 파는 찜닭은 22,000원 정도에 먹을 수 있고, 하회마을에 있는 찜닭 집들은 찜닭 골목보다 조금 더 비싼 값에 판매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친정에 오면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먹어야 되는 찜닭. 집으로 돌아가면 안동 찜닭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기에 식당에서는 절대로 사 먹지 않고 집에서만 비슷하게 흉내내어 만들어 먹는데요, 이번 명절에는 시댁에 갈 때도 장거리 포장 주문을 해서 가지고 갈 생각이에요.    




식구들이 많을 땐 양념 통닭과 한 마리와 찜닭 한 마리를 주문해서 먹기도 한답니다. 안동에는 그 유명한 하회마을과 도산서원도 있고, 아이들 교육에 좋은 국학 진흥원, 산림 박물관, 그리고 새로 조성된 허브 농장인 온뜨레피움도 있으니 시간 나실 때 놀러 오셔서 주변 관광지도 구경하시고 맛있는 찜닭도 드시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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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진흥원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학 자료를 수집해서 보존과 연구, 그리고 보급을 통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한 한국학 전문 연구기관이라고 해요. 간략한 설명만 들어도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아주 중요한 기관인 것 같은데요, 국학진흥원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해 오고 있는지, 대체 어떤 곳인지 아시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저에게도 생소한 곳이었으니까요.

친정에 내려 갔다가 아버지께서 다음달에 있을 1박 2일 동창회 행사 때 묵을 숙소와 부대 시설을 보러 가신다기에 따라 나섰더니, 그 곳이 바로 국학진흥원이었어요. 고로 국학진흥원은 경북 안동시에 위치해 있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으니 해도해도 너무 하죠? 안동시 '--리'로 이사한 저희 집에서는 약 40분 정도 떨어져 있고요, 안동 시내에서는 차로 10분만 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국학진흥원에는 '홍익의집, 유교문화박물관, 장판각, 국학문화회관' 등의 건물이 있는데요, 그 규모가 어찌나 큰지 웬만한 대학교 정도의 크기더라고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전망도 좋고 안동시 전체를 눈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정말 멋져요.

홍익의집은 행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인 것 같고요, 연구실, 대강당 세미나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유교문화박물관은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인데, 이름 그대로 유교문화와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시도 하고 있답니다. 장판각은 유교 목판 10만여장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고요, 국학문화회관은 교육연수생들의 생활공간인데 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해요. 일반인들에게도 방을 대여해 주고 있어서 작은 단위의 가족에서부터 저희 아버지처럼 큰 단위의 동창회 모임까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대여할 수가 있어요.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국학진흥원 현판앞에서 기념 촬영.


아버지께서 예약해 놓은 숙소와 부대시설을 둘러 보시는 동안 저는 유교문화박물관을 구경하기로 했답니다. 안내해주시는 분의 말씀에 의하면 한번 다녀가신 분들은 다른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꼭 다시 오신대요. 그만큼 볼거리가 많은 박물관이라는 말일텐데요, 타 지역 분들이 많이 오시는 반면 오히려 안동에서 오는 손님이 없다고 해요. 안동시민들에게 더 많은 홍보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유교문화박물관이라고 써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다시 어마어마하게 넓은 마당과 큰 건물이 나와요. 진짜 잘 지어놓은 것 같은데 평일이라서 그런지 너무나 한산한 모습이라 안타까운 느낌도 들었어요. 해외에도 이만큼 좋은 관광지는 없을 것 같은데, 별로 볼거리가 없는 곳에도 비싼 돈을 들여 여행을 가시잖아요. 가깝고 저렴한 안동으로 많이들 놀러 오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뒤늦게 안동 홍보대사가 다 됐네요. 사실 저는 하회마을도 겨우 두 번밖에 못 가 봤어요.


이렇게 마당이 넓은데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너무 썰렁했어요.
저 혼자서 사진 한 장 또 찍어 봤어요.


여긴 또 어디?
곳곳에 사진찍기 좋은 곳, 앉아 쉬기 좋은 곳이 참 많답니다.
햇살이 좋은 날 다녀와서 저절로 뽀샤시한 효과도 나고, 분위기 있게 나온 사진을 여러 장 얻을 수 있었어요.


사진이 맘에 들어서 자꾸만 보여드리고 싶어요. 히힛!


국학진흥원은 자유로이 구경하실 수 있는데요, 딱 한 곳 유교문화박물관만 돈을 내고 입장하셔야 돼요.
어른은 1,500원 어린이는 700원, 청소년과 군경은 1,000원이에요.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다닐 때 항상 청소년 표를 샀던 기억이 새삼 부끄럽네요.
심지어 대학원때에도 어른 둘, 청소년 둘(2살 아래 동생과 함께)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반성합니다.


드디어 실내에 들어 왔는데요, 최고급 풍산 한지를 이용한 스탠실체험 공간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주로 해 볼텐데 최고급 한지를 쓰는 것은 너무 무리가 아닌가 싶었어요. 하다가 망칠 수도 있으니 그냥 저렴한 한지를 가져다 놨으면 부담없이 체험해 볼텐데 하는 마음에 조금 아쉬웠답니다. 풍산 한지는 정말 고급이거든요.


유교박물관을 둘러 본 전체적인 느낌은 정말 최고!
학창시절 도덕, 국사, 윤리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정말 자세하고 재미있게 잘 정리 돼 있었어요.


이황 선생님도 보이네요. 국학진흥원 근처에 도산서원이 있으니 겸사겸사 둘러 보셔도 좋을 듯해요.


사진은 제가 좋아하는 것,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마구잡이로 찍어 왔어요.


국사 시험에 자주 나오는 임신서기석이에요.


붓으로 쓴 깨알같은 명필.


폼나게 멋있었던 경의검.


매 맞는 사람 옆에 똑같은 자세로 뉘여있는 호랑이 가죽이 우스운 모형.



무서운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괴담책과 최초의 태교책으로 소개된 태교신기.


호패와 일일이 자수를 놓은 병풍.


제가 보여 드리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에요.
어찌나 볼거리가 많은지 정말 놀랐고요, 저와 남편 외에는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에 더 놀랐답니다.
이렇게 좋은 박물관을 어떻게 하면 널리널리 알릴 수 있을까요?
1박 2일팀이라도 다시한번 불러야 할까요?
아님 무한도전팀에게 유교 문화에 관한 미션을 던져 주어야 할까요?


경치도 좋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은 국학진흥원이 부디 왁자지껄 시끌시끌 유명해지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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