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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교제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고, 그의 결혼 기사에 가슴이 허전했던 나는 공인된 유재석의 팬 중 하나이다.

이제는 국민 MC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유재석은 결혼 전이나 후나 여전히 방송 3사를 종횡무진하며 우리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 그러나 팬으로서 오랜 기간 유재석을 지켜 봐 온 나에게는 최근 그가 구사하는 개그와 웃음 전략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갑작스럽게 진행되었던 결혼 준비가 바빴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오래 일등 자리를 지키느라 지친 것일까? 최근의 그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옛날 메뚜기 시절로 돌아가려는 듯 보인다.

방송 3주만에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에서 나는 8년전 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유재석은 8년 전인 2000년에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예능 프로그램인 '동거동락'을 진행했었다. '동거동락'은 연예인 20명(?) 정도가 같이 하룻밤을 합숙하면서 게임도 하고 문제도 맞추는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인기있었던 코너는 팀을 나누어 하던 릴레이 게임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간에 문제를 맞추던 것이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알아차렸듯, 이 둘은 8년 뒤 '패밀리가 떴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얼토당토 않는 객관식 문제를 답의 기호가 몇 번인지까지 정확히 맞추어야만 정답으로 인정해 줬던 코너의 특성뿐만이 아니라, 그 당시 유재석이 보여줬던 상황극이나 표현들 그리고 웃음 포인트까지 거의 똑같기에 나는 그가 걱정스러운 것이다. 그가 진행했던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봐 온 나에게는 마치 데자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항상 겸손하고 늘 노력하는 자세가 돋보이는 유재석, 그도 결국 인간이기에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현실과 타협해버리고 만 것인가?

현재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그의 경쟁상대는 다름아닌 유재석 자신이므로 어쩌면 더욱 어려운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그에게는 그를 믿어주는 팬이 많아서 지금은 그가 무엇을 해도 넉넉한 마음으로 쉽게 웃어주지만, 그가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의 골수팬들조차 그에게서 등을 돌릴 지도 모른다. 결혼을 통하여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유재석, 이제는 메뚜기를 넘어설 때이다. 나는 그의 팬이기에, 그가 퇴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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