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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심장은 쿵쿵거리고 나도 모르게 속으로 숫자를 세게 된다. 일, 이, 삼...... . 속으로 센 숫자가 삼십을 넘어가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붉으락푸르락 해 진 얼굴을 하고서 남편을 째려 보는데, 이제서야 눈치를 챈 남편은 '이제 곧 닫으려고 했지' 하면서 무려 1분이 넘도록 열어 두었던 냉장고 문을 그제서야 닫는다.

냉장고에 야채나 반찬통 등을 넣을 때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가 한꺼번에 넣으면 참 좋을 것을 남편은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 둔 채 하나씩 가져다 넣기 때문에 매번 나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내 잔소리에 내가 지겨워져서 애써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전기 절약에 별로 관심이 없는 그이 탓에 내 속만 새까맣게 탄다.

나는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알뜰한 편인데 희안한 것은 우리집 식구들 중 누구도 나만큼 절약형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어려웠던 가정 형편 덕(??)에 일찍부터 스스로 아낄 줄 알게 됐던 것 같다. 에어컨을 처음 샀을 때 부모님은 전기세를 걱정하셔서 출근하실 때마다 '똑똑하게 사용할 것'을 당부하셨지만 나는 혼자 집에 있을 때 한 번도 에어컨을 켠 적이 없다.


좀 우습지만 대학에 다닐 때 내 별명은 '총장딸'이었는데 아버지가 대학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별명을 갖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친구들이 반찬을 다 먹는지 남기는지 도끼눈을 뜨고 지켰기 때문이다. 교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친구들은, 반찬은 으레 남기는 것으로 생각하여 늘 식판에 풍성하게 담아 와서는 남은 반찬을 버리곤 했지만 내 식판은 항상 싹싹 비워져서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거기다가 학생회실에서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쓰고, 이면지도 버리지 말라고 늘 잔소리를 해 댔으니 '총장딸'로 불릴 만도 했다.

몇 년 전부터 '친환경'이란 말이 화제가 되기에 대체 친환경이 뭔가 싶어 알아 봤더니,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고 잘 보존해서 우리 후손들에게 녹색 지구를 물려 주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서야 친환경 붐이 일어나서 먹을 거리, 입을 거리, 전자 제품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들을 환경을 생각해서 만들고 있는데, 나는 이미 어렸을 적부터 자타공인 '친환경인'이었다. 유난스럽게 느껴졌던 내 모든 짠순이 생활들이 사실은 현대 가장 필요한 친환경적 생활방식이었던 것이다.

친환경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원 절약, 물 절약, 전기 절약인데 자원이나 물이야 눈에 보이는 것이라 쉽게 아낄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전기를 아끼는 것은 쉽지 않다. 방심하는 사이 아까운 전기가 줄줄줄 샐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쓰지 않는 전자 제품의 플러그는 콘센트에서 빼 두어야 되고 전자 제품을 살 때는 모양과 가격만 보지 말고 소비 전력이 적은 제품을 선택해야 된다.


이와 관련해서 하나 자랑할 것이 있다. 그동안 전기세가 아까워서 여러가지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속 세탁'만 해 왔던 애물단지 드럼 세탁기를 얼마 전에 '삼성 하우젠 버블세탁기'로 바꾸었다. 하우젠 버블세탁기는 되도록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고 제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연간소비전력량이나 탄소배출량까지 신경을 썼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광고에서 한가인이 나와서 '원, 투, 쓰리, 포 버블 버블~' 할 때마다 너무나 갖고 싶어서 내 가슴에도 뽀글뽀끌 거품이 일었는데 여러 가지를 계산해 보니 역시나 바꾸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구입하게 됐다.

삼성 하우젠은 거품 세탁 기능이 있어서 세탁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전력과 물을 아낄 수 있고 빨래를 할 때 거품이 많이 나기 때문에 속옷이나 아기 옷을 손상없이 빨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피부에 직접 닿는 옷을 세탁할 때 옷감을 부드럽게 유지해 주는 기능이 있어서 피부, 특히나 아기 피부를 보호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기 옷을 빨 때마다 세제 찌꺼기가 남아 있지는 않은 지 옷감에 손상이 가지 않는 지 늘 걱정스러웠는데 이번에 한시름 덜게 됐다.



게다가 살균 통세척 기능이 있어서 전용 세제 없이도 70도 고온의 물로 세탁조를 고속 회전시켜 세탁조에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1/300만 수준으로 줄여 주고, 곰팡이와 물때까지 제거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세탁 30회마다 통세척 시기를 알려줘서 세탁조를 오랫동안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통세척을 한 번 하는데 드는 비용은 겨우 180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 부담이 없다.

옛말에는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아줌마 셋만 모이면 친환경이니, 에코니 하는 이야기들뿐이다. 자녀가 생기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풍족하게 누릴 수 있는 자연 환경을 물려줘야 되겠다는 사명감 또한 생겼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들렸을 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은 알고 보면 별 것 아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필요 없는 전깃불 하나, 아무 생각 없이 샀던 전자 제품의 소비전력 확인 등으로 누구나 쉽게 녹색 지구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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