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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진첩을 들추다 발견한 다솔이의 사진.
동생이 태어나기 전 3살이었을 때예요. 다른 분들께는 그냥 귀여운 아기의 사진일 수 있으나 저에게 좀 속상한 것이랍니다~ 다솔이가 처음으로 이마를 다쳤을 때거든요. 처음이라는 말은 그 뒤로도 이마 또 한 번, 미간 한 번, 눈가 한 번 ㅜㅜㅜㅜ 얼굴만 네 군데나 심하게 다쳐서 119 구급차도 탔고, 병원에 가서 꿰매는 수술도 해야 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다 공감하실텐데요~ 아이들은 잘 놀다가 꼭 어이없는 '한 번의 실수'로 심하게 다치게 된답니다. 네 번 다 제가 내내 잘 놀아 주다가 잠깐 한 눈을 팔았을 때, 조금 마음을 안일하게 가졌을 때 일어난 사건이었어요. 조금만 더 조심할 걸, 조금 더 일찍 재울 걸, 조금만 더 세심히 볼 걸....조금만 조금만 조금만....그러나 돌이킬 수는 없죠.


어린이용 의자에 올라갔다가 문지방에 꽝, 제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도자기와 함께 꽝, 잠 자기 전 침대에서 까불까불 거리다가 침대 헤드에 꽝, 늦게 귀가한 아빠를 기다린 후 아빠를 본 반가움에 팔딱거리다가 상 모서리에 꽝 ㅜㅜㅜㅜ





처음 다쳤을 때는 경황이 없고 너무 놀라서, 아이가 얼굴을 다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는데, 4번 정도가 되니 이제 순서를 외울 지경 ㅜㅜ 아이가 얼굴에 상처를 입으면 무조건 성형외과로 가야 해요. 집 근처에 종합병원, 대학병원이 있으면 참 다행이죠. 집 근처에 큰병원이 없더라도 찢어져서 벌어진 상처는 24시간 이내에만 꿰매면 결과는 동일하기에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야 한답니다.


운전하는게 마땅치 않을 경우에는 119 구급차를 불러서 가는 것도 한 방법인데, 이 때는 가방을 잘 꾸려서 가는게 좋아요. 보통 응급실로 가게 되는데 아이의 얼굴 상처를 꿰매고 치료하는데 보통 3시간, 길게는 6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하거든요. (주말이라면 이보다 더 걸릴 수도 있어요.)


성형외과 선생님이 다른 환자를 수술 할 경우에도 오래 기다려야 하고, 아이를 재우는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에요. 상처가 심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얼굴을 꿰맬 때에는 재우는 마취약을 먹여 흔들어 깨워도 잘 정도가 돼야만 수술방(=치료실)에 들어갈 수 있는데, 물론 해당 부위에도 국소마취를 하지만 아이들은 버둥거리고 울고 난리가 나니까 자는 동안에만 꿰매 줍니다. 재우는 마취약을 먹이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에요. 다친 상태로 응급실에 간 아이의 마음이 오죽하겠어요? 무섭고, 낯설고... 약을 먹여도 토하기 일쑤에 약을 먹이려고 입을 벌리게 하는것도 힘들어요. 말이 통하는 상태라면 알아듣게 설명을 하고 논리적으로 설득을 시킬텐데,


두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병원은, 의사 선생님은, 마취제는 너무너무 무서운 것일 수 밖에 없지요.





처음 얼굴이 찢어져서 꿰매야 했을 때는 결국 재우는 마취제는 먹이지 못했고, 아이는 꽥꽥 거리며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었는데 그 틈에 수술실(=치료실)로 옮겨졌어요. 자는 아이를 보호자와 간호사가 양쪽에서 잡아 고정시킨채 국소마취를 하고 꿰매기 시작했는데 꿰매는 도중에 아이가 눈을 번쩍 떴다고 해요. 그 때 저는 차마 못 보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었는데, 아이가 눈은 떴지만 다행히 다 꿰맬 때까지 큰 움직임 없이 조용히 있었다고 해요.


미간이 찢어졌을 때는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부위라서 (눈 근처)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는데, 이 때는 이마가 찢어졌을 때와는 다른 병원으로 갔더니 아이를 보호자가 잡고 있는게 아니고 팔다리를 꽁꽁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꿰맸었어요. 이 때에도 재우는 마취제를 겨우겨우 먹이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중에 다른 환자가 생기면 의사 선생님은 다른 환자를 치료하러 가십니다 ㅜㅜ) 드디어 꿰매나 싶었는데 응급실이 소란스러웠는지 잠에서 깨어나버려서 아이가 엄청나게 심하게 울다가 다시 대기하기를 반복. 이 때 미간을 꿰매는데 5시간 넘게 걸린 것 같아요.


아이의 얼굴이 찢어졌던 4번의 사건 중 한 번은 제가 친정인 안동에 내려 와 있을 때 일어났어요. 하필 집에 아무도 없었고 저는 만삭이어서 119 구급차를 불렀죠. 안동에서 가장 큰 병원에 갔으나, 하필 성형외과 선생님이 휴가 중 ㅜㅜ 안동에 딱 2명 있는 성형외과 선생님 중 다른 선생님을 급히 섭외해야만 했답니다. 먼저 갔던 병원의 배려로 병원차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갔으나 막상 당시 23개월이었던 아이를 보시곤 고개를 갸웃거리셨어요.


경북북부권에 있는 병원에서 어린 아이를 마취할 재간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의료서비스가 이렇게 차이가 나나 싶었거든요. 서울, 경기도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지역 소도시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니.... 찢어진 상처는 24시간 이내에만 봉합하면 결과가 똑같기에, 결국 아픈 아이를 데리고 당시 저희집이었던 분당까지 와야만 했답니다.





성형외과에서 잘 꿰맨 후에는 3M에서 나오는 테이프(병원용)를 상처와 수직이 되게 붙여 놓는데 상처가 아물면서 벌어지려고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에요. 꿰맨 후 3일 뒤 소독, 5일 뒤 실밥을 풀어요. 실밥을 너무 늦게 풀어도 자국이 흉으로 남을 수 있으므로. 


실밥을 뽑은 후에는 집에서 상처 부위를 관리해 줘야 되는데요~ 찢어져서 꿰맨 상처에 붙이는 온갖 종류의 테이브와 밴드 (병원용 표함)를 다 구해서 붙여 놓아 봤건만 흉터가 없어지지는 않았어요. 다솔이의 이마를 보시면 두 번의 꿰맨 흉터가 너무나도 잘~ 눈에 띄죠 ㅜㅜ 미간과 눈가는 비교적 작은 편이라 저와 남편의 눈에만 보일 듯 한데 이마는 각각 9바늘, 7바늘이나 꿰맸고 이마 한가운데라서 너무너무 잘 보여요. 


다솔이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꼭 이마 상처에 대해서 물으신답니다 ㅜㅜ 


되도록 아이를 잘 보살펴서 안 다치게 하는게 최고지만, 원하지 않게 아이가 얼굴을 다쳤을 경우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선배 엄마로서 설명해 두었어요. 미리미리 숙지하시는게 좋겠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라도 아이가 다쳤을 경우에는 제 글이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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