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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14. (생후 126일)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고 사진 찍는 엄마를 바라보는 다솔이.
태어나자마자 사진을 찍힌 경력 덕에
사진 찍히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 아기 모델 다솔이.
그런데 왜 기저귀 회사며 잡지사에 신청한 아기 모델 모집에선
 번번히 떨어질까? 왜 연락조차 오지 않는 걸까?
궁금한 엄마다.

2010. 1. 15. (생후 127일)

그래, 다솔아!
그렇게 웃는거야.
언제 잡지사에서 연락이 올 지 모르니
우리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웃는 연습을 하자꾸나.
다솔이를 웃기는 데에는 도사가 된 엄마가
이미 낙방한 잡지 모델에 대한 미련을 차마 버리지 못한다.



2010. 1. 16. (생후 128일)

다솔이는 우는데, 아주 서럽게 우는데
엄마는 뭐가 좋아서 깔깔대며 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일까?
여보, 다솔이 운다! 사진찍자!!
아빠도 신이나서 달려온다.
서러운 것은 다솔이 혼자 뿐이다.


2010. 1. 17. (생후 129일)

아주 긴 시간을 외출하고 돌아온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든 다솔이를 거실에 널부러뜨리곤
엄마도 아빠도 그대로 늘어져 버렸다.
다솔이를 꽁꽁 싸매고 온 겉싸개를 담요삼고
그래도 추울까봐 덮었던 아동복 크기의 겉옷(절대 입힐 수 없는)을 이불삼아
그대로 다솔이를 재우는 게으른 엄마다.


2010. 1. 18. (생후 130일)

다솔이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엄마를 쳐다본다.
눈썹은 엄마,
눈은 반반?
코는 아빠,
입술은 엄마,
턱도 엄마,
다솔이의 얼굴에서 자꾸 내 얼굴을 찾아내려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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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4. (생후 116일)

집에 이모가 놀러 왔다.
엄마의 친동생은 아니고, 엄마의 후배다.
아직은 어린 다솔이를 집 밖에 데려나가기가 힘이 들어서
아빠가 없으면 엄마는 외출을 할 수가 없단다.
방에 콕 틀어박혀 있는 엄마를 위로해 주러 온 이모란다.
다솔아 다솔아 얼른 따뜻한 봄날이 오면
엄마랑 둘이서도 재미있게 다녀보자꾸나. 


2010. 1. 5. (생후 117일)

 다솔이가 잔다.
손가락을 귀엽게 물고서 새근새근 콜콜콜 잘도 잔다.
자는 모습이 어찌나 천사같은지
보고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엄마다.

 
2010. 1. 6.(생후 118일)
 

목, 손목, 팔목...... .
온갖 목들이 길어지기 시작한 다솔이가
그래서 더 귀여워진 다솔이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자기보다 높은 곳에 키가 닿지 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
눈을 들어 보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다솔이다.

2010. 1. 7. (생후 119일)

뒤집기의 달인 이다솔군.
토하면서도 뒤집고 되집기(?)를 쉬지 않고 연습하던 다솔이가
드디어 안정적으로 엎드린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누워 있으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이젠 늘상 엎드린 자세로 좌우, 위까지 살피는 다솔이다.
엄마는 하나하나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다솔이가 무척 기특하다.


2010. 1. 8. (생후 120일)

자다 깨서 눌린 자국이 선명한 다솔이다.
눈이 부신지 약간 찡그린 다솔이는 아직도 잠에서 다 깨어나지 못한 듯
지금은 베개에, 손에 눌러서 붉으스름 하지만
눈깜짝 할 사이에 저 붉은 것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왜 아기 피부, 아기 피부 하는지
다솔이를 기르면서 잘 알게 되었는데
어찌나 재생력이 좋은지,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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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아기를 낳으러 가는 날-금식이라 먹지도 못할 바나나는 왜 꼭 쥐고 갔는지
(우)아기를 낳은 직후



출산 후 호르몬의 영향으로 머리카락의 30%가 빠집니다.
뭐?? 30%??
조금 놀랐지만 감이 오지 않아서 그냥 그런가 했다. 호르몬의 영향이라니까, 또 일시적이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니까 그러려니 했었다. 나는 임신 기간동안 열심히 <임신, 출산> 관련 책을 읽었기에(육아책도 미리 읽어 두는 것이 좋다. 정작 아기를 낳고나면 아예 책을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둬야 된다.) 출산 후 탈모 현상이 심하기는 하지만, 임신 중에는 머리카락이 잘 빠지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한꺼번에 조금 더 많이 빠진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임신 기간에는 정말로 머리카락이 덜 빠져서 원래 머리숱 없던 내가 임신 기간 동안 만큼은 삼단같이 탐스럽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자랑할 수 있었었다. '호르몬의 영향'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해서 보기 싫은 팔, 다리, 몸통의 '털'들은 다 없애주면서도 머리카락은 풍성하고 윤기있게 만들어 주었다. 마치 열 달 동안 고생하는 임신부를 그렇게라도 위로하듯 말이다.

다솔이를 낳았고 토실토실 살 찌우며 백 일을 보냈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른들 말씀이 출산 후 백 일부터 머리카락과의 전쟁이 시작된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자고나면 한 웅큼씩 빠진다더니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길 때마다 머리카락이 참 슬프게도 빠졌다. 어떤 엄마는 슬프다고도 했고 또 다른 엄마는 무섭다고도 했다. 머리를 감을 때 수채구멍이 막힐까봐 조마조마 할 정도였다.

그러나 육아에 전념을 하다보면 어느새 머리카락 따위에는 무신경해지기 마련이다. 나도 머리를 감고 말리는 시간에 차라리 한숨 더 자는게 낫겠다며 길게 기르던 머리카락을 싹뚝, 아주 속시원이 잘라 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이제 다솔이 돌보기도 익숙해졌고 슬슬 멋부리기에도 관심이 생길무렵,
이를 닦다가 거울 속에서 잔디인형을 발견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면 더욱 삐죽삐죽 나와서 어떤 사람들은 왜 앞머리를 그 지경으로 잘랐느냐고, 미용실 안 가고 혼자서 자르다 실패했느냐고 물어보기도 할 정도이다.

거울에 코를 박고 머리카락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이마에서부터 2센티미터가 넘게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새로 나는 중이었다. 화장을 할 때 갑자기 훤하게 넓어진 이마를 채우느라 어두운색 섀도우를 빈 이마에 마구마구 칠해야만 했었는데, 이게 원래 내 이마 크기가 아니었다!

가르마를 탈 때도 앞부분에 새로난 머리 때문에 일자로 쭉 타지지가 않고, 앞부분은 에센스나 왁스로 눌러줘야만 잔디인형처럼 삐죽나온 머리카락들이 안정을 찾지만, 그래도 새로 나 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머리카락이 원래대로 다 나 줄건지, 일부분만 날 건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갓 출산을 해서 뭉텅이로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은 안심을 해도 괜찮겠다.
영영 빠지는 것은 아니고 되돌아오니 말이다.

요즘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잔디인형이 된 내 머리카락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제 머리 좀 보세요'
이 말 속에는 '그 간의 제 수고를 좀 알아주세요'라는 뜻이 함축돼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출산과 육아의 수고를 잊어버리려는 주윗 사람들에게 다시금 생색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삐죽삐죽 머리카락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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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서는 연습을 시작한 다솔이가, 하루 종일 서 있으려고 해요.
열심히 운동한 덕분에(?)
요즘엔 취침시각이 빨라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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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왔어,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 여닫는 소리, 부스럭부스럭 옷 갈아 입는 소리, 쏴-하는 물소리(오늘도 대충 씽크대에서 손을 씻었음에 분명한), 콜콜콜콜 정수기에서 물 받아 마시는 소리가 차례로 난다. 나는 남편의 나 왔어, 하는 소리에 큰 소리로 얼른, 응 어서와 하고 응수를 했지만 정작 반갑게 나가서 맞이하지는 못한다. 하필이면 남편의 퇴근 무렵에 다솔이가 응가를 했기 때문이다. 물휴지로 엉덩이를 대충 닦아 내고 다솔이를 어깨에 척 걸치게 안은 후 욕실로 데려가 엉덩이를 싹싹 씻어주고 있었다.

뭐 하고 있어? 남편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느새 후다닥 달려와서는 자신이 드디어 퇴근을 했음을, 퇴근한 자신을 반겨주고 하루 동안의 참 많은 일들이 있었음 알리고자 했었다. 그러나 응가를 치울 때조차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들썩거리며 장난치는 다솔이를 한 손으로 제압하며 뒷마무리를 하고,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조심하면서 한 팔로 안은 채 다솔이를 씻기고 있었던 중이었기 때문에 남편에게까지 신경을 써 줄 겨를이 내게는 없었다. 

등 뒤에서 뭐 하고 있어? 묻는 남편에게 반갑게, 밝게, 상냥하게, 사랑을 담아 대답해 줄 겨를이 내게는 없었다.
그저 귀만 쫑긋 세워 남편의 동선을 가늠함과 동시에 손으로는 계속 뽀드득 소리를 내고 있어야만 했다.

응, 왔어? 옷 갈아입고 거실에서 조금만 기다려줘. 저녁 차려 줄게. 건성으로, (보면 모르냐는 듯) 약간의 짜증을 담아서 대답을 한 후에 나는 다시금 다솔이 씻기기에 열중했다. 부스럭부스럭 옷 갈아 입는 소리, 쏴-하는 물소리와 손 씻는 소리, 콜콜콜콜 정수기에서 물 받아 마시는 소리가 차례로 났다.



다솔이를 다 씻긴 후 피부가 건조하지 말라고 아기 로션을 발라주고,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에는 보송보송하게 파우더도 발라주고, 깨끗하게 빨아 놓은 새 옷으로 갈아 입히고 나니 다솔이가 새로 태어난 듯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정말 귀여워 보였다. 나는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동요 몇 곡을 순서대로 불러주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참! 남편이 들어왔었지? 아기에게 신경을 쓰느라 남편의 귀가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실로 나가보니, 남편이 텔레비전을 켜 둔 채, 소파에서 고꾸라져서 자고 있었다. 어찌나 깊이 잠에 빠졌는지 내가 곁에 간 줄도 모르고 쿨쿨쿨 자고 있었다. 한 손에는 리모컨을 꼭 쥐고서. 

남편의 자는 얼굴을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는 이 순간이 다시 없다는 듯 천천히 남편의 꼭 감은 눈이며, 굳게 담은 입 등을 자세히 살펴 봤다. 그런데 원래부터 남편의 얼굴이 이렇게 쓸쓸했던가? 밖에서 힘든 일이 있었던 까닭인지 남편의 자는 얼굴은 세상의 시름을 다 안고 있는 듯 슬퍼 보였다. 스마일맨의 얼굴을 완벽하게 거꾸로 그려 놓은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 아기가 태어난 이후 내 모든 신경은 아기에게로 쏠려 버려서 남편이 찬 밥 신세를 면하지 못한 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다. 제대로 아침 밥을 차려 주지도 못했고 맘 편히 둘만의 시간을 가지지도 못했다. 모든 사랑과 관심을 빼앗긴 채 늘 2순위로 밀려 났기에 어쩌면 남편은 허전함과 외로운 마음이 가득했을 지도 모른다. 언제였던가 앵앵 우는 다솔이의 엉덩이를 발로 툭 차면서(?) 미워!라고 했던 이유도 같지 않을까?

나는 남편이 자는 동안 얼른 따뜻하고 맛있는 밥상을 차리고 토닥토닥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미안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얼굴을 하고 말이다. 피곤한 듯 부스스 일어나는 남편의 얼굴이 참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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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30. 생후 111일

다솔이가 백 일 사진을 찍었다.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날짜보다 조금 지나서 찍는 것이  더 좋다길래
111일에 사진을 찍게 됐다.
사진관에 가서 잘 웃고 포즈도 예쁘게 취하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자랑스러운지 역시 내 아들!이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아직 엎드리는 자세가 불안정해서 조금 힘들어했지만
모델로 데뷔 시키고 싶을 정도로 멋지게 해 준 다솔이다.

2009. 12. 31. 생후 112일

태어난지 이제 백 일 조금 넘었는데, 다솔이는 오늘이 지나면 벌써 두 살!
이거이거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드는 엄마다.
엄마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진기를 보고 손을 뻗어 오는 다솔이
호기심이 왕성해져서 사물을 보면 만져보고 싶어하고
만진 후에는 꼭 입에 넣어보고 싶어하는 장난꾸러기 다솔이다.


2010. 1. 1. 생후 113

자고 일어나서 몸을 슬쩍 뒤집더니
자기의 뜻대로 잘 되자 좋아하는 다솔이다.
하루종일 뒤집는 연습을 하느라 기진맥진 힘들어 하면서도
마치 자신의 숙명이라도 되듯 필사적으로 뒤집기를 반복하는 다솔이다.
웃는 모습이 의젓하다.



2010. 1. 2. 생후 114

내가 산 노란색 외출용 상의가 눈에 거슬린다.
참 이상하지? 분명히 90사이즈인데 어쩜 저리도 클 수가!
여자 아이 옷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으 그렇다 쳐도
크기가 너무 크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샀다고 해도 그렇지...... .
지금 시기가 옷을 사기에 가장 애매할 때인 것 같다고 애써 변명하는 엄마다.


2010. 1. 3. 생후 115일

다솔이가 이제 가슴까지 들 수 있다.
갓난쟁이일 때는 머리도 못 가누다가 겨우 목을 가눌 수 있게 되더니
뒤집기를 성공하고
이제는 뒤집에서 가슴을 세워 들 수도 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다솔이.
매일매일 찍어 놓은 사진을 보니 진짜 변화가 확연히 드러난다.
무럭무럭 자라주어서 정말 고마운 다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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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25. 생후 106일

성탄절 예배를 드렸다.
우리 다솔이에게 첫 성탄절이었는데 이 날 유아 세례를 받게 됐다.
다른 아기들 다섯 명과 함께 받았는데
집 밖에만 나오면 콜콜콜 잘 자는 다솔이는
목사님이 끼얹으시는 물 세례를 받고 잠시 깨어 났다.
그리고는 다시 잠에 빠진 다솔이.
진짜 의미있는 날이다.


2009. 12. 26. 생후 107일

내가 산 노란색 외출용 상의다.
폭신폭신 하고 속이 누벼져 있어서 참 따뜻하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나 옷의 크기
너무 커서 팔을 끼우진 않고 그냥 다솔이를 둘둘 말아서 다니게 된다.
색이 곱고 예뻐서 인터넷에서 샀는데,
받고 보니 주머니가 레이스다. 여자 아이 옷인 듯.
수면 양말을 부츠 삼아 신겨서 다니는데 아주 편리하다.



2009. 12. 27. 생후 108일

물을 아주 좋아하는 다솔이가 목욕 중이다.
요즘엔 아기 욕조도 저렇게 편리하게 나와서
혼자서 못 앉는 아기인데도 척하니 목욕 의자에 앉힐 수 있다.
뒤를 잡아 줄 사람 없이 엄마가 혼자서 목욕 시킬 때 아주 좋다.
첨벙첨범 발로 물장난을 치는 다솔이다.



2009. 12. 28. 생후 109일

아직도 가슴이 아파서 유축해서 먹이고 있다.
세 시간 마다 손으로 젖을 짜는 일은 번거롭고 힘들지만
우선 아프지 않고 다솔이가 젖병으로도 잘 먹어주니 계속 이렇게 해 봐?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토막잠을 자면서 세 시간마다 유축을 하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2009. 12. 29. 생후 110일

다솔이를 식당에 데려와 유모차에서 재워 놓고
엄마 아빠는 맛있는 둘만의 저녁 식사를 했다.
후식을 먹을 때 즈음 다솔이가 일어났다.
조금 더 오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준 것만으로도 어디야?
좋은 꿈을 꾸었는지잠에서 깬 다솔이의 표정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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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20. 생후 101일

외할머니께서 백일 선물로 사 주신 근사한 외출복을 입은 다솔이
내내 집에만 있을 것으로 잘못 생각한 엄마, 아빠는
외출복 한 벌 사 주지 않았는데
기가 막히게도 외출복을 선물 받자마자 밖에 나갈 일들이 생겨났다.
저 옷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
비록 단벌이지만 한껏 멋을 낸 신사 다솔이다.


2009. 12. 21. 생후 102일


기러기 신세를 경험해 본 아빠는 언제 어디서든 쉽게 꺼내 볼 수 있도록
틈만 나면 카메라든 휴대전화든 꺼내 들고 다솔이를 찍는다.
손가락을 쪽쪽 빨기 시작한 다솔이가 너무 귀여워서
아빠는 다솔이를 찍고,
그런 아빠가 멋져 보여서
엄마는 아빠를 찍는다.


2009. 12. 22. 생후 103일

다솔이가 엄지 손가락을 쪽쪽 빨 때
실내복 보다 더 고무줄이 더 단단한 외출복 바지를 입혀놓고
바지춤에 손 넣은 건방진(?) 다솔이로 꾸며 놓으면
손을 절대로 뺄 수 없는 다솔이는 저 자세로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
영문을 모르는 다솔이의 얼굴이 귀엽다.


2009. 12. 23. 생후 104일

분당으로 올라왔다.
처음으로 우리 세 식구가 외식을 한 날
다솔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엄마, 아빠만 냠냠 먹은 것이 못내 미안하지만
'처음'이기에 의미있었던 날.


2009. 12. 24. 생후 105일

크리스마스 이브다.
다솔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게 된 크리스마스를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작은 초코렛 케이크와 포도주를 차려놓고는
기념 사진을 찍었다.
다솔이는 아직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잘 모를 테지만
내년부터는 산타할아버지께 선물을 받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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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르쳐 주는 것일까? 나 몰래 누군가가 와서 다솔이에게 귓속말로 속삭여 주는 것만 같다. 다솔아, 다솔아 이제 기어다니는 것도 적응이 됐지? 이제 앉아봐, 앉아봐, 할 수 있어, 앉아 봐.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면서 벽에 머리를 콩콩 박고, 전기선만 보이면 잡아 당기면서 구석진 곳 더러운 곳만 귀신같이 찾아 다니던 다솔이가 이제 스스로 앉기 시작했다.

육아책을 보니 생후 팔 개월이 되면 혼자서 앉을 수 있다고 했는데 어쩜 그리도 딱 맞추는지, 다솔이도 참 희안한 기술을 써 가며 척척 앉아 나를 놀라게 한다. 기는 자세에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오른쪽 다리 혹은 왼쪽 다리를 옆으로 옮기면서 엉덩이를 내리니 앉는 자세로 짜잔 바뀐다. 그 모습을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지만 곧 걱정스러움이 더 커졌다.


왜냐하면 아직 앉는 것에 익숙치 않은 다솔이가 흔들거리면서 앉아 있다가 불시에 뒤로 쿵 머리를 박으며 쓰러지거나 옆으로 픽 고꾸라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워낙 갑작스레 일어나는 일이라 미쳐 손 쓸 기회도 없이 사고가 나는 것이다. 넘어지는 소리가 어찌나 큰 지 쿵 하는 소리가 나면 내 머리가 다 아파온다. 우리 집에는 놀이방 매트는 깔지 않아서 대신 거실에 두툼한 겨울용 이불과 담요를 넓게 깔아 주었는데 다솔이는 꼭 이불이 없는 곳에 가서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으앙-하고 눈물 몇 방울을 흘리면서 짧게 울고는 또다시 앉기 놀이 삼매경이다. 옆으로 쓰러지면서 책장에 머리를 박았을 때도 그랬다. 설거지를 하고 있다가 너무 놀라 달려왔는데 다솔이는 으앙으앙 울더니 금세 또 자세를 고쳐 앉는다. 뒤집기를 시작했을 때도(http://hotsuda.com/325) 너무 힘들어서 토하고 울면서도 하루종일 뒤집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도 하루종일 앉아 있어야만 직성일 풀리는 것 같았다.



뒤집기를 할 때도 되돌려 놓으면 또 뒤집고 잠에서 깨 일어날 때도 뒤집으면서 일어나고 한밤줌에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보면 자다가 뒤집느라 벽에 머리를 박은 것이었었다. 그런데 앉은 자세에서 넘어지는 것은 뒤집다가 머리를 박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하고 아픈 것이라 무슨 조치가 필요했다.

머리를 보호할 무언가를 급히 찾다가 처음에는 비니 모자에 손수건을 잔뜩 넣어서 씌워 주었었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땀을 비오듯 흘리니 그건 안 될 듯 싶어서 다솔 아빠가 이번에는 기저귀를 헬멧처럼 씌워 줬다. 실내에서 쓰고 있기에 모자 보다 덜 더우면서도 조금이나마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것. 기저귀가 딱이었다. 밤이 늦어서 당장 다른 보호책을 찾을 수 없고 다솔이를 못 앉게 할 도리도 없기에 그나마 기저귀 헬멧이 제일 나았다.



다솔이가 원없이 앉는 연습을 할 수 있으면서도 부상 위험은 적은 방법을 찾는 것! 이번 주 우리 부부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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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5. 생후 96일

아침부터 맞지도 않는 18개월짜리 우주복을 불편하게 입혀두고는
엄마는 다솔이에게 스파르타식 백일 사진 촬영 연습을 시키기 시작한다.
불편한 다솔이는 토끼인형도 밀치고 구션에 겨우 몸을 의지한 채
(절대 혼자서 앉을 수 있는 월령이 아니다.)
앵앵 울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사진 찍기에만 열중인 못 말리는 엄마다.



2009. 12. 16. 생후 97일

한겨울에 어른들은 옷을 다 입었는데 늘 다솔이만 헐벗고 있다.
배냇저고리를 입었을 땐 체구가 작아서 무릎까지 내려왔지만
실내복으로 갈아 입었으니 아랫도리가 휑한데
엄마는 자꾸 옛날 생각이다.
병원에서는 신생아실에서 22도로 시원하게 생활했었어.
사실은 기저귀 갈 때 벗겼다 입혔다가 귀찮아서 스스로 만든 변명이라는 것을
혼자서만 모르는 엄마다.


2009. 12. 17. 생후 98일

아직 모든 것이 서툰 엄마에 비해 아기 안는 것, 씻기는 것
모두 능수능란하신 외할머니.
그래서인가? 늘 다솔이는 외할머니 차지다.



2009. 12. 18. 생후 99일

다솔이에게 지구본을 보여 주면서 함께 놀던 아빠는
갑자기 다솔이를 세워 안고 지구본을 만져 보게 한다.
아들아, 다솔아! 세상을 다 가지거라.
여전히 헐벗은 다솔이와, 엄마 옷을 빌려 입은 아빠다.



2009. 12. 19. 생후 100일

드디어 우리 다솔이가 태어난지 백 일을 맞았다.
무럭무럭 자라 주어서 어찌나 기쁜지
비록 다솔이는 먹을 수 없지만 우리끼리 아구아구 먹겠지만
백 일을 기념하는 상을 차려 주었다.
백 일 동안 아기를 키우느라 하루가 다르게 초췌해져 가는 엄마 대신
외할머니께서 장을 봐 오셨는데,
상다리가 부러진다.
무려 11가지 종류의 떡과, 새콤달콤 해파리 냉채
임신 기간에 내내 달고 살았던 바나나와 사과
중국에서 비싼(?) 값에 사 먹었던 초코파이
그리고 귤, 감, 파인애플, 메론까지
다솔아!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다솔아!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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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2.

햇살이 좋길래 다솔이와 집밖으로 나가보려고
두툼한 방한 우주복을 입히고 모자도 씌우는 중이다.
역시나 본전을 뽑기 위해서 93일 된 다솔이에게 18개월 때나 입는 우주복을 산 엄마.
옷이 너무 커서 입히는 것이 좀 힘들지만 그래도 아기들은 쑥쑥 큰다니까.
내년 겨울에도 잘 입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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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4.

어느새 스스로 목을 가눌 수 있게 된 다솔이
아직 혼자서 엎드릴 수는 없지만 엎드리게 도와 주면 고개를 들 수 있다.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때가 되면
스스로 하나씩 하나씩 깨우치는 기특한 다솔이.
엎드려서 웃는 모습도 정말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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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1.

안겨있는 다솔이도, 안고 있는 외삼촌도 약간 어색한 듯?
엄마는 외삼촌이 다솔이와 더 많이 놀아주고
외삼촌이 다솔이를 더 자주 안아주길 바라는데
아기가 어색한지 외삼촌은 다솔이를 아직 어려워한다.
다솔아, 외삼촌은 엄마의 동생이란다 앞으로 더 많이 친해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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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0.

인터넷으로 다솔이의 옷을 샀다.
백 일 기념으로 사 준 옷인데, 오래오래 입히기 위한 전략으로
한(?) 치수 큰 것을 산다는 것이 그만...... .
외할머니 말씀이 이 옷은 백 일 아기 옷이 아니라 돌 아기 옷이 틀림없단다.
쩝. 할 말 없는 엄마다.
얻어 온 옷도 아닌데 생각보다 너무 큰 치수 때문에 할 말도 없고
본전을 뽑기는 커녕 아예 입힐 수 없는 저 옷이 심히 부끄러워지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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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3.

와, 귀여운 다솔이다!
외출복이 하나도 없는 다솔이에게, 엄마는 다 너무 큰 옷을 사줘서
보시다 못한 외할머니께서 입히기도 좋고 예쁜 90사이즈의 외출복을 사 주셨다.
사실 90도 지금 입히기에는 좀 커서 팔, 다리를 두 번씩 접어서 입혀야 되지만
이만하면 참 잘 맞고 또 멋지게 어울린다.
옷이 날개라더니 얼굴이 활짝 핀 우리 다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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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9.

여기는 또 경북 안동에 있는 외갓집
외할머니께서 다솔이와 함께 놀아 주고 계신다.
외할머니와 다솔이가 재미있게 놀면 엄마는 한결 더 편하게 지낼 수가 있다.
그래서 좀 멀긴하지만 엄마는 자꾸만 외갓집에 가려고 한다.
대신 아빠는 외로운 기러기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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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8.

다솔이가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엄마, 아빠는 매일 사진을 찍어서 저장해두고 있다.
언제까지 기록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다솔이에게 파일을 주면 아주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그런데 아직은 누워있는 모습, 자는 모습이 대부분이라 사진이 좀 재미없다.
그리고, 선물도 받고 해서 옷도 참 많은데 왜 늘 노란색 옷만 입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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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7.

다솔이를 처음 보시는 분들이라면
월령에 비해 머리숱이 적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다솔이의 역사를 아는 내가 보기엔
그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머리카락이야 배냇 머리가 저절로 빠지고 또 나고 그러면서
막 태어났을 때보다 오히려 더 적어졌지만,
빨갛게 살만 보였던 속눈썹이 하나 둘 생겼고
전혀 없었던 눈썹도 흐릿하게나마 일정한 선모양을 그리게 됐다.
그 아이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
참 보람되고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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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6.

이제 색을 구별할 수 있을 때가 되어서 흑백에서 색깔 초점책으로 바꿨다.
양면에 알록달록, 네모 무늬, 동그라미 무늬 등등이 색색깔로 그려진 초점책을
우리 다솔이는 참 좋아한다.
자세를 잡고 책을 옆에 놓아주면 참 오래 관심을 가지고 책을 보는 기특한 다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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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5.

출산 전에는 아기가 태어나면 하루종일 말을 걸고
하루종일 노래를 불러주고, 하루종일 안아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뭐가 그리 피곤했는지, 생각할 수록 참 무심했던 것 같다.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많이 말을 걸고, 좀 더 많이 웃어줘야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해 매일 반성하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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