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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히 생각해보면, 철이 들고 난 이후부터 나는 음식을 먹을 때 한 번도 마음놓고 마음껏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게 무슨 황당한 말이냐고 반문하는 분이 있으실 지도 모르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그렇다. 내가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서 내가 세운 기준에 따라 늘 일정한 양의 음식을 먹고 조절을 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식탐이 많은 내가 맛있는 음식 앞에 처참하게 무너져서 과식을 할 때도, 친구들과의 수다 속에서 무심코 과자를 집을 때도, 사실은 마음 놓고 그 음식을 온전히 즐긴 적이 없다는 말이다. 늘 머릿속에서는 '살'과 의 전쟁중이기 때문에 먹으면서도 맘이 편할 날이 없었다.

우리 나라 여자들의 대부분은 의학적인 기준에서 표준 체중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이 '권력'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 여성들은 얼마나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가? 그래서 그런지 거리를 다녀봐도 과체중보다는 저체중이 더 많아 보인다. 그렇지만 표준의 범위 내에서라도 이왕이면 체중을 더 적게 유지하고 싶은 것이 여자들의 본능이기도 하다. 길게 보면 1kg의 감량도 없으면서도 1년 내내 다이어트 중인 나의 눈에 들어온 기사가 있으니, 바로 '동거하는 여성이 더 뚱뚱하다'는 것!



'뚱뚱, 다이어트, 살, 체중감량'이런 단어가 들어가 있는 기사는 당연히 내 시선의 거름망에 걸리게 된다. '동거'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에 이끌려, 나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혼자 사는 여자가 자신을 위해 만찬을 차릴 리 없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간단하면서도 영양이 있는, 혹은 단순히 허기만을 면하는 그저 그런 식사를 하는 여성들일 지라도 누군가와 함께하는 밥상에는 공을 들이게 된단다. 여자들에게 식사 시간이란 단순히 배를 불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문화의 표현'이고 '사교의 시작'이며 '친밀관계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 듯 했다. 나도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면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서 김이랑 먹거나, 남은 밑반찬을 한 데 넣고 쓱쓱 비벼서 그릇채 들고 먹기도 한다. 다소 궁상맞아 보이기는 하지만 혼자서 고기를 굽는 모습은 더더욱 괴상하다. 이런 것이 꼭 돈 때문만은 아닌 게, 그러곤 친구와 커피전문점에 가서 밥값보다 훨씬 더 비싼 커피와 쿠키를 먹는 것도 우리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여자들이 결혼을 해서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하게 되면 밥상 자체가 달라진단다. 여자들에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해 주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좀 억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남녀가 결혼하거나 동거를 시작하게 되면 여자는 살이 찌거나 식습관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남자는 더 건강해진단다. 남자들은 동거나 결혼 후 건강식이나 과일 채소 등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되지만(이 모든 것을 여성들이 다 챙겨주기 때문) 여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풍성해진 식탁 덕(?)에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고 식사량도 자연스레 남자와 비슷해지기 때문이란다. 남편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다보니(직접 해 주지 않아도 늘 맛있고 영양 좋은 식사를 하게 되면 마찬가지일 것 같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뚱뚱해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아줌마가 되면 체형이 급격히 변하나 보다.

아, 우리 여성들은 결혼을 하게 되면 더욱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해야 할 것 같다. 무심코 남자들과 같은 양의 식사를 하게 된다니...... . 손수 맛있고 영양있는 밥상을 차리면서도 자신은 칼로리가 낮은 음식 위주로 적은 량을 먹어야 한다니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상황이 이쯤되면 남편들은 결혼 후 살이 찌는 아내를 타박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정성을 쏟은 그 손길을 고마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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