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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아버지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계셨다. 그 날 따라 일이 너무 많은 탓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으셨단다. 야간 운전 중 최대의 적은 졸음이고 아버지도 어김없이 졸음과 싸워야만 했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기를 수십 번. 애를 써 봤지만 너무 피곤하셨기에 당신도 모르게 스르륵 잠에 빠져 버리셨고 얼마 쯤 지났을까,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떠 보니 어찌 된 상황인지 눈 앞이 깜깜하셨단다. 본능적으로 브레이크을 있는 힘껏 밟으셨지만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사고를 예감하시곤 운전대에 머리를 숙이고 담담히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셨는데...... .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제서야 고개를 드시고 천천히 좌우를 살피며 상황을 가늠했는데, 당신이 앉아 계시던 곳이 차 안은 맞았으나 자동차가 있던 곳은 고속도로 위가 아닌 휴게소 주차장이었다. 아버지는 술을 드시지 않는 까닭에 '필름이 끊기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지를 못하셨었는데, 이번에 '술'이 아닌 '잠'에 취하셔서 난생 처음으로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하시게 된 것이었다. 한참 후에야 기억은 조각조각 돌아왔고 그 조각엔 휴게소 주차장에서 잠깐 주무시기로 한 아버지의 모습도 있었다.

'아빠, 그럴 땐 이 방법을 쓰시면 되는데요...... .'
내 머리를 스치고 간, 잠을 쫓아내는 용한 비법이 있어 아버지께 전수해 드렸다.

나는 예전에 몸서리나는 '임용고사' 시험을 대비해서 공부했었다. 3년 동안 한 공부로도 임용에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공부하는 기술은 꽤 익혔다. 야간 운전과 마찬가지로 시험 공부를 할 때에도 가장 큰 적은 졸음이다. 교사 임용 시험은 1년에 한 번 밖에 없고 그 시험에 불합격하면 또다시 1년을 공부해야 했기에 수험생들은 누구나 자기 몸을 던져서 공부를 해야만 한다. 장기간 공부를 하는 까닭에 늘 피곤에 쩔어 있었고 항상 잠이 부족했다.

그 때 나는 졸음을 한 방에 해결하는 비법 하나를 터득했는데 모르긴 몰라도 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커피 더하기 ㅂ카스' 이것이 내가 남몰래 써 먹던 비법인데 너무 싱거운가? 그런데 정말 효과가 있다. 계획했던 공부의 양에 비해 성과가 턱없이 부족할 때, 당장 모의고사가 코 앞인데 책상에서라도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이 죽을 지경일 때 이 방법을 한 번 써 보자. 정말 용하다.

나는 원래 갈색 병에 들어 있는 음료를 마시지 못했다.(맥주는 제외하고) 어린 시절 엄청나게 구역질 나던 물약으로 된 멀미약이 갈색 병에 들어 있었던 까닭에 그것을 연상시키는 다른 음료까지 마시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누구에겐가 물 밖으로 튕겨져 나가 다 죽어가던 금붕어에게 ㅂ카스를 부어 주니 기력을 회복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를 들었다. 들을 땐 웃어 넘겼지만 공부를 하다가 몸이 너무 힘들었을 때 믿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갈색병에 든 ㅂ카스를 마셔 보았는데 생각보다 맛도 괜찮을 뿐만 아니라 꽤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것을 응용하여 졸음이 쏟아져 더 이상의 공부를 하기 힘들 정도가 될 때 가끔씩(장기적으로 먹으면 몸에 좋지 않으므로 절대로 ㅂ카스를 자주 마시면 안된다.) '커피 더하기 ㅂ카스'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연이어 ㅂ카스를 마셔 주는 것인데, 어마어마한 양의 카페인이 한꺼번에 몸 속으로 쏟아져서 그런지 마시는 순간 마약한 사람처럼(물론 마약을 한 사람의 모습이 어떤지 정확하기 알 지는 못한다.) 기분이 두둥실 뜨면서 묵직했던 몸까지 가벼워짐을 느끼게 된다. 적어도 하루 정도는 말짱한 정신으로 밀린 공부를 말끔히 끝낼 수 있다.

공부를 하든, 운전을 하든 이길 수 없는 졸음 때문에 너무 힘이 들 땐 커피 더하기 ㅂ카스를 마셔보자. 다시 한 번 당부해 드리지만 절대로 자주 이 방법을 써서는 안 된다. 보름에 한 번 꼴로? 그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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