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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 보는 순간 쏙 빠져들게 돼 버린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나왔던 이야기다. 극중 나반석(최철호)은 너무 반듯하고 순수해서 연애에 서툰 한의사인데, 자신이 반한 여자 이신영(박진희)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기로 어렵게 결정한다. 영국에 일이 있어 다녀오면서 그녀를 기쁘게 할 선물을 하나 사 오는데 그것은 바로 초콜릿이다.

서른 넷의 남자가 동갑내기 여자에게 줄 귀국 선물로 고른 것이 초콜릿이라니, 그 남자 참 몰라도 너무 모른다. 편지 한 장 없이 달랑 초콜릿 한 상자를 선물하다니 좀 심하잖소!(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선물이 있다며 나반석이 며칠 전부터 약속을 잡았었고 이신영은 그것을 건네 받으러 인천공항으로 마중까지 나온 상황이다.) 친구들과 함께 선물을 열어 보았다가 당황한 이신영은 친구들과 일일이 초콜릿을 녹여 먹으면서 그 속에 들어 있을 지도 모를 '반지'를 찾는다.

첫 선물로 웬 반지? 하시겠지만, 열정이 넘쳐 앞서나가는 것이 '달랑' 초콜릿 한 상자 던져주는 것 보다야 낫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을 더듬어 봐도 초콜릿으로 좋아한다는 고백을 주고 받던 것은 초등학교 때나 하던 일이니까 말이다. 혹여 오해를 하실까봐 미리 말씀을 드리는데, 절대로 선물의 '가격'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초콜릿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너무 순수하다.


결국 선물이 정말 초콜릿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여자들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 남자를 폭탄으로 규정짓는다.(명색이 한의사인데.) 남자에 목숨거는 여자 정다정(엄지원)마저도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가면서 어떻게 이 남자와 사귈 수 있냐며 나반석을 거부했다.

참 애석하게도 여자들은 뻔히 알면서도 '선수'에게 마음이 끌리는 반면, 착한 것이 틀림없는 순진남을 보면 한숨부터 나올 때가 많다. 고급 기술을 구사하는 바람둥이를 만나 된통 당해 울지언정 순수한 폭탄남 때문에 속터지는 것 보다야 낫다고 생각한다. 너무 착해서 헤어지기가 죄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남동생이 적극 추천해서 보게 된 케이블 방송 '총각 연애하다'에 나오는 무수한 총각들도 청정지역에 살고 있는 순수남인 동시에 폭탄이다. 총각들과 소개팅을 한 여성들은 하나같이 남자들이 착한 것은 알겠는데 절대로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고 고백한다. 내 동생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방송이라며 '총각 연애하다'를 소개했지만, 내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지라도 소개팅녀들처럼 행동을 했을 것이다.


연애경험이 전무하여 여자들의 마음을 전혀 들여다 볼 줄 모르는 순진한 남자들, 자신들의 실수 때문에 화가 나 있는 여성들을 보고 오히려 자신의 매력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가엾은 남자들, 여자친구들에게 줄 선물이라면 서른이 훌쩍 넘었어도 맨먼저 꽃 한 송이와 곰인형을 떠올리는 철없는 남자들, 여자들이 아무리 암시를 줘도 전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허허 웃기만 하는 속없는 남자들...... . 정말 미안하지만 폭탄이라고 부를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영영 폭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롤러코스터 중 '여자가 화났다'를 열심히 보면서 여자들의 심리 상태를 열심히 공부하고 주변에 친구인 여자들을 만들어 그녀들과 자주 교류하다보면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순진한 남자들은 다른 이유로 폭탄이 된 것이 아니라 너무 몰라서 폭탄이 된 경우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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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재미있는 것이 하도 없어서 채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를 반복하다가 발견해낸 금쪽같은 방송, 바로 케이블의 '롤러코스터'(tvn 토요일 오후 11시 방송)이다. 케이블 방송이라 예산을 적게 들여서 그런지 얼핏보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낯익은 얼굴 정형돈이 등장하기에 채널 돌리던 것을 멈춰서 몇 초간 지켜보기로 했고 그렇게 정말 배꼽잡는 방송 하나를 찾아내는 성과를 이뤘다.

정말 독특한 것이 정형돈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여자 주인공은 정가은) 대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신 주인공들의 모든 동작과 생각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말해주는 나레이터가 등장하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기계음처럼 느껴지는 것이 재미를 부가 시켜 준다. 남녀탐구생활을 통해 남자 대표 정형돈과 여자 대표 정가은이 각각 남자와 여자의 너무나도 다른 생각과 생활방식을 보여주는데, 남자들의 생활 실상을 보면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 그렇구나를 반복하게 되고, 여자들의 실상이 낱낱히 공개될때는 맞아 맞아 진짜 저래를 연발하게 된다. 어찌나 솔직하게 다 드러내고 있는지 어떨 땐 다소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획기적인 방송이다.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보지 못했지만(기회가 있다면 1회부터 빠짐없이 다 보고 싶다.) 내가 본 방송분 중에서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다. 신입사원의 '책상 꾸미기'가 그 날 주된 소재라면 여자는 출근과 동시에 문방구만 들락날락 거리면서 방석, 슬리퍼, 색색의 펜들 화분 등 온갖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소품들로써 하루 종일을 책상 꾸미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 소개된다. 반면 남자는 누가 썼는지도 모를 책상에 척하니 앉는 것으로 책상 정리를 끝내버린다. 결국 책상 꾸미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다소 과장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남녀의 차이가 확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군대'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남자가 입영 통지서를 받고 군대 생활을 해 나가는 과정과 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내 놓고 그 기간을 인내하면서 기다리는 여자의 입장을 정말 실감나면서 재미있게 잘 그려 놓았다. 비록 나는 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내 본 경험은 없지만, 만약 경험이 있었으면 정말로 롤러코스터 속 정가은과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 같았다. 그 뿐만 아니라 시댁에서의 며느리와 아들의 상반된 입장, 그리고 처가에서의 이들의 속마음도 참 재미있게 잘 표현해 두었다.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표현력이 떨어지는지 절대로 이 방송의 묘미를 다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방송은 정말 독특하기 때문에 내가 말로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자가 화났다'라는 코너에서는 왜 여자 그리고 남자가 화났는지를 상황별로 알기 쉽게 정리 해 주는데, 우리는 실제로 왜 상대가 화를 내는지를 모르는 적이 많기에 실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남녀의 이해하기 힘든 심리 상황을 아주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기 때문에 눈치가 조금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 방송을 보고 나면 인간관계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특히나 여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여 힘든 연애를 하고 있는 남성들은 반드시 봐야 할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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