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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수술 4일째가 됐어요.
정말 이렇게 아플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아프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지네요.
이제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걸어 다니고
수유실에도 자주 가서 다인이를 만나 (아직 젖이 잘 나오지 않아서) 이야기도 하고 온답니다.


다인이는 양쪽 발에 이름표를 차고 있는데,
'누구누구의 아기'라고 붙여진 이름표에 어쩐지 책임감과 뭉클함이 느껴져요.
생후 4일 된 다인이를 안을 때면 저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그 조그마한 생명체가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해요.
이렇게 예쁘고 순수한 아기가 정말 제 뱃속에 들어 있었을까 하는 감탄과 뿌듯함......
이래서 아기를 낳는 것이겠죠.



수술 4일째 되는 날부터 가슴이 묵직해지면서 젖이 도는 느낌이 나기에
모자동실을 신청해서 다인이를 데려 와 수유 연습을 했어요.
큰아이 다솔이는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절대 젖을 못 빨았었는데,
다인이는 딸이라 빠는 힘은 좀 약한 듯 했지만 그래도 다솔이 보다는 오물오물 잘 빨더라고요.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더 작은 다인이의 모습.
보고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우리 다인이는 쌍꺼플도 있어요!!!
히힛~ 저를 닮아 속쌍꺼플이지만 그래도 좋아요.


다솔이와 다인이는 얼굴 생김새는 거의 똑같이 생겼는데,
성별이 달라서 그런지 몇 가지 차이가 있어요.
다솔이는 완벽한 앞뒤짱구, 곱슬머리에 쌍꺼플이 없고 골격이 매우 컸는데 비해
다인이는 짱구 이마가 조금 덜하고, 이마도 조금 덜 넓고, 직모에 팔다리가 정말 가늘어요.
제가 뼈마디가 가는 편인데 다인이가 절 닮았나 봐요.




너무 아픈 얘기만 써서 분만 앞두신 분들이 두려워 하실까봐 좋은 얘기만 쓰려고 했으나
사실대로 후기를 남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제 또 무서운 얘기를 좀 할게요.
수술 4일째부터는 제왕절개 수술의 아픔은 서서히 사라지는 반면,
젖몸살과의 전쟁이 시작돼요. 산 넘어 또 산이죠.


아침부터 가슴이 묵직해지기 시작하더니,
아직 유선은 덜 뚫렸고 아기는 잘 못 빨고, 아기가 먹는 양은 적은데
젖은 계속 계속 만들어져서
가슴이 럭비공처럼 커지고 부어서 너무너무 아파요.
그나마 저는 첫째 때 모유 수유에 성공했던 둘째 엄마라서 조금만 신경써 주면 금방 좋아지는데
첫 아이를 분만한 엄마들이 젖몸살은 더 심할 것 같아요.


밤에 젖몸살이 심해서 마사지를 하러 몇 번 잠에서 깰 정도로 아픈데,
마사지로 뭉친 곳을 풀고 아기에게 물리고, 유축을 해야 돼요.


아, 그리고 수술 부위가 당겨서 웃거나 기침을 하면 너무너무 아픈데
이 날 무한도전 짝꿍 1편을 남편이 다운 받아서 보여 주는데,
어찌나 웃긴지 박명수 때문에 배가 아파서 혼났어요.


식단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
산모 식단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에 간식 두 번.
총 다섯끼가 나온답니다.




아침 식사,




점심 식사,




점심 후 간식




저녁 식사(분당차여성병원에서는 퇴원하기 전날 저녁에 보양식으로 녹두 삼계탕을 줘요.)
아직 입맛이 덜 돌아 와서 다리와 날개 밖에 못 먹었어요.
입맛이 없는 상황인데, 식사량이 너무 많고 아직은 수유도 하지 않으면서 꼬박꼬박 다섯끼를 받는 것이 민망해서
남편이랑 밥을 나눠 먹고 있었는데요,
하필이면 일하러 갔던 남편이 늦게 돌아오는 날에 삼계탕이 나와 버렸네요.
먹기는 싫었지만 정말 아까웠어요.




야식으로 나온 죽.
 
 
 
 
분만 후에 또하나의 골칫거리가 화장실 가기잖아요?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려워서 푸룬이랑 요구르트를 양껏 먹고 있어요.
자연분만하신 분들은 회음부가 아프니까 변비약을 처방해 주시는 것 같았고
제왕절개 한 산모에겐 자연스러운 방법을 권하고 있었어요.
 
 
수술 4일 째, 퇴원 하루 전
몸은 아주 많이 좋아졌고, 젖몸살이 시작됐으며, 기침과 웃음과 화장실 가기가 두려운 상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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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시댁에 갔는데 시아버지께서 슬쩍 신문을 내미신다. '모유 먹일 때 도움 되라고...' 하시면서...... . 기세등등하게 '아버님, 저예요! 장장 18개월 동안 분유 한 통 안 사 보고 완모(완전한 모유 수유)한 며느리, 일레드라고욧!' 하는 말이 나오려고 했으나 일단 다소곳이 신문을 받아 놓았다. 신문을 보시다가 며느리에게 도움 되는 정보를 발견하시곤, 며느리 생각해서 살뜰히 챙겨 주신 그 마음을 알기에 말이다. 막상 신문을 받으니 나도 모유 수유에 관한 전문가들의 최신 조언이 궁금해서 내용을 읽어 보기로 했다.


애걔??!! 그런데, 웬걸!
이 전문가 이론만 아는 남자인가? 싶게, 너무 공감되지 않는 말들만 쭈욱 나열해 둔 것 아닌가? 신문에 나온 내용대로 따라하다간 초보 엄마 눈에서 눈물 깨나 빼게 생겼기에, 모유 수유 경력 18개월에 육아 경력 24개월인 똑똑한 엄마 일레드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모유 수유에 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칫! 전문가도 아니면서...하실 수도 있지만 때로는 캐캐묵은 이론 보다는 진귀한 경험담이 더 생생한 도움을 줄 때도 있는 법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한 번 읽어 보시길~!




자연 분만을 한 산모들은 가능한 일이지만 나처럼 제왕절개를 한 산모라면 절대로 불가능 한 것이 바로, 분만 후 30분~1시간 내 젖을 물리는 일이다. 나는 요즘 많이 하는 척추마취로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하루가 지날 때까지 머리를 들 수 없고(두통이 심하게 올 수 있으므로) 물도 마실 수 없으며, 수술 자국이 잘 아물도록 절개 부위에 묵직한 모래 주머니까지 올려두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꼼짝 없이 침대에 누워 손만 왔다갔다, 눈만 깜빡깜빡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아기에게 젖을 물릴 수 있겠는가?


다행히 아기는 태어나서 금방은 먹지 않아도 괜찮기에 제왕절개한 엄마가 힘들게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병원에서는 포도당을 젖병에 넣어 먹여 준다. 그러나 여기에도 위험이 있다. 이 대목은 자연 분만을 한 엄마들도 마찬가지인데, 아기를 낳은 후 제대로 젖을 먹일 준비가 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아기를 쑴풍 낳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젖이 펑펑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가슴이 돌로 변해 버릴까봐 겁이 날 정도로 딱딱해졌다가, 악 소리가 절로 나는 마사지로 살살 달래 풀어주었다가를 몇 번 반복한 후에야 겨우 초유가 찔끔찔끔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 동안 갓 태어난 아기는 3일 동안 굶어도 괜찮다는 책 속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가는 아기를 쫄쫄 굶겨 '황달'에 걸리게 할 것이 뻔하니(다솔이도 모유만 먹이려고 고집하다가 황달 직전까지 갔었음.) '분유'의 도움을 좀 받자.


내가 18개월 동안 분유를 한 번도 안 사고 완모를 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도 비밀이 있다. 샘플로 받아 놓은 스틱형 분유와 산후조리원에서 공짜로 먹일 수 있는 분유가 바로 그것! 사실은 나도 가끔씩 필요할 때는 분유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몇 번 분유를 먹여 봐도 괜찮다. 정말이다!






모유 수유와 관련된 책에서 하나같이 주장하고 있는 잘못된 말 중 하나가 바로 '젖병'에 관한 것이다. 젖병은 빨기가 쉽고 구멍이 뚫려 있어서 힘들여 빨지 않아도 내용물이 술술 잘 나오기 때문에, 아기들이 한 번 젖병을 빨기 시작하면 젖병 보다 오십 배는 더 빨기 힘든 엄마 젖은 싫어하게 된다는 말인데, 전문가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엄마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엄마의 냄새, 엄마의 감촉, 엄마의 젖, 엄마, 엄마, 엄마...를 무엇보다도 더 원한다는 것 말이다!


딱딱한 분유병의 가짜 젖꼭지 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 젖을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더 사랑하게 되어 있다. 몇 번 빨기 쉬운 젖병으로 분유든 모유든 먹어 보았다고 한들, 아기들은 젖병 보다는 엄마 젖을 더 필요로 한다. 이론만 읽은 순진하고 모성애 강한 엄마들은 젖몸살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유두에서 피가 철철 날 때도 오로지 모성애로 버티면서 직접 수유를 하는데 이럴 땐 젖병과 교대를 해도 괜찮다. 아예 젖병으로만 먹이라는 뜻은 아니고 한 번은 직접 수유, 그 다음 번에는 젖병에 유축을 해서 수유를 하시라는 말씀이다.


이제 막 모유 수유를 시작하게 된 엄마의 가슴도,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도 모유 수유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기들이 젖을 빠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본응인 만큼 그 빠는 힘이 상상을 초월하는데, 아들일 경우에는 어찌나 세게 빠는지 엄마 유두가 찢어지고 실핏줄이 터질 정도이다. 다솔이도 빠는 힘이 너무 세서 젖을 먹고 나면 늘 입가가 새빨갰다.(유두에서 피가 날 때도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다. 어차피 모유가 빨간 색이 빠진 '피'이므로.) 이럴 땐 유축을 하는 것이 모유 수유를 더 오래하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신생아때는 두 시간 마다 수유를 해야 되는데 끔찍한 고통이 계속되면 아무리 엄마라도 항복하게 될테니 말이다.


아기가 조금 더 자라 조그맣던 입이 더 커지면 아기도 모유 수유에 적응할 시기가 된 것이고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라면 엄마의 가슴도 이전 보다는 더 강해졌을 테니 그 때까지만 힘들면 유축과 직접 수유를 교대로 활용해 보자. 모유를 먹일 때는 유두가 아닌 유륜까지 깊게 물려야 되는데 갓 태어난 아기는 입이 작아서 유륜까지 물기 힘들다. 그래서 유두에 상처를 내는 것이다. 아기가 자라서 입이 커지면 수유는 훨씬 더 쉬워진다.






흥! 진짜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모자동실'이라는 말은 출산 후 입원 기간을 의미할 때가 많다. 퇴원 후 집에 오면 당연히 엄마와 아기가 같은 방을 쓸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론대로 하자면 자연 분만한 엄마의 입원 기간 약 3일, 제왕절개 수술을 한 엄마의 입원 기간 약 5일 동안 엄마는 회복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아기에게 올인해야 된다는 뜻이된다. 그러면 엄마는? 엄마의 산후조리는??

 
이론 서적을 읽으면 모유 수유에 성공을 하려면 아기가 잠에서 깼을 때, 울기 전에 모유를 먹여야 된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모자동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자동실을 한다고 해도 아기가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젖을 먹인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엄마가 계속해서 아기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가능하겠으나, 출산 후 입원 기간 동안엔 엄마도 쿨쿨쿨 많이 자야 되는데 어떻게 아기가 잠에서 깨 눈을 뜨는 딱 그 시점을 알아 차리겠는가 말이다.


일단 엄마가 몸을 추스려야 건강한 몸으로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과 산후조리원에서(혹은 집에서) 몸을 회복할 때에는 아기도 중요하지만 엄마 역시 중요한 시기에 있으니 잘 먹고 잘 자는 데에도 집중을 하자. '출산 후 백일을 어떻게 보내는 가'가 남은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말이다.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찬 바람이 불면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이 쑤신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 봤다. 아기도 엄마의 산후조리 기간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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