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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불량식품 깨나 먹어 봤다는 다솔 아빠가
소다를 사 오더니
국자와 설탕을 꺼내 가스불에서 '뽑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선 뽑기가 아닌 '파짜꼼'이었는데
별이며 동물이며 갖가지 모양대로 뽑으면 하나 더 준대서 뽑기인가봐요?
뭐, 불량식품에 정확한 이름이 붙었을 리 없지요.


자칭 뽑기의 고수인 다솔 아빠의 실력 한 번 보실까요?
뽑기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보시고
어렸을 때의 추억도 잠시 떠올려 보시길 바라요.




그럼 달콤 쌉싸래한 뽑기 만들기 시작할게요.
국자에 설탕을 욕심껏 넣고요,
가스불을 아주 조금만 켜고 설탕을 녹입니다.
젓가락을 휘휘 저으면서 설탕을 완전하게 녹이는 것이 중요해요.




설탕이 다 독으면 불은 처음과 동일하게 유지하고요
소다를 약간(손가락으로 한 꼬집)만 넣고 (많이 넣으면 써요)
손이 안 보일 정도로 휘리릭 휘리릭 재빨리 휘저어 줍니다.
시간이 엄청 중요하기 때문에
소다를 넣는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어요.




여기서 잠깐!
절대로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뽑기를 팔던 '달인' 아저씨의 뽑기를 흉내내서는 안 됩니다.
그 아저씨는 말 그대로 달인인데, 경력없는 우리의 실력이 거기에 미칠 수 없겠지요.
점점 뽑기가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고
소다 덕에 설탕이 굳으면서 부풀어 오르면 불에서 내립니다.




불에서 내린 후에도 점점 더 뽑기가 부풀어 오르니까
망쳤다고 실망할 필요 없어요.




이것 보세요.
얼추 모양이 잡힌 다솔 아빠표 뽑기예요.
그럴싸하지요?




엄마, 아빠가 뽑기를 만든답시고 부엌에서 난리를 치는(?) 동안
다솔이는 홀로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어요.
리모컨까지 두 손에 꼭 쥐고요.


24개월까진 절대로 영상물을 보여주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불량 엄마가 되어 갑니다.




다솔 아빠는 접시에 뽑기가 달라 붙지 않도록 설탕을 소량 뿌리고
그 위에 뽑기를 쏟아 올릴 건데요,
뽑기의 달인 아저씨들 처럼 누르개로 꾹 누르지는 않고
그냥 동그란 모양 그대로 드실 거라네요.




국자 바닥에 있던 설탕까지 싹싹 긁어서 올려 놓으니
흡사 초콜릿 무스 같아 보이네요.
아주 부드러울 것 같은 질감이지만 사실은 이미 굳어서 바삭바삭하답니다.




완성된 뽑기를 젓가락에 쏙 꽂아 넣고는 아이처럼 좋아하는 다솔 아빠
사실 저게 설탕 덩어리인거잖아요.
불, 량, 식, 품!!!
저는 절대로 먹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었답니다.




안돼!!!!!
말릴 겨를도 없이 뽑기를, 설탕 덩어리를, 그 달고 쓴 것을
다솔이에게 맛 보이는 다솔 아빠,
처음 보는 음식에 호기심을 가진 다솔이는 덥썩 뽑기를 물고
그 옆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솔 아빠네요.




다행히 다솔이도 입만 살짝 대 보고
진짜로 뽑기를 먹지는 않았어요.
참 의외인 것이 다솔이는 단 음식을 꺼리거든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고구마와 단호박 이유식을 잘도 먹더니
요즘에는 과일은 잘 먹으면서도 좀 달다 싶은 채소는 잘 안 먹는답니다.
그래서 뽑기도 제 입맛에 안 맞았던지
심하게 달려들지(??)는 않았어요.


대신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지 자꾸 입을 벌리네요.
한 차례 주의를 받은 다솔 아빠도 이제는 뽑기를 주지 않고
혼자서 냠냠 맛있게 드셨답니다.
맛이 궁금해서 저도 조금 먹어 봤는데
불량식품이 다 그렇듯 몸에 이롭지는 않지만 저를 유혹하는 맛이었어요.


요즘에도 초등학교 주위에서 뽑기를 만드는 달인 아저씨들이 계신지는 모르겠는데,
어릴 때는 불량식품도 좀 먹고 자라는 것이 추억도 되고 좋은 것 같아요.
어차피 저처럼 알 것 다 아는 어른이 되면
생각이 많아져서 절대로 못 먹게 되니까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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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식구들 몰래 라면 끓여 먹은 며느리...... 바로 나다.

아니 배가 얼마나 고팠으면 밤에, 그것도 몰래, 홀로 부엌에 들어가 라면을 끓이고 있느냐 싶겠지만, 대체 밤 12시에 염분 많고 칼로리 높은 라면을 어떻게 먹느냐며 냉장고에 다른 음식들은 없었느냐고 묻고 싶은 분도 있으시겠지만, 나는 정확히 라면이 먹고 싶었다.

오밤중에 먹는 라면이지만 나는 대파도 송송 썰어넣고, 튀겨도 좋고 쪄도 좋다는 두루두루 냉동 만두도 두어개 넣고, 향이 끝내 주는 표고 버섯도 하나 큼직큼직 썰어 넣어, 맛있게 매운 명품 라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식구들이 모두 자는 틈을 타 슬쩍 방에 들어와 컴퓨터로 드라마를 다시 보며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을 아주 아주 천천히 아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국물까지...... .





다 먹고 나서는 국물까지 다 먹어 버린 건 좀 너무 했다 싶었지만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내맘대로 라면을 먹어 보냐는 생각에 곧 뿌듯한 포만이 느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닐 수 있는 것이 라면이지만, 나에게는 좀 다르다.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가 끼니를 라면으로 떼우(?)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이미 껄끄러운 일이며, 특히나 요즘처럼 아기를 보느라 느긋하게 밥을 먹을 시간이 없는 나에게 있어 '면'요리는 상당히 사치스런 음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아직도 모유 수유 중이기 때문에 내가 먹는 것이 바로 아기가 먹는 것이 되니 어르신들이 더욱 내 식단에 관심을 가지신다.

그래서 반찬이 부실하거나 유난히 라면이 먹고 싶을 때면 남편의 옆구리를 콕콕 찔러서 어쩔 수 없이(?) 라면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게으른 며느리 때문이 아닌, 갑작스레 매콤하면서도 기름진 라면이 생각난 아들의 입맛 때문이라면 시어머님도 부드럽게 넘어가실 것이니 말이다.(앗! 이 글을 읽고 우리 시어머님을 드라마 속에 나오는 고리타분하고 사악한 시어머님으로 상상하신다면, 그것은 오해다. 천사표 시어머니 앞에서도 며느리는 본능적으로 긴장하게 되니까. 이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늘 있다.)

그렇다면 남편과 어머님이 모두 출근을 하셔서, 아기와 단둘이 남게 되는 낮시간은 어떤가? 더더욱 불가능한 것이 아기와 둘이서 식사를 할 때 면 요리를 먹는 것이다. 콕콕 찌를 남편도 없이 온전히 아기를 도맡아 돌보면서 라면을 먹다 보면 어느 새 라면이 퉁퉁퉁퉁퉁퉁퉁퉁 불어 쫄깃한 맛이 관건이 라면이 맥없이 뚝뚝 끊어진다. 후루룩 들이킬 국물 한 방울 없이 면이 국물과 혼연일체가 돼 숟가락으로 라면죽을 떠 먹는 아- 가련한 내 신세여.

나에겐 천천히 음식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끼니를 쨈 바른 토스트로 먹든 우유에 만 시리얼을 먹든 당당할 수 있는 내공이 부족하다.

내가 아기가 낮잠 자는 사이, 달달한 크림이 듬뿍 들어간 빵을 야금야금 먹거나, 늦은 밤 아기를 재운 후 남편이 먹다 남긴 맥주를 한 모금 홀짝이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다. 금지된 음식이 유난히 당기는 날,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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