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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보통 임신 7주 이후인 것 같아요. 예민한 임신부들은 몸도 으슬으슬 아프고 갑자기 음식 냄새에 민감해지는 입덧도 생겨 더 일찍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저처럼 둔감한 임신부들은 몸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7주(혹은 더 늦게)쯤 돼서야 새생명을 잉태하게 됐음을 깨닫게 되지요.


그래서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들이라면 '약' 먹는 것을 늘 조심하고 임신 초기에 꼭 필요한 '엽산'을 평소에 먹어두는 것이 좋아요. 임신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하던 임신부들이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발견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급격하게 모성애가 발동되어 건강한 임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특히 '먹는 것'에 대한 남 모를 고민이 시작되는 것도 바로 임신 10주부터입니다. 임신 전 수십 년 동안 완성돼 온 식습관을 하루 아침에 고치려고 하니, 아무리 임신 중이라고 해도 힘들기 마련이잖아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저는 '술'을 제외한 다른 음식은 조금씩 슬쩍슬쩍 먹었었어요.


건강하고 피부도 좋은 다솔이를 낳은 후, 둘째를 임신했을 땐 첫 임신 때보다 한결 더 음식에 대한 걱정이 느슨해졌는데, 임신 초기인 예비 엄마들은 임신 & 육아 전문카페에 참 귀여운 질문들을 많이 올려 놓더라고요.


커피 마셔도 되나요?

jack johnson:supposed to be
jack johnson:supposed to be by visualpanic 저작자 표시


임신부들이 가장 많이 하는 먹거리 고민이 바로 커피에 관한 것 아닐까요? 특히 우리나라에선 임신부에게 금기사항 및 금기 음식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요, 산부인과 의사들은 하루에 두 잔 정도는 마셔도 되니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가 허용한 커피 두 잔을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고정관념 때문에 마시기가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에요. 배가 불룩 나온 임신부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홀짝거리면서 길을 걸으면 열의 아홉은 고개를 돌려서 쳐다 볼  걸요? 그만큼 임신한 사람이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선 이상한 일이지요.


저는 원래 하루에 커피 두 잔은 기본, 어떤 날은 세 잔도 기분 좋게 마시던 사람이라 임신과 동시에 커피를 딱 끊는 것이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었어요. 커피를 마심과 동시에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었었는데 커피가 없으니 하루가 시작조차 안 되는 몽롱한 기분이었지요. 첫 아이 임신 후 5개월 동안 커피를 끊고 살다가 삶의 의욕을 잃어 버리려고 할 때 즈음, 딱 한 잔만 마셔보자고 몰래 마셨는데, 천국이 따로 없었어요. 그 이후부터는 하루 한 잔씩 마셨고 둘째를 임신한 지금도 그렇습니다.


피자, 치킨, 햄버거, 라면 먹어도 되나요?

TGI hamberger
TGI hamberger by PoYang_博仰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참 귀여운 질문이지 않나요?
임신을 하면 식욕이 왕성해지니까 기름진 음식이 마구마구 당기게 되는데, 평소에 피자, 치킨,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를 좋아했다면 역시나 임신 중에도 이런 종류의 음식이 먹고 싶어지기 마련이지요.


저는 입맛이 한국적이라 임신 전에도 패스트푸드는 잘 먹지 않았었어요.(아! 라면은 종종 먹었고요.) 그런데 임신 & 출산 카페의 게시판을 보면 하루에도 몇 건씩 비슷한 질문이 올라오더라고요. 피자 먹어도 되나요? 치킨 먹어도 되나요? 햄버거 먹어도 되나요? 저는 이런 질문을 볼 때마다 귀여워서 웃음이 나는데요, 아무래도 아기에게 아토피가 생길까봐 걱정이 돼서 그런거겠죠?


첫 임신 때 예비엄마교실에 가서 배운 바에 의하면 아토피는 엄마가 먹은 음식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하네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임신 여부와 상관 없이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것은 몸에 이롭지 않으니까 임신 중에도 자주 먹는 것은 역시나 좋지 않겠죠.


술을 마셔 버렸어요!

The rock
The rock by Pacdog 저작자 표시


요즘처럼 더운 날씨엔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마련이죠? 그러나 '술'은 태아에게 위험을 줄 수도 있으니 마시지 않는 것이 좋아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 보면 맥주를 몇 모금 들이키는 것이 태아에게 치명적인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해요.(어느 나라에선 모유의 양을 늘리는 방법으로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니까요.)  제가 다솔이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었을 때 아주 귀여운 아기가 있었는데 그 아기의 엄마는 일주일에 맥주 500cc 정도는 마셨었다고 해요. 그런데도 아기는 아주 건강했고 예뻤으니 어쩌다 한 번 맥주를 몇 모금 마셨다고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나, 그런 일이 자주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술은 가급적 마시지 않도록 (노력)해요!


그러면 임신 중 많이 먹어야 되는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임신 중에는 엽산이 필요해서 따로 엽산제를 먹지만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양배추, 녹색 채소, 토마토에 엽산이 많이 들어 있고 이런 음식들은 건강에도 좋으니 평소에 많이 먹어 두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임신 중 색깔이 다양한 채소를 많이 먹으면 기형아를 예방할 수 있대요. 샤브샤브 형식으로 데치거나 간을 약하게 국으로 끓여서 건더기만 건져 많이 먹으면 좋아요. 또 임신 중 고구마를 먹으면 우울감과 빈혈을 예방할 수 있고요, 임신 중에는 감기약을 먹을 수 없는데 바나나를 많이 먹는 것이 감기를 예방해 준대요. 


정리하면 임신 중에는 양배추, 시금치 등 녹색 채소와 토마토, 가지, 당근 등 색깔 있는 채소, 고구마, 바나나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는 말씀입니다. 다만 과일은 너무 많이 드시지는 마세요. 과일에 있는 당분이 혈당을 높이고 과도하게 살을 찌게 만드니까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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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전, 저의 경우는 병원에 갈 수 없었던 특수한 상황이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지나고보니 아, 참 다행이었구나, 축복받았구나 싶다. 나는 임신 기간 동안 딱 5번 산부인과에 갔다. 보통 산모들이 임신 기간동안 12~14회 정도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도 보고(평범한 초음파, 입체 초음파, 정밀 초음파 등), 각종 검사(다운증후군 검사, 기형아 검사, 임신성 당뇨 검사 등)도 하니까 다른 산모들보다 참 적게 병원을 간 셈이다.

나는 중국에서 약 일 년 반동안 생활하면서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내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는 겨울 방학이 되어 잠시 한국으로 돌아왔던 2009년 2월이었다. 당시 임신 9주였는데 병원에서 축하한다고 아기집이 잘 보인다고 하는 말만 들은 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것이 첫번 째 병원 진료였다. 병원에서는 내가 한 달 뒤에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올 줄 알았겠지만 그 다음으로 병원을 찾은 것은 무려 18주가 지난 임신 27주 째인 2009년 6월이었다.

그러면 다운증후군 검사는? 기형아 검사는? 당뇨 검사는? 아니, 검사는 둘째치고 정밀 초음파는?


다른 엄마들이 물어 볼 때마다 하나도 안 했다라고 대답하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듣는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 나는 중국에서도 시골(산동성 청주시)에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살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아니,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 곳에도 규모가 꽤 큰 병원이 있었지만 정말이지 병원에 가고 싶지가 않았다.

당연히 중국에도 임신부가 있고 그들도 건강하게 아기를 잘 낳지만 의료 시설이 낙후했을 것만 같고 위생 상태를 믿을 수가 없어서 차라리 가지 않는 쪽을 선택했던 것이다. 같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중국인 선생님 중에도 임신한 분이 있어서 물어 봤었다. 병원에 가면 어떤 진료를 받는지 말이다. 중국 사람들은 자주 병원에 가지도 않지만 가도 특별한 검사가 없었다. 몸무게를 재고, 배 둘레를 줄자로 재고(!!), 초음파를 원하면 찍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정확하게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충 그러했다. 병원에 갔어도 한국처럼 별별 검사를 하지는 않는 듯 했다. 그래서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덜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학기를 마치고 귀국을 하면서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산부인과를 다녀 보려고 했건만, 이미 모든 검사를 할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27주, 32주, 34주, 36주 이렇게 병원에 가서 초음파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다솔이가 자리를 거꾸로 잡았기 때문에 나는 38주에 제왕절개 수술로 다솔이를 낳았다.)

참 다행스럽게 아무런 검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다솔이는 건강하게 태어나 지금껏 병원한번 안 가고(병원에 안 가는 것이 습관이 됐는지 태어난지 8개월 째 된 다솔이도 소아과에 간 적이 없다. 예방접종은 모두 보건소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건강 관련 텔레비전 방송을 보다가 내가 임신 기간 내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까닭을 알게 됐다.

앞서 얘기했든 나는 중국에서 일년 반 동안 생활했다. 그것도 시골에서. 시골에 있었기에 아주아주 싼 값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가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 5층, 학교 5층, 학교 식당 5층을 계단으로 걸어다니면서 체력 또한 기를 수 있었다. 임신 7개월까지 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것도 정신과 육체 건강에 무척 도움이 됐다.

우리 부부는 주중 점심만 학교 식당에서 사 먹었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식으로 밥을 해서 먹었다. 중국에서 주로 먹었던 것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 간장 닭볶음, 토마토 달걀 볶음 등이었다. 그런데 지역적 특성상 한국에서 먹는 음식들과는 좀 달랐다.

모든 음식에는 동일하게 버섯, 청경채, 양배추, 파프리카, 피망, 감자, 부추, 숙주, 시금치, 파, 마늘이 꼭 들어갔다. 그것도 아주아주 많이. 채소 값이 상상을 초월하게 쌌고 된장과 고추장, 김치를 아껴야 했기에 싱겁게 끓인 국에 샤브샤브를 하듯 늘 채소를 냄비가 넘치게 넣고 맛을 내기 위해 마늘도 한 번에 꼭 한 통씩을 넣었다.

그리고 바쁜 아침에는 늘 대왕바나나를 남편은 한 개, 나는 세 개(그래야 양이 찼다)씩 먹고 간식으로는 꿀이 넘치는 고구마를 먹었다.


내가 본 방송의 내용은 이러하다.
임신 중 엽산이 필요하니 양배추, 녹색 채소, 토마토를 먹어야 한다.(나는 임신 전부터 매일 먹었다.) 그리고 임신 중 색깔이 다양한 채소를 많이 먹으면 기형아를 예방할 수 있다.(이것도 매일 샤브샤브를 해서 엄청나게 먹었다.) 또 임신 중 고구마를 먹으면 우울감과 빈혈을 예방할 수 있다.(고구마 파는 아줌마와는 친구가 되었었다.) 마지막으로 임신 중 바나나를 먹으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대왕바나나를 아침마다 세 개씩 먹었다.)

내가 산부인과를 딱 다섯 번 가고도 한 번도 아프지 않고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었던 까닭은 임신 기간 동안 된장에 익힌 각종 야채, 고추장에 익힌 각종 야채, 간장에 익힌 각종 야채, 달걀에 볶은 각종 야채와 바나나, 사과, 복숭아, 배 등의 야채를 원없이 먹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요즘에도 중국에 있었던 시절이 생각 나 마트에서 야채며 과일, 특히 바나나를 장바구니에 넣으려 하다가, 숨이 턱 막히는 가격 때문에 차마 살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중국에서는 진짜 싼 값에 다 살 수 있었던 것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리 채소와 과일 값이 비싼지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가끔 아니, 자주 나는 중국의 풍부한 먹거리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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