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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때도 저는 침대에 '잠시... 아주 잠시...' 누워서 잠깐 쉬고 있었던 것 같아요.
거실에는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면서 텔레비전을 켜 두었었는데,
저는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으므로 정확하게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텔레비전 속 영상을 보고 다솔이가 한 마디 합니다.


'엄마랑 똑같네!'
그 뒤 남편의 웃음 섞인 목소리...
'엄마랑 똑같지~ 엄마처럼 코~자고 있지?'
'응... 엄마는 잠만 자'
'아빠는?'
'아빠는 일 해~'
.
.
.

예전에 어떤 교육 프로그램에서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서 마음 속에 있는 엄마, 아빠의 이미지가 어떠한지를 알아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그림을 그렸고
그림 속 엄마의 얼굴은 화만 내는 마녀, 아빠의 모습은 소파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었죠.
그 방송을 본 후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아이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지...' 다짐 했었는데
몇 년이 지난 후
아이에게서 엄마는 잠만 잔다는 말을 듣고야 말았습니다.


뭐... 솔직히 말해서 억울한 구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아이와 책도 읽고, 같이 블록 쌓기도 한 다음(조금 시늉만 했을지라도...그래도...)
애들 아빠와 교대를 하고 잠시 침대에 누운 것이었는데...... . 
억울, 억울, 억울, 억울, 억울.
그러고 보니 아침에도 저는 잠을 쿨쿨 자는, 침대형 엄마였네요~~


아침에 저를 깨우는 것은 다인, 아니면 다솔인데요,
다인이는 아직 말을 잘 못하니 제 배 위에 털썩 엎드려 충격을 주는 것으로 저를 깨우고,
다솔이는 '엄마, 일어나~ 저것 봐. 아침이 왔어~' 하며 저를 흔드는데,
저는 게슴츠레 눈을 떠 시계를 확인해 보고 제가 생각했던 시간 보다 조금이라도 이르면
고래고래 소리를 쳐서 남편을 부릅니다.
우리 중 가장 먼저 일어나, 다른 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떠넘기기 위해서죠.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는 되도록 아이들과 많이 놀아 주자.
아이들이 잠을 자면 그 때 내 할 일(블로그 등등...)을 하자'는 것이 제가 정해 놓은 규칙이라
어떨 땐 밤 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침 시간엔 굼벵이가 되고 침대 속에서 꿈틀꿈틀 못 일어 날 때가 많은데,
그 모습이 다솔이의 마음 속에는 잠만 자는 엄마로 각인되었나 봐요.


예전에 아동 심리 전문가 선생님이 하루에 30분 정도만 아이와 신나게 놀아 주면
아이는 더 이상 보채지 않을 거라고 하셨었는데~ 그 말을 전적으로 믿었었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고작 30분은 짧은가 봅니다.


허거걱~ 갑자기 드는 생각!
백 번 잘 해도 한 번 잘못하면 미운 털이 박히는게 시집살이라더니,
시집살이 보다 더 무서운게 자식살이(?)인가요?


하긴, 결혼 전 밥을 너무 천천히 먹어서 다 먹는 데 20분 이상 걸리는 저에게
아빠께서 그러다 시집 가서 시어른과 밥 먹을 때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걱정 겸 잔소리를 하셨었는데~
저는 며느리가 되고 나서도 너무나도 당당히 제가 먹고 싶은 속도대로 밥을 천천히 먹었었어요.
그러다 첫 아이를 낳고부터는 대접에 밥, 반찬, 심지어 국까지 한 데 섞어
밥을 마시듯 헤치우기 시작했으니,
시어머니 보다 더 무서운게 자식이 맞긴 맞네요.


잠만 자는 엄마를 면해 보고자 오늘은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고 일찍 일어나
아침부터 같이 놀아 주었고, 저녁에 놀이터도 한 번 다녀 왔는데요~
얼마나 오래 갈른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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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려~ 못 말려~~ 다솔이는 아무도 못 말려~~~


기분 전환을 위해 방 구조를 살짝 바꿔 봤어요.
저희 이사한지 1년 정도 지났잖아요?
처음에는 야심차게 아이들 방을 따로 만들어 주느라 컴퓨터를 안방에 놓고
야근(?) 하다가 침대에 쓰러져서 자리라~ 계획을 했건만...


1년 정도 살아 보니 아이들끼리 방에서 재우는 게 아직은 무리가 있고
결국 아이들도 저희 부부와 함께 잠을 자야 되는데
수시로 컴퓨터 작업을 하는 저희 부부의 특성상 밤에 컴퓨터 불빛과 똑딱거리는 자판 때문에
깨어 있는 사람과 자는 사람 모두가 불편한 상황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 방을 철수시키고, 작업실로 만들고
안방을 사이좋게 아이들과 나누어 쓰기로 했답니다. 
침대는 남편, 저, 다솔 군이 함께 쓰고 아직 조그마한 다인이는 원래대로 아기 침대에 재우기로 했지요.


조금씩 짐을 옮기며 청소를 했고
드디어 어제 안방구조까지 싹 바꾸어 마무리를 지었는데요,
못 말려~ 못 말려~~ 다솔이는 아무도 못 말려~~~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봉착했어요!!!


다솔이가 다인이까지 데리고 침대 머리를 넘어서 창틀에서 노는게 아니겠어요?
(다인이가 그 짧은 다리로 어떻게 저길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어요.)
끌어 내려서 방에 불까지 끄고 문을 닫아 놓으면
1초도 안 돼 다시 문 열고, 불 켜고 저 속에 들어가 있는 다솔 군, 그리고 낑낑거리며 기어 올라가는 다인 양.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침대를 창틀로 옮기고 화장대를 책상(은 아이들 방으로 이동)이 있던 자리로 옮기니
안방이 꽤 넓직해졌는데, 저 상태로 둬도 되는지 걱정이에요.
창틀에서 떨어지면 다인이는 얼마나 아플까요?
너무 위험한데......


다인이 혼자였음 저 속에 결코 들어가지 않았겠죠.
다솔이 또래 여자 아이들은 책장 꼭대기, 소파 위는 커녕 의자 위에도 잘 안 올라간다더라고요.
이제 16개월 된 다인 양이 살곰살곰 장난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는데 걱정이에요.
 


다인이가 자는 모습이 귀엽다고 사진을 찍겠다는 남편.


 
밤이라 사진이 잘 나오지 않자,
자는 아이에게 프레쉬까지 터뜨렸네요. 한 쪽 손을 얼굴에 대고 자는게 귀엽다며...
그래도 살짝 찡그리기만 할 뿐 깨어나지 않은 순둥이 다인 양...
 
 
아이들이 좋아하는'디보와 노래하기'의 노래 중에
나는 착한 아기야~ 자는 게 젤 좋아요~~~라는 대목이 있어서 한참 웃었는데요,
얼마나 아기가 자는게 좋았음 그런 노래가사까지 짓는지~
꼬맹이들 키우지 않으면 절대 공감 못할 가사죠.
착한 아기 = 자는게 제일 좋은 아기
 
 
 
 
그리고 요건 다솔이가 어린이집 다녀와서 자랑스럽게 꺼낸 리스.
아마 선생님께서 다 만들어 주시고,
스티커만 붙였을텐데, 다솔이는 자기가 만든거라며 엄청 자랑스러워하네요~~
 
 
우리 다솔, 다인이가 오늘은 침대 머리로 올라가지 않아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못 말려~ 못 말려~~ 다솔이는 아무도 못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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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저는 조금 더 '게으른 엄마'로 변해 버렸어요.
불과 7개월 전, 다솔이가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을 땐
갓난 아기 다인이와 개구쟁이 다솔이를 집에 모두 데리고 하루 종일도 신나게 놀았었는데
어떻게 된 게 다솔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난 후부터는
아이들과 내내 같이 있어야 되는 토요일, 주일이 너무 힘들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론상으로는 일주일에 '고작' 이틀만 온종일 아이과 같이 있는 것이니까
더더욱 생생하고 재미있고 신나게!! 아이들과 놀아줘야 되는데 말예요.


지난 토요일(어머낫! 벌써 일주일이 지나 버렸네요.),
오전 내내 아이가 텔레비전을 보고 뒹굴뒹굴 심심해 하는 것이 맘에 걸려서 다솔이를 데리고 외출하기로 했어요.
아직도 하루 두 번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는 다인이는 방에다 콜콜콜 재워두고
다솔이랑 둘이서만 '실내 방방'을 타러 갔답니다.


제가 어렸을 때도 동생과 함께 정말 신나게 방방을 탔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땐 동네를 돌아 다니며 공터에 방방을 설치 하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가격은 100원이었어요.
요즘엔 저와 다솔이가 갔던 곳 처럼 실내에 방방을 여러 개 설치해 둔 실내 놀이터가 많더라고요.
가격은 한 시간에 이 천원, (다솔이는 아직 어려서 30분만 타고 와요.)




방방 타는 걸 어찌나 좋아하는지 신발, 양말을 벗자마자 달려가서 뛰는데,
30분이 지날 때까지 한 번도 내려 오지 않는답니다.
끝날 때까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기에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넘어질 때 뿐.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어서 걸어 가는 데 30분, 오는 데 30, 타는 데 30분.
둘이서 한 시간 반 정도 놀다가 오기 딱 좋아요.


위 사진은 지난 여름에 찍어 둔 것이에요.
주말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찍을 엄두도 안 나고 다솔이가 부딪히지 않게, 넘어지지 않게 지키느라...
저도 다솔이랑 같이 천 원 내고 삼십 분간 뛰는데요, 요거요거~~ 운동도 되고 재미도 있고 좋더라고요.
날씨가 조금만 더 풀리면 매일 한 시간씩 뛰러 가도 좋겠어요.





신나게 방방을 타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다솔이는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땅콩빵 & 호두빵을 파는 아주머니에게로 제 손을 잡아 끕니다.
(땅콩빵 사진은 없어서 쿠키 사진으로 대체)
안 그래도 밥을 부실하게 먹었기에 뭔가 간식을 사 줘야겠다 싶었던 차에 잘 됐어요.
고소한 땅콩빵 이 천원 어치를 사서 집으로 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다솔이 입에 쏙쏙 넣어 주며 걸어 왔는데요,
다솔이는 맛있는 땅콩빵을 먹자, 집에 있는 다인이와 아빠가 생각났나 봐요.


엄마, 땅콩빵 집에 가서 먹을래.
집에 가서 아빠랑, 다인이랑 같이 먹고 싶어.


맛있는 것을 나눠 먹고 싶어 하는 다솔이가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땅콩빵이 든 종이 봉투를 돌돌말아 쥐고 오는데,
집으로 걸어가는 데는 30분이나 걸리잖아요?
너무 열심히 방방 뛰기를 해서 배는 고프고, 고소한 땅콩빵 냄새는 계속 솔솔솔 나고


엄마, 하나만 더 먹고 땅콩빵 다인이랑 아빠랑 줄까?
그래!!!


사실 남편이랑 다인이는 둘 다 점심을 엄청 많이 먹어서 저는 내심 다솔이가 땅콩빵을 다 먹길 바랐어요.
그래서 집으로 오는 길에 다솔이 입에 땅콩빵을 계속해서 쏙쏙 넣어 줬는데,
몇 번 받아 먹은 다솔이가 고개를 흔들며 집에 가서 먹겠다고 하더라고요.




등산친구 다인이가 눈에 밟혔던 모양이에요.
먹고 싶은 걸 꾹꾹 참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온 다솔이는 돌아오자마자 '나왔어!' 외쳤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방문을 열어 보니 아빠와 다인이는 방에서 그 때까지 잠을 자고 있었지요.


땅콩빵은...?


다솔아, 아빠랑 다인이가 일어날 때까지 땅콩빵 먹으면서 기다릴까?
응. 엄마, 그러면 여기 많이 남겨 두고 조금만 먹자~



봉투에서 땅콩빵을 덜어 내 접시에 조금 담아 야금야금 먹으니 그 맛이 참 좋았나봐요.
하나 먹고, 또 하나 먹고, 또또 먹고...... .
결국 땅콩빵이 두 개가 남을 때까지 아빠와 다인이는 일어나지를 않습니다.
저는 다솔이에게 그냥 다 먹고 아빠와 다인이에게는 나중에 또 사서 주자고 했지만
다솔이는 끝까지 땅콩빵 두 개를 지켜냈어요.


그리고 얼마 뒤, 남편이 일어나 거실로 나오자, 다솔이는 득달같이 뛰어가
아빠! 땅콩빵!! 하며 꾹 참고 아껴 둔 땅콩빵을 남편의 입에 넣어 줍니다.
(또 얼마간 기다린 후 다인이에게도 똑같이 해 주었어요.)
정말 대견했어요.
오래오래 칭찬해 주었어요.


4살 다솔이가 나누어 먹는 행복, '배풂'을 배워갑니다.


관련 글 보기 : 22개월 다솔이가 '사랑'을 배워 갑니다.
http://hotsuda.com/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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