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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습후후, 습습후후. 나는 지금 의식하지 않고도 평상시에 배에 힘을 주고 다닐 수 있도록 연습을 하는 중이다. 이게 연습이 필요하다니, 참 나도 아줌마 다 됐다.(새삼스럽긴...... .) 아닌게 아니라 결혼전은 물론이거니와 임신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늘 배에 힘을 준 채 긴장을 하고 다녔다. 여기서 긴장이라는 것은 불시에 누가 옆구리나 배를 찔러 봐도 맥없이 푹 들어가지 않고 탄탄함을 유지했다는 말이다. 배에 힘을 풀지 않고 숨을 훅 들여 마신 후 그 상태를 유지하는 그 긴장감이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습관화 돼 있었다는 말이다.

언제부터 내가 배에 힘을 주고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 그렇게 지내다 보니 배에 들어간 힘을 푸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었다. 해 본 사람들은 다 아시겠지만 숨을 들여 마시고 배에 힘을 주면, 볼록 나와 있던 X배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허리도 꼿꼿하게 세워지고 전체적으로 몸매의 선이 살아난다. 그 반대로 배를 긴장하지 않고 축축 늘어뜨리면 온 몸에 숨어 있는 군살들이 올록볼록 다 드러나 그야말로 아줌마 몸매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여성들이 임신과 동시에 배에 줬던 힘을 풀어버리게 될 것인데, 이는 임신 전과 임신 중(절대 임신 후는 아님)의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임신 전에는 작은 S든 큰 S든 몸매가 전체적으로 S선을 그린 몸매를 명품이라 하지만, 임신 중에는 우아하게 아름다운 D자 몸매에 모두들 열광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불룩 나온 배를 한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걸어 다닐 때의 고고함이란, 출생율 낮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우아하고도 멋지다고 칭송받아 마땅하다.

Tinker Bell
Tinker Bell by _Max-B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요즘에는 임신부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들도 그렇고 임신부 자신도 D자선을 아름답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는 나온 배에 대한 컴플렉스가 전혀 없다. 그래서 늘상 자리에 앉을 때 배를 가리려고 가방을 무릎에 놓던 여성들도 임신 중에는 자랑스레 배를 보여주고, 웨딩 사진을 찍을 땐 배 나와 보일까봐 밥까지 굶지만 만삭 사진을 찍을 땐 태아 핑계를 대며 중간중간 간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임신 중에 배에 긴장을 풀고 습습후후 호흡하지 않다보니 출산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배가 불룩한 상태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물론 10개월 동안 풍선처럼 부풀었던 뱃살이 하루 아침에 쏙 들어갈 리 없고 살이 빠졌다고 해도 예전의 탄력을 가질 수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해 보니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숨을 훅 들이마시고 배를 조금만 긴장하면 훨씬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 있게 된다.

언제였던가, <놀러와>에 나온 수퍼모델 '이소라'가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는 비법을 묻는 유재석과 김원희에게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라고 슬쩍 비밀을 공개한 적이 있다. 나도 그 말에 동의를 한다. 몸매에 자신이 없는 사람일 수록 숨을 훅 들이마시고 배를 긴장하면 아까도 말했듯, 어깨도 펴지고 등도 펴지고 허리도 잘록해지면서 한결 날씬하게 보일 수 있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숨까지 참아야겠느냐고 얹짢아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 번 해 보시면 왠지 모를 당당함과 자신감이 생겨서 남들이 아닌, 내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실 거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습습후후, 배에 힘을 주고 자연스레 숨쉬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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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주에 6일동안 발리의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떠날 준비를 하는 동안이 가장 행복하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장장 보름동안이나 나는 여행 계획을 짜면서 즐거워했다. 발리에 관한 블로그 글이나 여행 후기 등을 샅샅이 읽는 것을 시작으로 서점에서 발리의 역사까지 공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리조트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그 안에서 보낼 계획이었지만 마치 자유 배낭 여행을 하는 심정으로 책을 봤다. 그러나 내가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를 한 것은 다름 아닌 옷이었다. 여행지에서의 입을거리는 무언가 특별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옷을 사는 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발리는 더운 휴양지이니 만큼 나 같은 볼품없는 몸매를 가진 사람에게도 노출이 허용된 곳이다. 그래서 다소 과감한 옷들을 새로이 마련했는데, 화려하고 세련되면서도 값이 싸야만 했다. 나는 거의 매일 인터넷 쇼핑몰을 쥐잡듯이 뒤져서 90% 세일된 가격으로 맘에 드는 옷을 여러 벌 살 수 있었다. 싼 값으로 예쁜 옷을 장만하니 더없이 기분이 좋아져서 발리에서 연예인마냥 생활하고 올 수 있겠다는 허황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동양적인 매력은 가득하면서도 현지인들보다 뽀얀 피부를 가졌기에 한국 여성들은 발리에서 인기가 좋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까닭에서였다.


드디어 여행이 시작되었고 싱가폴을 경유해서 발리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타는 바람에 오전에 출발했으나 저녁 무렵에야 리조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발리에서의 첫날은 피로때문에 제대로 내 아름다움(?)을 발산하지 못했지만 둘째날 아침부터는 달랐다. 나는 가져간 온 중 가장 화려하고도 아슬아슬 한 것을 꺼내 입고 화장도 멋드러지게 했다. 당연히 리조트에 있는 외국인들의 관심은 나에게로 모아졌고 나는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그것이 하루로 끝나버릴 줄은 미쳐 몰랐지만 말이다. 리조트 직원에게서 그 날 저녁 한국인 단체 관광객 (120명이 그것도 여성들로만 구성된)이 온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했지만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뒤에서 또각또각 소리가 들렸다. 리조트에서 좀처럼 듣지 못했던 하이힐 소리, 나는 그녀들이 몰려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내가 그랬던 것 처럼 그녀들도 가장 예쁜 옷으로 가장 돋보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내 맞은 편에서 식사를 하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졌고 나도 뒤를 돌아 그녀들을 확인했다. 역시! 내 예감은 적중했다. 나는 그곳이 미인대회 장인 줄 알았다. 모두들 어쩜 그렇게 예쁜지 각종 동양인들이 섞여 있어도 한국인은 금방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모 화장품 회사에서 온 단체 손님들은 연령대는 다양했으나 모두 자신들의 직업에 맞게 연예인 뺨치는 화장술을 자랑했다. 나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저녁, 내가 간 리조트에는 매일 밤 쇼와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고 매일 드레스코드를 정한다. 그 날은 검정색이 드레스코드였는데 낮시간에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다가 저녁시간 이후에 쇼를 보러 한 곳에 모이면서 제2막이 펼쳐진다. 그래서 낮에는 드문드문 보이던 검정색 옷이 저녁 식사 시간에 절정에 치달았다. 무심코 식당에 들어가던 나는 깜짝 놀랐다. 무슨 시상식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한국 여인들은 저마다 어디서 그런 옷을 구해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하나같이 화려하면서도 빛이 났다. 다들 저녁 쇼 시간을 위해 다시 화장을 한 모양인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당연히 다른 나라 여성들은 기가 죽은 듯했다. 그들이 입은 검은색 옷과 한국인들이 입은 검은색 옷은 전혀 다른 종류였다. 한쪽 어깨를 드러낸 스타일, 홀터넥 스타일, 가슴을 깊이 판 스타일 등 디자인도 다양했고 쉬폰, 실크, 등 소재도 천차만별이었다. 세상에 있는 예쁜 검정색 옷은 여기 다 모아놓은 듯 했다. 내가 봐도 그렇게 예쁜데 다른 나라 사람들 눈에는 오죽할까. 나는 덩달아 어깨가 으쓱해졌다. 저녁 쇼 시간에서도 그랬지만 쇼 이후에도 대한민국의 주도 아래 모임이 진행되었다. 세계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돋보이는 아름다움으로 세계를 기죽인 한국 여인들이 나는 참 자랑스러웠다. 거기 모인 각국의 사람들에게 최고 미녀는 단연 한국 여성이라는 인상을 주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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