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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연수차 방문한 중국에서도 프로필 사진을 찍어봤다. 한국에서 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황송한 대우를 받으며 찍은 프로필 사진. 오랜 시간을 공들여 찍은 사진이라 애착도 가고 한국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 재미있기도 했다. 요즘에는 특별히 써 먹을 데가 없어도 재미삼아 한 두 번 찍어 보는 것이 프로필 사진이기에, 외국에서의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본다.

이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나는 외국어를 할 줄 모른다. 최근들어 중국에 관심이 생겨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왕초보라 간단한 생활중국어(일명 서바이벌 회화) 정도만 겨우 할 정도이다. 그런 나와 내 친구가 중국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게 될 줄은 솔직히 나도 몰랐다. 우리는 그저 한국에서는 비싸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상대적으로 값이 싼 중국에서 많이 해 보자고 별러 왔었기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물색해보다가, 사진 촬영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아, 우리가 사진을 찍은 곳은 중국 산동성 칭조우에 있는 괜찮아 보이는 웨딩&프로필 사진관이었다. 칭조우는 한국으로 따지면 '군'이나 '읍' 정도 될 것 같은 시골 동네인데, 시골이라 발전이 되지 않아서인지 그야말로 '중국'이다.(칭조우에 관한 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한다.) 왕초보 둘이 우물쭈물 사진관에 들어갔는데, 우리의 폼새가 심상치 않았는지 직원들이 관심 있어 하며 몰려들었다.(칭조우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는데도 그 사진관에는 예약 접수를 받는 직원만 5명 정도, 화장해주는 직원 3명, 도우미(옷 갈아입을 때) 5명, 사진기사 5명....등 참 많은 직원들이 있었다. 중국이 아직은 인권비가 싸서 그런 것 같았다.

손짓 발짓에 전자사전까지 동원해서 프로필 사진을 찍기로 예약을 했다. 옷 3벌을 선택할 수 있고 화장이랑 머리 등을 매만저 주는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 흥정해서 180위안이었다. (아, 중간에 점심으로 햄버거도 준다.) 사진은 20장을 고를 수 있단다. 180위안이면 지금 환율로 따지면(환율이 많이 올랐다.) 많이 쳐서 36,000원이다. 아침 일찍가서 화장하고 사진을 다 찍는데 4시간 정도 걸리는데, 36,000원이면 정말 싼 가격이다.

드디어 예약한 날짜가 되어 들뜬 마음으로 사진관을 찾았다. 먼저 옷을 고르는데 엄청나게 종류가 많아서 어떤 옷을 골라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중국에 왔으니 중국 전통의상을 우선으로 고르고, 긴드레스도 고르고, 짧은드레스도 골랐다. 눈치를 보니 내가 고른 옷은 다른 사람들이 잘 고르지 않는 것이었나 보다. 옷에 따라서 머리와 장신구들을 다르게 해 주는데, 내가 고른 긴드레스에는 특이하게도 단발머리 가발을 씌어 주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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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화장할 때 약간의 문제가 있었는데, 메이크업 베이스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액체가 있는데 추가로 돈을 더 지불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사진가격이 180위안인데, 그 화장품도 180위안!! 화장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와 계속되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까지 필요없다고 외치며 그들의 눈치를 견뎌냈다(!!!) 다른 사람들 화장하는 것을 보니까 가부키 화장하듯 얼굴 전체를 허옇게 떡칠하더니 그 위에 파운데이션을 발랐다. 아마 평소에 화장을 잘 하지 않는 중국인들이라, 피부 상태를 극도로 좋아보이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180위안은 너무 비싸다. 그리고 또 특이한 것은 중국의 화장에는 쌍꺼풀 테이프가 들어간다. 그것도 한 쪽 눈에 두 번이나!! 내가 볼 때 사진 나온 것이 약간 어색한 까닭도 그 쌍꺼풀 테이프 때문이다. 나는 속쌍꺼플이 있는 눈인데도 불구하고 테이프를 붙여서 성형한 것 처럼 어색한 쌍겹을 만들어 놓았다. 처음엔 정말 어색했는데, 자꾸 보니 눈이 커 보여서 성형을 고민하게 만드는 화장술이었다.(사진엔 너무 어색하다.)

제일 먼저 입은 것은 검은색 무늬가 있는 긴 드레스. 짧은 가발과 검은 모자, 장갑까지 세트로 갖춰줘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쓱 둘러봐도 다른 사람들은 쓰지 않은 가발을 나 혼자 쓰고 있으니 괜히 더 특별해 보여서 더 좋았다. 사진 찍을 땐 여자 사진 기사 분이 포즈를 취해 줘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될 지를 알려줬다. 말이 안 통해도 역시 무사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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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중국 전통의상을 입었다. 잘 보이지 않는 뒷머리까지 가모를 넣어 봉긋하게 만들어 주는 등 세심하게 신경 써 줬다. 전통 모자가 어찌다 무겁던지 목 디스크가 걸릴 지경이었지만 예쁜 사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꾹 참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는 포즈는 정말 어려웠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짧은 드레스를 입었는데 머리를 촘촘한 빗으로 빗어서 펑키 스타일로 만들어 줬다. 세상에! 이런 머리를 한 사람도 그 사진관에선 나 밖에 없었다. 당황스럽겐 했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이런 머리를 해 보겠나 싶어서 즐기기로 했다. 그런데 좀 웃겼던 것은 머리에 꽃을 달고 끈을 연결하는데, 딱풀로 이마에 붙이는 것이 아닌가? 아무렇지 않게 풀칠을 하더니 이마에 붙여주는데 황당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짧은 드레스 안에 입은 망사바지도 중국에서가 아니면 생각지도 못할 것 같았다. 옷 뒤에 길게 늘어져 있는 천을 이용하여 옷이 날리는 듯 한 효과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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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4시간의 촬영이었지만 내내 재미있게 사진을 찍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또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다른 옷과 다른 스타일로 또 찍어보고 싶기도 하다. 여유가 된다면 해외 여행을 할 때 유명한 유적지만 가는 곳이 아니라 그 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더 깊숙히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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