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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잘 나가던 MBC간판 아나운서 김성주가 돌연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둥글둥글 호감있는 외모에 소탈한 듯 보이는 그의 성격은 그가 국민 아나운서로 자리 잡는데 한 몫 했을 법 하다. 그러나 그의 장점 중 단연 돋보이는 '재치'는, 그에게서 9시 뉴스 앵커 자리는 빼았았을지언정 그를 '가장 사랑스러운 남자 아나운서'로 자리매김하게 해 주었다. 아나운서이면서도 데뷔초부터 발음 연습이나 뉴스대본 연습보다는 각종 성대모사 익히기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김국진 성대모사만큼은 정말 잘 했던 재간둥이 김성주 아나운서. 그러던 그가 그를 데뷔시키고 길러주었으며 정상에 우뚝 솟도록 맘껏 밀어주었던 MBC를 떠났다. 정확히 1년 전에 말이다.

나는 김성주 아나운서를 좋아한다. 오전 7시에 시작했던 그의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준비 했고, 그가 진행하던 '생방송 화제집중'을 재미나게 봤으며, 결정적으로 그와 함께 2006년 월드컵을 울고 웃으며 즐겼다.  

솔직히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보면, 그가 MBC직원이든 프리랜서이든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가 MBC에 속해 있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그의 프리선언이 다른 아나운서들을 동요시키는 지 아닌지 알수도 없을뿐더러 또 그런들 무슨 상관인가? 나는 시청자로서 좀 더 좋은 방송인이 좀 더 방송을 만들어주기를 바랄밖에...... . 그런데 김성주 아나운서의 프리선언 이후 1년동안 언론을 통해 발표된 각종 기사 내용들이 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고 있다.

내 기억속에 있는 그에 관한 기사들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김성주 아나운서의 MBC 사직설이 떠 돈지 얼마되지 않아 그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소신에 따라 MBC 아나운서직을 그만둔다.
(2) 그가 프리선언을 하고 난 뒤, MBC를 비롯한 방송사의 아나운서실이 발칵 뒤집어지며 인기 아나운서의 프리 선언이 다른 아나운서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한동안 떠들썩했었다. 프리선언을 했지만 그들이 곧 각 방송사를 대표하던 인물이었기에 결국엔 그들을 다시 쓸 수밖에 없고 방송사들은 자신들이 기른 아나운서를 몸값만 더 부풀려 다시 데려오는 격이나 대신할 사람이 없으니 울며겨자먹기라고.
(3) 이런 일이 더이상 일어나게 둘 수는 없고 그런 까닭으로 김성주 괴씸죄에 걸려, 모든 방송사에서 당분간 채용을 하지 않겠노라고 결정을 하여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기사는 흐르고 흘러 그 초첨을 가엾은 '김성주 아나운서'에 맞추어 놓았었다. 내가 생각을 깊이 있게 하는 편은 아니지만, (다른 이유도 물론 있겠지) 돈 때문에 프리 선언을 한 아나운서를 그토록 가여운 존재로 그려놓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기간이 얼마가 될 지는 모르지만 결국 그도 다른 아나운서 출신 프리랜서들과 마찬가지로 비싼 몸값을 자랑하며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텐데 말이다.  

당돌하게도 김성주는 그가 떠났던 MBC를 통해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고, MBC는 고작(?--그동안 다른 활동도 틈틈히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1년만에 다시 그를 받아들였다.  고작 1년만에.

1년 동안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맘껏 가졌을 그, 부족했던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며 자기 개발에 더욱 열을 올렸을 그, MBC는 이제 다시 그에게 기회를 주었단다. 그런 그에게 위로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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