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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을 자다가 갑가기 몸을 부르르 떨면서 눈을 뻔쩍 뜨는 까닭은, 맛있게 밥을 먹다가도 어느 순간 에휴-- 얕은 한숨을 뱉어내는 까닭은, 바로 바로 두 달 남짓 남은 다솔이의 돌잔치에 아직까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잔치를 준비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돌잔치 때문에 왜 그렇게도 엄마들이 머리카락을 쥐어 뜯는지 말이다.

나도 그랬다. 제작년 이맘 때 사촌 언니의 아기가 첫 생일을 맞았다. '소담이 돌이 7월 중순이었던 것 같은데?' 무심하게 묻는 내 목소리와는 달리 언니는 돌잔치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폭풍 같은 한숨과 걱정을 늘어놓았었다. 돌잔치를 그냥 사람들 불러서 밥 한 번 먹는 것으로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언니에게는 준비할 것이 태산이라고 들었다.

엄마가 직접 만들어야 더욱 빛난다는(돈이 안 들어서 더욱 그렇겠지만) 각종 엄마표 게시판, 사진첩, 장식품에서부터 돌잔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떻게 잡을 것인지, 옷은 뭘로 입을 것인지, 화장과 머리는 어느 업체에 맡기며 돌잔치 스넵 사진은 어떤 사람으로 부를 것인지...... 결혼식과 견주어도 될 만큼 준비할 것이 많았다. 그러나 그 때는 '남의 집 불구경'이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보니 정말 준비할 것이 많고 생각만 복잡해지는 것이 바로 돌잔치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사촌 언니의 아들 주완이가 주인공이었던 돌 잔치에 다녀왔다. 생후 1년, 아기가 갓 태어나 고개를 가누고 뒤집고 기고 일어서는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 본 부모에게는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로, 건강하게 잘 자라 준 아기에게는 축하하고 사랑한다는 의미로 치루는 아기의 첫번째 생일 잔치. 준비 과정에서 엄마가 쥐어 뜯은 머리카락이 무색하게도 손님들은 하나같이 아기가 아무탈 없이 튼튼하게 잘 자라 준 것을 가장 으뜸으로 꼽으며 이 가정을 축하해 주었다.

손님으로 이 자리에 참석해 보니 돌잔치를 얼마나 보기 좋고 성대하게 잘 치르느냐는 그저 엄마의 욕심에 불과한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았다. 오랫만에 만난 일가 친척들과 맛있는 음식들을 나누며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곳, 이 날 주인공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서 그저 행복한 웃음 꽃을 피우는 것이 바로 돌잔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날, 우리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른 아기가 있었으니, 바로 생후 두 달 남짓 된 미소 양이었다. 미소는 위로 오빠 둘을 두고 태어난 막내 딸인데, 오빠들과 나이 차가 많이 나는(오빠들은 벌써 초등학생) 늦둥이다. 그래서인지 미소의 엄마인 승하 언니는 세 아이를 둔 엄마지만 처음 아기를 기르는 것 같다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다.


언니도 젖양이 충분하다면서요? 먹는거야 엄마 모유가 제일 좋으니 다른 것 생각할 것 없이 모유를 먹이면 되고, 지금 시기에 가장 신경 쓸 것은 예방접종 밖에 없어요. 태어나자 마자 접종하는 BCG는 접종 맞췄을 것이고, 어디보자 B형 간염 주사도 1, 2차 다 맞췄죠? 미소는 이제 DTaP하고 폴리오(IPV)를 맞을 차례네요.

어쩐지 주사 얘기가 나오니 언니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기의 가녀린 다리에 무지막지하게 주삿 바늘을 꽂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예방 접종을 일일이 챙긴다는 것이 보통 번거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가장 중요한 시기라서 그렇겠지만 생후 6개월까지 무슨 예방 주사들이 그리도 많은지 까닥 방심했다가는 예방 접종 날짜를 놓쳐 버릴 수 있다. 게다가 언니의 경우는 남자(!!) 아이 둘의 학교 뒷바라지도 해야 되니 오죽 바쁠까?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콤보백신이다.

테트락심은 주사 한 방으로 DTaP(백일해, 파상풍, 디프테리아)와 IPV(소아마비)를 해결하는 간편하면서도 효과 좋은 주사약이다. 아기는 무섭고 고통스러운 예방 주사의 횟수를 반으로(6회에서 3회로) 줄여서 좋고, 엄마는 그만큼 직접/간접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소아 예방 접종표>


또 한 가지 신경써야 할 것이 엄마의 Tdap 예방접종이다. 성인용 DPT라고 할 수 있는 Tdap 백신은 백일해, 디프테리아, 파상풍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성인이 Tdap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는 백일해 때문이다. 성인에게 백일해는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지만, 아직 면역력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백일해에 걸리게 될 경우에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Tdap 접종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뉴스(쌍둥이 아기들이 백일해에 걸려 고생한 사례를 보니 참 마음이 아팠다.)를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됐다.

뉴스를 보니 아이들은 주로 엄마나 의료진 등의 성인을 통해서 백일해에 걸린다고 하니까 특히 엄마들의 예방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DTaP을 맞았으니까 괜찮겠지 했는데, 백일해 면역력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유지 되지 않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접종해야 한단다.

셋째 엄마답게(?) 너무나 대범해서, 아기의 예방 접종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도 안 했다는 언니는, 또 다시 파도 처럼 밀려 오는 엄마의 의무가 너무나 많아서 잠시 멀미를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유식을 시작하는 만 6개월 전까지는 예방 접종만 좀 신경을 쓰면 된다. 나의 이런 정보로 인해 미소가 좀 더 튼튼하게 자라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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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콤보백신이 뭔지 아직도 모르는 나와 비슷한 엄마들을 위해 주사 한 방으로 DTaP(백일해, 파상풍, 디프테리아)와 IPV(소아마비)를 해결하는 놀라운 테트락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다음 번 예방 접종에도 한꺼번에 무시무시한 주사 바늘 두 개를 다솔이의 다리에 꽂는 가슴아픈 장면을 또 봐야 했겠지. 친구를 초대한 일이 진짜 다행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 날의 경위>
이쯤하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쪽에선 몸에 좋은 버섯이며 양파, 양배추, 당근이 잔뜩 들어간 오징어 볶음이 지글거리고, 또 한 쪽에선 순두부가 먹음직스럽게 들어간 뚝배기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혼자 놔 둔 것이 못내 걱정스러워 힐끔거리면서 다솔이가 있는 쪽을 계속 의식하다가 다솔이가 아슬아슬한 모양새를 보이는 즉시 번개처럼 달려가서 다솔이를 안아 올린다. 그 와중에 친구들에게 문자까지 보내기.

30분 후면 오랜만에 친구들이 놀러를 올 예정이어서, 다솔이에게 이유식을 먼저 먹이고 세수와 기저귀 갈기까지 마치고 나니 '딩동' 정확한 시각에 초인종이 울렸다.

다들 하나씩 매고 왔던 아기띠를 풀고 각자의 얼굴과 꼭 닮은 아기들을 일렬로 앉혀 놓으니,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흐뭇해지는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우리는 먼저 주린 배부터 채우기로 하고 내가 미리 준비해 놓은 음식들을 양껏 맛있게 먹었다.



아기 엄마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레 그래야 된다는 듯 아기들의 발달 상황이 화제가 되는데, 이 날도 다솔이가 스스로 서게 된 것에 대한 감탄과, A가 밤중 수유를 끊은 것에 대한 안도, 그리고 B의 얼굴에 난 조그마한 상처 등등이 순서대로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나는 아기 기르기에 대한 정보가 참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임신 때에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엄마들이 가입해 있다는 '임신, 육아' 관련 네이버 카페에서 거의 살다시피 해서, 임신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는데 지금은 처음 듣는 얘기가 너무 많았다. 다솔이가 백일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난 이후부터는 거의 카페에 들어가보지 않았으니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은 아기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유기농 제품은 어디에서 사는 게 좋은지, 오히려 여름에 더 추운 지하철과 공공기관에 갈 때 따뜻함과 멋스러움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담요는 어디 것이 예쁜지, 슬슬 밤에 안고 잘 수 있도록 유행하는 토끼 인형을 사 주고 싶은데 공동구매는 어디서 하면 되는지...... 끝도 없는 정보들을 술술술 이야기 했고 나는 하나씩 외우려고 하다가 너무나 방대해서 결국 도중에 포기해 버렸다.

친구들이 돌아간 후 나는 후다닥 네이버 카페에 접속을 해 봤다. 역시나 알토란 같은 정보들이 넘쳐 나서 나는 메모까지 하면서 하나씩 달게 글들을 읽었다. 그러던 중 '콤보백신'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Inoculation
Inoculation by David Robert Wrigh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아기들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맞는 BCG를 시작으로 해서 돌까지 여러 종류의 예방 주사를 맞게 된다. 그 조그마한 다리에 뾰족한 주사 바늘이 쿡 들어가는 순간, 너무나 아플 것 같아서 아기보다 엄마의 얼굴이 더 일그러지게 마련이다. 다솔이는 꽤 용감한 편이라 주사를 맞고도 길게 운 적이 한 번도 없긴 한데, 매 2, 4, 6개월에 맞았던 DTaP와 소아마비(IPV)를 맞던 날엔 다른 날보다 많이 아파했었다.

주사를 놔 주시는 의사 선생님이 소아마비를 맞을 때 그 주사가 특별이 더 아프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지만, DTap와 소아마비는 같은 날 두 대의 주사로 맞아야 되기 때문에 아기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공포가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주사 한 대를 맞고 이제 끝났겠지 하는 순간 또 다시 주사를 맞게 되니까 말이다.

콤보백신은 각각의 백신을 혼합하여 여러 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을 말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콤보백신이 보편화 되어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야 테트락심이라는 백신이 출시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콤보백신도 그랬지만, 테트락심이란 말도 나는 처음 들었기에 진짜 주사를 한 대만 맞고도 두 대를 다 맞은 효과가 있는지 더 찾아 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신문 기사로도 나왔고 소아과 의사들이 쓴 칼럼에서도 콤보백신과 테트락심을 소개 해 놓은 글들이 있었다.

*테트락심의 DTaP는 10년 이상 백일해 예방에 효과가 입증된 제품이고
*테트락심의 IPV는 20년 이상, 2억 3천만 도스 이상이 공급되었고, 세계 80개국 이상에 등록된 제품이다.
*테트락심은 한 번의 접종으로 두 가지 이상의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아! 진작에 알았으면 다솔이가 2, 4, 6개월에 걸쳐 무려 세 번을 아프고 공포스러운 주사를 두 대씩 맞지 않았어도 되었을텐데, 엄마의 정보 부족이 너무나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2, 4, 6개월에 맞는 기초 접종은 물론 추가 접종(15~18개월, 4~6세)시에도 콤보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유럽이나 미주 등에서는 10년 이상 콤보백신을 사용하고 있다니 안전성에 대해서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주사 한 대로 두 대를 동시에 맞은 효과를 낸다면, 진짜 안전하다면, 가격도 비슷하다면 1타 2피의 놀라운 위력을 가진 콤보백신으로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엄마와 아기에게는 훨씬 덜 아프고 덜 고통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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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7.

태어나서 처음으로 예방접종을 한 다솔이.
BCG 주사였는데, 따꼼했을텐데도 으앙 소리 한 번 안냈다.
생각보다 긴 주사 바늘을 생각보다 깊게 찔렀는데도 꼼짝않고 주사를 맞는 의젓한 다솔이
다솔이 다음에 주사를 맞던 다른 아기가 애앵 소리를 내면서 크게 우는데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기특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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