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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다. 어떤 통과의례가 있었던 것처럼 아가씨(?)들은 결혼을 하게 돼 아줌마가 되면 점점 불륜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를 좋아하게 된다. 뭔가 마법처럼말이다.
 
며칠전 우연히 아침드라마를 보게 됐다. 일찍부터 일어나 부산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한 주부들. 다른 가족들이 직장으로, 학교로 뿔뿔히 흩어지고 나면 그녀들은 비로소 자신만의 고즈녁한 아침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침드라마는 전업 주부들에겐 쉼터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녀들의 쉼터엔 왜그리 엇갈린 사랑이 많은가? 며칠전 우연히 아침드라마를 보게 됐다. 분명히 처음 본 드라마였음에도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대화 내용들이 익숙했다. 묘한 흥미가 생겨서 커피를 마시며 20여분 보고 있노라니 전후 줄거리가 훤히 파악이 되는 그야말로 뻔한 내용의 드라마였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동안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소위 말하는 방송가의 경향(트렌드)이 바뀌었고,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화했으며, 문화 풍속도도 달라졌다. 그렇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과거의 여성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여자들이 아줌마(물론, 아줌마도 명백한 여자이다.)가 되면 이 모든 변화를 스스로 거스르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왜일까? (아, 이 글에서 나는 아줌마들이 드라마를 고르는 성향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나는 통속의 극치라며 열변을 토하던 뭇 여성들이 아줌마가 됨과 동시에 등장인물에 완전히 감정이입하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아줌마를 주시청자로 겨냥하고 만드는 드라마의 소재는 다양하지만 그녀들이 특히 좋아하는 소재는 '불륜'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가장 두려워할 사람은 불륜을 저지를지도 모르는 자신만의 상대가 있는 아줌마들인데도 말이다.(그러고보니 같은 입장에 놓인 아저씨들은 대체적으로 불륜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줌마들에게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는 '부부클리닉'만 봐도 그렇다. 마치 그녀들은, 혹시나 생길 줄 모르는 사태(?)를 미리 공부하고 어떠한 낌새를 감지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르며 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드라마를 교재로 삼은 듯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줌마들은 진심으로 그런 부류의 드라마를 즐긴다는 것이다. 발라드나 락을 좋아하던 남자가 군인이 되면 그저 목놓아 부를 수 있는 트로트를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아줌마들에게는 짐(?)이 많다. 매일 반복되는 식단짜기의 고단함과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 단장. 자녀들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계속 생겨나는 그들에 대한 걱정거리와 기타등등의 어려움...... . 아줌마들은 드라마를 보면서조차 고뇌할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들에겐 거창한 기획의도가 담겨진 머리아픈 드라마보다는, 한시간 신나게 웃고, 실컷 울며, 이해하기 쉬운(심지어 중간부터 봤더라도) 내용의 통속 드라마가 훨씬 더 필요하다. 불륜드라마를 보다가 괜히 남편에게 눈을 흘기고 친구와 함께 그 내용에 대한 수다를 떨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이 그녀들, 아줌마들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아줌마와 불륜드라마의 상관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니, 저기 옆에서 예전에 방송되었던 부부클리닉을 또다시 흥분하며 보고 계신 '엄마' 눈물겹게 귀여워보인다. 그야말로 눈,물,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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