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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파' 값이 장난이 아니지요? 
장 보러 갔을 때 한 주먹 될까말까한 파 한 단에 삼천 원씩 하기에 그냥 안 먹고 말자며 뒤돌아 설 때가 많았어요. 그러나 한국 음식에 파, 마늘이 빠지면 무언가 밍숭맹숭 허전하잖아요? 늘 2% 부족한 음식을 만들어 먹다가 친정에 내려 간 이후 잃어버린 2%를 되찾았답니다. 친정 아버지의 텃밭에 대파, 쪽파가 쑥쑥 올라왔기 때문이에요.




와! 대파다!!


싱싱한 대파들이 어찌나 잘 자라고 있는지 양껏 먹고 이웃에 나누어 줘도 남을 양이에요.
판매를 목적으로 기른 채소가 아닌지라, 사진에 보이는 것이 대파밭의 전부인데요, 그래도 이 정도 양이면 우리 식구들이 먹고도 남습니다. 파 뽑아서 장에 가서 팔까? 하는 딸의 우스개 소리에 아버지는 먹고 남는 것은 이웃에 나누어 주라고 하십니다. 좀 아까운데?? 아버지의 나눔을 다 이해하기엔 제 그릇이 너무 작지요.




이것은 쪽파예요!


대파 옆에서 비슷한 양의 쪽파들도 줄지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은 대파보다는 쪽파로 더 많이 만드는데, 먹을 때 마다 푹푹 줄어들어 슬픈 파김치나 비 오는 날 먹으면 더 맛있는 파전이 제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예요.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냄비를 불에 올리다 말고 남편과 함께 파 밭으로 갔어요.




대파를 쏙 빼 내는 다솔 아빠의 표정이 익살스럽네요.
우리 둘 다 한 뿌리씩만 뽑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 갔는데, 무슨 소꿉 놀이를 하는 기분이었답니다.



돌아가는 길에 진돗개 구슬이에게 장난도 걸어 보고,
구슬이는 그 옆에 있는 진주의 새끼(역시 암컷)인데 다솔이보다 훨씬 훨씬 늦게 태어났음에도 벌써 저렇게 씩씩해졌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장난이 어찌나 심한지 반갑다고 달려들면 좀 무서울 정도랍니다.




집 안으로 돌아와 갓 뽑아 온 파를 넣은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었는데요,
저녁에는 엄마께서 텃밭에서 뽑은 파를 이용한 세 가지 맛을 선보여 주셨어요. 이 날이 친정 나들이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해 주고 싶으셨나봐요. 친정에서 집으로 돌아올 땐 항상 양손이 무거워서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그게 엄마의 기쁨이기도 하겠거니 하고 못 이기는 척 다 받아서 온답니다.




텃밭에서 뽑아 온 쪽파를 다듬고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 둔 다음,



고춧가루, 까나리액젓, 마늘, 물엿을 넣은(개량 절대 불가, 순전히 감으로 이루어진 양념장)
엄마표 양념장을 만들어서 파김치를 만들어 주셨어요.


이 날의 마늘 당번은 이다솔 군. 손아귀에 힘이 세서 절구를 쿵쿵 찧으면 정말 마늘이 찧어지더라고요. 다솔이가 찧어 놓은 마늘을 제가 몇 번 더 찧은 다음 양념장에 넣었어요.




적당한 크기로 자른 파를 완성된 양념장에 넣고 쓱쓱 버무려만 주면 진짜 맛있는 엄마표 파김치가 되지요. 제가 파김치를 어찌나 잘 먹으면 다솔 아빠는 김치통 줄어드는 것이 무서울 정도라네요.




짜잔~! 완성.




다음으로는 파전을 만들어 주셨는데요,
경상북도 일부 지역에서만 먹는다는 배추전(김치전 말고 배추전,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에요.)도 함께 만들어 주실 거예요. 부침가루(없으면 소금 간을 한 밀가루)를 물에 섞어 농도를 맞추고 기름을 자작하게 둘러 달군 프라이팬에 파를 먼저 깔아요.




그 위로 밀가루를 살살 뿌려 주고,




다른 그릇에 풀어 놓은 달걀을 숟가락로 끼얹어 앞뒤로 노릇하게 익혀 주면 끝! 해물을 넣으면 순식간에 몸값이 뛰는 해물파전이 되지만 그냥 파로만 전을 부쳐도 맛있어요.



배추전은 배춧잎에 밀가루 옷을 입혀 지그재그로 눕힌(?) 다음 그대로 구워주면 끝이에요.
만드는 방법은 쉽지만 고소한 것이 정말 맛있답니다. 김치전과는 또다른 맛이니 꼭 한 번 드셔 보세요.




세 번째 음식은 갑자기 먹고 싶었던 돼지고기 두루치기(안동에서는 두루치기라고 말한답니다.)
삼겹살과 목살을 반반씩 섞은 돼지고기에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매실액(역시나 개량 없음 눈대중으로)으로 양념을 하고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고기를 먼저 달달 볶다가 양파와 파를 듬뿍 넣고 익혀주면 끝.




대파를 듬뿍 넣었는데도 익히고 보니 파는 거의 안 보이네요. 엄마표 음식은 참 간단한데 희안하게 맛있어요. 친정에서 오늘 올라 왔는데 글을 쓰다 보니 벌써 또 가고 싶어지네요. 먹어도 먹어도 맛있는 친정 엄마표 음식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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