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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 부모님이 HOT와 젝스키스를 구별하지 못하시는 것, 가요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통을 호소하시는 것, 내가 흥얼거리는 랩을 들으시고는 그게 무슨 노래냐며 역정(?)까지 내시는 것을 절, 대, 로 이해할 수 없었다. 온 나라가 HOT 노래로 들썩이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의 노래를 모르실 수가 있으며, 리듬감이 살아 있는 랩을 들으시면서 어떻게 짜증을 내실 수 있는지...... 꼭 거짓말 같았다.

그런데 살아 보니 정말 그랬다. 2PM은 뭐고 2AM은 또 뭔지, 수퍼주니어가 열 세명이라던데 대체 누가 누군지, 소녀시대의 얼굴은 왜 다들 똑같이 생겼는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그런지 절대로 알아차릴 수 없었다. 전국을 강타했던 원더걸스의 텔미의 후렴구 정도만 겨우 따라부를 정도였고 소녀시대의 GEE도 한참 후에야 겨우 따라부를 수 있었다. 물론 후렴구만 말이다. 내가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던 생각도 나고 젊은 나이에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다 싶어서 억지로라도 가요 방송을 보려고 노력도 해 봤다.


그러나 암만 집중해서 보려고 해도 예전에 부모님이 그러하셨듯 머리만 아팠다. 대체 무슨 노래가 저 모양이지? 하는 말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보면 볼 수록 머리만 아파서 가요 방송을 얼마 보지도 못하고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려 버린 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좀 달라졌다.

고만고만한 나이의 여성 아이돌 그룹들이 귀엽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도 해서 최신 인기 가요들을 제법 즐길 줄 알게 됐다. 덕분에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라는 팀명만 겨우 알았던 내가 카라의 누구누구니, 포미닛의 누구누구, 브라운아이드 걸스의 누구누구까지 두루두루 익히게 됐는데, 특별히 눈에 띄고 관심이 가는 몇몇이 있다.


인형처럼 예쁜 외모와 작은 얼굴이 부러워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2ne1의 산다라박, 필리핀에서 연예인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다큐로 담은 인간극장에서 미리 봤었고 또 내가 좋아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이 키웠기에 특별히 더 애착(?)이 가는 인물이다. 얼굴이 작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그런지 특이한 머리 모양을 해도 다 잘 어울리던데 보는 사람만 없으면 나도 꼭 한 번 따라해보고 싶다.(나중에 외국에 갈 기회가 있으면 거기선 꼭 따라하리라.)

그리고 티아라의 전보람. 아직은 전영록의 딸로서 더 유명한데 나는 가수로 데뷔 하기 전 그녀가 화장품 모델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먼저 반했었다. 물론 포토샵으로 더욱 이쁘게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참 내가 좋아하는 이목구비를 가져서 감탄을 하고 봤던 기억이 있다. 그랬는데 전보람이 티아라로 데뷔를 했고 화장품 모델을 했을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티아라에서는 연하게 화장을 해서 그런지 무척 청순해 보였고 어떨 땐 아이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 키가 내가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그 또래의 아이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에서 전보람의 키가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논란이 되기도 했었는데, 키가 작아도 충분히 예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에 나는 키 작은 전보람이 참 좋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사람은 브라운아이드 걸스의 손가인이다. 몸을 약간 뒤로 젖히고 골반을 흔드는 시건방춤으로 나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는데, 손가인에게는 팀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녀들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손가인만 쳐다보게끔 만드는 절대적인 힘이 있었다. 손가인도 화장을 연하게 하면 참 청순하게 생겼던데 강인한 스모키 화장이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그녀의 스모키 화장과 머리 모양을 따라하고 싶게끔 만들었다. 머리 자르는 순간 아줌마 된다는 내 신념이 이렇게까지 흔들린 적은 없었던 듯. 그러나 완벽한 브이라인의 얼굴의 가졌고 머리숱도 풍성한 손가인과는 달리 둥글넓적한 얼굴과 빈약한 앞머리를 가진 나에게는 유행에 따르는 머리 모양은 금물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무튼 귀엽고 매력적인 소녀들 덕에 요즘 노래들도 많이 알게 됐고 흥얼거릴 수 있게 됐고 보는 눈이 없을 땐 춤도 살랑살랑 쳐 보게 됐다. 나를 한결 더 어려지게 만들어준 그녀들이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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