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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달콤했던 연휴가 끝나고
이제 다시 일상이네요----라고 말씀 드리기가 멋쩍은 것이 
매일 꼭 붙어 있는 저희 가족에겐 일상이 연휴요 연휴가 일상이네요.


직장으로 복귀하신 분들은 
꿀맛 같았던 연휴가 꿈처럼 느껴지실 지도 모르겠어요.
진짜 내가 쉬었던가, 아니던가? 하시면서 말예요.
길게 쉴 수록 후유증이 심한 법인데,
헛둘, 헛둘 간간히 체조도 좀 하시면서 다시금 기운 내시길 바라요!!


저희는 설에 시어머님이 계시는 속초로 내려가서 
겨울 바다도 보고, 신선한 회도 먹고, 신나게 즐기다가 왔는데요,
재미있는 추억들도 많이 쌓아 왔으니까 차근차근 이야기 보따리를 풀도록 할게요.


옛말에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일 수록 시댁에 가서는 
손 끝 하나 까딱하지 마라
는 것이 있잖아요?
당신 '아들'이 일하는 것을 보시고 좋아라 할 시어른이 없다는 얘기인데요,
그러면 아들 대신 '손자'가 일을 하면 어떨까요?



저렇게도 귀여운 엉덩이를 씰룩 거리면서 말예요.


어찌된 사연인고 하니,
밥상을 물리고 시어머니께서 걸레를 빨아서 바닥에 두셨는데,
다솔이가 거실 바닥에 놓인 걸레를 보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쓱싹쓱싹 바닥을 닦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것도 닦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싹싹 잘도 닦더라고요.
저희 시어머님은 너무 좋으셔서 며느리인 저에게도 별로 일을 시키지 않으세요.
그래도 당신 아들이 걸레질을 했다면 그다지 좋아하시진 않으셨겠지요.
그런데 손자인 다솔이가 청소를 하니 어찌나 즐거워하시는지......


흠흠......
그럼 앞으로 우리 집 청소 당번은 모두의 바람대로
다솔 군으로 정해지는 것인가요?


그럼요! 다솔이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사진을 찍는 아빠를 한 번 올려다 보더니
아빠와 카메라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청소 삼매경에 빠집니다.




이렇게 청소를 즐기는 아이는 처음 봤어요.
앞으로도 쭉--- 하렴!
그래 그러렴!!




구석에 있는 얼룩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찬 
다솔이의 매서운 눈빛을 한 번 봐 주세요.
후후후




청소 끝!




이다솔 군,
앞으로 당신을 우리 집 청소 당번으로 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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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식구들 몰래 라면 끓여 먹은 며느리...... 바로 나다.

아니 배가 얼마나 고팠으면 밤에, 그것도 몰래, 홀로 부엌에 들어가 라면을 끓이고 있느냐 싶겠지만, 대체 밤 12시에 염분 많고 칼로리 높은 라면을 어떻게 먹느냐며 냉장고에 다른 음식들은 없었느냐고 묻고 싶은 분도 있으시겠지만, 나는 정확히 라면이 먹고 싶었다.

오밤중에 먹는 라면이지만 나는 대파도 송송 썰어넣고, 튀겨도 좋고 쪄도 좋다는 두루두루 냉동 만두도 두어개 넣고, 향이 끝내 주는 표고 버섯도 하나 큼직큼직 썰어 넣어, 맛있게 매운 명품 라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식구들이 모두 자는 틈을 타 슬쩍 방에 들어와 컴퓨터로 드라마를 다시 보며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을 아주 아주 천천히 아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국물까지...... .





다 먹고 나서는 국물까지 다 먹어 버린 건 좀 너무 했다 싶었지만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내맘대로 라면을 먹어 보냐는 생각에 곧 뿌듯한 포만이 느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닐 수 있는 것이 라면이지만, 나에게는 좀 다르다.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가 끼니를 라면으로 떼우(?)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이미 껄끄러운 일이며, 특히나 요즘처럼 아기를 보느라 느긋하게 밥을 먹을 시간이 없는 나에게 있어 '면'요리는 상당히 사치스런 음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아직도 모유 수유 중이기 때문에 내가 먹는 것이 바로 아기가 먹는 것이 되니 어르신들이 더욱 내 식단에 관심을 가지신다.

그래서 반찬이 부실하거나 유난히 라면이 먹고 싶을 때면 남편의 옆구리를 콕콕 찔러서 어쩔 수 없이(?) 라면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게으른 며느리 때문이 아닌, 갑작스레 매콤하면서도 기름진 라면이 생각난 아들의 입맛 때문이라면 시어머님도 부드럽게 넘어가실 것이니 말이다.(앗! 이 글을 읽고 우리 시어머님을 드라마 속에 나오는 고리타분하고 사악한 시어머님으로 상상하신다면, 그것은 오해다. 천사표 시어머니 앞에서도 며느리는 본능적으로 긴장하게 되니까. 이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늘 있다.)

그렇다면 남편과 어머님이 모두 출근을 하셔서, 아기와 단둘이 남게 되는 낮시간은 어떤가? 더더욱 불가능한 것이 아기와 둘이서 식사를 할 때 면 요리를 먹는 것이다. 콕콕 찌를 남편도 없이 온전히 아기를 도맡아 돌보면서 라면을 먹다 보면 어느 새 라면이 퉁퉁퉁퉁퉁퉁퉁퉁 불어 쫄깃한 맛이 관건이 라면이 맥없이 뚝뚝 끊어진다. 후루룩 들이킬 국물 한 방울 없이 면이 국물과 혼연일체가 돼 숟가락으로 라면죽을 떠 먹는 아- 가련한 내 신세여.

나에겐 천천히 음식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끼니를 쨈 바른 토스트로 먹든 우유에 만 시리얼을 먹든 당당할 수 있는 내공이 부족하다.

내가 아기가 낮잠 자는 사이, 달달한 크림이 듬뿍 들어간 빵을 야금야금 먹거나, 늦은 밤 아기를 재운 후 남편이 먹다 남긴 맥주를 한 모금 홀짝이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다. 금지된 음식이 유난히 당기는 날,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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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쉽게도, (2)드디어, (3)어쩌다보니, (4)그러고보니, 설 연휴가 끝났다.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내가 던진 문장의 답이 다를 것이다. 나는 방학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어서 방학 중에 낀 휴일이라고 해서 더 반가울 것도 없으며,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해야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맛있는 것 먹고 텔레비전 특집 방송을 보며 뒹굴거리다 문득 달력을 보니 설 연휴가 끝나 있었다. (4)번의 경우인 것이다.

그러나 가족애가 진한 사람들은 오랫만에 고향을 방문해서 가족 친지들을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아쉽게도 설 연휴가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많아서 한숨짓던 며느리와 안주인들은 상 차리고 설거지하기를 무한 반복한 끝에 드디어 지긋지긋한 설 연휴를 마무리 했을 것이다. 한편 백수이거나 무심하거나 아니면 쉬지를 못했거나 해서 연휴라고 해도 별다른 감흥없이 일상생활과 같이 지낸 사람들은 어쩌다보니 설 연휴를 그냥 보내 버렸을 것이다.

비록 나는 (4)번의 경우로 명절을 보냈지만 가족 친지들이 다 모이니 그 속에는 (1)~(4)의 경우가 모두 있었는데, 즐겨야 할 명절을 그야말로 '견디는'듯 보였던 며느리들을 보니 마음이 참 짠했다. 오늘은 바로 (2)번군에 관한 짧은 생각을 써 볼까 한다.


우리 큰집은 차로 30분 거리에 있어서 미리 출발하지 않고 설날 아침에 큰아버지 댁으로 세배를 드리러 갔다. 그 댁에는 우리 가족말고도 결혼한 사촌 오빠 내외와 조카들, 역시 결혼한 사촌 언니 내외와 조카들, 그리고 작은아버지의 가족들, 고모네 등이 와 있어서 명절답게 북적댔다. 아이들은 신이나서 저희들끼리 술래잡기를 하는지 히히덕 거리며 쉴새없이 뛰어다니고 정신 없는 와 중에도 어른들은 옛 이야기를 나누시느라 바쁘셨다. 명절에는 왜 그리도 자주 입이 심심해지는지 밥 먹고 난 지 얼마되지 않아서 떡이며 과일 상을 또 기다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세대별로 나뉘어서 조금 놀다보면 어느새 또 식사시간이라서 여자들은 별로 쉬지도 못하고 또 부엌으로 직행한다. 그런데 역시나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시집 온 사촌 오빠의 아내인 새언니다. 조카를 둘이나 낳고 길렀으니 시집 온 지 꽤 됐지만 그래도 시댁은 어려운 법. 게다가 친척들까지 잔뜩 와 있으니 어디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수 있었을까? 쉬면서 우리와 조금 놀 기회가 있었다고 해도 편하게 느껴질 리 만무하다. 안쓰러운 마음에 슬쩍 친정에는 언제 가느냐고 물어봤는데, 그만 큰어머니께서 듣고야 말았다.


가뜩이나 짧은 연휴인데 새언니의 친정은 경기도이고 큰어머니댁인 시댁은 경상북도이다. 내 생각으로는 아무리 늦어도 설날 점심 먹고 나서는 슬슬 올라갔어야 친정에서도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저녁 먹을 때가 돼 버렸다. 그런데도 큰어머니는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느냐고 그 말을 한 나를 나무라셨다. 물론 새언니 들으라고 하시는 말씀이다. 사촌 오빠를 힐끔 쳐다보니 이쪽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텔레비전에 폭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이럴 때 남편이 짜잔하고 나타나서 한마디 해 주면 딱 좋으련만 어찌나 무신경한 지 모르겠다. 눈에 띄게 시무룩해진 새언니를 보니 내가 복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집에는 새언니도 있었지만 시집간 사촌 언니도 분명히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큰어머니는 당신 딸은 어느새 친정에 와서 편안한 명절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르시는 것일까? 자기의 딸은 일찍 친정에 오는 것이 당연하고 며느리는 조금이라도 늦게 보내고 싶어하는 것이 시어머니의 심보란 말인가. 한 번 눈에 띄니 내가 그 쪽으로 치우치게 돼 버려서인지는 몰라도, 계속 큰어머니의 이중적인 생각들이 내 신경망에 걸려들었다. 누워서 침뱉기를 하기 싫어서 더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지는 않겠으나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차이는 어머어마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영어로 시어머니는 mother-in-law인데, 이것을 monster(괴물)-in-law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니, 이런 일이 비단 우리나라의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날 내가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바삐 움직였던 새언니의 뒷모습이 남일 같지가 않아서 정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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