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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집중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 '뽀로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말했었지요?
조용히 해야 되는 식당에서 마구 뛰어 다니거나 떠들어서 민폐를 끼치는 아이를, 부모가 타일러도, 윽박질러도 절대 통하지 않지만 뽀로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순간 민망하고 산만했던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아이와 엄마 모두 평안을 찾게 된다는...... 그맘 때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누구나 다 고개를 끄덕이며 100%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이 세상에는 뽀로로보다 더 강한 것이 딱 하나 존재하는데요,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더라고요. 다솔이는 뽀로로를 좋아하긴 하지만 (혼자 보는 것은) 10분을 넘기면 흥미를 잃는데요, 자기가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은 몇 번을 돌려 봐도, 반복해서 또 보고 또 봐도 그렇게 재미있나 보더라고요. 보는 내내 시선집중에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까지 짓고서 얼마나 자세히 들여다 보는지 나르시스가 따로 없었답니다.


옛날 사진첩을 들추다가 아빠의 돌사진을 찾았는데, 다솔이는 이 사진도 자기인 줄 알았나봐요. 빙그레 웃음까지 띄면서 한참을 보던데 사실 사진 속 아이는 다솔이가 아닌 아빠였지요. 다솔이도 깜박 속일 만큼 다솔이와 어린 시절 아빠는 똑같이 닮았는데요, 저는 다솔 아빠의 어린 시절을 사진으로 봤었기에 다솔이의 얼굴에서 아빠의 모습을 참 자주 찾곤 한답니다. 미처 사진으로 포착해 두지 못해 아쉬울 정도로 둘은 붕어빵인데, 둘이 얼마나 닮았는지 확인도 할 겸 사진으로 재미있는 놀이를 한 번 해 볼까 해요.


다음 중 누가 다솔일까요?




정답은 두 번째 가로 사진만 다솔아빠 나머지는 모두 다솔입니다.
둘이 너무 비슷하지 않나요? 답을 쉽게 찾으셨다면 그건 사진이 낡은 탓이었을 것 같아요.
아기 욕조도 둘다 분홍색으로 비슷해서 제 눈에는 더 닮아 보여요.





입을 활짝 벌리고 크게 웃는 모습도 그렇고,
(따로 말씀 안 드려도 사진의 분위기상 위에가 다솔 아빠인거 다 아시겠죠?)




피아노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자는 모습도 어찌나 닮았는지(다솔 아빠예요.)
엎드려서 자는 모습은 옆 얼굴이 아주 똑같은데, 아쉽게도 다솔이를 찍어 놓은 사진이 없어요.
다솔이를 평소에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저 사진은 완전히 똑같다는 것을 아실 거예요.



왼쪽은 다솔 아빠, 오른쪽은 다솔인데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사람이 이렇게 닮을 수 있는지 참 경탄할 따름입니다.


다솔 아빠는 다솔이가 저도 조금(??) 닮았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물어 보면 하는 행동이 닮았다는 참 맥없는 대답을) 제 얼굴이라서 그런지 다솔이의 얼굴에서 제 모습은 잘 못 찾겠어요. 친정 엄마의 사진을 보면서는 저와 비슷해서 놀란 적이 있지만요. 다솔이가 자라면서 계속해서 아빠의 얼굴을 닮으면 삼십 대의 다솔이 얼굴은 지금 남편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약간 징그럽긴 하네요. 암튼 대단한 붕어빵 父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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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시간은 7시 30분, 집을 나서야 되는 시간은 7시 10분.
그러나 6시 50분이 넘도록 나는 이불 속에서 끙끙대며 쉽게 자리를 떨쳐 낼 수 없었다. 친정에서 지내는 동안 서울에서 급한 볼 일이 몇 개 생겨서 2박 3일 동안 아이를 친정 부모님께 맡겨 두고 떠나야 했는데 18개월이 넘도록 아이와 길게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 뭐 하나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를 찾으면 어쩌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면 어쩌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힘들게 만들면 어쩌지? 걱정걱정걱정투성이었다.

친정 엄마도 비슷한 마음이셨는지 굳이 안 가도 되는 일이면 집에 있으라 하시고, 곰곰히 따져 생각해 보면 굳이 안 가도 되는 일이기도 했기에 생각만 복잡, 행동은 굼떴다. 그러다 에잇! 언젠가 한 번은 겪을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아이를 떠나 훌쩍 집으로 올라 와 버렸다.

고속버스 안에서 잠시 아이 생각을 했던가? 까무룩 잠이 든 이후로 내 생각 속에 이미 아이는 없고, 남편과 둘이서 어떻게 하면 2박 3일을 알차게 보낼까 하는 궁리로 마음이 번잡했다.(아, 내 모든 일정은 남편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 날 오후부터 일이 있었기에 우선은 집으로 와서 말끔히 씻고 아이와 함께 외출했을 땐 절대로 입지 못했던 옷, 하지 못했던 머리 모양, 더 과감한 화장을 하며 남들이 깜박 미혼으로(?) 속게끔 (물론 아무리 꾸며 봐야 남들 눈에는 삼십 대 아줌마다, 그러나 자기 만족, 자기 착각, 자아 도취로) 나를 꾸몄다.

Smiling from the inside out - DIY
Smiling from the inside out - DIY by Geek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햇살은 좋고, 기분은 더 좋고, 가만히 있는데도 실실 웃음이 났다.
아, 이런 것이 '자유'구나! 근 19개월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홀가분함! 아아, 이런 기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었나? 그냥 걸어 가는데도 즐거워 콧노래가 나오고 모든 사람들에게 세 배쯤 더 친절해지는 참 우스운 기분이었다. 그 날의 일정을 마치고 당연히 바로 집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다. 강남역 근처를 누비며 옷 구경, 액세서리 구경, 사람 구경, 거리 구경...... 아이를 들쳐 안고서는 할 수 없었던 구경들을 실컷하고 저녁도 밖에서 먹었다.

그동안 아이를 먹이느라 정작 나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었는데, 천천히 꼭꼭 씹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감격하고! 생전 처음으로 실내포장마차에도 가서 닭발과 돼지껍데기도 먹어 보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따뜻한 저녁밥을 먹으니 눈이 슬슬 감기려고 했지만 우리는 절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떻게 온 기회인데! 아침 7시쯤 움직였으니 이미 외출한지 12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까지 보고 돌아갈 계획이었다.

임신과 출산 후 3년 만에 극장에서 보게 된 '위험한 상견례'. 피로가 쌓였던 탓에 마지막엔 조금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정말 깔깔대며 재미있게 영화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 온 시각은 밤 12시 30분, 다음날은 아침 일찍 광화문에 나가야 되었었기에 쓰러질 듯 잠을 잤다. 그래도 실실 웃으면서......

양심은 있어서 하루에 몇 번씩 친정으로 전화를 해서 아이는 잘 있는지 친정 엄마는 힘들지 않는지 안부를 물었지만, 솔직히 전혀 걱정은 되지 않았다. 엄마를 통해 다행히 아이도 밥 잘 먹고 잘 노는 중이라는 기쁜 소식도 들었겠다, 남편과 함께 패키지 해외 여행이라도 온 듯 2박 3일을 쪼개고 또 쪼개서 엄청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내 체력이 이렇게 좋았던가 싶을 정도로 서울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참 짧았던 2박 3일의 마지막 날 나는 다시금 고속버스를 타고 친정으로 돌아왔다. '자유부인'에서 다시 '엄마'로 돌아갈 시간. 아이가 오랫만에 본 엄마에게 안겨 서럽게 울지나 않을지 걱정도 됐는데, 어라?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현관문을 열었더니 아이의 반응이 별로 신통치가 않다. 아이에게 아직 시간 개념이 없어서인지 엄마가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는 정도로만 아는 것 같았다. 휴-- 이 편이 더 낫지.

이럴 줄 알았으면 며칠 더 놀다가 오는 건데, 친정 엄마께 진심이 묻어 나는 농담을 던지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 꿈 같았던 내 2박 3일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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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파' 값이 장난이 아니지요? 
장 보러 갔을 때 한 주먹 될까말까한 파 한 단에 삼천 원씩 하기에 그냥 안 먹고 말자며 뒤돌아 설 때가 많았어요. 그러나 한국 음식에 파, 마늘이 빠지면 무언가 밍숭맹숭 허전하잖아요? 늘 2% 부족한 음식을 만들어 먹다가 친정에 내려 간 이후 잃어버린 2%를 되찾았답니다. 친정 아버지의 텃밭에 대파, 쪽파가 쑥쑥 올라왔기 때문이에요.




와! 대파다!!


싱싱한 대파들이 어찌나 잘 자라고 있는지 양껏 먹고 이웃에 나누어 줘도 남을 양이에요.
판매를 목적으로 기른 채소가 아닌지라, 사진에 보이는 것이 대파밭의 전부인데요, 그래도 이 정도 양이면 우리 식구들이 먹고도 남습니다. 파 뽑아서 장에 가서 팔까? 하는 딸의 우스개 소리에 아버지는 먹고 남는 것은 이웃에 나누어 주라고 하십니다. 좀 아까운데?? 아버지의 나눔을 다 이해하기엔 제 그릇이 너무 작지요.




이것은 쪽파예요!


대파 옆에서 비슷한 양의 쪽파들도 줄지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은 대파보다는 쪽파로 더 많이 만드는데, 먹을 때 마다 푹푹 줄어들어 슬픈 파김치나 비 오는 날 먹으면 더 맛있는 파전이 제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예요.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냄비를 불에 올리다 말고 남편과 함께 파 밭으로 갔어요.




대파를 쏙 빼 내는 다솔 아빠의 표정이 익살스럽네요.
우리 둘 다 한 뿌리씩만 뽑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 갔는데, 무슨 소꿉 놀이를 하는 기분이었답니다.



돌아가는 길에 진돗개 구슬이에게 장난도 걸어 보고,
구슬이는 그 옆에 있는 진주의 새끼(역시 암컷)인데 다솔이보다 훨씬 훨씬 늦게 태어났음에도 벌써 저렇게 씩씩해졌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장난이 어찌나 심한지 반갑다고 달려들면 좀 무서울 정도랍니다.




집 안으로 돌아와 갓 뽑아 온 파를 넣은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었는데요,
저녁에는 엄마께서 텃밭에서 뽑은 파를 이용한 세 가지 맛을 선보여 주셨어요. 이 날이 친정 나들이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해 주고 싶으셨나봐요. 친정에서 집으로 돌아올 땐 항상 양손이 무거워서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그게 엄마의 기쁨이기도 하겠거니 하고 못 이기는 척 다 받아서 온답니다.




텃밭에서 뽑아 온 쪽파를 다듬고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 둔 다음,



고춧가루, 까나리액젓, 마늘, 물엿을 넣은(개량 절대 불가, 순전히 감으로 이루어진 양념장)
엄마표 양념장을 만들어서 파김치를 만들어 주셨어요.


이 날의 마늘 당번은 이다솔 군. 손아귀에 힘이 세서 절구를 쿵쿵 찧으면 정말 마늘이 찧어지더라고요. 다솔이가 찧어 놓은 마늘을 제가 몇 번 더 찧은 다음 양념장에 넣었어요.




적당한 크기로 자른 파를 완성된 양념장에 넣고 쓱쓱 버무려만 주면 진짜 맛있는 엄마표 파김치가 되지요. 제가 파김치를 어찌나 잘 먹으면 다솔 아빠는 김치통 줄어드는 것이 무서울 정도라네요.




짜잔~! 완성.




다음으로는 파전을 만들어 주셨는데요,
경상북도 일부 지역에서만 먹는다는 배추전(김치전 말고 배추전,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에요.)도 함께 만들어 주실 거예요. 부침가루(없으면 소금 간을 한 밀가루)를 물에 섞어 농도를 맞추고 기름을 자작하게 둘러 달군 프라이팬에 파를 먼저 깔아요.




그 위로 밀가루를 살살 뿌려 주고,




다른 그릇에 풀어 놓은 달걀을 숟가락로 끼얹어 앞뒤로 노릇하게 익혀 주면 끝! 해물을 넣으면 순식간에 몸값이 뛰는 해물파전이 되지만 그냥 파로만 전을 부쳐도 맛있어요.



배추전은 배춧잎에 밀가루 옷을 입혀 지그재그로 눕힌(?) 다음 그대로 구워주면 끝이에요.
만드는 방법은 쉽지만 고소한 것이 정말 맛있답니다. 김치전과는 또다른 맛이니 꼭 한 번 드셔 보세요.




세 번째 음식은 갑자기 먹고 싶었던 돼지고기 두루치기(안동에서는 두루치기라고 말한답니다.)
삼겹살과 목살을 반반씩 섞은 돼지고기에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매실액(역시나 개량 없음 눈대중으로)으로 양념을 하고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고기를 먼저 달달 볶다가 양파와 파를 듬뿍 넣고 익혀주면 끝.




대파를 듬뿍 넣었는데도 익히고 보니 파는 거의 안 보이네요. 엄마표 음식은 참 간단한데 희안하게 맛있어요. 친정에서 오늘 올라 왔는데 글을 쓰다 보니 벌써 또 가고 싶어지네요. 먹어도 먹어도 맛있는 친정 엄마표 음식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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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는 한국 나이로 세 살, 태어난 지는 이제 19개월이 되었어요.
요즘 아이들은 참 빠르기도 하다더니, 다솔이도 슬슬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을 했답니다.
엄마의 화장대를 호시탐탐 엿보던 다솔이가 며칠 전엔 파운데이션에 슬쩍 손을 대서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피부를 연출해 보더니,
어제는 봄철 건조한 날씨엔 보습이 중요하다며, 엄마가 선물 받아 애지중지 아끼던,
그 비싼 영양크림을 절반이나 덜어 내 얼굴에 바르는 만행을 저질렀지요.





힝힝, 흐흐흐
어차피 얼굴에 바르라고 있는 화장품이기에,
엄마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지만, 다솔아! 엄마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





다솔이는 생후 19개월이지만 머리숱은 생후 1일이나 뭐 별반 다르지 않은데요,
모르는 사람들은 머리를 한 번 밀어줬겠거니 하시지만
사실은 단 한 번도 다솔이는 머리카락을 깎은 적이 없었어요.
그냥 그대로 뒀지만 아직 덜 자란 것이지요.





어른이나 아이나 머리 모양은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참 중요한 요소잖아요.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다솔이도 그 점을 인지했는지, 가발을 쓰고서 2% 부족한 머리숱을 보완했답니다.





~~~~





짜잔~~
우리 다솔 군이 한결 더 멋있어졌어요.
풍성한 머리숱과 살짝 말린 웨이브 컬이 다솔이를 훨씬 더 귀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신도 변한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웃음을 짓네요.



불과 5개월 전만해도 다솔이는 가발을 아주 싫어했었거든요.
작년 11월에 쓴 포스팅을 '다솔이를 울린 폭소만발 가발 사건의 전모(http://hotsuda.com/649)'를 보면
아이의 민둥 머리가 맘에 안 든 엄마가 다솔이에게 가발을 씌우자,




다솔이는 처음에는 의아한 듯 가발을 쓰고 있다가,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가발의 까끌까끌한 감촉이 싫었는지, 자신의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해진 것이 싫었는지
으아앙!!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었거든요.
어른들이 보기엔 우는 모습마저 귀여웠기에 깔깔깔댔더니
다솔이는 서러움이 분노로까지 변해서는









스스로 가발을 벗어 던져 버렸었어요. 

그랬던 다솔이가 5개월이 지난 지금은 가발을 무척이나 즐기고 있는 듯 해요.


 



함박 웃음을 짓고 집안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다가
카메라 앞에 서서 자세까지 잡아 주는 다솔이.
역시나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나저나 우리 다솔이는 언제쯤 머리카락이 풍성해질까요?
두 돌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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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어릴 때 엄마 화장품에 몰래 손을 댄 적이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정말 빠르네요.
이제 곧 태어난지 19개월이 되는 다솔 군, 슬슬 화장을 즐기기(?) 시작했답니다.
저는 초등학교 들어간 이후에야 파운데이션을 처음 발라 봤던 것 같은데 말예요.


제가 늘 다솔이가 보는 앞에서 화장을 해서 그런지
다솔이는 로션을 볼에다가 톡톡 두드려서 바르는 것도 좋아하고
어떨 땐 파우더 퍼프를 꺼내서 얼굴에 화장하는 시늉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좀 사고를 크게 쳤어요.


네, 다솔이 얼굴에 덕지덕지 발라져 있는 저것은 바로바로 파운데이션이랍니다.



 

엄마도 하는데 나는 왜 안돼?
다솔이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다솔아! 불렀지만,
다솔이는 눈도 깜짝 안 하고 여상스럽게 파운데이션을 열어 스폰지를 꺼냅니다.
이미 온 얼굴과 머리에는 손가락으로 덕지덕지 바른 파운데이션이 가득하고,
고체 파운데이션엔 온통 다솔이가 손으로 쑤셔 놓은 자국이지만
그나마 잘 쓰지 않고 몇 달째 그냥 두고 있었던 파운데이션이라 크게 화가 나지는 않았어요.
옳지, 이참에 포스팅이나 쓰자,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
저는 전문 블로거인가요?




 

맞아, 파운데이션은 손으로 바르는 것 보다 스폰지로 바르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다솔이는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파운데이션을 열면 바로 나오는 전용 스폰지를 꺼냈어요.
손가락에도 파운데이션이 덩어리 져 있었던 걸 보면 좀 전에는 손가락으로 마구 발랐던 것 같은데,
제가 스폰지로 슥슥 파운데이션을 바르던 게 생각났나봐요.


그래그래, 어디 맘 대로 해 보렴.


스폰지에 파운데이션을 톡톡 묻히더니,
분노의 화장질(??)이 시작되었어요.
손이 어찌나 빠른지 저도 재빨리 셔터를 눌렀음에도
스폰지가 얼굴에 닿는 모습은 포착할 수가 없었지요.




눈을 질끈감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스폰지로 얼굴을 마구 두드리는 다솔 군,
제가 화장하는 모습을 유심히도 봤나봐요.
내 손이 그렇게 빨랐었나?


제가 피부 화장을 할 때 오래오래 두드리는 습관이 있거든요.
적은 양의 파운데이션을 지루할 정도로 톡톡톡 오래 두드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피부표현의 비법이라는 것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서.
다솔 군 파운데이션을 처음 발라보는 것 치고는 꽤 그럴싸한데?
그러나 엄마는 화장하는 남자는 별론데...... .



 

화장 끝!
분노의 화장질을 끝낸 다솔이가 해맑게 반응을 기다립니다.
다솔아, 예쁘긴 하다만 스킨, 로션에서 끝내렴.
파운데이션은 이제 그만 그만,
색조는 절대 안 되느니라!


다솔이의 손이 빨라서 제대로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모습이 귀여워 움직이는 사진으로도 보여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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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게 스마트폰을 터치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어플을 보고 있는 다솔 군.
왠지 모를 의젓함에 다시금 얼굴을 드려다 보니,
엥?!!?????


어쩐지 좀 늙어(?) 보인다 했더니
이마에는 머리카락이, 턱에는 수염 자국이 가득합니다.
침이 흥건히 흘러 나와 거뭇한 자국이 살짝 흐려지긴 했지만 이건 틀림없는 싸인펜 자국이지요.


요즘 색깔별로 싸인펜을 가져다가 손등에, 손바닥에, 얼굴에
그리고 집안 곳곳에
그림을 그려 대는 통에 싸인펜을 책상 위에다 감춰 놨는데


저 혼자 몰래 방에 들어와
의자에 올라 가서 책상 위에 둔 싸인펜을 찾아 냈나 봅니다.



의자에서 내려 오더니 방바닥에 떨어져 있던 싸인펜 뚜껑을 찾아서
역시나 능숙하게 탁 소리나게 뚜껑을 닫습니다.
전에는 잘 끼우지 못했었는데 며칠 사이에 일취월장 했네요.


그러곤 마치 자기 것이라는 듯이 제 휴대폰을 가지고
이것저것 터치하는 다솔이.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장면이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방을 보니 싸인펜을 찾으라 엎질렀는지
메모지가 온 바닥에 흩어져 있고, 얼굴 뿐만 아니라 팔과 손에도 싸인펜 자국이 무성했어요.
야단을 쳐야 되나 말아야 되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야단을 치는 척하면서 동영상을 찍었는데,
눈치빠른 다솔이가 모를 리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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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는 여전히 목욕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팔꿈치를 대 보아서 따뜻할 정도의 온도가 아기에게는 적당한데요,
육아 서적에는 38도~40도 정도가 알맞다고 나와 있어요.


저는 다솔이가 더 어렸을 때부터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다솔이에게 스스로 수도를 틀고 잠그는 걸 가르쳐주었었어요.
물이 너무 많이 차 올라 힘들 때 스스로 수도를 잠글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으나
다솔이는 물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지
제가 잠그면 또 틀고 잠그면 또 틀어서 언제나 졸졸졸 물 소리를 들으며 목욕을 하고 싶어 한답니다.


그런 다솔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목욕탕에 장난감을 가져 다 주기로 했어요.
장난감? 어디? 이유식기 뿐인데?


네, 맞아요.
다솔엄마는 쓰지 않아 애물단지가 돼 버린 이유식기를 목욕용 장난감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시중에는 정말 갖고 싶은 목욕놀이세트가 판매되고 있지만
저는 그냥 안 쓰는 것을 활용해 봤어요.




다솔이는 국그릇에 물을 담아서 욕조 밖으로 쏟아 붓기도 하고
물을 자기 몸에다 뿌려 보기도 하며 신나게 노는데요,
저는 수영장에 있는 안전 요원처럼 욕실 밖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좀 쉬면서
다솔이가 놀이를 끝날 때까지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어요.


물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한 번 들어가면 꽤 오랫동안 있으려고 하거든요.
그래도 아기들은 쉽게 감기에 걸릴 수도 있고 장시간 목욕은 힘이 빠지게 할 수도 있으니까
20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해요.




한참을 놀다가 제가 사진을 찍는걸 유심히 보는 다솔 군이에요.
아이들은 전자기기에 너무 관심이 많아서
잘 놀다가도 휴대전화나 카메라가 보이면 그걸 가지고 놀고 싶어하지요.
엄마는 귀여운 목욕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데,
다솔이는 카메라를 가지고 놀고 싶어합니다.




물이 꽤 깊은 데도 다솔이는 혼자서 잘 놀아요.
저 정도로 물이 차지 않으면 재미가 없는지 자꾸 물을 틀려고 해서
아예 저 정도는 받아 주지요.
지난 번에 욕조에서 미끄러지면서 거의 잠수가 돼 버린 적이 있었는데
재빨리 꺼내긴 했지만 좀 놀랐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솔이는 절대로 목욕을 중단하지는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답니다.
진짜 대단한 물 사랑이에요.




국그릇에 물을 가득 담아서 마시는 시늉을 해 보는데요,
마실 물과 마시면 안 되는 물을 이미 구분을 하는지
진짜로 들이키지는 않아요.


가끔씩 얼굴을 물에 가까이 대고 잠수하는 듯 하며 한 모금씩
물을 마셔 보기도 하긴 하지만 꺄르르 웃는 걸 보면 그게 안 되는 행동인 걸 알고 있는 듯 했어요.


다솔이의 목욕 장면을 보여드립니다.
아, 다솔이의 얼굴과 손등에 있는 빨간색은 싸인펜으로 그린 자국이니 놀라지 마세요.
요즘 싸인펜으로 그림 그리기 놀이에 한창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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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 9. 11. 다솔이의 돌잔치에 있었던 일이에요.
특별해도 너무 특별한 날이잖아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생일, 돌잔치!
욕심껏 잘 올려 보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가, 아니 미루고 미루다가
6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이 글을 올리게 됐어요.


끝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을
다솔 엄마는 몇 달을 끙끙대며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모든 것을 업체표로 마무리 하기로 결단을 내렸어요.
집 근처 분당 플로랜스 파티하우스에서 아기 옷에서부터 포토테이블 꾸미기, 동영상 만들기까지
패키지로 한방에 끝낼 수 있도록 결제를 한 것이지요.


그래도 돌 답례품이며 엄마 옷과 화장, 머리 등등 생각할 것을이 남아 있었던 지라
돌잔치가 끝날 때까지 여간 머리가 아픈게 아니었어요.
이 날을 위해 다이어트도 하고 최대한 예뻐 보이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메이크업 업체를 잘못 고르는 바람에 '노안' 엄마로 전락하고 말았네요.
메이크업 업체에 대한 고발! 은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하고야 말겠어요!!


뭐, 엄마가 못 생겼다는 것만 빼면 모든 것들이 순조롭고 행복하게 진행 되었던 다솔이의 생일 현장입니다.




손님들이 오시기 전 다솔이에게 엄마아빠가 축하의 뽀뽀를 해 주었어요.
아, 이 날 제가 입었던 옷은 네이버 카페 블링앤에서 협찬을 받았는데요, 후기가 너무 늦어 버렸네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저를 귀족으로 만들어 주었던 블링앤에게 정말 고마웠답니다.
머리에 꽂고 있는 깃털 장식과, 진주가 우아한 귀걸이 목걸이,
그리고 원피스의 검은색 자락과 어울리는 구두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꼼꼼하게 다 챙겨주셨었어요.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실물이 훨씬 더 고급스럽고 예쁜 옷이에요.
돌잔치 날 한 번 입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남편이랑 잔치 끝나고 와인 바에라도 가려고 했으나,
체력이 바닥 나 집으로 바로 갈 수 밖에 없었지요.(잔칫날이었는데 배 고파서 라면 먹고 잤어요.)


암튼 한쪽 어깨가 드러나는 것과 치마 자락이 올라가 있는 것 때문에 망설였었는데
전혀 불편한 것 없었고요, 생각보다 훨씬 우아해 보이는 옷이랍니다.
드러난 어깨엔 파운데이션으로 톡톡톡 화장을 해 주었어요.




돌잔치의 주인공들은 어리둥절, 힘들어 하는 게 보통이라
다솔이도 시종일관 얼굴 표정이 어색하고 많이 피곤해 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낯선 장소에 적응도 하기 전인데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솔이만 주목하고 안아 보려고 하고, 큰 소리로 축하를 해 주니까요.
그래도 평생의 한 번인데, 맘껏 즐겨야지, 다솔아!
뽀뽀 후 엄마의 입술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다솔이의 어색한 얼굴 표정.




사진은 성장 앨범을 했던 분당 베이비라리에서 출장 실장님을 불렀어요.
뭐, 무난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장 앨범을 하실 때 신중히 잘 선택하셔서 동일한 곳에서 오래 같이 하는 것이 좋을 듯해요.


베이비라리에서는 성장 앨범을 하면 돌잔치용 성장 동영상도 만들어 주는데요,
분당 플로랜스 파티하우스에서도 동영상을 만들어 줘서 저희는 두 개가 됐어요.
잔치 전에 틀어 보니 베이비라리의 것이 훨씬 더 맘에 들어서 결국 그것만 틀기로 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밤새 사진 고르기도 힘들었는데 두 개 다 볼 걸 그랬어요.





아직 머리카락이 빈약한 다솔이는 모자를 쓰는 것이 훨씬 더 예쁜데
자꾸만 모자를 벗어 버려서
사진찍을 때만 겨우 쓰고, 결국 잔치 시작부터는 민둥 머리로 손님을 맞았어요.





저희가 예약했던 곳은 카라홀인데 돌상은 금색으로 장식을 했어요.
플로랜스 파티하우스는 보자마자 맘에 들어서
별로 고민 없이 계약을 했고, 결과도 아주 만족스럽답니다.


돌잔치 전문 업체이고 단독홀이라서(홀이 두 개밖에 없어서 조용해요.) 독립적으로 잔치를 할 수 있어요.
같은 시간에 옆에서도 돌잔치를 했지만 누구의 돌잔치였는지 조차 모를 만큼 방해받지 않아 좋았어요.
음식은 3만원 짜리로 했는데, 맛도 좋았고 차림새도 좋았대요.
비록 남편과 다솔이와 저는 정신이 없어서 자세히 보지도 맘껏 먹어 보지도 못했지만요.
(잔치가 끝날 즈음 저희에게는 따로 최고급 초밥을 줬어요. 그래도 배 고파서 밤 12시에 컵라면을 먹고 잤지요.)


3만원 짜리가 중간 단계인데요, 아랫단계보다 음식이 6가지 더 많고 탄산음료가 무료예요.
무료라는 말에 더 솔깃했는데, 정산할 때보니 탄산은 인기가 없었고 주류와 주스류를 많이 드셨더라고요.




제가 골라드린 사진으로 미리 예쁘게 꾸며 주신 포토테이블.
맞은 편에는 답례품을 쌓아서 장식을 해 주셨던데 아쉽게도 사진이 없어요.
답례품은 가장 저렴한 곳에서 원피스 주방 타올을 분홍색과 파란색 두 가지 색으로 했는데,
역시나 반응이 좋았답니다.




이 날 저희 부부는 참 오랫만에 다정하게 포즈도 취해 보고,
아, 다솔이 없이 사진 찍는게 얼마 만인가요?
가끔은 부부만의 사진과 시간도 필요한 데 말예요.





다솔이는 일찍 온 동갑내기 친구 예원이랑도 사진을 찍었어요.



 

자,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잡이 시간!
엄마는 다솔이가 연필을 잡아서 아주 아주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어요.
자식이 우등생이면 엄마 어깨가 으쓱해진다면서요?
다솔 아빠는 성경책을 잡아서 믿음 좋은 아이로 자라나길 소망했지요.
그러나 선택은 오직 다솔이의 몫. 다솔이는 과연 무엇을 잡을까요?




저희의 바람을 깨고 다솔이가 잡은 것은 마이크입니다.
다솔아, 너 그래서 음악이 나올 때 마다 엉덩이 춤을 추고
음악 방송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하고, 심지어 엄마의 칫솔질에도 박자를 맞추는 것이니?


요즘 대세가 아이돌 가수던데
과연 우리 다솔이도 연예인의 길을?
아니야, 아니야! 그 길은 너무 험난하고 힘들거야.
그냥 우리 공부하면 안 될까? 세상에서 공부가 가장 쉽다던데.
엄마는 벌써부터 김칫국을 들이켜네요.




 

다솔아, 엄마는 앞으로 다솔이가 어떤 아이로 자라게 될 지 무척이나 궁금하구나.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주렴.


 




돌잔치가 끝나고 케이크와 떡은 포장을 해 주셨는데요,
떡은 손님들 가실 때 같이 보내드렸고, 케이크는 다음날 저희가 먹었어요.
업체측에서 준비 해 주셨고 소품으로 사용한 케이크 치고 정말 맛있어서 감탄을 했답니다.



 

다솔이의 돌잔치 후기를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잘 기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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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출산한 엄마들이나 선물로 아기옷을 사시려는 분들은 도대체 사이즈를 어떻게 사야 될 지 고민이 많으시죠? 저도 그랬었어요. 배냇 저고리를 떼고 슬슬 외출도 다닐 수 있게 됐을 때, 몇 호짜리 옷을 사야 될 지. 백 일 선물로는 얼마나 큰 옷을 준비해야 될 지. 너무 고민했었어요.

특히나 선물로 받았던 값비싼 아기 옷을 딱 한 번 입히고 (작아져 버려서) 서랍속에 고이 모셔둬야 될 때, 너무 마음이 아팠지요. 저라면 아이 옷을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사지는 않았을 텐데, 선물을 주신 분이 너무 크게 맘을 쓰셨어요. 수입 브랜드의 10만원 짜리 바디수트를 두 벌이나 사 주셨더라고요. 남자분이라서 사이즈를 모르셨던 것 같아요. 60size를 사 주셨는데요, 다솔이는 산후조리원에서 한 달이나 있었고 그 후에도 외출 할 일이 없어서 거의 배냇저고리만 입고 있었기에 선물 받은 옷을 열어서 입혔을 땐 벌써 쑥 자라 있었어요.



위의 옷은 그래도 목 부분이 단추로 돼 있어서 세 번은 입힌 것 같은데요, 위의 회색 옷과 같이 선물 받은 흰 옷(사진도 없어요.)은 목 부분이 잘 늘어나지 않아서 입히고 벗기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정말 딱 한 번 입혀 보고 못 입혔답니다. 집에서 내내 배냇저고리 입히고 속싸개로 꽁꽁 싸매고 있다가 생후 50일이 되어서 50일 사진과 손발 조형물 만들러 가면서 선물 받은 옷을 입었었더랬어요.



평소엔 주로 이런 모습이었었지요.

아기들은 금방금방 자란다고들 하던데, 만만치 않은 가격을 주고 산 옷을 겨우 몇 달밖에 못 입히게 된다면 너무 아깝잖아요? 소매와 바짓단을 몇 번 씩 접어 입힐 생각을 하고서라도 한 치수 정도는 크게 입히는 것이 경제적일 것 같았지요. 욕심을 좀 부려서 일 년 이상 입힐 생각으로 아예 큰 옷을 사기도 했고 신생아 때부터 딱 맞게 입히는 것은 생각도 안 했었어요. 너무 아까우니까요.

오늘은 저 처럼 옷 때문에 고민이 많으실 새내기 엄마들과 선물로 아기 옷을 준비하시려는 분들을 위해 아기 옷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해요. 성격 급하신 분들을 위해 친절한 다솔 엄마가 답을 먼저 공개합니다.

다솔 엄마가 알려주는, 잠깐! 아기 옷 사기

출산 선물이나 신생아의 옷 사이즈 : 80호~90호
백일 선물 : 90호
돌 선물 : 100호
돌 이후 : 110호
외투나 겉옷 등 특정한 계절밖에는 못 입히는 옷, 출산 시기와 상관없이 무조건 90호 이상.
돌 전후의 아기라면 무조건 100이상.

덧붙임. 아기 옷은 면 100%를 사야 되고요, 백일이 되기 전의 아기들은 잘 토하기 때문에 예쁜 옷, 비싼 옷 필요없어요. 아기가 다 토해도, 매일 빨아서 옷감이 상해도 별로 속쓰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선에서 옷을 구입하세요. 돌 전의 아기들은 멋 보다는 실용이 우선입니다. 멋내기용 옷은 돌 이후부터 사 줘도 충분해요.

저는 80호 짜리를 두어 벌 사 보다가 다솔이의 폭풍 성장 속도를 보고는 안 되겠다 싶어서 무조건 90이상, 외투는 100부터 사서 입혔어요. 그래서 다솔이의 모습이 초반엔 좀 우습게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잘 했다 싶습니다. 18개월이 된 다솔이는 이제 80호는 못 입어요. 가끔 옛 생각에 입혀 보기도 하는데 배가 다 보이고 발목도 짧막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요즘에는 여기저기에서 물려받은 옷들도 꽤 있어서 (아이들 건강에는 새 옷 보다 헌 옷이 더 좋다는 거 아시죠?) 다솔이의 옷장이 꽤 풍족한 편인데, 그래도 벌써 작아져 버려서 못 입는 옷들이 수두룩한 것을 보면 아이를 하나만 낳기엔 옷값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위의 옷은 다솔이 백일 선물로 제가 인터넷으로 산 옷인데 심해도 너무 심했죠? 생후 백일도 안 된 아기에게 24개월짜리 옷을 사 주었으니까요. 결국 지금까지 못 입히고 있는데요, 날씨가 좀 풀리면 멋있게 잘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백일된 아기에겐 90size가 잘 맞답니다.


백일 때 제가 주문한 옷을 입혀보고 난감해 하고 있었는데 친정엄마께서 90size 옷을 선물로 주셨어요. 정말 유용하게 잘 입었고 지금까지도 잘 입고 있는 옷이에요. 고동색으로 되어서 때도 덜 타고 지퍼로 여미는 방식이라 정말 편하더라고요. 아기 땐 무조건 편한 옷이 최고인 것 같아요. 생후 백일 된 다솔이가 참 통통하네요.


이 사진은 작년 11월에 교회에서 행사가 있었을 때인데 바지 길이가 약간 짧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잘 맞죠? 80size는 다 작아져서 이제는 못 입히는데, 90은 그래도 꽤 오래 입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아기들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키만 자라고 몸집은 그대로라 약간 마른 모습으로 바뀌거든요. 그래서 바짓단은 짧아졌지만 상의는 속에 내복을 입혀도 될 정도예요. 사진보다 약 4개월 지난 지금, 다솔이는 100size 옷을 주로 입는데 만약 옷을 사 준다면 110을 사려고 해요.


이 옷은 역시나 인터넷으로 싸게 산 겉옷인데요, 제가 처음으로 사 본 옷인데 실패작이었어요.
겉은 보들보들 속은 누빔이라 따뜻하게 입힐 수 있긴 한데, 사고 보니 여자 아이들 옷이었거든요. 그리고 90size인데 아기 옷이 아니라 아동복인지 너무 컸어요. 그래서 처음 샀을 땐 실패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참 잘 샀다는 반전이 있는 옷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도 잘 입히고 있거든요.

이 옷 때문에 다솔이를 데리고 나가면 딸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어릴 땐 딸인지 아들인지 구분이 잘 안 되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귀여우면 최고, 병아리 같지 않나요? 어렸을 땐 겉싸개 대용으로도 썼고요, 식당에선 깔개 대용으로도 좋았어요.



지금까지도 잘 맞는데, 소매를 접어서 입혀야 되는걸 보면 110size는 되는 것 같아요. 저 큰 옷을 백일 즈음에 샀으니 저도 대단한 엄마죠?


다음으로 우주복, 입히기도 편하고 따뜻하고 귀여워 보여서 우주복을 많이들 사시잖아요? 그런데 위 아래가 달려 있는 옷이다 보니 키가 쑥쑥 자라는 아이들에게 비효율적이기도 해요. 우주복을 사실 땐 90size 이상부터 사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위 사진의 옷은 18개월 이상이 입는 옷이랬는데, 그러니까 90이었죠? 한겨울용 옷이라서 몇 번 못 입히고 작아져 버렸어요. 18개월 옷이었음에도 12개월 돌 즈음 입혔더니 작았고요. 돌부터는 100이상은 입어야 될 듯 싶어요. 아이들 옷은 길어 봐야 2년 남짓 입힐 수 있으니까 되도록 주윗 사람들에게 많이 물려 주고, 물려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태어난지 얼마 안 됐을 때 입혔던 80짜리 옷들은 많이 토하고 더러워져서 차마 물려줄 수 없지만 90~100이상부터는 꽤 깨끗하게 입을 수 있거든요.

제 글이 아이들 옷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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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와 함께 여권을 만들러 갔어요.
뭐, 지금 당장 다솔이가 여행을 갈 계획이 있는 건 아닌데요,
그래도 갑자기 가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우선 만들어 두기로 했지요.
보통 사진관이 9시쯤 문을 연다기에 그 시간에 맞추어서 나갔어요.
아직은 쌀쌀한 날씨 탓에 목도리까지 꽁꽁 싸맨 다솔군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마냥 즐겁습니다.




동네 사진관 어디에서나 여권 사진을 찍어 주니까 가까운 곳으로 가시면 되고요,
여권이다 보니까 지켜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어요.

다솔 엄마가 알려주는 <잠깐! '아기 여권' 사진찍기>

1. 양쪽 귀가 다 보여야 해요. 아기들은 거의 머리카락이 짧은 편이니까(설마, 다솔이만?) 머리카락이 눈썹을 가리거나 귀를 덮는 경우가 별로 없지요. 다만 아기들 중에서도 귀가 잘 안 보이는 경우엔 최대한 귀가 보이도록 드러내면 괜찮아요.

2. 헤어 핀 안돼요.
3. 정면을 응시해야 돼요. 사진관 아저씨가 여러 번 찍고 확인해 주시니까 별 무리 없을 듯 해요.
4. 색깔 있는 옷 입히세요.  여권 사진 배경이 흰색이므로 흰색옷이나 형광색 옷은 안 된대요.

앉아서 찍어야 되는데, 혼자서 못 앉는 아기 중에서도 여권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요? 그럴 경우에는 부모님이 안고 계시거나 잡아 주시는 등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듯.


다솔이는 스스로 앉아 있을 수 있기에
사진관 의자에 다가 앨범을 두껍게 깔고 그 위에 다솔이를 앉게 했어요.
분위기가 낯설고 사진관 아저씨를 무서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엄마가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아서 안심할 수 있게 아기의 손을 잡아 준답니다.
보통 여권 사진이 3.5cm * 4.5cm이므로 자르면 엄마 손은 안 나와요.


여권 사진은 수정하면 안 되고(얼굴이 다르면 입국 거부 당할 수도 있잖아요)
아기들은 수정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예쁜 덕에 15분이면 사진이 완성돼요.


 '아기 여권' 만들 때 준비물 & 장소

아기 여권 사진 한 장(3.5cm*4.5cm), 부모님 신분증, 인지값 47,000원(카드 납부 가능)
끝! 정말 간단하네요.

집 근처 시청 민원실에 가셔서 만드시면 되고요, 붐빌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 가실 때는 평일 오전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해요. 미성년자는 5년 짜리가 최장이에요.

만든 날로부터 4일 후에 여권이 나오고요, 직접 방문해서 받는 방법과 등기로 받는 방법이 있어요.  


성남 시청의 민원실이에요.
평일에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다솔이는 비치돼 있던 책을 꺼내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책도 보고 놀았고요,
저는 서류를 작성해서 비교적 간단한 절차를 밟고 여권을 만들었답니다.
써서, 1번 창구에서 검사를 받고, 2번 창구에서 접수...그랬던 것 같아요.


몇 시간 뒤면 될 줄 알았는데 나흘 뒤에 오라고 했어요.
아직 찾아 오지 못해서 여권은 못 보여드리지만 대신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다솔이의 첫 번째 증명사진이에요.
입을 약간 벌리긴 했지만 치아가 나오지 않아서 괜찮을 듯 하고요,
눈도 비교적 크게 뜨고 카메라를 잘 쳐다 본 것 같아요.


많이 긴장했는지 얼굴 표정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잘 나온 여권 사진입니다.
다솔이의 흰 피부와 배경에 어울리게 파란색 옷을 입혔는데 잘 선택했네요.
귀엽게 잘 나왔어요.


보너스로, 천사가 된 다솔 엄마 아빠를 소개합니다.




헤헤헤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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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꺄르르 꺄르르 참 잘도 웃는 다솔 군!
오늘은 또 어떤 재밌는 일이 있기에
목젖이 보이도록 저리도 큰 웃음을 웃고 있을까요?


어라?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솔이의 눈 속에 물이 고여 있어요. 그럼 눈물?


뭐야, 다솔아 너 지금 울면서 동시에 웃고 있는거니?
얼레꼴레 얼레꼴레......
그러나 사진에만 없었지 그 옆에 있던 저도 엄청 울었답니다.
매서운 칼바람 때문이었는데요, 꽃샘추위라는 일기예보는 들었지만 이정도로 추울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다솔이와 제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 곳은 어린이대공원이에요.
3월인데 제 까짓 꽃샘추위가 추워 봤자지! 흥!
코웃음을 웃고 계획했던 대로 어린이대공원에 갔는데,
구경꾼이라고는 우리 일행들 뿐, 사람이 없어서 더 휑하니 춥더라고요.




추위를 잊고자 더 발랄한 척을 하면서 북극곰과 물개, 물범을 구경하고
그 뒤에 있는 다솔이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에스키모 소년(아이들이 낙서를 해서 불쌍해 보이는)과
사진도 찍었지만 추운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동물원에 들어 온지 겨우 몇 분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하지,
살짝 걱정스러웠던 찰나, 반가운(?) 문구가 보였어요.




동물들이 조류 독감에 걸릴 위험이 있어서
당분간 동물원을 닫아 놓겠다
는 안내문이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맹수 우리는 관람이 허용되어서 사자, 호랑이 등은 볼 수 있어요.)
밖에서 동물을 구경하는 대신 팔각정(어린이대공원 안)에 있는 실내 놀이센터
캐릭터월드에 놀러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어요.


그러나 캐릭터월드가 있는 팔각정까지 걸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았지요.




너무 추워서 가만히 있어도 눈물 콧물이 줄줄줄 흐를 지경이었어요.
그래도 다솔이는 좋다고 깔깔댑니다.





이럴 때 딱 떠오르는 노래가 있죠?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결국 한 줄기 눈물을 떨구고 만 다솔 군.
추울 땐 실내로 놀러 다니시길 바라요!




다솔이 네가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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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고소한 우유 한 모금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다솔 군이에요.
물 마신 후 캬~ 하는 것을 가르쳐 준 이후에
주스든, 우유든, 때론 국이든
액체로 된 음식만 먹으면 자동으로 캬~ 합니다.


다솔이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젖을 뗀 후 밥을 잘 먹어서
오히려 살이 오동통 귀엽게 올랐어요.
젖을 먹을 땐 밥을 잘 먹지 않으려 해서 늘 배가 고파있는 상태였는데요,
허기를 젖으로만 채우려고 하니
엄마 젖은 점점 더 줄어 들고, 다솔이의 배는 점점 더 커져서
엄마와 다솔이 모두 힘들었었걱든요.


밤에도 배가 빵빵하게 부르지 않아서
계속해서 젖을 찾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젖을 뗀 이후에 잠도 잘 자네요.
여러모로 정말 다행이에요.


아, 그렇다고 젖을 빨리 떼실 필요는 전혀 없으니
엄마와 아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충분히 아시죠?




음식점에 갔다가 밥을 맛있게 냠냠 먹고서
후식을 먹을 때인데요,
어른들은 커피를 마시고 다솔이에게는 우유를 줬어요.


아직 다솔이는 우유가 익숙치 않은데도
예쁜 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식당의 분위기가 좋았는지
꺄르르 웃으면서 우유를 한 잔 다 먹더라고요.
귀엽게 하얀 우유 수염까지 그리고 말예요.




다솔이는 이제 혼자서도 척척 손잡이를 잘도 잡고
맛있게 우유를 마실 줄도 압니다.
점점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젖을 떼고 더 의젓해진 다솔 군,
앞으로도 밥, 고기, 채소, 우유 골고루 다 잘 먹고
키도 쑥쑥 몸도 튼튼, 건강하게 잘 자라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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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한기가 느껴지는 꽃샘 추위 가득한 3월의 주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아침부터 봄맞이 대청소를 시작했다. 안방 분위기는 커튼이나 침대 시트만 바꿔 줘도 확 변하는 법.

겨울 내내 깔고 덮었던 진분홍색 침대 시트를 벗겨 내고 미리 빨아 널어 놓은, 하얗고 보들보들한 봄 느낌의 덮개와 이불을 가져왔다. 혼자서 낑낑대면서 덮개를 침대 매트에 끼우고 착착 편 다음, 그 위에 순백색의 고귀함 마저 느껴지는 구름 이불을 펼쳐 놓았다. 드디어 완성! 안방 분위기가 어찌나 화사해 보이는지 너무 기뻐서 양 팔을 벌리고 두 바퀴 쯤은 돌아야 될 듯 싶기도 했다.

사실 나는 청소하는 것을 싫어하는 게으른 주부 중 한 사람인데, 청소도 싫어하는 내가 '대'청소를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나 나도 어느새 완연한 주부가 되어 가는지, 정리하고 쓸고 닦은 후 반들반들 윤기나는 집안을 보는 뿌듯함이 너무 커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가끔씩(?) 청소를 하고 있다.

내 손으로 인해 말끔해진 집 안을 보는 즐거움이란......!
자연스레 한 옥타브 높아진 목소리를 하고 저절로 나오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솔이의 식사 준비를 마친 후, 진지를 드시라고 다솔이 님을 부르는데, 몇 초간의 적막. 등 뒤로 느껴지는 쎄한 느낌을 애써 지우며 다급히 다솔이를 찾으러 갔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예상대로 다솔이는 안방에, 침대 위에, 욕조에서 푹푹 밟아 빨아 그늘에서 이틀을 말린 새 침대 시트 위에, 너무나 깨끗해서 손대기 조차 아까운 새하얀 이불 위에 앉아 있었다. 혼, 자, 서...... 요 맘때 아이들이 쥐 죽은 듯 조용히 홀로 방 안에 있을 땐 십중팔구 사고를 치거나 이미 쳤거나 칠 계획을 하고 있는 중일 텐데, 안타깝게도 내가 슬픈 예감을 한 대로 다솔이는 이미 저지른 상태였다.

상황을 보니 하나의 그림이 내 머리속으로 휘리릭 휘리릭 영화처럼 지나갔다.
다솔이는 내가 요리를 하고 있는 틈을 타 조용히 몰래 혼자서 방으로 들어 왔다. 그러곤 안방에 있는 화장대에 의자를 밟고 올라가 화장품이 잔뜩 들어 있는 파우치를 가져와 침대로 간다. 그 위에 화장품을 모두 쏟아 놓은 뒤, 파우더 통을 뒤집어 이불 위에 뭉개고, 립스틱을 꺼내 무언가를 그리고, 크림 통에 손가락을 푹푹 찔러 넣은 후 손가락을 쓱쓱 옷에다 닦고 다시금 가루며 액체들을 침대 시트와 이불 여기 저기에 문지르고 닦았을 것이다.
아주 해맑게 웃으면서...... .




내가 방으로 들어 오자 다솔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움찔 놀랜다. 18개월 쯤 된 다솔이는 이제 자기가 친 사고가 '사고(事故)'인 줄 아는 것이다! 이다솔, 네 이놈! 나는 뒤늦은 소리를 질러 보지만 공허한 울림일 뿐. 대충 수습을 하고 침대 시트와 이불을 걷어내니 침대가 유난히 앙상해 보였다. 그래, 어차피 꽃샘추위라는데 봄은 무슨 봄.

자기 잘못을 알고 있는 다솔이는 곁에서 착한 척 인형과 함께 조용히 놀고 있다가, 일을 끝낸 내가 일어서자 와락 달려들어 목을 껴안는다. 내내 눈치를 보고 있다가 기회를 타 내게 화해를 요청한 셈인데, 다솔이의 계획은 이번에도 통했다. 사랑해? 엄마도 사랑해. 다솔이를 한 없이 따뜻하게 안고 쪽쪽 입을 맞춘 후, 아까 준비해 두었던 진지를 바치는 나.

읽고 있던 책을 갑자기 확 던져도, 뜬금없이 내 이마에 박치기를 해도, 갈아 입힌 지 얼마되지 않은 바지에 주스를 들이 붓고 내 얼굴를 할퀴어 상처를 내도, 꺄르르 웃음 한 번과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한순간에 미움이 사라지게 되는 사람이 바로 엄마이다.

일전에 7살배기 아이를 둔 엄마와 얘기를 하다가 요즘 유행하는 말을 듣게 됐다. 예전에는 미운 일곱 살이랬는데 요즘엔 아이들의 성장이 빨라져서 덩달아 유행하는 말도 달라졌단다. 미운 네 살, 때려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라나?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하면서도 호호호 웃는 그 엄마의 얼굴이 그리 무섭게 보이지 않았던 까닭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그 말이 '엄마들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이미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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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불량식품 깨나 먹어 봤다는 다솔 아빠가
소다를 사 오더니
국자와 설탕을 꺼내 가스불에서 '뽑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선 뽑기가 아닌 '파짜꼼'이었는데
별이며 동물이며 갖가지 모양대로 뽑으면 하나 더 준대서 뽑기인가봐요?
뭐, 불량식품에 정확한 이름이 붙었을 리 없지요.


자칭 뽑기의 고수인 다솔 아빠의 실력 한 번 보실까요?
뽑기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보시고
어렸을 때의 추억도 잠시 떠올려 보시길 바라요.




그럼 달콤 쌉싸래한 뽑기 만들기 시작할게요.
국자에 설탕을 욕심껏 넣고요,
가스불을 아주 조금만 켜고 설탕을 녹입니다.
젓가락을 휘휘 저으면서 설탕을 완전하게 녹이는 것이 중요해요.




설탕이 다 독으면 불은 처음과 동일하게 유지하고요
소다를 약간(손가락으로 한 꼬집)만 넣고 (많이 넣으면 써요)
손이 안 보일 정도로 휘리릭 휘리릭 재빨리 휘저어 줍니다.
시간이 엄청 중요하기 때문에
소다를 넣는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어요.




여기서 잠깐!
절대로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뽑기를 팔던 '달인' 아저씨의 뽑기를 흉내내서는 안 됩니다.
그 아저씨는 말 그대로 달인인데, 경력없는 우리의 실력이 거기에 미칠 수 없겠지요.
점점 뽑기가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고
소다 덕에 설탕이 굳으면서 부풀어 오르면 불에서 내립니다.




불에서 내린 후에도 점점 더 뽑기가 부풀어 오르니까
망쳤다고 실망할 필요 없어요.




이것 보세요.
얼추 모양이 잡힌 다솔 아빠표 뽑기예요.
그럴싸하지요?




엄마, 아빠가 뽑기를 만든답시고 부엌에서 난리를 치는(?) 동안
다솔이는 홀로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어요.
리모컨까지 두 손에 꼭 쥐고요.


24개월까진 절대로 영상물을 보여주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불량 엄마가 되어 갑니다.




다솔 아빠는 접시에 뽑기가 달라 붙지 않도록 설탕을 소량 뿌리고
그 위에 뽑기를 쏟아 올릴 건데요,
뽑기의 달인 아저씨들 처럼 누르개로 꾹 누르지는 않고
그냥 동그란 모양 그대로 드실 거라네요.




국자 바닥에 있던 설탕까지 싹싹 긁어서 올려 놓으니
흡사 초콜릿 무스 같아 보이네요.
아주 부드러울 것 같은 질감이지만 사실은 이미 굳어서 바삭바삭하답니다.




완성된 뽑기를 젓가락에 쏙 꽂아 넣고는 아이처럼 좋아하는 다솔 아빠
사실 저게 설탕 덩어리인거잖아요.
불, 량, 식, 품!!!
저는 절대로 먹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었답니다.




안돼!!!!!
말릴 겨를도 없이 뽑기를, 설탕 덩어리를, 그 달고 쓴 것을
다솔이에게 맛 보이는 다솔 아빠,
처음 보는 음식에 호기심을 가진 다솔이는 덥썩 뽑기를 물고
그 옆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솔 아빠네요.




다행히 다솔이도 입만 살짝 대 보고
진짜로 뽑기를 먹지는 않았어요.
참 의외인 것이 다솔이는 단 음식을 꺼리거든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고구마와 단호박 이유식을 잘도 먹더니
요즘에는 과일은 잘 먹으면서도 좀 달다 싶은 채소는 잘 안 먹는답니다.
그래서 뽑기도 제 입맛에 안 맞았던지
심하게 달려들지(??)는 않았어요.


대신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지 자꾸 입을 벌리네요.
한 차례 주의를 받은 다솔 아빠도 이제는 뽑기를 주지 않고
혼자서 냠냠 맛있게 드셨답니다.
맛이 궁금해서 저도 조금 먹어 봤는데
불량식품이 다 그렇듯 몸에 이롭지는 않지만 저를 유혹하는 맛이었어요.


요즘에도 초등학교 주위에서 뽑기를 만드는 달인 아저씨들이 계신지는 모르겠는데,
어릴 때는 불량식품도 좀 먹고 자라는 것이 추억도 되고 좋은 것 같아요.
어차피 저처럼 알 것 다 아는 어른이 되면
생각이 많아져서 절대로 못 먹게 되니까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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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가 처음으로 바다를 봤어요.
다행히도 평소보다 따뜻한 날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다솔이에게는 겨울바다는 무척 추웠을 거예요.


모자를 쓰고 귀까지 꽁꽁 싸맸지만
볼이며 입술이 빨갛게 변한 다솔이가 겨울의 매서움을 느끼고 있네요.
다솔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올 겨울 비가 내리지 않아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속초예요.
이제는 추운 겨울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속초 바다.
그래서 어쩐지 바닷물도 메말라 보이는데요,


다솔이가 바다를 보고 처음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모래밭에 내려 놓았더니
잔뜩 긴장해서 어기적어기적, 겨우 몇 발짝 걷고는




할머니의 다리를 꼭 붙잡고는 무서운듯 발을 떼지 못하더라고요.
다솔아, 바다야!
무섭지 않아.



다솔이는 파도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밀려 왔다가
다시 밀려 가는 모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한참 보더니




파도 가까운 곳으로 데려가려고 하자
완강히 거부하며 바닥에 주저 앉았어요.
무서워, 무서워요!




아빠가 다솔이를 안아서 바다 가까운 곳으로 데려가 주었어요.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무덤덤해지고
뺨을 아리는 세찬 바람에도 익숙해질 때까지
아빠는 내내 다솔이를 안아주었답니다.




이윽고
다솔이는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어요.
쑥쑥 발이 빠지는 모래를 걷는 일도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누구의 도움이 없이도
다솔이는 오래오래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저 멀리 다솔이의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그 곳까지 바다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안다는 듯




다솔이는 손을 들어 저 멀리를 가리키기 시작했어요.
그래, 다솔아. 그게 바다야.




다솔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겨울 추위의 매서움도 이기고
처음 본 바다의 두려움도 떨쳐 낸 다솔이가
한참동안 바다를 응시하고 있어요.


.
.
.
그러더니,
다솔이에 얼굴에 피어난 것은
한 점의 맑은 웃음이었어요!

다솔이가 웃네요.




다솔이의 얼굴 속에서 웃음을 발견한 엄마는


올 여름,
다솔이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여름의 바다를 보여 주기로 약속을 했어요.


여름이 오기 전까지
다솔이의 생각이 바다 보다 더 깊어지기를
 다솔이의 마음이 바다 보다 더 넓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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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달콤했던 연휴가 끝나고
이제 다시 일상이네요----라고 말씀 드리기가 멋쩍은 것이 
매일 꼭 붙어 있는 저희 가족에겐 일상이 연휴요 연휴가 일상이네요.


직장으로 복귀하신 분들은 
꿀맛 같았던 연휴가 꿈처럼 느껴지실 지도 모르겠어요.
진짜 내가 쉬었던가, 아니던가? 하시면서 말예요.
길게 쉴 수록 후유증이 심한 법인데,
헛둘, 헛둘 간간히 체조도 좀 하시면서 다시금 기운 내시길 바라요!!


저희는 설에 시어머님이 계시는 속초로 내려가서 
겨울 바다도 보고, 신선한 회도 먹고, 신나게 즐기다가 왔는데요,
재미있는 추억들도 많이 쌓아 왔으니까 차근차근 이야기 보따리를 풀도록 할게요.


옛말에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일 수록 시댁에 가서는 
손 끝 하나 까딱하지 마라
는 것이 있잖아요?
당신 '아들'이 일하는 것을 보시고 좋아라 할 시어른이 없다는 얘기인데요,
그러면 아들 대신 '손자'가 일을 하면 어떨까요?



저렇게도 귀여운 엉덩이를 씰룩 거리면서 말예요.


어찌된 사연인고 하니,
밥상을 물리고 시어머니께서 걸레를 빨아서 바닥에 두셨는데,
다솔이가 거실 바닥에 놓인 걸레를 보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쓱싹쓱싹 바닥을 닦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것도 닦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싹싹 잘도 닦더라고요.
저희 시어머님은 너무 좋으셔서 며느리인 저에게도 별로 일을 시키지 않으세요.
그래도 당신 아들이 걸레질을 했다면 그다지 좋아하시진 않으셨겠지요.
그런데 손자인 다솔이가 청소를 하니 어찌나 즐거워하시는지......


흠흠......
그럼 앞으로 우리 집 청소 당번은 모두의 바람대로
다솔 군으로 정해지는 것인가요?


그럼요! 다솔이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사진을 찍는 아빠를 한 번 올려다 보더니
아빠와 카메라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청소 삼매경에 빠집니다.




이렇게 청소를 즐기는 아이는 처음 봤어요.
앞으로도 쭉--- 하렴!
그래 그러렴!!




구석에 있는 얼룩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찬 
다솔이의 매서운 눈빛을 한 번 봐 주세요.
후후후




청소 끝!




이다솔 군,
앞으로 당신을 우리 집 청소 당번으로 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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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 할아버지께서 놀러 오셨던 날이에요.
식사를 마친 후 저는 설거지를 하느라 부엌에 있었고
할아버지께서 다솔이와 놀아 주고 계셨어요.

꺄르르 꺄르르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더니 어느 순간 조용해졌는데
저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웃으시더니,
다솔이가 자면서도 그네에서 내려오지를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무슨 일인가 보러 왔더니

귀엽게도 다솔이가 그네에 앉아서 콜콜 자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아버님 말씀처럼 내리려고만 하면
앙앙 울고 말예요.

그 모습이 너무 우습고 귀여워서 한참 보다가,
아핫! 동영상을 찍었는데 같이 봐 주실래요?

관전 포인트는요,
자다가 깜짝 놀라 깨서는 민망한지 헤헤헷 웃는 장면과
결국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곯아 떨어진 다솔이의 모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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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으으으--- 진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다행히 일이 심각해지기 전에  발견해서 무사히 잘 마무리 되었답니다. 걱정하실까봐 괜찮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전기장판이요, 난방비 절약하려고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고 계시는......
전기장판에서 아기를 재우실 때 정말 조심하셔야 돼요.

어른들이야 엉덩이가 뜨거우면 들썩들썩하면서 열을 식힐 수도 있고, 오히려 뜨거운 것을 즐기면서 일부러 허리며 다리를 지지기(?)도 하지요. 어른들은 왠만한 열에는 끄덕도 없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전기 장판도 무시무시한 흉기가 될 수도 있겠더라고요.



다솔이가 초저녁에 잠을 자기에 거실에 깔려 있던 전기장판 위에다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었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다른 곳에 계시다가 거실로 오신 친정 엄마께서 전기장판에 앉아 보시곤 깜짝 놀라서 온도를 낮추셨다고 해요. 다솔아빠도 자고 있는 다솔이와 같이 거실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으나, 다솔아빠에게는 그저 뜨뜻하게만 느껴졌던 그 전기장판의 온도가 무려 37도로 올라가 있었던 거였어요!

차가운 곳에 있다가 온 사람에게는 전기장판이 놀랄 만큼 뜨거웠지만 이미 적응이 된 어른에게는 몇 번씩 엉덩이만 들썩거리면 그저 뜨뜻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놀라신 엄마께서 전기장판의 온도를 급히 낮추고 저와 함께 다솔이를 살피셨는데 발에 두 줄 빨간선이 나 있었어요. 쯧쯧쯧 얼마나 아팠을까? 맘 아파 하면서 바지를 벗기고 기저귀를 갈아주려는데!!!
더 큰 일이 엉덩이와 다리에 일어나 있었던 겁니다.



전기장판 속에 깔려져 있던 열선의 모양 그대로 다솔이의 엉덩이와 다리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어요.
흡사 그릴에 구워진 고기처럼 말예요.

다행히 친정에는 싱싱하고 커다란 알로에 화분이 있어서 그걸 2센티 잘라서 진액을 빨갛게 부어 오른 부위에 흥건하게 발라주었어요. 경미한 화상에 알로에 진액 강추합니다. 진짜 효과가 좋았어요. 마르면 또 바르고 마르면 또 바르기를 세 번 했는데 다음날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다 나았답니다. 다 나은 사진을 찍어 두지 못한게 아쉬운데요, 진짜 말짱하게 다 나았어요!!

'알로에'에 어찌나 좋은 효능이 많은지 귀찮아서 절대로 식물을 기르지 못하는 제가 한 번 키워볼 결심을 하게 됐답니다. 알로에를 반으로 갈라서 진액을 얼굴에 십분 쯤 마사지 한 후 물로 헹궈내면 즉시로 얼굴이 뽀샤시해지는 피부 미백효과가 있고요, 갈아서 요구르트 등에 섞어서(먹기 좋으라고) 마시면 변비도 싹 없어져요. 그리고 경미한 화상 치료에도 효과가 있으니까 댁에서 비상약??으로 길러 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어요.

그런데 왜 전기장판은 온도는 37도까지나 올라갔을까요?

이것이 아이들 있는 댁에서 전기장판을 조심해야 될 또다른 이유랍니다. 전기장판은 켤 때, 끌 때, 그리고 온도를 조절할 때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삐비빅 소리를 내거든요, 그래서 다솔이도 그 소리를 들으며 장난치고 놀다가 온도를 37도까지 높여 둔 것이었어요. 히유-- 이만하길 천만다행이었네요.
 
다솔아! 개구쟁이어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개구쟁이 다솔이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싱크대 서랍을 결국 열어서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꺼내고 들어가 앉아 있는 다솔이.
열지 못하도록 잠금장치까지 설치해 두었건만 천하장사 다솔이의 힘을 이겨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청테이프까지 붙여 놓았으나 그마저도 결국 실패.


종이가방을 얼굴에 뒤집어 쓰고 아무도 자기를 찾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다솔이.
요즘 숨바꼭질에 재미를 붙였는데, 눈만 가리면 자기가 안 보일 거라고 믿고 있어요.


부딪혀서 이마에 혹과 멍을 단 채로 엄마의 젓가락을 빼앗아서 놀고 있는 다솔이.
매일 밥 먹이기 전쟁이지요.


이불을 덮어주면 기어이 발로 차 내고 배를 드러내고서 잠을 자고 있는 다솔이. 그래서 추워지고부터는 잘 때는 한치수 큰 사이즈의 조끼를 입혀주고 있답니다. 자는 모습이 천사같은 다솔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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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는 그네 타기를 정말 좋아한답니다.
그네를 처음 사 주었을 때는 무서워서 몇 번 왔다갔다 하지 못하고 울면서 내려달라고 했었는데,
하루 이틀 그네 타기에 맛을 들이더니 요즘엔 시도때도 없이 그네 앞에서 다리를 위로 치켜 들고 서 있답니다.
태워 달라는 것이지요.

잘 올라가지도 않는 짧은 다리를 들고, 그네 앞에서 엄마를 부르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어요.
쌩쌩 세게 밀어 주는 것도 좋아하고, 이제는 장난감이 돼 버린 나무 주걱을 흔들며 타는 것도 좋아하고, 천천히 제 앞으로 올 때 인형을 안겨주면 인형을 안고 같이 타는 것도 좋아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그네가 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그네가 달려 있는 문으로 쪼르르 달려가서는 요즘 가장 잘 쓰는 말인 '이거? 이거?'를 복화술로 되뇌이고는 엄마와 함께 씽씽씽---.



그러다 외갓집에 놀러 갈 일이 생겼습니다.
외갓집에는 다솔이가 좋아하는 놀거리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막상 가게 되면 그네 따위는 쉽게 잊어 버릴게 뻔하지만, 저는 다솔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그네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밟혀서 그네를 가지고 내려가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네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앉혀 놓고 흔들흔들 몇 번씩 밀어만 주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혼자서 잘 논다는 것인데요, 다솔이는 한 번 그네를 타기 시작하면 20분 이상은 타야만 내려 올 생각을 하기 때문에 엄마는 아이와 놀아주고 있다는 생색을 내면서도 참 쉽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가 있어요.

그래서 더 그네를 챙겨가게 되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네를 고정시켜 놓은 철봉을 떼어내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었어요. 나사를 문틀에 박아서 철봉을 달아 놓았는데 낑낑대며 다시 빼 간다고 하더라도 (잠시 우리가 즐겁기 위해)친정 문을 뚫어 그네를 달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그냥 철봉없이 그네만 가지고 고향집으로 내려답니다.

친정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날 다솔이는 어김없이 그네를 찾아서 두리번 거리더니,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그네를 가리키며 '이거? 이거?'를 외쳐대었어요. '이건 안돼, 걸 수가 없어' 제가 설명을 하는 틈에 자기 혼자서 바닥에 놓여 있는 그네 사이로 다리를 넣고 앉는게 아니겠어요?

스스로 다리를 그네 속에 넣다니, 도저히 안 태워줄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었어요.


이 때 남편이 기지를 발휘해서 친정에 있던 운동기구에 그네를 연결을 해 주었답니다.
다솔아빠에게 다솔이를 맡기고 저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한참이 지난 후 다솔이가 잘 놀고 있는지, 아빠는 어떤 방식으로 그네 타기를 돕고 있는지 살짝 엿봤는데!!!!!!


차도남, 아니 차도아(차가운 도시 아빠)였던 다솔 아빠는 어느 틈에 고무줄을 찾아서 그네에 연결했는지, 자기는 책을 읽고 있으면서 가끔씩 그네와 연결이 돼 있는 고무줄만 살랑살랑 흔들어 주는게 아니겠어요? 그 모습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너무 우스워서 몰래 사진을 찍었답니다.


당연히 그네 타기가 재미없을 수밖에요...... .
다솔이는 그네 놀이 대신 고무줄 깨물기 놀이를 하며 씁쓸하게 홀로 고독을 씹고(?) 있었답니다. 그런데도 칭얼거림없이 조용히 있는 것은,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땐 자식도 몰라 본다는 차가운 아빠의 힘? 


제가 사진을 찍는 것을 감지하고는
뒤늦게 다솔이와 눈맞춤을 하고 어색하고 웃고 있는 다솔아빠! 이미 딱 걸렸어!!

그래도 다솔 아빠는 다솔이를 정말 사랑하고, 다솔이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맨 위에 다솔이가 신이나서 그네를 타고 있는 모습은 아빠에 의해 아빠 휴대폰으로 찍혀진 사진이거든요. 외갓집에서 그네를 탄 첫 날 너무 재미가 없어서인지 외갓집에는 다솔이가 좋아하는 놀거리가 더 많기 때문인지, 돌아오는 날까지 다솔이는 저 그네를 쳐다보지도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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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중에서.

뜻도 몰랐으면서 그저 연애시라고 생각했던 까닭에 학창 시절 입에 달고 살았던, 멋도 모르던 내가 멋도 몰라 더 좋아했던 '꽃'이라는 시다. 이 시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랬는지, 내 생각이 원래 그러해서 이 시를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렸을 적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이름'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철이 덜 들었었기에, 아무리 멋있는 남자를 만나도 이름이 우스꽝스러우면 절대 가까이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했었다. 분위기를 잡아야 될 시점에서 그저 나직히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피식 웃음보가 터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연예인의 본명을 듣고 깔깔대는 까닭도 그렇지 않나, 귀엽고 앙증맞은 소녀시대의 써니가 사실은 순규였고 엠블랙의 미르의 본명은 방철용이라니 순식간에 이미지가 바뀌는 순간이다. 



다솔이는 왜 '다솔'이가 되었을까?


이다솔(李多率).
남편과 내가 열 달의 임신 기간 동안 머리를 싸매어 지은 이름이다. 다솔이라는 이름을 미리 지어놓고 아들이든 딸이든 (우리는 출산을 하고 나서야 다솔이의 성별을 알았으므로) 이 이름을 쓰겠노라고 결정해 놓았다.

우리 부부처럼 아기 이름을 부모가 짓는 경우도 있지만 집안의 분위기에 따라 할아버지가 지어 주시는 경우도 참 많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이 집안의 돌림자를 쓰게 되는데, 어르신들이 지은 이름은 대체로 우직하거나 뜻이 좋지만 자칫 촌스러운 이름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심사숙고해서 지어 오신 이름을 두고 아들도 아닌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그러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을 받게 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신 기간 내내 아기 이름 짓기에 몰두 해야만 한다.

한편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 다른 엄마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의외로 작명소에 가서 아기 이름을 받아 오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작명하시는 분께 아기가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가르쳐 주고 후한 이름 값까지 치르고 나면 훗날 여러 복을 받게 될 좋은 이름을 받을 수 있다. 요즘 작명소는 뜻이 좋으면서도 현대적인(?) 이름으로 지어주는 것이 유행이라고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아기 이름을 짓느냐는 전적으로 부모의 철학에 달려 있지만 어떻게 해서 지어진 이름이든 사랑을 담아 많이 많이 불러주는 것이 좋겟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은 이름이란 중성적이고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 나쁜 것을 연상시키지 않고 동시에 너무 어렵지 않은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름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까다롭기도 하다.) 그래서 부르기도 쉽고 쓰기도 쉬우며 한자로도 멋있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을 고르느라 열달 내내 고생을 했다.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한글표를 요리조리 섞어서 이름을 조합해 보기도 하고 간판의 글자를 보면서도 이름을 생각하는 등 갖은 정성을 쏟다가 마침내 성경에서 답을 찾았다. 남편과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기에 성경 속 인물 중 본받을 만한 인물의 이름을 따기로 한 것이었다.

미소년이면서도 용맹스러웠던 '다윗'과 지혜로운자의 표상인 '솔로몬'의 첫글자를 따서 드디어 뜻도 좋고 부르기도 쉬운 '다솔'이라는 이름을 얻은 순간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다솔이의 이름이 한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중에, 나중에 아주 나중에 다솔이가 백발 노인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 이름이 '다솔'인건 좀 웃기지 않겠냐고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데 그저 부르기에 예쁘라고 다솔이라고 지은 것이 아니라 다윗과 솔로몬의 용맹함과 지혜를 본받으라는 의미에서 다솔이라고 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한글로 이름을 먼저 정하고 한문을 골랐는데 리더십을 가진 아이로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많을 '多'에 이끌 '率'을 썼다.

오늘 재미삼아 다솔이의 이름풀이를 해 봤는데, 너무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대박!!
임신 기간 내내 고심했던 보람이 있었다. 이름풀이는 그냥 심심풀이로 재미삼아 해 보는 거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기분도 좋았다. 종교인으로서 운세를 보고 좋아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다솔이의 이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기분 좋게 불려져 다솔이가 그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꽃'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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