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바로 어제의 일이다. 고만고만한 아기들을 키우는 친한 아줌마들끼리 출산 후 처음(!)으로 대중목욕탕에 가기로 한 것은. 우리는 각자 알아서 친정 엄마께, 남편에게 아기들을 세 시간만 부탁하기로 한 후 가벼운 차림으로 24시간 찜질방이 딸린 동네 목욕탕 앞에서 만났다. 피부 보호를 위해 때를 밀지 않기로 결심한 지 오래지만, 모름지기 목욕은 드넓은 탕에서 유유자적 하는 것이 제 맛인 법. 시원한 음료수도 사 먹고 달걀도 까 먹으며 밀렸던 수다를 떨 심산으로 우리는 이 모임을 계획했었다.

약간 부족한 듯 했던 세 시간 동안 우리는 모든 것을 다 했다. 뜨거운 물 속에서 오래 버티기, 운동 효과가 있다는 냉온욕, 너무 즐기면 피부를 노화시킬 수 있으니 조심조심 사우나, 푸석해진 피부를 위해 챙겨온 각종 영양 팩과 오랫만에 모발에도 영양 듬뿍 마사지...... . 이 모든 일을 하는 중간 중간 달걀을 먹고 냉녹차를 마시고 과자도 먹다가 허한 기분을 채울 수 없어서 찜질방에 달려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쫄면, 김밥, 만두도 먹었다.  

무슨 할 말은 또 그리도 많은지, 우리는 묵언수행을 하다 방금 해방된 사람들처럼 끊임없이 수다, 수다, 수다를 떨었다. 진심으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세 시간 후 뽀얘진, 자세히 보면 발그레해진 볼을 하고서 우리는 종종 이런 모임을 갖자는 말을 남기고 헤어졌다.



친한 아줌마들끼리의 스스럼없이 재미있었던 목욕 모임을 통해 나는 참 많은 것을 얻었는데, 그 중에 친구들에게는 차마 얘기하지 못한 충격적인 깨달음도 있었다. 참으로 참혹했지만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자극이기도 했다.

목욕탕에서 다른 사람의 몸매를 흘끔거리는 것 만큼이나 예의 없는 짓도 없지만, 무릇 여자들은 아름다운 것에는 저절로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내 예의 없는 시선을 용서해 주시길...... . 어제 우리들처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놀러온 사람들 중에는 아가씨들끼리의 무리도 있었다. 역시나 임신과 출산을 거치고 완벽한 아줌마로 거듭난 우리들에 비해 풋풋하고 예쁘기가 한정없어서 자꾸만 내 시선을 앗아갔는데, 아가씨들의 허리를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결혼한 지 햇수로 4년. 이제 내 주위에는 대부분이 아줌마이고 아기 엄마들 뿐이라 '아가씨'가 어떤 부류인지 점차로 잊어버리는 중이었다. 그러다 어제 아줌마와 아가씨의 비교 불가능한 뱃살의 상태를 보고 경악을 한 것이었다. 출산 후 9개월 정도 지난 지금의 내 몸무게는 46kg(아! 내 키는 '160-X'이다.)으로 출산 전과 동일한 수치이기에 그런대로 만족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We Love SPAGHETTI
We Love SPAGHETTI by FotoRita [Allstar maniac]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몸무게는 똑같지만 출산 전에 입었던 옷을 입으면 맵시가 떨어지고, 배와 등에 두둑한 살 때문에 고민도 많았는데 만삭일 때의 배에 비해서는 참 많이 줄어들었기에 이만하면 괜찮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코 괜찮지 않은 것은 중요한 것은 몸무게가 아니라 체형과 몸매의 선이기 때문이다. 현재 내 몸 속에는 근육이 거의 때문에 무게는 별로 나가지 않지만 그틈을 지방이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에 이를테면 마른비만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더 뚱뚱하고 덜 뚱뚱하고의 차이가 아니라, 아줌마와 아가씨는 몸통(?)의 크기부터가 다르다. 당연하지! 45인치(만삭일 때 내 허리는 45인치였다!)로 불려 놨던 뱃살을 아무리 줄여 본 들 늘어졌던 살들이 어디로 가겠어? 배에 아무리 힘을 줘 봐도 아가씨들의 개미 허리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은 사실 핑계이고 먹는 양과 먹을 때의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니 뱃살이 찌지 않을 수가 있겠나.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평소보다 사과 하나, 빵 한 쪽만 더 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모유 수유를 핑계로 남편보다 더 많이 먹고 있으니 문제다. 이미 늘어버린 식탐과 식사량을 도무지 줄일 수가 없고 식당에서 주는 공깃밥의 양이 집에서 먹는 내 밥 그릇의 양의 절반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candy coated dreams
candy coated dreams by horizontal.integratio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아줌마와 아가씨의 날씬함은 이미 그 기준이 다르다. 아줌마가 아가씨와 같아지려고 한다는 자체가 욕심이겠지만 아줌마도 자신이 늘 아름답기를 원한다. 젊고 예쁘게 살고 싶은 아줌마들이라면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 줄 풋풋한 아가씨 친구 한 명 쯤은 꼭 사귀기를 바란다.

반응형
반응형

습습후후, 습습후후. 나는 지금 의식하지 않고도 평상시에 배에 힘을 주고 다닐 수 있도록 연습을 하는 중이다. 이게 연습이 필요하다니, 참 나도 아줌마 다 됐다.(새삼스럽긴...... .) 아닌게 아니라 결혼전은 물론이거니와 임신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늘 배에 힘을 준 채 긴장을 하고 다녔다. 여기서 긴장이라는 것은 불시에 누가 옆구리나 배를 찔러 봐도 맥없이 푹 들어가지 않고 탄탄함을 유지했다는 말이다. 배에 힘을 풀지 않고 숨을 훅 들여 마신 후 그 상태를 유지하는 그 긴장감이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습관화 돼 있었다는 말이다.

언제부터 내가 배에 힘을 주고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 그렇게 지내다 보니 배에 들어간 힘을 푸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었다. 해 본 사람들은 다 아시겠지만 숨을 들여 마시고 배에 힘을 주면, 볼록 나와 있던 X배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허리도 꼿꼿하게 세워지고 전체적으로 몸매의 선이 살아난다. 그 반대로 배를 긴장하지 않고 축축 늘어뜨리면 온 몸에 숨어 있는 군살들이 올록볼록 다 드러나 그야말로 아줌마 몸매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여성들이 임신과 동시에 배에 줬던 힘을 풀어버리게 될 것인데, 이는 임신 전과 임신 중(절대 임신 후는 아님)의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임신 전에는 작은 S든 큰 S든 몸매가 전체적으로 S선을 그린 몸매를 명품이라 하지만, 임신 중에는 우아하게 아름다운 D자 몸매에 모두들 열광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불룩 나온 배를 한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걸어 다닐 때의 고고함이란, 출생율 낮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우아하고도 멋지다고 칭송받아 마땅하다.

Tinker Bell
Tinker Bell by _Max-B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요즘에는 임신부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들도 그렇고 임신부 자신도 D자선을 아름답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는 나온 배에 대한 컴플렉스가 전혀 없다. 그래서 늘상 자리에 앉을 때 배를 가리려고 가방을 무릎에 놓던 여성들도 임신 중에는 자랑스레 배를 보여주고, 웨딩 사진을 찍을 땐 배 나와 보일까봐 밥까지 굶지만 만삭 사진을 찍을 땐 태아 핑계를 대며 중간중간 간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임신 중에 배에 긴장을 풀고 습습후후 호흡하지 않다보니 출산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배가 불룩한 상태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물론 10개월 동안 풍선처럼 부풀었던 뱃살이 하루 아침에 쏙 들어갈 리 없고 살이 빠졌다고 해도 예전의 탄력을 가질 수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해 보니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숨을 훅 들이마시고 배를 조금만 긴장하면 훨씬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 있게 된다.

언제였던가, <놀러와>에 나온 수퍼모델 '이소라'가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는 비법을 묻는 유재석과 김원희에게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라고 슬쩍 비밀을 공개한 적이 있다. 나도 그 말에 동의를 한다. 몸매에 자신이 없는 사람일 수록 숨을 훅 들이마시고 배를 긴장하면 아까도 말했듯, 어깨도 펴지고 등도 펴지고 허리도 잘록해지면서 한결 날씬하게 보일 수 있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숨까지 참아야겠느냐고 얹짢아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 번 해 보시면 왠지 모를 당당함과 자신감이 생겨서 남들이 아닌, 내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실 거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습습후후, 배에 힘을 주고 자연스레 숨쉬는 연습을 하고 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