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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이 얼마나 재밌는데 그깟(?) 자명고를 보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내 주위의 친구들은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십화랑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그 중 몇몇이 너무나 멋있고 잘생겼지 않냐면서 가슴 설레 하던데, 정말 화랑들이 그렇게 멋있게 나왔었나? 나는 드라마들에 관심이 많기에 본방송과 재방송을 다 보는 방법으로 이런 저런 드라마들을 많이 보고 있다. 그래서 선덕여왕과 자명고 모두를 봤다. 선덕여왕이 덕만의 신분이 밝혀질 듯 말 듯한 현재 상황으로서는 정말 재미가 있지만 이전 몇 회는 인기와 높은 시청률에 비해 별로 재미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그랬기에 많은 사람들이 꽃미남 십화랑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이 나로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은 안 해 봤는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원래 십화랑은 완벽한 꽃미남 부대로 섭외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랬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몇 명만을 잘생긴 배우로 섭외하고 다른 이들은 그냥 인원수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 역설적이게도 친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배역이 엄태웅과 홍경인이다.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외모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엄태웅은 엄청 중요한 배역인 김유신이고 홍경인이 맡은 배역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이 둘은 연기력 만큼은 인정받은 사람들인데 다른 화랑들과의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 바람에 이러한 원성을 듣게 된 것이다. 솔직히 김유신이 다른 화랑들보다 너무 늙어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꽃미남 부대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다는 이유로 캐스팅이 잘못 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좀 심한 것 같다.


이야기가 산으로 간 것 같은데,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생각보다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고 여겼던(순전히 내 입장에서) 선덕여왕은 큰 배역이 아닌 화랑들에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또한 그들을 꽃미남 부대라고 부르면서 연기력 뿐만이 아니라 외모에도 그렇게 신경을 쓰면서, 왜 같은 사극인 자명고는 끝까지 한자리 숫자의 시청률 밖에는 올리지 못했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명고의 마지막 두 회를 보면서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자명고를 보지 말 걸 그랬다. 나는 비극적인 결말을 무척 싫어한다. 역사적으로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끝날 줄은 몰랐다. 아무리 전쟁을 치르면서 드라마가 끝을 맺었지만 대부분의 인물들이 죽음에 이르고 특히나 세 주인공이 모두 죽어 버리다니 너무 슬펐다.


예상한 바와 같이 호동은 결국 낙랑 공주(라희)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이용하고 연민했으며 자명 공주를 사랑하고 끝까지 잊지 못해서 결국에는 같이 죽고야 만다. 낙랑 공주는 호동이 자신이 아닌 자명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호동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거둘 수 없어서 나라와 아버지를 배신하고 백성들에게 돌팔매를 맞아 죽게 된다. 그리고 자명은 호동을 사랑했고 호동이 자신을 아껴줌도 알았지만 그 보다 자신의 나라였던 낙랑을 더 사랑했기에 호동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마지막회에서 낙랑 공주 라희가 호동에게 애절하게 매달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예나 지금이나 신분이 낮으나 높으나 여자들은 사랑 때문에 참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사는구나 싶었다. 물론 남자인 호동도 자명이를 좋아해서 죽게 되지만 상황이 반대였다면 호동이 자명을 위해 고구려를 망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까 낙랑 공주가 참 불쌍했다. 어린 시절에 그저 사랑을 위해 자명고를 찢었다는 이야기만 듣고서 그 후에는 이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는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사랑을 위한 죄로 낙랑 공주는 돌에 맞아 죽고 호동은 사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니,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이런저런 이유로 자명고의 마지막회는 너무 슬펐는데, 선덕여왕은 행복하게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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