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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몇달 갑자기 일이 많아져서 친정에 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는데요,
아빠 생신이라 일정을 정리하고,
아이들 어린이집도 맘먹고 결석을 하면서 오랫만에 안동에 내려 갔어요.
친정에 가면 좋은 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가 다 해 주신다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늦게까지 쿨쿨 자고, 엄마게 해 주시는 뜨끈한 밥 먹고, 놀고, 텔레비전 보고......
아이들도 엄마께 부탁드리고 저는 또 놀고...
외갓집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네요.
짜먹는 요구르트를 간식으로 먹는 중인데,
다인이는 하나, 다솔이는 두 개 줬더니 다인이는 좀 부족했나봐요.
다솔이의 요구르트에서 눈을 뗄 줄 모릅니다. 귀여워요~




안동에 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가발 쓰기 놀이.
다인이가 머리카락이 풍성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여성스럽고 예쁠 것 같아요.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다인 양.


 

아이에게도 헤어스타일은 중요한 요소인듯?
귀엽습니다.




이번에 친정 나들이를 하면서 엄마가 좋아하시는 쟈뎅 마일드 아메리카노 원두커피백을 가지고 왔어요.
선물?? 일종의 뇌물(??)이죠.
며칠 동안 신세를 팍팍지고 가니까 여유 시간에 즐기는 커피 만큼은
맛있고 좋은 것으로 제가 만들어 드리는 것이 좋잖아요?


쟈뎅 마일드 아메리카노 원두커피백은
순한 커피를 좋아하시는 엄마의 입맛에 맞춤맞은 커피인데요,
커피 맛이 깔끔하면서도 부드러워서 평소 연한 커피맛을 선호 하셨던 엄마가 무척 좋아하셨어요.




커피 포장을 찬찬히 살펴 보니 원두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어요.
부드러움과 깔끔함의 균형을 잘 갖추기 위해
브라질 산토스 NY-2를 베이스로하고
커피 전체의 바디감을 표현하고자 케냐 A4를 사용하고
여기에 에디오피아 시다모를 첨가하여 커피 맛을 살렸다고 해요.
(솔직히 아직은 커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가볍고 부드러운 맛의 커피입니다.)





원두커피를 한 잔 분량으로 소포장 해 놓아 편리하고요,
로스팅 후 24시간 이내에 분쇄 하고 포장했기에 맛과 향이 신선해요.




잔에 담고 끓인 물을 넣어 1분 정도 기다린 후
잘 우러나도록 10번 정도 저어서 마시면 되니까 정말 간편하죠?
이렇게 만들기 쉬운 커피 한 잔으로 엄마께 인심을 얻었어요.
 


평소 진한 커피를 즐겨 마셨던 저도 오늘은 마일드 아메리카노 커피백을 마셔 봤는데요,
(아빠 생일 케이크랑 함께 먹으니 참 잘 어울렸어요. 케이크 사진을 찍으려 했건만......
케이크가 두 개였음에도 사진 찍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네요.
애들 둘이서 케이크 두 개를 다 무너뜨려 놓았더라고요. )
볼썽 사나워진 케이크 사진은 생략했지만 케이크랑 같이 먹으니 참 맛있었어요.



 
기호에 맞게 원하는 만큼 우려 낼 수 있으니까 
원하는 만큼 흔들흔들 우려서 (어떨 땐 스푼으로 꾹꾹 누르기도...) 맛있게 마실 수 있어요.
깔끔하고 순한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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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꼴로 있는 산부인과 정기 점진을 마치고 같이 갔던 남편,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벌써 임신 19주. 몸이 무거워졌기 때문인지 어느새 여름이 절정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인지 '덥다'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6월이었다. 마침 근처에 냉면 가게가 있어 매콤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후루룩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이윽고 음식이 나왔다.

회냉면 한 그릇과 뜨끈한 갈비탕 한 그릇. 남편이 후룩후룩 냉면을 먹는 동안 나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밥을 만 갈비탕을 식혀 아이를 먼저 먹인다. 20개월 된 아이에게 매콤한 비빔냉면을 먹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아이 몫의 음식을 따로 시키기도 애매하니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나는 뜨뜻한 갈비탕을 먹기로 마음을 돌렸었다. 잠시 식당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얌전했던 아이가 드디어 식당을 '접수'하기 시작한 지라 남편과 나는 둘다 마음이 급했다.


결국 뽀로로 님의 은혜로우신 도움을 받아 간신히 아이에게 밥 반공기를 먹이고 슬쩍 남편 쪽을 보니 남편의 냉면 그릇이 얼추 다 비워졌다. 남편과 나의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호흡이 잘 맞는 육상 선수들처럼 투명한 바통을 착착 터치하고, 서로의 역할을 바꾸었다. 아이가 남편의 손으로 넘겨진 순간부터 내 식사가 시작된다.

갈비탕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떠 먹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먹이고 남긴 밥을 싹싹 비우고, 반찬 그릇의 반찬도 싹싹 비우고, 갈비탕 그릇을 그릇 받침대에 척 기울여 놓고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싹싹 먹는데 채 십 분이 안 걸린 것 같다. 나는 아직 입 속에 음식들을 우물거리며 남편과 함께 얼른 식당을 빠져 나왔다.




남편의 식사가 끝난 후에 내 식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개구쟁이를 돌보는 남편의 입장에서는 내 식사 시간이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것도 신경이 쓰였고, 또 밥 상 밑으로 기어 다니며 숟가락통이며 휴지통을 뒤집고 물병을 쏟기 시작한 아이를 보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배를 채우는 수준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아기 식탁 없이 아이와 함께 외식을 하며 편안하게 밥 먹기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일인지도...... .

엄마가 된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우아함'에 관해서이다. 나도 우아하게 밥 좀 먹고 싶어. 나도 우아하게 차려 입고 외출을 하고 싶어. 나도 우아하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책 한 권 읽고 싶어, 우아하게, 우아하게, 우아하게...... . 결혼 전에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별로 써 본 적 없었던 '우아함'이라는 말을 이렇게까지 많이 쓰게 된 까닭은 우리 엄마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급격하게 변한 자신의 상태가 문득문득 안쓰럽기 때문이 아닐까?

출산 전에는 화려한 옷들도 잘만 입던 친한 언니가 아이를 낳고 나서는 무조건 싸고 무조건 편한 옷들만 집어 드는 것을 보고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또 예전에는 유행하는 화장법을 가장 먼저 선보였던 친구 A양도 아이를 낳고부터는 아이를 치장하는 데에만 신경을 쓸 뿐 정작 자신은 푸석한 얼굴로 나타나 안쓰러웠는데...... .

전에 한 번은 '우아함'을 부르짖는 엄마들끼리 모여 언제까지 우리의 '지지리 궁상'은 계속되어야 할 지에 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네 살쯤 되면 엄마들도 우아함을 되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야기가 무척이나 희망적으로 흘러가던 순간,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모 엄마의 한 마디, 둘째는?!!!




아이가 다 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가능한한 우아해 지도록 노력하자며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했었다. 얼마 전 가족 여행 준비를 하며 실로 오랫만에 (결혼식 이후 처음) 손톱 가게에 가서 손톱 매니큐어를 받았다. 뭉뚝하고 못생긴 손톱이 전문가의 손길을 받자 꽤 예쁘게 변신을 했다. 마음에 들어 계속 손톱을 쳐다보며 감탄을 하고 있는데, 20개월 짜리 아들 녀석이 제 눈에도 신기한지 내 손을 잡고 한참동안 바라 본다.

엄마 예쁘지? 하는데 아이가 어디론지 후다닥 뛰어 갔다 오더니 슬쩍 내미는 것이, '휴지'다. 무언가 지저분한 것을 봤을 때 내는 감탄사인 '이~~~' 소리까지 내면서.

상황이 어찌나 우스웠는지 아이와 함께 배가 아프도록 깔깔깔 한바탕 웃었다. 나는 엄마가 되면서 '우아함'은 잃었을지 몰라도 아이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얻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나에게 주는 행복 선물 하나하나가 매우 크기에 그깟 우아쯤은 잠시 잃어 버려도 괜찮지 싶다. 글솜씨가 없어서 이 글도 매우 우울하게 읽혀졌을게 뻔 하지만 말이다.(저,,, 발랄함은 어디서 배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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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시간은 7시 30분, 집을 나서야 되는 시간은 7시 10분.
그러나 6시 50분이 넘도록 나는 이불 속에서 끙끙대며 쉽게 자리를 떨쳐 낼 수 없었다. 친정에서 지내는 동안 서울에서 급한 볼 일이 몇 개 생겨서 2박 3일 동안 아이를 친정 부모님께 맡겨 두고 떠나야 했는데 18개월이 넘도록 아이와 길게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 뭐 하나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를 찾으면 어쩌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면 어쩌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힘들게 만들면 어쩌지? 걱정걱정걱정투성이었다.

친정 엄마도 비슷한 마음이셨는지 굳이 안 가도 되는 일이면 집에 있으라 하시고, 곰곰히 따져 생각해 보면 굳이 안 가도 되는 일이기도 했기에 생각만 복잡, 행동은 굼떴다. 그러다 에잇! 언젠가 한 번은 겪을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아이를 떠나 훌쩍 집으로 올라 와 버렸다.

고속버스 안에서 잠시 아이 생각을 했던가? 까무룩 잠이 든 이후로 내 생각 속에 이미 아이는 없고, 남편과 둘이서 어떻게 하면 2박 3일을 알차게 보낼까 하는 궁리로 마음이 번잡했다.(아, 내 모든 일정은 남편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 날 오후부터 일이 있었기에 우선은 집으로 와서 말끔히 씻고 아이와 함께 외출했을 땐 절대로 입지 못했던 옷, 하지 못했던 머리 모양, 더 과감한 화장을 하며 남들이 깜박 미혼으로(?) 속게끔 (물론 아무리 꾸며 봐야 남들 눈에는 삼십 대 아줌마다, 그러나 자기 만족, 자기 착각, 자아 도취로) 나를 꾸몄다.

Smiling from the inside out - DIY
Smiling from the inside out - DIY by Geek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햇살은 좋고, 기분은 더 좋고, 가만히 있는데도 실실 웃음이 났다.
아, 이런 것이 '자유'구나! 근 19개월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홀가분함! 아아, 이런 기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었나? 그냥 걸어 가는데도 즐거워 콧노래가 나오고 모든 사람들에게 세 배쯤 더 친절해지는 참 우스운 기분이었다. 그 날의 일정을 마치고 당연히 바로 집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다. 강남역 근처를 누비며 옷 구경, 액세서리 구경, 사람 구경, 거리 구경...... 아이를 들쳐 안고서는 할 수 없었던 구경들을 실컷하고 저녁도 밖에서 먹었다.

그동안 아이를 먹이느라 정작 나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었는데, 천천히 꼭꼭 씹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감격하고! 생전 처음으로 실내포장마차에도 가서 닭발과 돼지껍데기도 먹어 보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따뜻한 저녁밥을 먹으니 눈이 슬슬 감기려고 했지만 우리는 절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떻게 온 기회인데! 아침 7시쯤 움직였으니 이미 외출한지 12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까지 보고 돌아갈 계획이었다.

임신과 출산 후 3년 만에 극장에서 보게 된 '위험한 상견례'. 피로가 쌓였던 탓에 마지막엔 조금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정말 깔깔대며 재미있게 영화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 온 시각은 밤 12시 30분, 다음날은 아침 일찍 광화문에 나가야 되었었기에 쓰러질 듯 잠을 잤다. 그래도 실실 웃으면서......

양심은 있어서 하루에 몇 번씩 친정으로 전화를 해서 아이는 잘 있는지 친정 엄마는 힘들지 않는지 안부를 물었지만, 솔직히 전혀 걱정은 되지 않았다. 엄마를 통해 다행히 아이도 밥 잘 먹고 잘 노는 중이라는 기쁜 소식도 들었겠다, 남편과 함께 패키지 해외 여행이라도 온 듯 2박 3일을 쪼개고 또 쪼개서 엄청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내 체력이 이렇게 좋았던가 싶을 정도로 서울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참 짧았던 2박 3일의 마지막 날 나는 다시금 고속버스를 타고 친정으로 돌아왔다. '자유부인'에서 다시 '엄마'로 돌아갈 시간. 아이가 오랫만에 본 엄마에게 안겨 서럽게 울지나 않을지 걱정도 됐는데, 어라?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현관문을 열었더니 아이의 반응이 별로 신통치가 않다. 아이에게 아직 시간 개념이 없어서인지 엄마가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는 정도로만 아는 것 같았다. 휴-- 이 편이 더 낫지.

이럴 줄 알았으면 며칠 더 놀다가 오는 건데, 친정 엄마께 진심이 묻어 나는 농담을 던지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 꿈 같았던 내 2박 3일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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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닌데, 끊임 없이 되살아나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처키 인형처럼(다솔아 미안) 다솔이가 좀처럼 자 주지를 않는다. 더운가 싶어서 부채를 살살 부치면서 자장가를 불러 주다가, 손바닥으로 토닥토닥 가슴을 두드려 주다가, 젖을 좀 더 물려 보다가, 다시금 끌어 안고 흔들어 보다가......(무한 반복)...... 겨우 잠 들었나 싶어 살금살금 몸을 일으키면 그와 동시에 눈을 번쩍 뜨는 다솔이 때문에 나는 몇 번이고 다시 다솔이를 재워야만 했다. 드디어! 잠, 이, 든, 다, 솔, 이.

그날따라 다솔이를 재우는 내 마음이 이리도 급했던 까닭은 아침에 배달 된 소설책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고요'와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는데, 어찌 된 노릇인지 아기가 성장을 할 수록 점점 더 내 시간이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 10개월이 된 다솔이는 호기심이 왕성해서 눈에 띄는 것은 모조리 '맛'을 봐야만 하고, 잡고 서서 걸을 수 있게 된 이후부터는 가구를 잡고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기 때문에 나는 한 시도 아기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런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라곤 밤에 아기를 재운 후 밖에 없기 때문에 나는 조금이라도 일찍 다솔이를 재우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드디어 다솔이가 잠에 든, 조용하고 평화로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맞이하고 나는 눈물겹게 책장을 넘겼다. 혹자는 어차피 '지어 낸 이야기'에 불과한데 뭣 하러 시간을 들여 소설을 읽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어 하나 하나가 만들어 내는 참 재미를 알게 되는 순간, 그저 그런 이야기가 읽는 이의 인생을 훨씬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역시나 소설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며 힐끔 시계를 살폈는데 헉! 밤 3시가 넘었다. 너무 재미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나 보다. 한창 재밌게 읽고 있는데 책을 덮기가 너무나 아쉬웠지만, 이래서 단편 소설집을 샀어야 했다고 후회를 해 봤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날 또 '다솔이 엄마'로서 열심히 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반드시 자야만 한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밤을 꼴딱 새워 책을 읽어도 그 이튿날 늦게까지 자면 그만이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밥 하기가 귀찮으면 하루종일 라면만 먹을 수도 있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의 커피와 맥주를 실컷 즐겨도 괜찮았다.

그러나,
엄마가 된 후에는 아기가 깨어남과 동시에 나의 하루도 시작되기 때문에, 맑은(?) 정신으로 놀아주고 안아주고 사랑해 주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만 한다. 귀찮음이 하늘을 찔러 부엌에 한 발짝도 들이기 싫을 지라도 아기의 일용할 양식을 빼먹을 순 없으며, 맛있고 영양있는 젖을 주기 위해 커피는 조금만 맥주는 절대로 마실 수 없다.

가장 무서운 것은,
한 번 엄마는 '영원한' 엄마라는 점이며, 힘들다고 해서 엄마라는 자리를 잠시 휴가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임신한 친구들을 만날 때 마다 한 번 엄마는 영원한 엄마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 주면서 아직 아기를 낳지 않아서 예비 엄마일 때 조금 더 많은 것을 누리라고 당부하곤 했다.

Perfect Heart
Perfect Heart by Caro Walli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엥??
갑자기 등 뒤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 오는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 보니, 어느 틈엔가 친정 엄마께서 선풍기를 가져다 틀어 놓으셨다.(나는 잠시 다솔 아빠를 기러기로 만들어 두고 친정에서 다솔이와 지내는 중이다.) 친정 엄마 역시 딸이 장성해 결혼을 하고 아기까지 낳았지만 여전히 엄마이므로, 딸이 컴퓨터를 하는 동안 더울까봐 선풍기를 틀어 주신 것이다.

친정 엄마는 다솔이 돌보느라 고생한다시며 다 큰 딸에게 밥도 해 주시고(나는 낼름낼름 잘도 받아 먹는다.), 내가 힘들어 하면 잠시 누워 있으라고 하시면서 내 대신 다솔이와 놀아 주기도 하신다. 꾀가 나서 엄살을 살살부리면서 한숨 낮잠을 자는 동안 엄마는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일들을 다 해치우시고도 끄떡 없어 보였다. 삼십 년 경력을 가진 고참 엄마답게 이제 막 10개월째 엄마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내공으로 한꺼번에 수많은 일들을 착착착 잘도 처리하시는 경외스러운 엄마다. 충성!

친정 엄마를 뵙고 있노라면 이제 겨우 신참 엄마면서 너무 엄살을 부렸던 것 같아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나는 엄마일 것이고, 20년이 지나도 엄마일 것이다. 한 번 엄마는 영원한 엄마요, 엄마의 이름에 휴가란 없을 테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너그럽고 푸근한 엄마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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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아낙네(?)들과 유모차를 끌고 동네를 산책하던 중이었다. 날이 더우니 애들처럼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져서 우리는 이참에 자리를 펴고 앉아 수다를 좀 떨기로 했다. 몇몇은 편의점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고 나머지는 근처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서 제각기 주문한 아이스크림이 배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초콜렛과 견과류가 범벅이된 것으로 주문을 해 놓았다. 자외선은 피부의 적이자 노화의 지름길! 햇볕이 한풀 꺾일 때를 기다렸다가 오후 느즈막히 산책을 나갔기에 동네를 걷기에도, 앉아서 놀기에도 적당한 날씨였다.




살랑 바람이 한 점 불어왔던가, 후루룩 새가 한 마리 날아갔던가, 나는 잠시 정신을 놓은 채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다솔 엄마! 다솔 엄마! 아이고, 다솔 엄마' 연거푸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뒤를 돌아다 보았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던 이들이 벌써 돌아와서 입맛에 맞게 아이스크림을 척척 다 배분하고 내 것만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한참을 불러도 대답도 않고 돌아보지도 않아서 몇 번이고 나를 불렀다고 했다. 나는 겸연쩍은 듯 못 들었다며 배시시웃었는데 사실대로 말하면 듣긴 들었으되, 다솔 엄마가 나라는 것을 잠시 잊어 버리고 있었었다!!!!

넋을 놓고 앉아 있기는 했지만 '다솔 엄마'로 불린지도 벌써 10개월이 다 돼 가는데 어떻게 그 이름을 잊어 버렸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임신 중에 우리 부부는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어 새롭게 사귄 분들은 모두 우리를 '다솔 엄마'나 '다솔 아빠'로 부른다. 그러나 이름이 붙여진지 아직 1년도 안 돼서 그런지 문득문득 그 이름이 어색하게 들릴 때가 있기는 하다.

아이스크림도 다 먹고 동네도 한 바퀴 돌아 와 집에서 쉬는 중에, 휴대 전화를 확인 해 보니 낯선 전화번호의 인물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Loch Rannoch
Loch Rannoch by slimmer_jimme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누구지?
문자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정은아--'로 시작한다.

여고 동창생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바뀌었다며 새로운 전화번호를 안내 해 주는 내용이었다. 남편에게서는 '여보'로, 블로그에서는 '일레드 님'으로, 자주 왕래하는 친구들에게서는 '다솔 엄마'로 불려 왔기에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여고 동창에게서 그것도 글자로 내 이름이 불려지니 이것도 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

새롭게 얻은 이름인 '다솔 엄마도' 아직은 귀에 설고
예전부터 써 오던 내 이름은 이제 불릴 일이 별로 없다.
어쩐지 내 이름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라 조금 헛헛하고 조금 서글프다.

가끔씩 남편에게 내 이름을 불러 달라는 닭살스러운 부탁을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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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삼성 애니콜 갤럭시A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작성한 글입니다.

바람도 적당하고 햇볕도 좋아서 집안에 콕 들어앉아 있기엔 좀이 쑤시는 이 계절에, 들로 산으로 무작정 짐싸들고 떠나고 싶어지는 이 계절에, 우리 아기 엄마들은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모처럼 집에 있는 남편에게 아기를 좀 맡겨 두고 묵은 피로를 풀면서 뒹굴뒹굴 밀린 잠을 잘 것인가, 그래도 휴일인데 집 앞 공원에라도 가서 콧바람을 좀 쐴 것인가, 하는 종류의 고민이지요.

부부끼리 가는 외출이라면 실컷 자다가도 후딱 준비하고 나갈 수 있겠지만, 아기를 데려가는 외출엔 준비할 것들이 너무나 많죠. 아기와 함께 외출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그 엄청난 짐 보따리(기저귀, 물휴지, 손수건, 젖병, 보온물병, 아기 먹을 간식, 물고 빨게 할 장난감, 손에 쥐어 줄 딸랑이, 그리고 어디서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그림책 등등)가 주는 귀찮음 더하기 부담감과 잠시 즐겁다가도 어느새 휴식이 아니라 곧 노동이 돼 버리는 상황 때문에 쉽사리 나들이 계획을 세울 엄두가 나지 않으실 거예요.

저도 그래서 그냥 온 종일 집에서 쉬면서 맛있는 특별식만 해 먹을 요랑이었어요.
그러다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갤럭시 A'의 똑똑한 기능들!
아이와 하는 외출일 지라도 '갤럭시 A'만 있으면 장난감이며 딸랑이, 그림책. 거기다가 카메라까지(무려 500만 화소거든요.)도 챙길 필요가 없으니 짐보따리를 확 줄일 수가 있다는 것을 잠시 깜박하고 있었네요.

* 아기에게 유용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저처럼 아기 폴더를 만들어서 아기에게 유용하겠다 싶은 어플리케이션들을 따로 모아두면 편리한데요, 사진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다 제가 공짜로 다운로드 받아 놓은 프로그램들이에요. 자세한 설명은 조금 이따가 하나씩 차례차례 소개 해 드릴게요. 갤럭시 A는 여러 개의 마켓을 이용할 수 있는 덕분에 저는 매일매일 마치 윈도우 쇼핑을 하듯 수시로 마켓을 들러 오늘은 어떤 '신상' 어플리케이션들이 나왔나 쭉 둘러본답니다. 그러다 맘에 드는 것을 골라 다운받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가까운 공원에 놀러 가서 나무도 보고 흙도 만지며 놀다가 잠시 돗자리를 깔고 풀밭에 앉았어요. 좀 느긋하게 앉아서 즐기면 좋으련만 아기들이 어디 가만히 있나요? 엄마 손을 뿌리치며 도망가려는 아기에게 짜잔 갤럭시 A를 보여줍니다. 일순간 집중하는 다솔이. 빛 반사가 없으니까 야외에서도 빛을 발하는 갤럭시 A입니다.



1. 착한 딸랑이

아기의 시선을 주목 시키기에 아주 딱인 어플리케이션이에요. 딸랑이인데요, 가볍게 터치해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알록달록 색색깔의 어여쁜 딸랑이들이 등장을 한답니다. 여러 개가 들어 있으니까 손으로 하나씩 넘겨 주면서 아기에게 보여주면 효과 만점이지요. 색이 예쁘니까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귀여운 동물들이 손과 발, 귀 등을 까딱까딱 움직이면서 딸랑딸랑 다양한 소리를 내니까 신기해서 또한 번 쳐다보게 돼요. 색깔 공부도 되고 동물 이름 맞추기 공부도 되니 여러모로 유용해요. 



2. 플래시 카드

요즘 엄마들은 어디를 가든 아기 교육용 교구들을 꼭 챙겨가게 되잖아요. 생후 4개월부터는 다양한 자극을 줘서 아이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해요. 아기에게 모든 실물을 보여 주면서 가르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잖아요. 아직 어린 아기들에겐 그림을 통한 간접 교육이 더 효율적인 것 같아요. 조그마한 그림책을 하나씩 넘기듯 갤럭시 A를 가지고 동물이나 사물을 보여 줄 수 있답니다.

욕심이 많아서 저는 두 가지 종류의 플래시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냥 그림을 보면서 엄마가 그림 속 내용을 이야기를 만들어서 설명해 줄 수도 있고요,
아기에게 일찍부터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으신 분들은 엄마의 설명에다가 영어 발음까지 같이 배우게끔 할 수도 있어요. 원어민의 발음을 아기에게 들려주면서 말이에요.
 



3. 우리 아기 잘 자라고 있나?

아! 가끔씩 우리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 다른 아기들과 비교해서 성장률이 어떤지 궁금하실 때가 있으시죠? 그럴 땐 baby percentile 기능을 활용해 보시면 좋아요. 아기의 개월 수, 몸무게, 키를 입력해 보면 백분율을 알 수가 있거든요. 제가 한 번 해 볼게요. 다솔이는 8개월이고, 몸무게는 8.5kg 정도, 키는 70cm 정도니까 입력을 해 보면? 결과가 나왔네요.

아래 오른쪽에 있는 것은요, baby minder라는 어플리케이션인데요,
저처럼 깜박깜박하는 엄마들에게 아주 좋아요. 아기 '기저귀 갈기, 우유 먹이기, 재우기, 약 먹이기'를 계속해서 점검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언제 이유식을 먹였더라? 오늘 낮잠은 몇 시간쯤 잤지? 약 먹을 시간이 됐나?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으실 때, 있으시죠? 그럴 때 터치 몇 번으로 해당 내용을 입력해 두면 기억 못해도 괜찮아요.
 



4. 초점 그림

엄마라면 누구나 다 아는 초점 그림에 대해선 설명할 필요도 없지요?


5. 육아 백과가 내 손안에

제가 가장 감탄한 어플리케이션인데요,이거 하나면 따로 임신/육아 책 살 필요도 없더라고요. 임신 했을 때부터 이런 기능을 활용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들게 만든 지혜로운 프로그램이에요.
'엄마랑 아기랑' 이름처럼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모아 놨는데요, '임신, 출산, 산후, 육아'에 관한 궁금증을 다 해소할 수 있을 만큼 알차더라고요.

저는 해당사항 없지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임신 항목을 터치해 봤어요.
그 중 출산 예정일 산출법을 보여드릴게요.

그리고 저처럼 출산을 하셔서 육아 중인 엄마들은요, 아기의 정보를 입력해서 현재 아기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요. 다솔이의 정보를 입력해 보니 이가 나기 시작하고, 말귀를 알아 들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먹거리 정보도 얻어 봤어요. 진짜 유용해요.



나들이하기 딱 좋은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어요. 우리 엄마들 피곤하다고 집에만 계시지 마시고 아이들 데리고, 남편 모시고(?) 가까운 공원이라도 다녀 오시는게 어떠세요? 갤럭시 A만 있으면 야외에서도 아기와 재미있게 놀이처럼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요.

지금까지 초보 엄마에서 점점 육아의 달인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일레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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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던 날, 나는 새삼스레 우리 나라 지하철이 참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관절이 아프셔서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드신 어르신들과 휠체어를 타야 되는 사람들도 지하철 역마다 마련돼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정말 좋다. 지상과 지하를, 개표구와 승강장을 연결해 주는 엘리베이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어서 힘들게 계단을 오르지 않고도 원하는 곳으로 숑숑숑 갈 수 있다.

임신 기간에도 종종 이용하곤 했던 이 엘리베이터를 유모차와 함께 또 탔던 날, 나는 참 민망한 장면을 목격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 그리고 내가 다솔이를 태운 유모차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다 타고 한참 지난 뒤(지하철과 연결 돼 있는 엘리베이터는 몸이 다소 불편한 분들과 어르신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문이 서서히 닫히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려데 그 순간 손을 내 흔들며 종종 걸음으로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뒤늦게 오셨다.

나는 얼른 열림 버튼을 눌러 할머니가 들어 오시게끔 했는데, 그 순간 짜증 섞인 한숨소리가 났다. 꼬마 아이의 엄마였다. 또 한참을 기다리는데 다른 할머니가 같이 가자며 달려 오셨고 문은 또 다시 열렸다. 마지막에 탄 할머니는 급하게 타시느라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것인지 내려가는 것인지를 잘 모르셨는데 알고보니 잘못 타신 거였다.

Teleportation Prototype
Teleportation Prototype by gilderic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여기에는 내려가는 것 밖에는 없어요. 문 한 번 열리면 또 한참 기다려야 되는데...... .

아이의 엄마는 속이 상한듯 팔짱을 끼며 궁시렁거렸고 아이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느라 어쩔 줄 몰라했다. 엘리베이터를 잘못 탄 할머니가 미안한듯 내리시자 꼬마 아이는 두 손을 기도하듯 모으고 '제발, 제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드디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꼬마 아이는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진듯 기쁘게 박수를 치면서 '와, 이제 문이 닫혔다!'하며 좋아한다.

원래 어르신들을 위한 엘리베이터에 얻어 타는 입장인데 뭘 그렇게 빨리 가려고 하는지 나는 참 불편했다. 잘못 된 일로 짜증을 내는 엄마도 문제였지만 그런 엄마의 기분을 맞추느라 안절부절 못하면서 잘못된 일을 배워갈 그 딸아이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내가 어렸을 때, 그 땐 텔레비전 수신료를 방송국 직원이 일일이 받으러 다녔는데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참 충격적인 장면을 봤었다. 친구 엄마가 집 옥상에서 빨래를 너시다가 그 직원이 수신료를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곤 다락방으로 숨으신 거였다. 그런 일이 익숙한 듯 친구는 천연덕스럽게 엄마가 집에 안 계시다고 이야기 했고 후에 칭찬을 받았다.

come my tiny metal children
come my tiny metal children by drspam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목욕탕에서 몇 천원 아끼려고 아이의 나이를 속이는 엄마, 아이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하면서 너 혼자 다닐 땐 꼭 신호등 보고 건너라는 엄마, 운전할 때 신호위반을 밥 먹듯 하면서 아이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없이 쌀쌀맞게 대하면서도 자기 아이는 예의바르게 커 주길 기대하는 엄마.

나도 나중에 어떤 엄마가 될 지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안타까운 엄마들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고 했다. 부모, 특히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월등히 더 많은 엄마는 자식이 어떤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는지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보고 자신이 먼저 그런 어른이 되도록 애써 노력해야만 한다. 그래야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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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게 되면 여자들은 엄마들에게서 참 많은 당부를 받는다. 남편에게 내조는 어떻게 해야 하며 시부모님 봉양은 어찌 해야 되는지 등등등. 결혼 날짜를 잡고 나서부터 엄마는 '행복한 가정 꾸리기' 강좌 쯤 되는 이야기들을 틈만 나면 하시더니, 드디어 결혼식 하루 전이 되자 내 손을 꼭 잡으시곤 마무리 특강을 하셨다.

결단코! 집에 있을 때 남편의 늘어진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지 말것이며, 식탁 위에 남은 밥이며 반찬들을 탐하지 말지어다.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눈 딱감고 버릴지어다, 버릴지어다, 버릴지어다.

결혼 전날 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웃었던가 울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내 평생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거라는 호언장담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멀쩡한 내 옷 놔두고 뭣 하러 남편의 옷을, 그것도 늘어진 티셔츠를 주워 입겠으며 이미 식사를 마쳤으면 당연히 배가 부를 것인데 왜 먹다 남긴 반찬을 아구아구 먹는단 말인가. 아마도 강좌의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상견례 이후 6개월 뒤에 결혼을 했다.) 엄마께서 더이상 하실 얘기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 땐 몰랐다. 그 이야기를 왜 결혼 전날 '특강'으로 하셨는지를...... .



흔히들 여자들이 결혼과 동시에 아줌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여자들은 다르다. 결혼을 한 이후에도 여자들은 아가씨 때와 별로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욱 아가씨처럼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더 화려해지고 더 예뻐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가씨가 아줌마로 둔갑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이후부터이다.

...... .

맛있는 저녁 시간. 맛깔나게 무쳐놓은 시금치 나물과 오징어채, 얼큰하게 끓여 놓은 돼지고기 김치찌개, 몸에 좋은 샐러드와 땅콩, 호두가 듬뿍 들어간 콩자반, 없으면 허전한 계란 말이와 구운 김, 친정에서 공수해 온 갖가지 김치들을 잔뜩 차려 놓고 냠냠 쩝쩝 행복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가 중반으로 치닫는 순간 나는 빠르게 다른 사람들의 밥그릇에 남아 있는 밥의 양과 반찬의 양을 비교해 보았다. 이 정도라면 얼추 밥과 반찬의 비율이 비슷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며 안심했는데 아뿔싸 식사 종료. 반찬들이 또다시 애매한 숫자로 남아서 내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금치 나물과 오징어채는 반줌씩, 샐러드와 콩자반은 한 숟가락 정도, 계란 말이 세 개과 김 몇 장, 김치 몇 조각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민망한 양 만큼 남아 있었다. 럴수럴수 이럴수! 남편은 무슨 까닭에서인지 밥도 두 숟갈 정도를 남겼다. 나 또한 이미 배불리 식사를 마친 상황이었기에 정말 기가 막히는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부른 배를 두드리며 모두 식탁을 떠난 순간 나는 '2차'로 남은 반찬 싹쓸이에 들어갔다. 모든 접시들이 비워지는 것은 한 순간이요, 내 뱃살이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것은 숙명이다.

어쩔 수 없는 아줌마 본능으로 밥상을 싹쓸이 하고 나니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 왔다. 정말 내가 아줌마가 됐구나 싶었다. 물론 밥상 싹쓸이는 이미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이런 감정의 쓰나미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늘어진 티셔츠도 입게 됐냐고? 임신 이후 더이상 맞는 옷이 없어질 무렵부터 나는 은근 슬쩍 남편의 오래된 티셔츠를 탐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다솔이가 토하고 침흘려 얼룩덜룩 해 진 남편의 티셔츠를 입고 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소중한 내 옷에 다솔이가 토하는 것은 싫으니까? 아, 귓가에 설경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쯧쯧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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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고 식감 좋은 빵에 달콤한 초콜릿이 듬뿍 발려진, 엊그제 남편 생일이라 사 온 먹음직스러운 초코케이크을, 내가 냠냠냠 흐뭇하게 맛있게 먹고 있는 시각은 새벽 5시!!! 이승기가 김치 냉장고 광고를 하면서 '딱 한 입만' 먹겠다고 했다가 김치를 포기째 먹어 버린 것처럼 나도 시작은 '딱 한 입만'이었다.

어젯밤에 왔다갔다 할 때마다 심하게 눈에 띄던 초코케이크. 심호흡을 하면서 절대 먹지 안겠노라고 참다가, 꿈에도 나올 뻔한 바로 그 초코케이크를 새벽에 눈 뜨자마자 냠냠거리면서 먹어 치운 것이다. 공복에 먹어서인지 케이크는 무한정 들어갔고 첨부터 작은 크기이긴 했지만 반 정도 남은 것을 결국 다 먹고 말았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다솔이가 배고프다며 깼길래 젖을 먹이고 등을 두드려 다시 재우고 나니 갑자기 허기가졌고 어젯밤부터 심하게 먹고 싶었던 케이크로써 공복감을 달랬다.

사람들은 흔히 모유 수유를 하면 살이 쫙쫙 빠진다고 얘기하는데, 내 생각에 이 말은 '대학 들어가면 살이 빠진다'는 말고 똑같다. 통통하던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된다고 거저 살이 빠질 리 없듯, 임신 과정에서 찐 살이 출산과 동시에 다 빠지지는 않는다. 살을 빼겠다는 굳은 의지가 없으면 오히려 살을 더욱 찌울 수 있는 기간이 바로 모유 수유 기간이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산모에게 모유 수유가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소개된 적이 있다. 나도 눈을 반짝이면서 봤는데 그 방송에서는 모유 수유 활동이 런닝 머신 위에서 1시간 동안 뛰는 것 보다 더 좋은 운동 효과를 낸다고 했다. 그러나 자세한 설명을 들어 보니 하루 8번, 한 번에 100ml씩 수유를 한다는 가정하에서였다. 물론 아기들은 보통 그 정도 젖을 먹는다. 그러나 세 시간 간격으로 하루 종일(24시간) 수유하는 것이 한 시간 남짓 뛰는 것보다 낫다니 삼십분만 더 뛰어도 상황은 역전되지 않을까?

한편 모유 수유 기간을 다이어트 기간으로 삼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젖을 먹이고 나면 너무 배가 고프다는 데 있다. 임신 기간보다 오히려 수유 기간에 먹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는 것 같은데,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고도 왠지 모를 허전함이 있고 젖 한 번 물리고 나면 급격하게 밀려오는 배고픔 때문에 참기가 너무 힘들다.


방송에서도 엄마가 먹는 양과 젖의 양은 무관하다면서 젖을 물린다고 해서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내가 방송을 보면서 내린 결론은 출산 후에 임신전 몸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일반 성인 여성이 먹는 양 만큼만 먹고(굶는 것은 절대 금물!) 수유를 부지런히 하고 틈틈이 운동도 열심히 해야만 했다. 아니 운동은 필수였다. 수유만으로 몸매를 되돌리기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제는 신랑보다 내가 더 많이 먹는 것이 확실한데 이 식탐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식탁위에는 얄미운 신랑이 먹다가 남긴 피자 조각이 나를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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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술 하셨어요?'라고 누가 물으면, 나는 늘 약간 고개를 숙이면서 무언가 잘못이라도 한 듯 수줍게 대답하곤 했다. '아...... . 아기가 거꾸로 있어서요' 역아인 경우에는 자연분만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

임신 27주부터 한결같이 내 가슴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는 아기 때문에 나는 무척 애를 태웠었다. 주위에서 나중에 자리를 잘 잡는 경우도 있다고 많이 들었기에 처음에는 별로 걱정도 하지 않고 '그까짓 것' 했지만 32주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수시로 고양이자세 체조를 하면서 아기 머리가 아래를 향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35주가 넘고도 아기가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이자 나는 너무나도 불안해서 수시로 인터넷 카페를 들락날락 거리면서 '역아'에 관한 글을 읽고 또 읽었다.

who are you?
who are you? by bies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육중한 배를 하고서 고양이 체조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가만히 서 있어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데 무릎을 꿇고 배를 아래로 내렸다 올렸다 하면 허리에 얼마나 무리가 가겠는가. 그런데도 자연분만을 하고자 나는 수시로 고양이 체조를 했고 나중에는 물구나무서기까지 시도했었다. 물구나무서기는 잘못 하다가 큰일 날 것 같아서 결국 하지 않았지만 수술을 계획한 38주 4일 되던 날까지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끝내 아기는 자리를 바꾸지 않았고 나는 제왕절개를 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일 때까지 힘을 줘야 하며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진통을 열 시간 넘게 참아 내야만 하는 것이 자연분만이다. 힘을 주다가 얼굴에 있는 실핏줄이 다 터지는 사람들도 숱하고 하도 이를 악물어서 치아가 상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물론 마취를 하기에 고통스러운 아픔은 없지만 척추 마취를 하고 정신이 말짱한 상태로 분만 수술의 모든 상황을 고스란히 들어야만 한다. 무서워서 벌벌 떨리고 심장이 밖으로 나오려는 상황을 인내하면서, 내 배를 가르고 잡아 당기고 아기를 꺼내고 피와 불순물을 다 제거하기 위해 위에서 배를 내리 누르는 모든 상황들을 그야말로 이겨내야만 한다.


자연분만은 아기를 낳음과 동시에 모든 고통도 사라진다고 들었다.(아, 회음부의 상처가 심한 분들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많이 불편하단다.) 반면 제왕절개 수술의 경우는 낳고 나서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마약 성분이 들어 있다는 무통 진통제가 있는데 뭐가 그리 아플까 하시는 분들께 무통 주사가 정말 無痛을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고 연거푸 설명해도 듣는 사람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오죽하면 친정 엄마까지도 '별이(태명)가 엄마 힘들까봐 거꾸로 있는 것이라며 제왕절개를 앞두고 심란해 하는 당신 딸을 위로 하셨을까.' 내가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제왕절개의 아픔을 아무리 설명해도 엄마는 그래도 자연분만에 비하면 세발의 피밖엔 되지 않는다며 제왕절개는 '거저 낳는 것'이라고 표현하셨다. 나중에 제대로 회복이 안 돼 앉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당신 딸을 보시곤 너무나도 마음 아파 하셨지만 그래도 자연분만의 위대함에 대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실 것이다. 나도 자연분만을 한 산모들이 그 힘든 고통을 이겨내고 아기를 낳았다는 것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제왕절개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들엔 억울한 생각이 든다.



bisous
bisous by Alain Bachellie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제왕절개를 하면 쉽게 아기를 낳는 것이고 너무 쉽게 낳다 보니 자연분만한 엄마에 비해 모성애도 적으며 모유수유 또한 어렵다는 잘못된 생각들이 내가 가장 속상한 부분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니 제왕절개도 정말 아프며 특히 물 한모금 먹지 못하고 꼼짝달싹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던, 밤에는 통증이 더욱 심해져서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던 수술 후 첫 이틀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그리고 모유에 관한 부분은 자연분만을 한 다른 산모들과 마찬가지로 출산 후 삼일이 지난 날부터 초유가 돌기 시작하더니 한 달이 조금 넘은 지금은 모유로만 아기를 기르고 있다.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도 자연분만한 산모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때면 괜시리 위축되어 방청객처럼 감탄사만 연발하며 듣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후회스럽다. 같이 맞장구 치면서 제왕절개를 한 내 이야기도 함께 했어야 되는데 말이다. 임신/출산 관련 카페에 가 보면 많은 임신부들이 자연분만을 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는데, 물론 자연스러운 것이 좋기는 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자연분만만을 고집하지 말고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똑같이 열 달 동안의 임신 기간을 거쳤고 힘든 분만 과정을 이겨낸 제왕절개한 엄마들 더이상 기죽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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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깜짝 놀라게 해 드릴 요랑으로 연락 없이 고향집에 내려갔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서둘렀더니 아침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부모님이 1박 2일 동안 부부동반으로 나들이를 다녀 오신다는 것이 아닌가. 하필이면 이 때, 약간 아쉬웠지만 며칠 동안 집에서 지낼 계획이었는지라 웃는 낯으로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재미있게 다녀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나는 대학 때부터 집을 떠나서 생활했기에 혼자서 지내는 것에는 이골이 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내가 혼자서 집에 있다는 것이 걱정이셨나보다.

'가스 밸브는 꼭 잠그고 잘 때 창문이랑 문 단속 철저하게 해. 누가 와도 절대 문 열어주지 말고 집에 없는 것 처럼 소리도 내지 말고 문 꼭 잠그고 있고, 알았지? 무서우면 불 하나 켜 두고 라디오 들으면서 자고...... .' 내 나이 서른 하나, 엄마는 내 나이 때 이미 동생과 나를 유치원에 보내셨으면서도 딸이 마냥 어리게 느껴지시나 보다.

나는 속으로 무척 우스웠지만 꼭 그렇게 하겠노라고 엄마와 약속했다. 다 큰 내가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이색적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내가 올 줄 몰라서 밥도 반찬도 마땅한 것이 없다며 걱정하셨지만 혼자서 척척 잘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미안해 하시는 부모님의 등을 떠밀어 모임에 보내 드리고 나는 혼자가 됐다.


참 이상한 것이 엄마가 나를 애 취급 하셔서 그랬는지 갑자기 혼자서 보내는 1박 2일이 너무 무료하고 두려워졌다. 집에서 해야 할 일들을 챙겨온 가방은 쳐다보기도 싫어졌고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싫었다. 침대에 뒹굴거리면서 철지난 텔레비전 재방송을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가 또다시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면서 그렇게 오후까지 시간을 때웠다.

점심은 밥만 겨우해서 냉장고에 있던 김치들과 먹었고 저녁은 라면으로 해결했다. 닭볶음탕, 갈비찜도 뚝딱 만들고 크림소스 스파게티며 매운탕도 만들 수 있는 나인데 말이다. 또다시 침대에서 왼쪽으로 뒹굴 오른쪽으로 뒹굴거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삽십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산책 겸 다녀오기로 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어차피 다음날에도 아무것도 해 먹기 싫을 것 같아서 부모님이 오시기 전까지 빵으로 끼니를 떼우려는 심산이었다.

마트로 걸어가고 있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산책하러 나왔다고 말씀드리니 화들짝 놀라시는 엄마, 밤중에 위험하니 얼른 들어가라고 다시 신신당부를 하신다. 시계를 보니 겨우 9시다.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 대학원 수업만 9시가 넘어서 끝났었고 노량진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가던 시절도 있었다. 그랬는데 나는 다시 아이가 됐다. 엄마의 말씀을 들으니 순간 또 무서워져서 얼른 빵만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방마다 불을 다 밝히고 늦게까지 라디오를 들으면서 인터넷을 하다가 새벽녘이 돼서야 겨우 잠을 잘 수가 있었는데, 아예 밤을 새워 버리고 부모님이 오신다는 오후 늦게나 일어날까 하는 한심한 생각까지 했다. 부모님이 퇴근하시기를 기다리던 그 옛날의 나처럼 혼자서 지내는 1박 2일이 너무나 길고 싫었다. 문득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찡했던 글 한 단락이 떠올랐다.

이제 막 출산을 한 어떤 산모가 친정에 와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었단다. 밤이 되어 산모와 신생아가 한 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거실에서 산모의 부모님이 하시는 얘기가 들렸단다. 친정 엄마가 친정 아빠에게 '아기'가 이불을 잘 덮고 자고 있는지 좀 보고 오라고 부탁하는 얘기였다. 산모의 친정 아빠는 아기와 산모가 자고 있는 방으로 조심조심 들어오더니 갓난아기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산모의 이불을 잘 덮어 주고는 방을 나갔다고 한다. 그 할아버지에게는 자기 딸이 영원히 '아기'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산모도 그 마음을 헤아리고는 눈물을 지었단다.

나도 갑자기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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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라이스 전문점에 갔다. 어릴 적에는 오므라이스 하면 동네 분식점에서 그저 그렇게 흔하게 먹는 음식이었다. 물론 오므라이스는 볶음밥 위에 커다란 달걀이 예쁘게 덮혀져 있는 형태를 지니다보니, 다른 음식보다 더 들어가는 정성때문에 가격이 약간 더 비쌌다. 그래도 떡볶이나 김밥, 볶음밥 보다는 오므라이스라는 어감이 주는 고급스러움(?) 탓에 그것을 먹을 때마다 조금 우쭐해지곤 했다. 그런데 최근 오므라이스가 환골탈태를 했다. 분식점에서 쉽게 먹던 음식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고급 음식으로 탈바꿈해서 그 음식만의 전문점이 생겼고, 맛을 내는 소스와 재료에 따라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친구와 같이 간 식점도 오므라이스만을 파는 곳이었다. 솔직히 자주 먹기에는 부담스러울만큼 가격이 올라버렸기 때문에 한 번 먹을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적당한 가격 수준을 정하고 가격대비 가장 맛있어 보이는 오므라이스를 골라내기 위해 메뉴판에 몰두했다. 그러다 우리 근처 식탁에 앉아 있는 어느 가족들을 보게 됐다.
 
엄마, 아빠와 어린 아이들 두 명. 모두 네 명의 가족들이 단란하게 외식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참 보기가 좋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의 식탁을 무심코 봤는데, !!! 엄마의 오므라이스는 없는 것이었다. 사실 음식이 비싸지면서 양도 같이 많아졌기에 여자들이 혼자서 다 먹기에 약간 버겁기도 하다. 그러니 아이들이 혼자서 한 그릇씩 맡으면 분명히 다 먹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네 명이서 세 그릇을 주문한 것 같았다. 알뜰한 가족의 지혜로운 선택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엄마 혼자서 숟가락만 들고 아이들과 아빠 앞에 놓여있는 음식을 한 숟가락 씩 얻어(?) 먹는 모습이 왠일인지 보기가 싫었다.

왜 늘 엄마가 그렇게 배려해야하는 것일까? 철없던 내가 다 커 철이 드니 이제 엄마가 보이나 보다. 얼핏 우리 엄마의 잔상이 스쳤다. 식구들끼리 여럿이 모여 과일을 먹는 자리에서 사과를 깎으시던 엄마. 먹성 좋은 우리는 엄마가 사과를 깎아 놓기가 무섭게 하나 둘 씩 다 집어 먹어서 엄마는 계속 과일을 깎으셔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고 나서 엄마가 드신건 다 깎은 사과에 붙여 있던 남은 과육이었다. 그 뿐인가, 엄마는 우리들이 무심하게 남긴 밥을 그냥 버리지 못하신다. 우리가 밥을 남길 때마다 엄마는 그것을 드셔야했기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셨다. 집을 떠나와 자취를 하면서,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목이 뜨거워지는 것은 엄마의 배려에 대한 답이 너무 작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여성은 아줌마가 됨과 동시에 배려와 희생이라는 굴레(?)도 함께 받게 되나보다. 얼마전 사촌 언니에게 놀러갔을 때에 언니가 형부의 늘어진 티셔츠와 무릎나온 운동복 바지를 물려(?)입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집에서라지만 형부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있는 언니가 참 낯설었다. 처녀 땐 그렇게도 잘 꾸미고 다니던 언니었는데, 주부가 되고나니 자기를 위해 무언가를 사는 게 참 어렵단다. 새 옷 한 벌 사입고 싶다가도 그 돈이면 교통카드 충전에 반찬을 몇 가지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단다.

나는 철이 들어서 엄마의 수고로움을 볼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아직 엄마가 되지는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엄마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는 못한다. 그저 우리 '엄마'들이 당신들을 위한 삶도 살기를 바랄 뿐이다. 누구의 엄마로서 누구의 아내로서의 삶을 살다가 당신들의 삶을 잃어버릴까봐 두렵다. 엄마만을 위한 음식, 엄마만을 위한 여행, 엄마만을 위한 휴식과 여유. 그런 것들을 딸이라는 이름의 '감사하는 맘'으로 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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