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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쪽대본 파문 덕(?)에 더욱 견고해졌다는 김수현 작가의 파워에 관한 기사를 봐 왔지만,
나는 평소에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 편이라, 이 드라마를 오늘에야 그것도 스쳐서 보게 됐다. 그렇기에 극의 내용이 어떤지도 잘 모르고 극 중 인물의 캐릭터도 하나도 모른다.
그런데 잠시 스쳐가며 드라마를 보다가 난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이미 다 알려졌다시피 김수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참 아끼고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대본 연습할 때도 매번 나온다. 그래서 자신이 그 글을 쓸 때의 의도를 배우들이 제대로 소화해 줄 것을 주문한단다. 그래일까? 무딘 시청자만 아니라면 김수현표 드라마를 대번에 알아차린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배우들이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무시하고, 김수현표 '발성'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는 예전에 내가 재밌게 봤던 '부모님 전상서'에 나오는 두 명의 배우가 또 나왔는데, 바로 '이유리'와 '김지유'이다. (물론 드라마 전체를 보지 않았으니 내가 미쳐보지 못한 김수현표 배우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 잠시였지만 그 둘의 표정과 대사처리가 어쩜 그리도 '부모님 전상서'의 그것과 닮아 있는 지......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배우들의 연기가 정체돼 있다는 것이 아니라(절대!) 이전 드라마가 끝난지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 중간에 다른 연기를 했을 것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녀들이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만 나오면 그렇게 완전하게 김수현 화가 될 수 있는지가 놀랍다는 것이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발견한 장미희 아줌마. 내가 바로 박장대소한 부분인데, 장미희 아줌마의 김수현 화는 거의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교양있는 척을 하는 역할인지 커피숍 웨이터 앞에서 일행에게 디저트로 무엇을 마실지를 묻는 장면에서 나는 박장대소를 했는데, 번뜩 드는 생각은 '역시 장미희~'가 아닌 '역시 김수현~'이었다.

자신의 고유한 말과 행동을 바꾸기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안다. 그런데 어떻게 김수현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자신을 버리고 김수현화가 되는 것일까? 내가 만약 투명인간이 된다면, '엄마가 뿔났다'의 대본 연습장에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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