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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월화요일 밤 나의 피로해소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얼짱 친구와 얼꽝 친구의 인생 역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속이 시원하고, 전부 사실은 아닐지라도 아내들의 불꽃 튀는 내조 전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게다가 코믹인듯 아닌듯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인 구성도 마음에 들고 약간은 모자란 감이 있지만 남자 주인공들의 역할도 다채롭다. 뿐만 아니라 김남주와 이혜영 등을 통해서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봄날씨에 어떤 옷차림과 화장으로 대처해야 할지 너무나도 확실한 답까지 제공해주고 있으니 나에겐 안성맞춤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벌써 여러 검색 사이트에서는 김남주의 머리 모양과 화장법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으며 그녀가 입었던 옷들에 대한 논평도 쫙 깔린 상태이다. 이혜영 또한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답게 최근에 발표한 미용관련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미모와 패션 감각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은 생각주머니를 이등분해서 한 쪽은 드라마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다른 한 쪽으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들의 맵시를 보느라 참 바쁘다.


그런데 나는 드라마를 볼 때면 늘 내가 좋아하는 인물에다가 감정이입을 하는 편인데(전형적인 아줌마 스타일) 이번에는 좀 갈팡질팡 하게 된다. 사실 인생살이란 누구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악역이 달라질 수도 있기에 전적으로 악한 사람과 전적으로 선한 사람을 칼로 무 자르듯 딱 잘라 낼 수 있는 것이 더 맞기는 하다. 그래도 다른 드라마에서는 내용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한 인물쪽으로 마음이 기울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현재의 악녀 이혜영과 과거의 악녀 김남주 사이에서 갸웃거릴 때가 참 많은 것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답게 한 번 살아 보겠다고 아둥바둥거리며 친구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김남주의 꼴이 참 한심스러우면서도 가엾다. 그러나 모든 일의 씨앗은 어린 시절 그녀에게서 나온 것이지 않는가. 극중 김남주와 이혜영은 초등학교때부터 단짝이었지만 얼짱과 얼꽝으로서 극과 극의 삶을 살아 오고 있었다. 친구가 돼 보겠다고 온갖 시중을 다 들면서 김남주의 곁을 떠나지 않던 이혜영을 보기 좋게 묵사발 냈던 사람이 바로 김남주였고, 그로 인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이혜영이 현재 역전된 상황에서는 거꾸로 김남주를 골탕 먹이기고 있다.


과연 누가 더 악녀이며 드라마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때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행복한 결말이라고 좋아하게 될까? 어린 시절 공주처럼 살아왔던 김남주가 털털한 아줌마가 다 돼서 이것저것 손 걷어붙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편이 돼 이혜영이 미워졌다가, 어린 시절 외모를 가지고 놀려대던 김남주를 떠올리면 샘통이다 싶다. 또 어린 시절 온갖 멸시를 받으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이혜영이 완벽하게 멋진 모습으로 우아를 떨땐 그래 김남주도 똑같이 당해봐야지 하다가도 지지리 궁상맞은 현재의 김남주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과거에 악녀였던 김남주, 현재의 악녀인 이혜영. 과연 누가 더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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