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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오차드 거리에 있는 쇼핑몰 ION이에요.
보는 눈이 있는지 운이 좋은지 한참 오차드 거리를 구경하다가, 마침 우리 앞에 있기에 들어갔던 곳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Ion은 쇼핑몰 많기로 유명한 오차드 거리에서도 손꼽히는 명소였더라고요. 
입점해 있는 브랜드며, 스파, 음식점 등이 아주 고급스럽고 다양해서
Ion이 생긴 이후 다른 쇼핑몰의 매출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잡는 오차드 거리의 휘황찬란함에 빠져, 고개를 돌리는 족족 눈에 들어오는 볼거리에 빠져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는데 '다솔이가 종일 쫄쫄 굶으며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다'는 생각이 퍼뜩 드는 거예요.
고작 아침에 비행기에서 저와 나눠 먹었던 기내식이 그 날 식사의 전부였거든요.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일단 허기부터 달래라고 SG$ 2 짜리 수박을 사 주긴 했지만 부실해도 너무 부실했죠.
아이가 배고프다는 것을 알게 된 엄마는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이 때부터는 무조건 음식점, 먹거리, 아이 먹일 것만 찾게 되지요.




얼른 길을 건너 Ion 안으로 쏙 들어 갔어요.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쇼핑몰이었지만 엄마의 초능력이 발휘되어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를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 층에는 고급 음식점도 많지만 싱가포르의 음식 문화를 보기엔 푸드코트가 더 좋아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음식들이 즐비해 있는 이 곳에서
한국 음식, 일본 음식 등등 세계 각지의 음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물론 싱가포르의 입맛에 맞춰 조금씩 변형이 되었겠지만요.)
저는 되도록이면 싱가포르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이 곳 음식을 먹고 싶었어요.
다솔 아빠랑 한 바퀴 쭉 둘러 본 후, 다솔이와 저는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로 했지요.




푸드코트에 입점해 있는 음식점 중에는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포장을 해서 식탁이 있는 곳으로 가져와서 먹을 수도 있더라고요.
우리는 되도록 다양한 음식을 먹어 보고 싶어서 포장을 선택했지요.



음식을 사러 간 다솔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다솔이는, '절대 만지지 말라는' 염소 조각들이 신기했는지
쓰다듬어 보고 안아 보고 바닥에 엎드려서 발굽도 만져 보며 잘 놀았어요.
그로부터 20분 뒤...... 목을 빼고 기다린 다솔 아빠가 드디어 돌아왔는데,
엥?? 빈손???
도저히 무슨 음식을 사야 될 지 몰라 고민만 하다가 왔다는게 아니겠어요?
(忍忍忍... 참아야 하느니라.)




나중에 카메라를 확인해 본 결과, 배고픈 다솔이 때문에 맘이 급한 저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초콜릿이어서 너무 먹고 싶었다며 초콜릿 사진을 찍은 것이 발각되었답니다.
역시 아빠들이란...... .




예쁘고 맛있어 보였으나 손가락 만한 크기에 SG$ 15여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같이 가서 제가 음식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초능력을 발휘해서 순식간에 세 가지 음식을 주문했어요.




중국에서 살 때 먹었던 북경 오리(베이징 카오야)를 연상시키는
양념을 바른 오리, 닭, 돼지 구이예요.
고기의 종류를 고르면 채소 조금을 넣고 소스를 뿌린 후 전병에 싸서 줘요.




저는 오리 구이를 골랐는데 여섯 조각에 SG$ 6 이에요.




다음으로 고른 음식은 그림이 있어서 선택하기가 참 수월했는데, 삶은 어묵을 올린 볶음면이에요.




주문을 하면 아저씨가 즉석에서 미리 삶아 둔 면을 육수에 다시 한 번 끓여 데우고
양념을 넣어 섞은 후 위에다 어묵을 올려 줘요.
차와 함께 시키면 SG$ 4 이고, 차를 선택하지 않으면 SG$ 3.5예요.




그리고 또다른 음식점에서 한국 음식과 비슷한 채소 볶음밥을 주문했어요.
주인 아줌마가 양념을 넣겠냐고 물으시기에 입맛에 안 맞을까 걱정돼서 조금만 달라고 했는데
먹어 보니 더 많이 넣지 않은 것이 후회될 만큼 우리 입맛에 딱이었어요.
SG$ 2.5예요.

식탁으로 돌아와 포장을 풀고 보니 한 상 푸짐하네요.
볶음밥은 쌀이 조금 껄끄러웠지만 그래도 맛있었어요. 모든 음식이 맛있었으니 성공적이었지요.




오리 구이 전병은 먹어 보니 춘장 소스 맛이 났고요,




볶음면도 약간 짠 듯 했지만 맛있었어요.




볶음밥을 가장 잘 먹을 줄 알았던 다솔 군은 의외로 어묵 볶음면을 가장 좋아했고
다솔 아빠는 춘장 소스 오리 구이를 가장 좋아했고
음식을 가리지 않는 저는 모든 음식을 다 좋아했답니다.
볶음면에 들어 있던 고수(샹차이)를 제외하고는(건져내면 되지요.)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향신료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답니다.




다솔이가 잘 먹어 주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아이가 볶음밥은 잘 안 먹는 듯 해서 제가 싹싹 비우고 있는데 나중에는 밥도 잘 먹더라고요.
음식을 하나도 남김 없이 싹 비웠답니다.




사실 다솔이가 싱가포르 음식을 잘 못 먹을까봐 햇반에 김을 사서 가지고 갔는데요,
뜯지도 않았어요. 가방만 무거웠던 셈이지요.
싱가포르 음식이 우리에게 잘 맞기도 했지만 시장이 반찬이고, 배 고프면 뭔들 못 먹겠어요?
음식 걱정 하지 마시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일반 음식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한국 음식을 따로 준비해 오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아이를 먹이고 저도 배불리 먹고 나니
이제 슬슬 Ion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합니다. 예쁜 후식들도 하나 둘 보이고요.




한참 구경하다 보니 붕어빵도 있었어요.
겨울에 뜨끈하게 먹는 우리네 붕어빵 보다 몸값이 높긴 하지만
만드는 과정을 보니까 맛은 비슷할 것 같았어요.

'동대문'이라는 상호를 단 한국 음식점도 눈에 띄었는데요, 한국의 특색이 담긴 음식은 아니었어요.
그냥 말만 한국 음식이었던듯...... .
 


구경하며 걷다가 큰 소리로 불러 세우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 보니
오코노미야키를 시식해 보라는 것이었어요.
냉큼 받아서 다솔이에게 먹였더니 냠냠냠 잘도 받아 먹더라고요.



 
친절하게 다시 한 번 포즈를 취해 주시는 귀여운 아주머니.
여행 중에는 안 먹던 아이도 잘 먹는 아이로 변하게 되니, 음식 걱정 하지 마시고 훌쩍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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