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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2주일이 지났을 때 나는 산후 조리원에 달려 있는 뷰티센터에서 체성분 측정을 했다. 몸무게는 53kg, 체지방은 30%였으며 당연히 복부 비만이었다. (임신 중 최고 몸무게가 58kg이었고 원래 내 몸무게는 46kg이었다.)산후 조리원에서 요가를 가르쳐 주던 요가 선생님도 그랬고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그랬다. 출산 후 3개월까지 본래 몸무게로 돌아가지 않으면 영영 살을 빼지 못하니까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틈틈히 운동을 하고 스스로 음식도 조절해서 먹어야 된다고 말이다.

어른들이 엄마가 잘 먹어야 모유가 잘 나온다고 터무니 없는 양의 밥과 국과 간식과 영양식을 주실테니 요령껏 거절하고 기를 쓰고 피하면서 음식의 유혹을 잘 넘겨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 왔다.

그러나 아기가 50일이 될 때까지는 산후조리를 하면서 아기를 기르자니 운동은 커녕 일어나서 다니는 것도 힘이 들었고 100일이 되니 집 안에 틀어 박혀서 꼼짝 않고 지내는 것이 오히려 익숙해졌다. 운동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모유 수유를 핑계로 밥만 꼬박꼬박 먹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굳게 결심을 하고도 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애벌레처럼 꼬물거리며 살기를 반복하면서 어느덧 6개월을 보냈다.

핑계라면 핑계인데 모유 수유를 하니 밥의 양을 조절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절대로 굶어서는 안 되지만 임신 하기 전과 동일한 양을 먹으면 충분한데도 밥 한 그릇을 비우고도 무언가 허전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밥 먹고 돌아서면 또 다시 배가 고팠다. 밥 먹다가 아기가 울면 식사를 중단하고 아기를 달랬는데 그러고 나면 1/3밖에 남지 않은 밥그릇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미 2/3는 내 뱃속으로 들어갔을 텐데 그 밥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다시 허기가 지기도 했다. 역시 모유 수유를 한다고 저절로 살이 쏙 빠지는 것은 아니었다. 


출산 후 6개월 동안 거의 집에서만 지내다시피 했는데도 자연스레 몸무게는 조금씩 조금씩 계속 줄어들었다. 천천히 1kg씩 줄어들더니 47kg에 체지방 24%가 됐다.(이번에는 집에 있는 체지방률도 나오는 체중계로 쟀다.) 천성이 게을러서 매번 계획만 거창했을 뿐 운동은 거의 하지 못했고 집안에 콕 틀어박혀서 지냈는데도 6개월만에 몸무게가 거의 다 돌아온 셈이다. 운동을 꼬박꼬박 했다면 근육도 적절히 생겨서 탄력있는 몸매로 되돌릴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체중은 비슷한데 체형은 전혀 달라져 버렸다.

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 전에 입던 스키니바지를 입어 봤는데 조금 불편하지만 단추는 채울 수 있었다. 잘 맞는 느낌은 아니었고 뭐랄까 꽉찬 서랍속에 옷들을 마구 쑤셔 넣으면 억지로 서랍을 닫을 수는 있듯, 바지 속으로 뱃살을 마구 구겨 넣는 느낌이었다. 입고 나서 거울에 비춰보니 허벅지와 엉덩이에도 정리되지 않은 살들이 많아서 옷태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아, 이제 봄이고 곧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여름이 올텐데 그 전에 운동을 꼭 시작해야만 한다. 아니 시작은 자주 했으니 제대로 끝을 맺었으면 좋겠다. 몸무게가 돌아 온 것은 내 노력이 아니니 이제부터는 내 노력으로 몸매를 다듬어야 될 시간이 되었다. 1년 365일 머리 속으로는 계속 진행중인 다이어트,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내가 경험을 해 보니 임신 기간 중 적절히 몸무게가 는다면 (임신전 몸무게에 따라 7~13kg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아무런 노력없이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몸무게는 제자리로 돌아 온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모유 수유를 하면서 집안에서만 생활했음에도 그랬으니 말이다. 대신 살이 흐물흐물 탄력을 잃고 정리가 안 되므로 유산소 운동과 특히 근력 운동을 해 주어야 임신 전 체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덧붙임. 생후 6개월(거의 180일) 아기 성장 보고서
다솔이는 키 48.3cm에 몸무게 2.84kg(병원에서 측정)으로 태어났다.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키는 약70cm에 몸무게 8.5kg(집에서 측정했기에 오차가 심할 것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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