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날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는지
배고프다고, 밥 달라며 다솔이가 자는 저를 깨웁니다.


애들을 재우고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가지다가
너무 늦게 잠들었던 저는 못 들은 척, 자는 척 미적거리며 꼼짝않고 있었지요.
엄마, 밥! 엄마 밥 주세요~!
불리할 땐 꼭 존대말을 쓰는 영리한 다솔이.
평소에 밥을 잘 먹지 않는 다솔이기에
밥 달라는 말을 계속 못들은 척 하기가 미안해서
부스스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30분.


고기 볶음을 잘게 잘라 밥을 먹였더니
넙죽넙죽 잘 받아 먹어
금세 한 그릇 뚝딱, 저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만들어 줬어요.
밥을 다 먹인 후 조금 놀까 하다가
다솔이를 데리고 다시 잠을 자러 들어 왔다가
아침 9시가 넘은 시각(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헌나라의 어른이에요.)
택배 아저씨의 초인종 소리에 다시 잠에서 깼지요.


택배를 받고 방으로 들어 오는데
초인종 소리에 같이 깬 다솔이가 갑자기 꽥꽥거리며
새벽에 먹었던 음식들을 다 토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다솔 엄마가 알려주는 <잠깐! 세균성 vs 바이러스성 장염 상식> 

장염은 둘다 처음에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데요,
세균성 장염은요, 고열을 동반하고 설사와 오한이 있는 반면 
바이러스성 장염은 대체로 열은 나지 않고 처음에는 구토를 하다가 서서히 무른 변, 설사로 진행이 돼요.

세균성 장염은 항생제를 쓰는데(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해요.) 바이러스성 장염은 시간이 약이에요. 세균성이나 바이러스성이나 장염이 심할 경우 의사 선생님에 따라서 지사제를 처방해 주기도 하는데, 설사를 통해 나쁜 균들을 다 내 보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지사제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답니다.

장염에 걸렸을 때 가장 주의해야 될 것은 설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아기들이 탈진하지 않도록 수분을 원활히 공급해 주는 것이에요. 아기들이 물도 넘기지 못하고 자꾸 토하더라도 수분을 계속해서 공급해 줘야 한답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일 때에는 전해질 용액을 주는 것이 좋고요, 설탕물이나 소금물을 마시게 해야 돼요. 의사 선생님이 설사 분유를 권하실 때는 가급적 짧은 기간내에만 사용하시고
상황이 진전되면 일반 분유로 빨리 돌아오는 것이 좋아요.

이유식도 처음엔 죽을 주지만 상황이 괜찮아지면 원래대로 빠르게 식단을 돌려서
아기들이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것을 막아 줘야 한답니다.



열이 없고 구토로 시작한 것으로 봐선
바이러스성 장염이었어요.
시간이 좀 지나자 어김없이 설사가 시작됐고 먹은 것도 없는데 좍좍좍~~~







저는 장이 튼튼한 편이라
제 기억 속에는 장염을 앓은적은 한 번도 없고
딱 한 번 식중독에 걸린 적은 있는데
지독한 감기에 걸렸어도 끼니는 절대 거르지 않고(아파도 입맛이 사라진 적은 절대 없음.)
매끼니 꼬박꼬박 밥만 잘 먹었었지만
식중독에 걸렸을 땐 하루종일 밥이 먹히지 않더라고요.
대신 주스를 큰 걸로 하나 사서 종일 주스만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생각에 다솔이에게도 오렌지 주스를 줬는데
아시죠? 주스에 첨가물이 많다는 거.
100% 주스도, 무가당 주스도 안 먹이는 게 더 낫다는 거.


이번에 확실히 깨닳은 것이 주스는 몸에 좋지 않다는 거예요.
장염이 걸린 기간에 다솔이가 하도 떼를 써서 세 번 주스를 줬었는데
주스는 마시자 마자 1분도 지나지 않아 구토를 유발했답니다.


밥은 먹기 싫지만 배는 고팠던지
우유도 달라고 해서 줬는데, 우유는 삼십 분 정도 지난 후에 덩어리 형태로 토했고요,
살살 꼬여서 진밥을('죽'은 완강히 거부) 줬더니
역시 밥 먹은 후에는 괜찮은 모습을 보였어요.
그러다 어디서 찾아 냈는지 과자를 몇 개 집어 먹고는 아깝게 먹은 밥을 또 다 토했고요.


장염이 걸린지 삼일 째 되던 날
증상이 많이 나아졌기에
생각없이 교회 집사님이 주시는 아이스크림 콘을 그냥 먹였는데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솔이를 키웠던 32개월 동안
그렇게 많은 양의 설사를 한꺼번에 쏟아낸 것은 처음 봤어요.
다솔이가 엄마 응가했어 빨리 와. 했는데 모임 중이라
(설사가 멎고 있던 상태여서 별 걱정 없이) 책장 뒤에 세워서 기저귀를 갈려다가
한강수를 만나 진땀 좀 뺐어요.


겨우겨우 기저귀를 갈아 주고
다솔이와 함께 모임에 합류를 했는데
목이 말랐던 다솔이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주스를 마셨습니다.
약 30초 뒤에, 모임이 끝나 기도하던 중에, 엄청나게 토하고 말았지요.
호전되고 있었다가, 아이스크림 한 방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어요.


다솔이가 시도때도 없이 토하고, 설사하는 상황에서
다인이가 괜찮을 리 없죠.
바이러스성이잖아요.



<장염 관련 글 더 보기>

기저기 발진, 아기 엉덩이 보다 더 쓰린 엄마 마음 :
http://www.hotsuda.com/642
아기들 장염 바이러스 주의보 : http://www.hotsuda.com/651
가장 좋은 물티슈는, 물 묻힌 엄마 손 : http://www.hotsuda.com/652


 
이유식 먹고 잘 놀던 다인 양,
늦은 밤에 갑자기 왈칵 분수처럼 토한 후
열도 나고 설사도 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아이 둘이 동시에 아프고
제 맘은 네 배로 더 아프고......
 
 
다솔이가 그세 많이 성장해서 그런지
장염 증상은 다솔이가 다인이 보다 훨씬 더 심각했는데요,
어렸을 적에 장염에 걸렸을 때 보다는 한결 잘 버텨 주더라고요.
 
 
입맛이 없어서 반찬은 먹으려 하지 않아서
진밥만 (밥은 맛있나봐요.) 주고 있었는데
그 날 저녁 너무 기운이 없어 보인다며 다솔 아빠가 초콜릿을 줬어요.
또 다시 폭풍 설사 좍좍좍.
어떤 책에서 아이는 실험 대상이 아니라고 하던데,
이번에 의도치 않게 좋은 음식과 좋지 않은 음식을 검증하는 실험처럼 돼 버렸네요.
미안하게...... .
 
 
다인이는 열이 나서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해열제 + 미지근한 물수건 사용.)
장염 걸린 첫 날은 이유식을 중단하고 젖만 먹였고요(토하지 않고 설사만 두 번.)
두 번째 날엔 이유식을 곱게 갈아서 액체 형태로 주었어요. (토하지 않았고, 설사도 없었음.)
아직 어린 다인이에게 장염은 더 힘든 것이었겠지만
젖만 먹어도 버틸 수 있어서 그랬는지 훨씬 더 빨리 나았어요.
역시 모유는 보약이에요.
 
 
사실 저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별로 가리지 않고 막 주는 편이었는데요,
이번 일들을 경험하면서
첨가물이 들어 있는 음식들, 가공식품, 자극적인 과자류...... 등이
우리 몸에 얼마나 나쁜지 깨닫게 되었어요.
다른 엄마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을 텐데,
무지한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고생을 했네요.
앞으로는 몸에 좋은 음식, 신선한 음식, 직접 만든 음식들을 위주로
아이들을 건강하게 길러야 되겠다는 결심을 다시한번 하게 되었답니다.
 
 
좋은 엄마가 될게요!

반응형
반응형
'리얼, 더 리얼하게' 2008년 방송가에서 가장 많이 쓰인 말이 바로 이 '리얼'이라는 외국어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분야의 오락 프로그램도 생기고, 제작진들은 어떻게 하면 더 사실같고 어떻게 해야 더 자연스러울 지를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웃음'이 주된 목적인 개그계가 이러한 상황이니 '사실감'이 그 기본인 드라마는 얼마나 더 심할까?

예전에는 하는 척만 하면 대충 눈감아 주던 것들도 이제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영악해진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헛점을 용케도 찾아내고, 제작진이 그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려면 부단히도 노력해야 한다.

응큼한 내가 생각하기에 '사실감'을 위해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애정신'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드라마에서 키스신을 보는 것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뽀뽀신도 그리 많지 않았었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어쩔 수 없이 넣는 것이 뽀뽀신이었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볼 때, 너무 과해 낯이 뜨거울 정도로 자세한 묘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불륜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는 아침, 저녁 가릴 것 없이 민망한 장면이 많아서 우리나라 방송 규정의 변화를 새삼스레 깨닫게 해 준다. 내 기억으로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서양식(??)' 키스신이 방송된 것은(그 당시 매체에서 그렇게 표현했었다.) 종합병원1이었다. 신은경과 구본승의 키스신이었는데 당시에는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꽤 오랜 시간 화제가 됐었다. 내가 지금까지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파격은 파격이었나보다.


나는 응큼한 사람이기에 애정신의 사실감이야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그런데 한 가지 참을 수 없는 사실적 묘사가 있으니, 바로 '구토신'이다. 모든 파격은 영화에서 케이블로 케이블 방송에서 공중파 드라마로 옮겨오는 모양인지,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처음 봤던 잊을 수 없는 구토신은 이제 안방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상큼 발랄의 대명사 전지현과 귀여운 순애보 차태현이 나온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내가 정말 재밌게 본 영화이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준 영화이기에 다시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이유가 너무도 극명하다. 유쾌한 기분으로 그 영화를 떠올리면 기억의 끝에는 항상 전지현의 '구토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전지현을 필두로, 나는 숱한 스타들의 구토 장면을 봐 왔다. 완벽한 꽃미남에서부터 깍쟁이 역이 딱인 신세대 여배우까지. 그들은 자신이 멋드러진 외모 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나같이 훌륭하게 토해댔고 그 때마다 나는 끔찍함에 몸부림쳤다. 영화를 보며 설마 저 배우가 정말로 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겠지, 제발 거기까지만, 이제 그만을 외쳐보았지만 '웩!!' 한 마디의 단말마를 남기며 꾸역꾸역 잘도 토한다. 애정신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의 영악한 눈을 만족시키기 위해 구토신도 늘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나는 진심으로 괴롭다.


이제는 공중파에까지 자리 잡은 사실적인 구토신 때문에, 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면 얼른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연기를 하는 배우들고 괴롭고 그것을 보는 나도 괴로운 구토신. '리얼'이 대세인 요즘 같은 시대에 '했다치고'를 주장한다면 시대를 거스르는 역적이 되겠지만, 제발 토하지만 말아다오! 나 지금 밥 먹는 중이잖니!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