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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참 빨리 자라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어린이집 친구(4세 ^^)에게서 산타할아버지는 바로 엄마라는 얘길 듣고 와서는,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기만 하면, 어린이집 문을 닫자마자 '엄마가 산타다~~~!!!!!'를 외쳤는데,,,,,
그게 12월에 크리스마스라는 큰 행사가 있으니까 어린이집 선생님이
크리스마스에 관한 동화책도 자주 읽어 주고, 캐롤도 가르쳐 주고 하시니까
자연스레 자꾸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나봐요~


그런데 선생님 앞에서는 차마 산타가 엄마라는 것을 얘기하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있는 내내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를 외치지 못해 답답했던 다솔이가,
어린이집을 나서자 마자 그렇게도 시원하게 외쳐댔던 것이죠.
알고는 있지만 선생님께는 하면 안 되는 말이라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
그래도 어린이집에 출동하신 산타 할아버지를 만난 덕에,
지금은 산타가 엄마라고 생각했던 건 순전히 자기 실수라고 인정한 상태이긴 해요^^


아이가 다섯 살 정도가 되니 자라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서,
진짜 하루가 다르게 많은 걸 깨우치게 되는 것 같은데요~
서서히 문화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고, 천천히 글씨도 알아가기 시작하고 훌쩍훌쩍 생각의 깊이도 깊어지고 있어요.




몇 달 전에 저희 가족은 베트남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 왔었어요.
다솔이는 베트남이 뭔지는 모르지만 엄마아빠랑 같이 비행기를 타고 놀러를 간다는 생각에 그저 신이 났었는데요~
호치민 탄손누트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다솔이는 문화 충격에 빠지고 말았어요.
와글와글와글.... 주변의 소리를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고,
간판 등에 써 있는 글씨도 전혀 모르던 것이고,
사람들도 조금 달라 보이고...


다솔이는 베트남에 도착한 첫 날, 엄마 너무 이상해...하면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물어 보더라고요.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다솔이는 차창에 딱 붙어 앉아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밖을 계속해서 바라 보면서,
글씨도 다르고, 나무도 다르고, 다른 것을 계속 얘기했어요.


언어, 외모, 음식, 풍습....문화의 차이를 알아 차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혀 '문화'에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작년에 중국 여행을 갔을 때, 중국에서도 베트남에서와 똑같은 상황이 있었음에도
전혀 알아 차리지 못하고 그저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깡총거리고 뛰어 다니기에 급급했었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지요.


베트남 여행을 가기 전에 재미삼아 집에서 두 가지 말을 가르쳤었어요.
'헬로' 와 '땡규'
외국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은 우리말을 알아 들을 수 없으니까
헬로~ 하며 인사하고, 땡큐 하면서 고맙다고 얘기 해야 된다고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다가 베트남에 도착하고 나서야 제 말의 의미를 알아 차리고는,
쑥스럽게 헬로, 땡큐 인사도 해 봤었는데요~


여행지에서 돌아 온 다음에는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헬로, 땡큐라고 해야 되는 것을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에 광고판 속 외국인 친구를 보고,
엄마 쟤는 왜 머리가 노랗고 눈이 파래? 물어 보고, 헬로라고 인사 해야 되는 거지? 얘기하는 다솔 군.


((((  아참, 노파심에 말씀드리는 건데요~
영어 교육은 아이가 모국어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난 다음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랍니다.
혹시 '노란 바나나'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바나나는 원래 노랗죠 ^^ 그런데 그 속은 하얗잖아요~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부터 영어를 가르치게 되면, 영어와 함께 그 나라 문화도 자연스레 가르치게 되므로,
아이에게 모국어의 개념을 주기도 어렵고, 아이가 겉은 노란 한국인이지만 속은 하얀 서양인으로 자라게 될 수 있답니다.
그게 뭐 어때서? 라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까봐 조금 더 말씀드리면요,
아이들에게 모국어의 개념이 생기지 않으면 외국어를 일찍 배워서 잘 하게 되더라도 한계가 있어요.
초등학생들도 말은 재잘재잘 잘 하잖아요~ 그러나 깊이가 없고 생각이 깊지 못하죠.
너무 일찍 외국어를 가르치게 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엔 와! 감탄할 지도 모르나,
그 속을 자세히 보면 딱 그 수준인거예요. 초등학생 수준.
그러니 외국어 교육은 조기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 훨씬 좋답니다. 
저는 13살이 될 때까진 안 시켰음 좋겠는데, 요즘에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죠.... ㅜㅜ  )))))




그리고 5살 다솔이가 얼마 전부터는 글씨도 조금씩 읽기 시작했어요.
올 초에 자기 이름을 써서 가르쳐 달라고 하기에 이다솔이라고 써 줬더니, 그걸 연습을 하더라고요.
저는 글씨를 너무 일찍 떼는 것도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한글 공부는 7살 정도에 시키려고 했었는데,
궁금해 하니까 이름 정도는 가르쳐 주었었어요.
뇌 발달에도 순서가 있거든요. 듣기-말하기-읽기-쓰기 순서대로 차츰 뇌가 성숙해지는데,
아직 쓰기 영역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쓰기 공부를 강요하다가 큰일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데 언어에 관심이 많은 아이인지, 그 후로도 글씨를 가르쳐 달라고 얘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저절로 알게 되는 글씨도 생기고...
아이가 원하는데 안 가르쳐 주는 것도 좀 아니다 싶어서
책을 읽을 때 천천히 읽으면서 한글자 한글자 손으로 짚어 가면서 읽어 주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요즘에는 제법 많은 글씨를 알게 되어 책을 읽을 때면 꼭 큰 제목 정도는, 자기가 읽고,
제가 책을 읽어 주는 중간에, 책의 내용 중에 자기가 아는 글씨가 나오면 책 읽기를 멈추게 하고
자기가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다시 한 번 책을 읽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책 한 권 읽는데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들고
작은 아이와 동시에 책을 읽어 줄 수는 없는 상황이 (작은 아이는 재미없어 하니까요~) 되었지만
그래도 글씨를 조금씩 알아 가는 아이가 신기하긴 해요.


다솔이가 한글을 줄줄줄 읽게 되면 그 때 가서 한글 공부하는 과정이랑 아이의 변화 등을
다시 한 번 자세히 포스팅할게요~


5살은 아이들이 훌~쩍 자라게 되는 시기인지 다솔이가 문화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놀라운 변화가 생길지 벌써부터 기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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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처럼 국문과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타전공자들과는 달리 우리의 전공 과정에는 '영어'가 없으며 당연히 원서 또한 우리글이다.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고대 국어나 중세 국어를 해독하느라 진땀을 뺀 적은 있지만, 꼬부랑 글씨를 가지고 씨름할 필요는 없었단 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어 전공자가 학부시절에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어학연수를 가는 경우는 나 때만 해도 흔치 않았다.(석박사 과정으로 들어가면 음성학이나 비교 문학 등을 공부하려고 유학하는 분들이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외국어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인지 국문과 전공자들에게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타전공 친구가 붙여 준 내 별명 '국산(^^;;;)'에서도 볼 수 있듯, 나는 나라밖 일에 무심했고 이런 상태는 대학원까지 국문과로 진학하면서 더욱 심해졌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도 우리말 문법은 자주 틀리면서도 영어를 강조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지나치게 눈치를 주고, 텔레비전에서 좋아보이는 광경이나 물건에 외국 같다느니, 외제 같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면 혼자서 흥분했었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국문과 출신들에게서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내가 성인이 되면서 나라 밖 세상을 조금씩 구경하게 되니, 신기하고 요상한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서두를 장황하게 쓴 까닭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것들이 유독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1. 집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는다
.
외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조차 이 의견에는 상반된 견해를 보일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본 요상한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드라마가 '캐빈은 13살'인지 '천재소년 두기'였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주인공이 비 오는 날 축축하고 더러워진 운동화를 신은 채로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는 그대로 침대 위로 털썩 누워버리는 것이었다. 놀라움을 벗어나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미국에 있는 이모 댁에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실제로 집 안에서 신발을 신은 채 생활하는 그네들의 문화에 다시한번 놀랐던 경험이 있다. 내가 의외로 먼지에 민감한 까닭에 밖에서 묻혀 온 먼지들을 털지도 않은 채 소파에 앉고, 집 안을 활보하며, 심지어 주방에서 요리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은 차라리 공포였다. 저렇게도 깔끔해 보이는 사람들이 먼지가 그득한 집안에서 생활한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집 안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우리의 문화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방에 얼룩하나 없이 깨끗하게 쓸고 닦아 놓은 모양이 더 불편할 지도 모른다. 걱정과는 달리 이모 댁에서 보낸 한 달 내내 먼지로 인한 질병이 없었던 걸 보면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문화가 생각만큼 지저분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맘 편히 누울 수 있는 깨끗한 방 바닥이 더 좋기는 하다.



2. 식당에서는 물과 밑반찬을 공짜로 준다.
부모님과 함께 했던 베트남 여행에서 나는 우리 나라가 얼마나 인심 후한 나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었다. 우리는 작은 식당에 가서 된장찌개 하나를 시켜도 밥도 주고 갖가지 밑반찬도 준다. 더군다나 반찬이 모자랄 때는 스스럼 없이 '아줌마, 반찬 좀 더 주세요, 정말 맛있네요.'하면 인심 좋은 주인 아줌마가 넉넉하게 부족한 반찬을 채워준다. 그런데 이게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음식 문화가 달라서 우리는 밥과 반찬이 한 세트처럼 돼 있지만 외국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음식을 하나씩 따로 주문하고 쌀을 먹는 나라에서는 밥도 따로 주문을 해야 된다.

뿐만 아니라 물에 석회질 함유량이 많아 물이 귀한 나라에서는 식당에서 물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도 없다. 메뉴판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물이라는 메뉴는 참 낯설다. 이런 나라에서는 끓인 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매번 물을 사 먹을 수밖에 없다. 또 우리와 다른 음식 문화때문에 상대적으로 야박하게 느껴지는 마당에 팁까지 줘야한다. 물가가 비싼 나라의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더욱 배아프게 느껴지는 팁 문화, 나에게 촌스럽다고 한들 할 말이 없다.



3. 화장실에는 꼭 문이 있어야 한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급부상한 나라 중국. 베이징이나 상하이같은 대도시만 여행한 사람들은 중국 고유의 화장실 문화(?)를 체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불행인지 행운인지 나는 중국에서 두 달간 연수를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말로만 듣던 기괴한(?) 중국 화장실들을 참 다양하게도 체험해 봤다. 이 때 귀국하여 인천공항에 첫 발을 내딛고 공항내에서 나를 반기는 으리으리한(중국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한국의 모든 화장실을 정말 으리으리하다고 느꼈으리라.) 화장실을 만났을 때, 그 앞에서 '나 돌아왔노라'며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중국의 화장실은 변화하고 있는 중인지 그 형태가 참으로 다양했다. 우리 나라 시골 재래식 화장실을 생각하고 그것 쯤이야 하시는 분들은 모를 말씀이다. 나 또한 경북 안동 출신이니 재래식 화장실에 놀랄 리 없다. 수세식 변기인 줄 알았는데, 밑을 보니 참혹한 곳, 앞이 다 뚫려있는 상태에서 칸칸이 칸만 나누어 놓은 곳,  ___ㅣ___ㅣ___ㅣ 대충 이런 모양이다. 그나마 칸도 나뉘어 있지 않고 뻥 뚫힌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얼굴 맞대고 일을 봐야 되는 곳 등등. 아, 그 때를 회상하며 화장실의 모습을 떠올리니 새삼스레 힘들다.

다들 알고 계시듯 중국도 많이 변해서 시골도 의외로 발전한 곳이 많다. 그런데 유독 화장실만은 왜 그리도 변화가 더딘지 모르겠다. 우물 안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 세상 밖을 보니, 할 말이 정말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 지루해 질까봐 오늘은 여기서 줄인다. 못 다한 얘기들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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