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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인이가 오늘 어린이집에 첫등원을 했어요.
이제 겨우 15개월 남짓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니 생각할 수록 마음이 짠해지고,
날짜가 다가올 수록 미안한 마음과 후회가 파도처럼 일렁일렁~
보내지 말까, 그냥 눈 딱감고 보낼까 끊임없는 망설임과 갈등이 갈대처럼 왔다갔다~
그런데 오늘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나니 잘 했다 싶습니다.


큰아이 다솔이는 32개월, 4살에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으니 작은아이 다인이는 엄청 빠른 셈이지요.
(관련 글 : 눈물로 시작 했던 다솔이의 첫 등원 이야기 http://hotsuda.com/1106)


그런데요, 얼마전 문자로 제 친구와 나눈 대화 중 한 대목을 소개해 드리자면,
제가 다인이를 1월 셋째 주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니,
배려심 깊은 제 친구는 '이제 숨 좀 쉬겠네~'하며 저를 토닥여 줍니다.


모르시는 분들은 그동안 숨 안 쉬고 어떻게 살았니? 하실 수도 있는데요,
하루 세 끼 맘 편히 밥 한 번 제대로 못 먹고, 화장실도 맘 놓고 가지를 못하고
두 아이를 번갈아 가며 혹은 동시에 돌보다 보면 정말 숨조차 편하게 못 쉰 것 같아서
습습후후-- 습습후후--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해야 할 경우가 '정말로' 생긴답니다.


엄마니까, 하늘보다 높고 바다 보다 깊다는 모성애로 꾹꾹 눌러 참는 거지요.
(모성애도 경력이 쌓이나봐요. 저는 딱 우리 아이들 나이 만큼만 모성애가 있는 듯??)
그러나 엄마도 사람, 꾹꾹 눌러 담았던 것이 어쩌다 한 번 크게 폭발을 하고,
점점 더 폭발의 주기는 짧아지기 시작합니다.
폭발...꾹꾹*100...폭발, 꾹꾹*50...폭발이던 것이,
꾹꾹...폭발, 꾹꾹....폭발...꾹꾹...폭발, 폭...발...폭...발....하는 때가 결국은 오게 되지요.



오늘 아침, 실수로 발등을 찧은 후 저도 모르게 '아얏! 아이 아파랏!!' 큰 소리로 외쳤는데,
남편이 저에게 '희숙대리'라고 합니다.
가정 주부인 제가 '대리'일리 없고 제 이름에는 '희숙'의 'ㅎ'도 안 들어가는데 왜 희숙대리냐고요?
개그 콘서트 보시는 분들은 다 아시죠? 희숙대리를...... .


남편이 웃으며 '희숙대리~'라고 하는데,
제 머리속으로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몇 개, 아니 수십 개의 장면들.
요즘 저는 정말 히스테리 가득한 희숙대리였거든요.
저는 2004년에 남편을 만난 이후 지금껏 남편에게는 당연하고 그 누구에게도 소리를 지른 적이 없었어요.
다솔이가 어떠한 잘못을 했어도 실수로 벌어진 일이면 야단을 치지 않았고,
장난으로 그런 일엔 낮은 목소리로 훈육을 했었지 큰소리를 내지 않았답니다.
  

그랬던 제가 요사이 사소한 것에도 분에 못 이겨서 소리를 목청껏 지른 적이 꽤 있더라고요.
물론 다솔이가 다인이를 곤경에 빠드렸기에 급히 중재했어야 한다는 핑곗거리는 있으나,
다솔이와 다인이를 떼어 놓거나, 낮으면서도 엄하게 타이르면 될 것도
소리를 지르며 화낸 적이 많았어요.
대놓고 '짜증난다'고 말한 적도 있고, 그야말로 히스테리 작렬이었죠.


엄마가 '희숙대리'로 변할 때,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그 시기가 딱 맞답니다.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엄마도 조금 숨 좀 돌리고, 혼자만의 시간도 갖고, 잠도 자고, 텔레비전도 보고, 먹고, 놀고...
그런 후 아이들을 맞는다면 희숙대리에서 다시금 엄마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운이 좋아서,
다인이는 제 오빠 다솔이가 있는 어린이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다솔이도 혼자서 어린이집에 가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다인이와 함께 간다니 며칠 전부터 흥분상태~


다인이는 2주 동안 하루 두 시간씩만 어린이집에서 놀다가 오는데요,
선생님 말씀이 오늘 다솔이가 엄청 의젓하게 굴었대요.
다인이를 그렇게도 잘 챙겨주고, 장난감도 가져다 주고 공부시간에도 잘 도와주고,
정말 자상한 오빠였다고 하셨는데, 사진을 보니 정말 그랬더라고요.


(집에서 자랑 셋이 공부를 할 땐 두 아이가 뒤엉켜 제 자리에 앉아 있지도 않지만
각자 주어진 과제를 끝마친다는게 잘 상상이 안돼요.
서로 제 무릎에 앉으려고 싸우고,
다솔이는 무조건 동생 것을 빼앗아서 자기가 하기 바쁘거든요.)




이 사진을 보고 다솔이가 다인이 손이네?? 하기에
제가 아니야~ 다인이는 다른 반이잖아~  대답했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다인이 손이 맞았어요.
선생님이 다인이가 낯설어 할까봐 제 오빠 옆자리에 앉혀 주셨나봐요.




오빠가 있으니까 울지도 않고 안심하며 어린이집에 있을 수 있었고요,




다솔이는 오빠답게 다인이의 손을 잡고 과제를 도와 줍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 정말 존경! 이게 교육기관의 힘인가요?)
둘다 이렇게 의젓한 모습 처음이에요.




다인이는 언니, 오빠들 따라서 책도 잘 읽고



 
다솔이와 다른 아이들이 챙겨주는 장난감으로 재밌게 놀기도 하면서
오늘 하루 어린이집에서 잘 놀다가 왔어요.
 
 
그래도 피곤했던지 집에 와서 내리 세 시간을 푹 잤는데요,
15개월 다인 공주, 걱정보다는 어린이집에 적응 잘 할 것 같아요.
저도 얼른 예전의 제 모습을 찾도록 노력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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