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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그[(명사) 1. 마루나 방 바닥에 까는 거칠게 짠 직물 제품 2. 무릎을 덮는 담요]'에 관한 강의를 듣고 와서인지 이제는 인테리어 잡지를 봐도 텔레비전 드라마를 봐도 내 눈에 먼저 들어 오는 것은 보송보송한 러그다. 문맹이 글을 깨치고 나면 그저 배경에 불과했던 각종 간판들의 글자들이 눈에 띄고, 인쇄물에 있는 글자들이 읽혀서 눈을 뗄 수 없는 것 처럼 이전까지는 있는 줄도 몰랐던 러그들이 보는 족족 나에게 인사를 한다.

그러고보니 그럴싸한 공간엔 늘 러그가 있었다. 아기가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을 보며 행복하게 웃는 가족이 있었던 기저귀 광고 속에도, 신혼 부부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평안한 오후를 보내던 오렌지 주스 광고 속에도, 꼬마가 문제를 푸느라 머리를 싸맨 모습이 귀엽던 학습지 광고 속에도 언제나 러그가 있었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아기의 무릎을 폭신하게 감싸주던 포근한 느낌의 러그가, 신혼의 단꿈을 더욱 달콤하게 만들어주던 소파 아래의 러그가, 꼬마의 방을 더욱 귀엽게 표현해 주던 러그가 늘 있었던 것이다. 그저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 .

잡지 속 인테리어 사진을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은 러그가 사실은 꽤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집이지만 어쩐지 허전하게 느껴질 때, 작은 크기의 러그 한 장만 깔아 보면 훨씬 더 아늑하고 세련되게 집을 연출 할 수가 있다. 소재와 색에 따라 러그 전체의 크기와 직물의 길이에 따라 주는 느낌이 천차만별이어서 러그를 깔 공간이 갖는 기능과 안주인의 개성에 따라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러그가 멀게 느껴지는 까닭은 왠지 모르게 비싸보이기 때문인데, 요즘에는 실용적으로 나온 제품들이 많으므로 안목이 있는 사람은 인터넷으로 저렴한 것을 구매할 수 있다. 안목을 갖기 전에는 무조건 많이 만져보고, 멋지게 꾸며 놓은 것들을 많이 보러 다니며 안목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동대문이나 지하 상가에 발품을 팔면 팔 수록, 잡지 속 사진을 보면 볼 수록 눈이 깨치게 된다.

비싼 것은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에 이르는 것도 물론 있지만, 내 생각으로는 뭣 하러 그리 비싼 러그를 사서 '모시고' 사는가 싶다. 십만원대(이것도 생각에 따라서는 비싸겠지만)의 러그로도 훨씬 더 아늑하고 분위기 있는 집을 연출할 수 있다.


내가 배운 것에 따르면 거실 소파 아래나 침대 발치에 러그를 까는 것이 가장 쉽고, 좀 더 작은 크기의 러그를 아이들 방의 의자나 책상 아래에 까는 것도 멋스럽다. 현대적인 무늬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며 단순한 거실은 단색보다는 화려한 무늬가 있는 제품이 공간에 활기를 주기에 좋다. 대게 바닥 색상에 맞추어 러그를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 보다는 가구나 벽면 색상이나 스타일에 맞춘 것이 더 멋지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속 박진희의 집에도 폭신한 느낌의 러그가 깔려져 있는데 추운 겨울, 집안 분위기를 한결 더 아늑하고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맨발로 밟았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 화장실 앞에 깔아 놓은 발판도 러그의 일종이니 이미 우리는 누구나 러그를 한 개쯤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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