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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 김범도, 섹시디바 손담비도 털털한 덕만 이요원에겐 상대가 안 되었나 보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 치열하게 홍보를 해 온 '드림'은 뚜껑을 열어 보니 이게 뭔가 싶다. 아직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란 말이다. '드림'을 본 시청자들도 재미있다는 평과 별로라는 평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결혼 못하는 남자'가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에서 '드림'마저 아직 더 지켜 봐야겠다는 평을 듣고 있으니 이 시점에서 가장 신난 것은 '선덕여왕'이다. 시청률 30%를 가뿐하게 넘기면서 월, 화 드라마의 절대 강자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선덕여왕. 그런데 왜 나는 선덕여왕을 진득하게 볼 수가 없을까?

내가 드라마를 보는 감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한 심정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선덕여왕'을  재밌다 재밌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재밌는 쪽으로 나 자신을 설득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질질 늘어진 엿가락 처럼 드라마의 전개가 너무 쳐진다는 느낌이 든다. 덕만이의 신분이 밝혀질랑말랑 할 때도 특유의 긴장감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참고 봤다. 덕만이가 천명 공주의 동생이라는 사실만 밝혀지면 다시금 급박하게 상황이 재설정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은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존재인 미실과 쌍둥이 자매의 불꽃 튀는 대결구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어찌저찌하여 덕만이의 존재가 밝혀진 다음에도 뭐 하나 달라진게 없다. 여전히 덕만이는 힘없는 낭도에 불과하고 미실에게는 감히 도전장조차 내밀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내가 자꾸만 '선덕여왕'을 '자명고'와 대조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조금 민망하지만, '자명고'에서는 희희낙낙의 단원으로서 천하게 살아왓던 뿌꾸가 자신이 사실은 낙랑의 왕 최리의 딸 자명 공주라는 것을 알아 차리자마자 금세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런데 왜 덕만이는 계속 일개 낭도일 뿐인 것일까? 뿌꾸와 덕만은 참 많이 닮아 있는데 둘 다 한 나라의 공주이지만 자신의 신분을 알지 못하고 천한 인생을 살아 왔다. 그러나 공주 답게 소신이 있었고 당당했으며 둘 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어 왔는데 그 과정에서 더욱더 강한 신념을 갖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뿌꾸와 덕만이가 동일 인물이라고 해도 될 만큼 비슷하다. 그런데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너무나 다른 행보를 보인다.

'자명고'의 뿌꾸는 다른 사람들(최리의 둘째부인 왕자실 측근의 사람들)이 자신을 자명 공주라고 인정해 주든 말든 자신의 소신대로 강력하게 밀어 붙인다. 목숨을 버릴 만큼 사랑했던 호동 왕자를 버리고 당연히 호동의 나라인 고구려와 적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 낙랑의 원후를 단번에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사랑할 뻔뻔함(?)도 가지고 있었고 갑자기 낙랑의 온 백성을 진심으로 애닯아 할 수 있는 포용력도 갖추가 된다. 그리고 갓난쟁이 때부터 뿌꾸를 키우고 기예를 가르쳤던 희희낙랑의 단장 부부와 평생을 뿌쿠의 오빠로 살아왔던 행카이(일품)의 태도또한 백팔십도 달라진다. 그들은 뿌꾸가 자명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망설이지도 않고 자명에게 고개를 숙이며 절을 하며 존대를 한다. 어제까지 한솥밥 먹으며 욕도 하고 스스럼없이 대하던 뿌꾸를 단숨에 공주로 대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왜 '선덕여왕'의 덕만이의 경우는 어떠한가.

천명 공주가 마야부인 앞에서 덕만에게 사실 너는 내 동생이었노라며 사실을 밝힐 때, 덕만이는 어떻게 반응했는가. 끝까지 공주가 자신을 벌한다고 생각하며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야 만다. 김유신이 그게 사실이라고 다시금 확인 시켜주자 그제서야 자신의 신분을 받아들이는데, 계속 우울모드이다. 뭐, 덕만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화를 엄마로 알고 사막에서 오랜 기간 살아오면서 자기가 신라의 공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을테니 얼떨떨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당황스럽고 믿어지지 않아서 그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회피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김유신의 그 태도는 무엇인가. 쌍생을 숨겨야 하든 말든 덕만은 신라의 공주이고 그러면 당연히 자신이 모셔야 할 대상인데 넙죽 절은 하지 못할망정 여전히 덕만이를 자신의 낭도로 대하는 그 무례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쌍둥이 천명과 덕만이 얼른 힘을 합해서 몇 주 동안 별 활약을 못 하고 있는 미실과 대결을 펼쳐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덕만이는 신분을 되찾은 후에도 너무나 무력하다. 심지어 28일 방송 마지막 부분에는 시력을 되찾은 칠숙이 덕만을 보고 살의에 찬 표정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더이상 덕만이는 어린 아이도 아니고 이제 장성하여 궁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인데 아직도 칠숙을 보고 도망이나 쳐야하는 상황이라는 말인가. 대체 언제쯤 덕만이는 늠름(?)하고 당찬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참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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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이 얼마나 재밌는데 그깟(?) 자명고를 보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내 주위의 친구들은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십화랑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그 중 몇몇이 너무나 멋있고 잘생겼지 않냐면서 가슴 설레 하던데, 정말 화랑들이 그렇게 멋있게 나왔었나? 나는 드라마들에 관심이 많기에 본방송과 재방송을 다 보는 방법으로 이런 저런 드라마들을 많이 보고 있다. 그래서 선덕여왕과 자명고 모두를 봤다. 선덕여왕이 덕만의 신분이 밝혀질 듯 말 듯한 현재 상황으로서는 정말 재미가 있지만 이전 몇 회는 인기와 높은 시청률에 비해 별로 재미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그랬기에 많은 사람들이 꽃미남 십화랑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이 나로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은 안 해 봤는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원래 십화랑은 완벽한 꽃미남 부대로 섭외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랬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몇 명만을 잘생긴 배우로 섭외하고 다른 이들은 그냥 인원수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 역설적이게도 친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배역이 엄태웅과 홍경인이다.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외모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엄태웅은 엄청 중요한 배역인 김유신이고 홍경인이 맡은 배역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이 둘은 연기력 만큼은 인정받은 사람들인데 다른 화랑들과의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 바람에 이러한 원성을 듣게 된 것이다. 솔직히 김유신이 다른 화랑들보다 너무 늙어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꽃미남 부대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다는 이유로 캐스팅이 잘못 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좀 심한 것 같다.


이야기가 산으로 간 것 같은데,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생각보다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고 여겼던(순전히 내 입장에서) 선덕여왕은 큰 배역이 아닌 화랑들에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또한 그들을 꽃미남 부대라고 부르면서 연기력 뿐만이 아니라 외모에도 그렇게 신경을 쓰면서, 왜 같은 사극인 자명고는 끝까지 한자리 숫자의 시청률 밖에는 올리지 못했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명고의 마지막 두 회를 보면서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자명고를 보지 말 걸 그랬다. 나는 비극적인 결말을 무척 싫어한다. 역사적으로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끝날 줄은 몰랐다. 아무리 전쟁을 치르면서 드라마가 끝을 맺었지만 대부분의 인물들이 죽음에 이르고 특히나 세 주인공이 모두 죽어 버리다니 너무 슬펐다.


예상한 바와 같이 호동은 결국 낙랑 공주(라희)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이용하고 연민했으며 자명 공주를 사랑하고 끝까지 잊지 못해서 결국에는 같이 죽고야 만다. 낙랑 공주는 호동이 자신이 아닌 자명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호동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거둘 수 없어서 나라와 아버지를 배신하고 백성들에게 돌팔매를 맞아 죽게 된다. 그리고 자명은 호동을 사랑했고 호동이 자신을 아껴줌도 알았지만 그 보다 자신의 나라였던 낙랑을 더 사랑했기에 호동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마지막회에서 낙랑 공주 라희가 호동에게 애절하게 매달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예나 지금이나 신분이 낮으나 높으나 여자들은 사랑 때문에 참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사는구나 싶었다. 물론 남자인 호동도 자명이를 좋아해서 죽게 되지만 상황이 반대였다면 호동이 자명을 위해 고구려를 망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까 낙랑 공주가 참 불쌍했다. 어린 시절에 그저 사랑을 위해 자명고를 찢었다는 이야기만 듣고서 그 후에는 이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는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사랑을 위한 죄로 낙랑 공주는 돌에 맞아 죽고 호동은 사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니,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이런저런 이유로 자명고의 마지막회는 너무 슬펐는데, 선덕여왕은 행복하게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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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종영 설도 있었지만 나는 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자명고, 내가 알던 호동 왕자 낙랑 공주 이야기와 너무 달라서 살짝 충격도 있었지만 뜻밖의 전개가 정말 재미있다. 스스로 울려서 적군의 침입을 알린다는 자명고가 실제로는 그저 북인 것이 아니라 낙랑의 공주 자명이었다는 것도 참신했고, 호동이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 낙랑 공주가 아니라 사실은 자명 공주였다는 것도 새로웠다.

호동이 낙랑 공주를 사랑한 척 하면서 그녀를 이용한 것에는 살짝 화가 났고 그로 인해 아버지와 나라까지 배반한 낙랑 공주의 삶이 너무 애처로웠지만(어느 것이 진짜인지 나는 모른다. 역사에도 호동이 낙랑을 사랑을 미끼로 이용했다는 얘기와 정말 사랑했다는 얘기 두 가지가 전해진다고 한다.) 그것으로 인해 드라마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자명고를 보면서 극중 '모양혜'라는 인물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락부락한 얼굴과 기차 화통 같이 큰 목소리, 그리고 뚱뚱한 몸매. 그녀는 각종 영화에 아주 강한 역할로 등장해서 외모는 낯익었지만 이름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 자명고에서 꽤 비중있는 역할을 맡음으로써 나는 그녀의 이름이 고수희라는 것도 알았고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영화에 출연해 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모양혜, 고수희는 연극 배우 출신이란다. 어쩐지 탄탄한 연기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성량이 풍부했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명대사를 남겼던 친절한 금자씨에도 그녀가 나왔는데, 좀 끔찍하게 기억되는 목욕탕 장면의 그 여자가, 영애씨가 락스를 꾸준히 먹여서 결국 죽게 만드는 그 여자가 바로 고수희였다.

그 뿐 아니다. 그녀는 분홍신, 너는 내 운명, 괴물, 그 놈 목소리 등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작품에도 출연했단다. 고수희는 자명고에서 왕이 될 뻔 했다가 여동생인 왕자실(이미숙)에게 죽임을 당하는 왕굉(나한일)의 아내인 태대부인 모양혜로 나온다. 왕비가 될 뻔 했다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역할이기에 모양혜는 왕자실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후사를 도모한다.


난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카리스마가 넘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껏 그녀와 같은 여배우는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여자 배우들은 여린 몸매와 나약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무서운 역할을 할 때에도 우렁차다기 보다는 앙칼진 쪽에 가까운데, 고수희는 진짜 왕후감인 것 같다. 장군역을 맡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절대 욕 아님) 건강한 몸과 목소리가 정말로 매력적이다.

바람이 있다면 고수희와 같은 외모를 가진 여배우들이 주인공이 되어 멜로 드라마를 찍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날씬하고 예쁜 여자만 있는 것이 아닌데, 뚱뚱한 여인들도 사랑을 하는데, 왜 그녀들이 주인공인 멜로 드라마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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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에게 인정받은 몇몇개의 방송을 제외하고는 유독 쓴소리가 많은 방송 연예 블로그 게시판. 나도 텔레비전 깨나 본 사람 중 하나인데 내가 봤을 땐 무난하게 재미있었던 방송이 여지없이 도마위에 올라 난도질 당하는 것을 참 많이도 봐 왔다. 이미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등도 소위 대박을 칠 땐 온통 찬양조의 칭찬 일색이지만, 조금만 삐끗한 날이면 감이 떨어졌느니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느니 원성이 자자한 곳도 바로 방송 연예 블로그 게시판이다. 특히나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해서 첫 방송이 끝나고 난 뒤에는 검증되지 않은 갖가지 비방들이 더욱 판을 친다. 그래서 방송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초치기를 당해서 김이 새 버리는 경우도 참 많다.

새로 시작한 '남자 이야기'와 '신데렐라 맨'도 초장부터 초치기를 당했던 드라마 중 하나이다. 가장 무성했던 글들은 각 드라마의 주인공인 박용하와 권상우의 연기력 논란과 미스캐스팅 논란이다. 내가 본 남자 이야기는 또다시 조폭 이야기를 다룰 것 같아서 약간 꺼려지기는 하지만, 독특한 캐릭터인 김강우와 박시연이 흥미롭고 그 중심에 선 박용하의 활약이 기대되는 드라마였다. 도대체 어떻게 연기를 해야 잘 한다고 칭찬을 받을 지 궁금한 노릇인데 별로 문제가 없어 보였던 박용하에게 집중적으로 화살이 꽂혔다. 그리고 신데렐라 맨은 아직도 '권상우 발음 논란'이라는 문제가 검색어 순위에 올라 있을 만큼 치사하게 권상우의 발음을 잡고 늘어지고 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고 하면 정말 이상하게 느껴져 버린다. 남자 이야기는 '재미 없다던데, 박용하가 가장 문제라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고 신데렐라 맨은 '권상우의 발음 때문에 자막까지 필요하다던데'라는 걱정을 하면서 드라마를 봤었다. 결론은 낚였다는 허탈감과 함께 잘못 된 정보 때문에 드라마에 몰입을 하지 못했다는 불쾌감을 얻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능에서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강호동과 유재석, 이 둘은 1등이기에 서로 간에도 늘 비교되지만 다른 사람의 가능성이나 재능을 판단할 때도 끊임없이 기준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조금 돋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가 강호동이 될 수 없는 까닭이나 ~가 유재석처럼 되려면 갖추어야 할 조건' 등의 글들이 참 많이도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해피선데이에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 새롭게 시작했다. 의외로(?) 아주 재미 있어서 요즘에는 패밀리가 떴다나 1박 2일보다도 더 기대되는 것이 남자의 자격이다. 나는 이 방송을 보면서 라디오스타로 복귀 했을 때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 암울했던 김국진의 재치가 다시 살아났고 2008년 가장 몰락했다는 이경규의 건장함을 확인 시켜 줄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또다시 도마 위에서 이경규와 남자의 자격을 봤다.

요즘 시대의 흐름이 '칭찬합시다'가 아니라는 것 쯤은 나도 잘 안다. 그래서 좋은 말을 하는 것보다 윽박지르기, 쓴소리를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더 쉬운 방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방송 연예 블로거들의 글을 볼 때면, 마치 사냥꾼처럼 방송을 보는 내내 덫을 쳐 놓고 뭐 하나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조그마한 건수라도 챙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낚아 채서 도마질 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참 많다. 물론 나도 방송 연예 관련 글을 많이 썼고 그 중에는 비난하는 글들도 상당수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건전한 비판이 아닌 비난을 위한 비난하는 글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나부터 반성을 하게 됐고 적어도 사냥은 하지 않아야 겠다는 다짐마저 하게 됐다. 좋은게 좋다는 생각도 참 무기력한 것이지만 건수 하나 챙기기를 도끼눈 뜨고 기다리는 모습도 참 안 됐다. 초치기를 하기 전에 과연 합당한 지를 먼저 생각하는 방송 연예 블로거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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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블로거뉴스 연예면을 보다가 실소를 금치 못할 글을 하나 발견했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 '신데렐라맨'의 주인공인 권상우에 관한 것이었는데, '자막이 필요하다'는 제목이었다. 글의 내용이 뻔히 짐작이 됐기에 나는 그 글을 읽지 않았다. 어제는 미처 방송을 보지 못했던 상황이었으므로 권상우의 대사처리에 문제가 있구나 싶었다. 오후에 이 드라마에 관한 또 다른 글 두 개를 더 볼 수 있었는데, 이 또한 글의 내용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하나는 권상우가 드라마 선택을 잘못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발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뚜껑을 따 보기도 전에 김이 새는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소녀시대의 윤아가 나온다는 얘길 들어서 은근히 반감이 들었는데 기대했던 권상우마저 헤매고 있다니 완전 실패구나 싶었다.

그러나 저녁에 뒤늦게 본 신데렐라맨 1회는 내 짐작과는 전혀 달랐다. 비록 선입견 때문에 권상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지레 조마조마해 하며 대사 전달이 불분명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정말 그렇게 심각한 정도인가? 내가 보기에 권상우의 연기는 아주 좋았다. 첫회임에도 불구하고 연기가 안정돼 보였고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장면마저 능청스럽게 잘 해 내었다. 1인 2역을 소화하기 위해 부잣집 인물의 목소리를 조금 더 낮게 깔았을 뿐이지 사람들이 수군대던 것 처럼 자막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상우의 연기 논란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맨에 관한 좋지 않은 글들을 읽었기 때문이다. 선입견 때문에 권상우의 대사 처리에 더욱 문제가 있는 듯 생각될 것이고 보는 이 스스로 그 드라마에 몰입하기 전까지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 것이다.



신데렐라맨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밝게 살아가는 한 남자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백마탄 왕자(?)를 만나 인생 역전이 되는 내용을 그릴 것 같다. 요새 드라마에는 출생에 문제가 없으면 안 되는 모양인지 너도나도 출생부터 아주 드라마적인 요소들을 삽입해 두었다. 부모의 반대 때문에 아이를 출산하고도 헤어지게 된 비련의 여자는 쌍둥이를 낳았지만 이 중 하나만 부잣집이었던 남편의 집으로 가게 되고 나머지 하나는 동대문 시장에서 어렵지만 밝고 씩씩하게 신데렐라처럼 살고 있다. 이 둘이 운명처럼 제외하면서 앞으로 무궁무진한 얘기가 펼쳐질 것이다. 드라마 깨나 봤다는 사람은 누가 누구와 사랑을 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지 쉽게 머리를 굴려볼 수 있을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대중적인 얘기가 잘 먹히니 나는 그동안 '돌아온 일지매'가 낮은 시청률 때에 겪었던 수모를 신데렐라맨이 대신 갚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인과 아벨'이 더 화끈한 복수를 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고 '미워도 다시 한번'이 불륜과 사각관계와 출생의 비밀이라는 막장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면서 결국 '아내의 유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이 시기에, '신데렐라맨'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 온 쌍둥이 형제의 재회라는 흥미있는 무기를 갖추고 있어 수목 드라마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윤아가 연기하는 장면을 한 번도 못 봤었는데 왠만한 신인 여배우들보다 더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 것 같았다. 가수가 연기를 해 봤자지 했던 내 선입견이 윤아의 연기를 보기도 전해 깎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권상우의 발음 논란은 그가 데뷔한 이래 한번도 빠지지 않은 단골 메뉴였다. 이미 그도 그의 단점을 인정했고 어쩔 수 없는 부분에 연연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분야를 찾아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그런데 또 굳이 캐캐묵은 얘기를 또 끄집어 내어 잘 해보겠다는 사람에게 초를 칠 필요가 있겠는가. 다른 어떤 것이 아닌 그의 발음이 이제와서 또 다시 문제가 된 것을 보면 꼬투리를 잡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 이외의 것에서는 건질것이 없었다는 얘기도 된다. 내가 보기엔 재미만 있었던 신데렐라맨. 나는 권상우도, 신데렐라맨도 잘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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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월화요일 밤 나의 피로해소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얼짱 친구와 얼꽝 친구의 인생 역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속이 시원하고, 전부 사실은 아닐지라도 아내들의 불꽃 튀는 내조 전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게다가 코믹인듯 아닌듯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인 구성도 마음에 들고 약간은 모자란 감이 있지만 남자 주인공들의 역할도 다채롭다. 뿐만 아니라 김남주와 이혜영 등을 통해서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봄날씨에 어떤 옷차림과 화장으로 대처해야 할지 너무나도 확실한 답까지 제공해주고 있으니 나에겐 안성맞춤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벌써 여러 검색 사이트에서는 김남주의 머리 모양과 화장법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으며 그녀가 입었던 옷들에 대한 논평도 쫙 깔린 상태이다. 이혜영 또한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답게 최근에 발표한 미용관련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미모와 패션 감각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은 생각주머니를 이등분해서 한 쪽은 드라마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다른 한 쪽으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들의 맵시를 보느라 참 바쁘다.


그런데 나는 드라마를 볼 때면 늘 내가 좋아하는 인물에다가 감정이입을 하는 편인데(전형적인 아줌마 스타일) 이번에는 좀 갈팡질팡 하게 된다. 사실 인생살이란 누구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악역이 달라질 수도 있기에 전적으로 악한 사람과 전적으로 선한 사람을 칼로 무 자르듯 딱 잘라 낼 수 있는 것이 더 맞기는 하다. 그래도 다른 드라마에서는 내용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한 인물쪽으로 마음이 기울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현재의 악녀 이혜영과 과거의 악녀 김남주 사이에서 갸웃거릴 때가 참 많은 것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답게 한 번 살아 보겠다고 아둥바둥거리며 친구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김남주의 꼴이 참 한심스러우면서도 가엾다. 그러나 모든 일의 씨앗은 어린 시절 그녀에게서 나온 것이지 않는가. 극중 김남주와 이혜영은 초등학교때부터 단짝이었지만 얼짱과 얼꽝으로서 극과 극의 삶을 살아 오고 있었다. 친구가 돼 보겠다고 온갖 시중을 다 들면서 김남주의 곁을 떠나지 않던 이혜영을 보기 좋게 묵사발 냈던 사람이 바로 김남주였고, 그로 인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이혜영이 현재 역전된 상황에서는 거꾸로 김남주를 골탕 먹이기고 있다.


과연 누가 더 악녀이며 드라마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때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행복한 결말이라고 좋아하게 될까? 어린 시절 공주처럼 살아왔던 김남주가 털털한 아줌마가 다 돼서 이것저것 손 걷어붙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편이 돼 이혜영이 미워졌다가, 어린 시절 외모를 가지고 놀려대던 김남주를 떠올리면 샘통이다 싶다. 또 어린 시절 온갖 멸시를 받으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이혜영이 완벽하게 멋진 모습으로 우아를 떨땐 그래 김남주도 똑같이 당해봐야지 하다가도 지지리 궁상맞은 현재의 김남주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과거에 악녀였던 김남주, 현재의 악녀인 이혜영. 과연 누가 더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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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이 끝난 후, 단숨에 내 마음을 사로 잡은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정말 재미있다. 방송이 시작하기 전부터 '내조의 여왕'은 활발하게 홍보 작전을 썼기에 주인공들과 그들의 활약상을 익히 들어왔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는 채널 선택이었다. 김남주와 이혜영이 여고생으로 나온다는 얘기와 오랫만에 드라마에 출연하여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소식은 괜한 거부감 마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홍보 전략이 나에게는 실패한 셈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에덴의 동쪽을 봐 왔던 내가 느즈막에 '꽃보다 남자'를 보기도 그렇고 더더구나 '자명고'는 더욱 매력이 없게 느껴졌기에 무료했던 월요일 밤에 나는 습관처럼 MBC를 보고 있었다.

사실 남자들의 드라마였던 '에덴의 동쪽'도 재미있어서 고정 시청자가 된 것은 아니다. 첫회부터 봤다는 의리감 하나로, 질질 늘어지고 막판에는 내용도 진부해진 에덴의 동쪽을 얼마나 견뎠(?)던가. 내가 생각하기엔 의미도 없게 느껴지는 주먹질을 그저 견디면서 그 긴 에덴의 동쪽을 마지막회까지 다 봤다. 정말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인지 드라마가 정말 유치해서인지 '꽃보다 남자'는 더 재미가 없었다. 주위에서 하도 F4, F4 하길래 몇 번 보려고 시도를 한 적은 있지만,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었었다. 그래서 꽃남 열풍이 한바탕 휘몰아치고 있는 요즘이지만 나에겐 왠지 다른 세계 얘기 같기만 하다. 아무튼 무료했던 월, 화요일 밤이 새로운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등장으로 다시금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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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남주&이혜영

'내조의 여왕'은 여자들 취향에 딱이다. 물론 이 드라마에는 꽃보다 더 멋있다는 미소년들은 나오지 않는다. 한 때(?)는 조각 미남이었지만 어느새 주름이 돋보이는(그래도 잘생겼다.) 오지호와 꽤 오래 활동했지만 큰 빛은 보지 못했던 윤상현, 카리스마와 연기력은 단연 최고인 최철호가 남자 주인공이다. 남자 주인공으로만 봐서는 그저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 드라마에서 남자들의 역할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들의 부진을 한방에 날려줄 김남주와 이혜영이 여자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 듯, 김남주와 이혜영은 주부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여자 연예인이다. 그 둘의 패션 감각과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외모 때문에 그녀들은 질투와 동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도 이 둘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 것인지가 가장 화제가 됐었다. 예쁘게만 보여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이혜영은 초반부터 과거 회상신에서 아주 심하게 망가졌지만 그 덕에 여론 몰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실신에서는 김남주가 더 망가질 예정이므로 앞으로도 얼마간은 계속 언론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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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오랫만에 드라마에 출연했기 때문에 앞으로 연기 대결도 쟁쟁하겠지만 그 보다 더 불꽃 튀는 것은 미모 대결이 아닌가 싶다. (다소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조의 여왕'은 여고생으로 돌아가서 그녀들이 교복을 입은 모습부터 보여주었다. 비록 이혜영은 맡은 역할상 못난이 여고생이 될 수밖에 없어서 억울했겠지만 김남주는 변함없는 동안피부를 자랑할 수 있었다. 이혜영 또한 현재로 돌아와서는 아주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둘의 옷차림이나 화장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자신을 더 돋보이게 만들런지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나도 장면이 바뀔 때마다 그녀들의 외모부터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니까 방송이 거듭될 수록 그녀들의 코디법에 관한 문의들이 많아질 것 같다.

2. 불륜의 향기

발랄하고 가벼운 드라마의 분위기상 '사랑과 전쟁'과 같은 끈적끈적한 불륜을 선보이지는 않겠지만 내용이 전개되는 상황을 보니 엇갈린 만남이 곧 시작될 것 같다. 여자들은 불륜드라마를 태생적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니 대리만족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용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커져감에 따라 드라마의 재미도 더해질 것 같다.

사랑하는 것 하나는 확실하지만 지지리 운이 없어서 궁상맞게 살아가고 있는 김남주&오지호 커플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치 않은 결혼을 했다. 이혜영의 치밀한 노력끝에 결혼에 성공하게 된 이혜영&최철호 커플이나 집안 간의 경제적 상황 때문에 결혼한 선우선&윤상현 커플에게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최철호는 원래 김남주를 사랑했었고 선우선은 대학 시절 오지호를 좋아했었다.(막장같은 설정인가?) 이들이 어떤 상황과 어떤 이유로 엇갈린 사랑을 하게 될른지는 아직 완전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 것만은 확실하다.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서는 정말 그정도까지 해야 되는 것인지, 정말이라면 기권하고 싶어지기도 하는 열혈 내조 전쟁, 이 드라마는 여자들의 세계를 아주 여성스럽게 잘 보여주고 있다. 아직 몸이 덜 풀렸는지 김남주와 이혜영의 연기가 조금 뻣뻣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워낙에 내용이 재미있고 그녀들의 패션스타일을 보는 것 만으로도 유용한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보는 것이 나는 참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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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지금은 그의 이름 앞에 자연스레 '파렴치한'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그에 관한 글에는 온갖 종류의 욕설들이 가득하게 돼 버렸지만 그도 한 때는 빛났던 순간이 분명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그는 단연 당대의 가장 유명한 스타였고 모든 방송은 당연하거니와 상점들과 거리에서도 그의 노래가 제일로 인기 있었다. 그 특유의 해맑은 미소는 수험생활에 찌든 나도 따라 웃게 만들어줬고 그와 함께 웃었던 사람은 분명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은 공공의 적인 유승준이 그 때는 참선이었고 그가 행하는 선한 일로 인해 우리나라 곳곳이 따뜻해졌음은 물론이다.

쾌활한 모습으로 노래하고 춤추길 좋아하던 청년이었던 그가 우리나라에서 가수로 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의 거주지인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간간히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직도 냉담하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방송 활동을 하는 그를 보고 비웃음으로 일관하던 댓글은 내가 봐도 너무했다. 고3 시절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거워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나는 그의 진정한 팬은 아니었다. 유승준은 나에게 그냥 내가 여러 연예인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도 유승준의 군대 사건을 지켜보면서 그에게 많이 실망했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그를 원망했었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다른 사건 사고를 저지른 연예인처럼 길면 3년 빠르면 2년 이내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군대라는 특수한 사건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사건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당시에 유승준의 영구 퇴출에 관한 100분 토론이 있었는데 만약 지금 다시 이 일로 토론을 진행한다고 해도 그 때와 같은 뜨거운 열기로 토론이 진행될 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유승준 사건이 조금도 잊혀지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유승준이 조금도 용서받지 못한 이유에 관해 생각을 해 봤다. 우선 그가 저지른 잘못이 다른 것이 아닌 군대라는 특수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예인의 허물에 대해 크게 언급하지 않으시는 아버지께서도 유승준의 '유'만 나와도 얼굴을 찌푸리시며 한바탕 하시는 것을 보면 여자인 내가 생각하는 군대와 남자들이 생각하는 군대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왈가왈부 할 처지가 못 된다. 군대는 내가 이해하려고 해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유승준은 대중들이 그의 잘못을 잊을 겨를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연예인이 어떤 잘못을 저지른 다음에는 자숙하는 시간을 갖는데, 사람들은 모든 비난을 한꺼번에 다 쏟아낸 다음에는 그 연예인과 해당 사건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이면 해당 연예인이 왜 일정기간 방송을 하지 않았는지 기억하지도 못하고 그 사건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어진다. 방송에서 얼굴을 보지 않으면 저절로 잊혀지기에 좋든 싫든 용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승준의 경우에는 군대 문제이기 때문에 남자 연예인들이 입대와 제대를 할 때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이번에 인터넷에서 김태우가 당당하게 제대를 했다는 소식을 봤는데, 그의 바람직한 군 생활과 멋졌던 제대 모습에도 어김없이 유승준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었다. 유승준과는 비교된다는 말이었다. 현역 입대를 앞두고 있는 연예인들의 기사 말미에도 누구누구는 이렇게 시원스럽게 가는 군대를 가지 않으려다 영원히 퇴출된 유승준의 이름이 불명예스럽게 씌여 있다. 기사에 없으면 댓글에는 백발백중이다. 그 뿐인가. 남자 연예인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익 판정을 받을 때도 공익 근무요원의 계보를 따라 올라가다가, 재입대한 싸이를 찍고 유승준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그리고 제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남자 연예인들이 입대와 제대를 할 때마다 기사와 댓글을 통해 유승준이 다시 언급되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그의 일을 잊을 기회가 없고 그는 결국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최근에는 군복무가 남자 연예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는 기회가 되는 것을 많이 봤다. 그래도 2년여 동안 공백기를 가져야 하고 낯선 곳에서 적응을 해야하니, 막상 군대에 가려면 걱정스러운 점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건강상의 뚜렷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현역으로 입대하는 것이 멀리 봐서 좋다.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쓴 까닭이기도 하다. 군대에 관한 이야기는 결코 쉽게 잊혀지지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건장해 보이던 남자 연예인이 무슨 이유에서건 공익으로 판정이 되면 그 꼬리표는 아마도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유승준이 결코 용서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버지와 남동생이 패밀리가 떴다를 볼 때마다 김종국이 왜 공익이냐며 짜증을 내는 것을 봐도 안다.


비록 몸은 힘들었겠지만 현역 제대라는 속시원한 끝을 본 멋있는 남자 연예인들이 있다. 이들은 제대와 동시에 대한민국의 당당한 아들로 칭송받고 입대 전보다 훨씬 더 호감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남들 다 가는 군대 다녀 온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남들이 다 가는 군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여기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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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 텔레비전을 켜면 쉴 새 없이 나오는 '비비디 바비디 부' 때문에 자면서도 비비디, 장 보러 가서도 비비디, 글을 쓰다가도 비비디거리다가 겨우 그 늪에서 빠져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뜻도 모르면서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비비디 바비디 부'를 정지훈의 음색과 호흡을 완벽하게 기억하면서 끊임없이 따라불렀었다. 그 노래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그런데 이번에는 소녀시대다.

'지지지지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지지지지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때문에 아주 죽을 지경이다. 멜로디가 두어 마디 머릿속을 훑고 지나가면 그 뒤에 형광색 바지를 입은 무리들이 개다리 춤을 추고 따라나오기를 온종일, 이러니 내가 지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원래 요즘 노래를 잘 모른다. 어린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을 선두로 한 가요계의 우상들을 보고도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고 멀뚱멀뚱 눈만 껌뻑이시는 어른들을 보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는데 벌써 그 나잇대가 돼 버린 것이다. 유행가를 모르면 나이가 든 것이라는 내가 내린 정의 때문에 억지로 꾹 참고 가요 방송을 본 적도 있지만 감동은 커녕 정신없다고 느끼게 된 이후로는 체념하고 거의 보지 않았다. 당연히 아주 유명한 가수가 아니면 얼굴도, 이름도, 그들의 노래도 알 지 못한다.

소녀시대는 알았지만 그녀들의 노래는 몰랐던 내가 하루종일 지지지거리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 어이없는데, 이 모든 것은 주말 예능 방송을 보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여섯 남자가 앙증맞은 분장을 하고 지지지거림과 동시에 멜로디가(어쩜 그렇게들 따라하기 쉽고 입에 착착 붙는지) 귀에 익었고 중간중간에 같이 나온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 덕에 어떤 풍의 노래인지도 알게 됐다. 뒤이어 1박 2일의 국악고 소녀들의 지지지와 패밀리가 떴다의 초대손님이었던 윤아의 지지지를 듣고 나니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나만 이런게 아닌 듯, 주말을 지내고 온 모든 사람들이 슬쩍 개다리 춤을 춰 보기도 하고 지지지를 휘파람으로 불기도 한다. 그 선율에 중독된 사람들은 가사를 모르고 음만 아는 부분에서는 무한도전의 그들이 그랬던 것 처럼 마음대로 가사를 붙여가며 마치 뮤지컬처럼 대화를 하기도 하고 말이 끝나면 합창으로 지지지지 베이비 베이비, 지지지지 베이비 베이비를 외쳤다. 무전기로 소통하다가 통신이 끝날 때 '오버'라고 하듯, 우리는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선율에 맞추어 마음대로 하다가 말이 끝남을 알릴 때 지지지거렸다. 한 두번은 재미있었지만 온종일 그 멜로디에 지배당하니 이제 정말 벗어나고 싶은데 맘처럼 쉽지가 않아서 큰일이다.

예능 방송을 보기 전에는 이 노래가 유명한 줄도 몰랐는데 모든 방송에서 끌어다 쓰고 싶어한 걸 보면 유행은 유행인가보다. 물론 각 방송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변용하긴 했지만 모든 예능에서 소녀시대를 차용하는 바람에 방송 내용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비슷해지고, 지금 내가 지지지거리는 이유가 무한도전 때문인지, 1박 2일 때문인지, 패밀리가 떴다 때문인지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조차 알 수 없으니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아무튼 당분간은 이 멜로디를 나에게서 떼어낼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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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선수촌이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한 번 물꼬를 트고 나니 여기저기에서 반가운 아저씨들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최양락, 이봉원, 김정렬, 황기순, 양원경 등 어린 시절 나를 웃게 만들어 주었던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나는 일주일 내내 그들이 나온 프로그램을 보며 데굴데굴 굴렀다. 한번에 너무 많은 방송에 나오다보니 겹치는 이야기도 있긴 했지만 어찌나 소재가 다양했던지 들어도 들어도 새로웠다.

특히나 최양락과 이봉원은 지금의 유재석과 강호동 만큼의 인기를 누리던 콤비였으므로 사람들이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가장 큰 것 같다. 최양락은 이미 한 번의 출연으로 예능선수촌의 사회자로 고정 출연을 확정한 상태이다. 그리고 이봉원은 박미선의 개그 소재로 많이 활용된 까닭에 얼굴 없는(?) 개그맨으로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었으니 이제는 자신이 직접 나설 차례이다.
어른들에게는 식상할 지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돌아온 아저씨들이 참 신선하고 재미있다. 최양락이 말한 것 처럼 할아버지와 손주가 같이 앉아서 웃을 수 있는 개그. 아무도 상처받지 않지만 좌중을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웃음. 즉 착한 우스갯 소리를 하는 것이 자신들이 하는 참 개그란다. 지금의 예능계는 독해질 대로 독해져서 서로 물고 뜯지 않으면 웃길 수 없는 줄 아는데, 이제는 착한 개그가 다시 돌아올 때가 된 것 같다.


현재의 버라이어티에 적응이 된 아이들에겐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이 낯선 곳에 가서 어떤 체험을 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저 자신들의 지나간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인 아저씨들의 개그를 청소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세월은 흘렀어도 사그라들지 않은 입담은 내가 느끼기엔 최고였다. 옷 입는 방식도 옛날로 돌아가고, 입맛도 어릴 적 시골에서 먹던 맛을 그리워하는 복고 열풍이 개그라고 해서 적용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다시 예전처럼 개그를 짜고 연습해서 상황이 주는 웃음, 기발한 대사가 주는 웃음을 새로이 즐겨보고 싶다. 진실이니 대본이니 실랑이 하며 속고 속이는 것 보다 준비된 개그를 열린 마음으로 마음껏 받아들이고 싶다는 말이다. 이봉원은 2008년이 아줌마들의 해 였다면 2009년은 아저씨들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큰 맘 먹고 돌아온 아저씨들이니 만큼 그동안 표출하지 못해서 억눌려 있던 개그 본능을 마음껏 보여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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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얼마나 지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듣자하니 문제의 중심이었던 태연과 그녀에게 동조했던 강인이 공식적으로 사과까지 한 사건이니 이제 모든 것은 마무리 된 듯 하다. 그러나 오늘에야 그 사건에 대해 알게 된 나는 뒷북을 쳐서라도 상한 마음을 달래고 싶다. 다음뉴스에서 꽤 시끄러웠던 태연의 간호사 비하 발언 사건, 여기서 태연이란 소녀시대의 한 일원을 말한다. 소녀시대는 9명으로 구성되었기에 나는 솔직히 이름과 얼굴을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태연은 패떳에서도 봤고 정형돈과 가상 결혼도 하여서 유독 주의깊게 봐 왔었다. 소녀시대 중 가장 잘 나가는(?)지 라디오까지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 사건은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했는데 정말 별일 아니거니 했었다. 여자 가수들은 남자 가수 팬들의 시기 때문에 작은 일만 있어도 크게 부풀어져 난도질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나는 게시판을 후끈 달구고 있었던 그 사건에 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생각보다 일이 수습이 늦게 되는 것 같길래 오늘에야 사건의 전모를 찾아보게 됐다. 연예계 일에 특별히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아직 모르실 것 같아서 대략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모월모시 태연은 감기 때문에 병원을 찾았는데 하필이면 점심시간이었다고 한다. 식사를 하고 간호사가 밥을 먹다 말고 나와서 조금 기다리라고 했단다. 점심시간이라 의사가 없어서 주사를 놔 줄 수 없다는 간호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태연이 의아해하자, 간호사는 많이 급하면 병원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라고 했던 모양이다. 환자보다 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처럼 보여서 화가 난 태연, 간호사에게 따지고 싶었으나 소심한 성격탓에 말은 하지 못하고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단다.


나는 내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면서 객관적으로 대략적인 줄거리를 전하려고 애썼다. 자, 누가 잘못한 것 같은가? 태연? 아니면 간호사? 내 생각엔 잘잘못이 쉽게 가려지는 이 일에 네티즌들은 패가 갈렸다. 아무래도 소녀시대의 팬들이 자신들의 스타를 감싸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간호사 관련 발언에도 큰 문제가 있지만 뻔히 보이는 그녀의 잘못을 감싸고 돌 만큼 충성심이 강한 그녀의 팬들이 더 걱정스럽다. 특히나 어린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열광하고 반응하는데, 잘못된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찾아와서 의사의 처방도 없이 간호사에게 막무가내로 주사를 놔 달라고 했던 태연, 그녀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방송에서 마치 간호사가 큰 죄라도 지은양 떠들었다. 어쩌면 그녀는 환자이기 이전에 스타이기에 무언가 특별한 대접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스타에게 무조건적인 일반인들의 인심을 많이 누려봤음즉 하기 때문이다. 위의 글 만으로는 태연이 크게 잘못한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직접 라디오의 음성파일과 함께 태연과 강인(이 둘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한다.)이 맞장구를 쳐 가며 간호사에 대해 했던 말을 전사해 놓은 글(이규영 연애영화블로그)(아래)을 보면 어이없는 내 심정이 이해가 되실 것도 같다.

태연: 의사선생님도 안 계신다는거예요. 그래서 주사 좀 놔주세요 했는데 안된대요.
강인: 왜요?
태연: 주사를 놔줄수가 없대요.
강인: 왜요? 주사있어요?
태연: 아 뭔소리. (다시 진지하게) 그분이 이렇게 밥을 먹다가 나오셔가지구 안 된다는 거예요
강인: 밥 아 그러니깐 다른 이유가 아니라 식사 하고 계셔서 주사를 못 놔준다구요?
태연: 네 식사 시간이어서
강인: 그럼 병원 얘기하세요 대놓고 한번
태연: 근데 정 급하시면 잠깐 누워계시래요 침대에
강인: 야 환자가 우선이지
태연: 그 분이 간호사고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이면은 그냥 정말 급하면 누워있으라고 말할 때 주사한방 놔주면 되잖아요
강인: 그쵸
태연: 왜 그걸 못해주시냐구요? 왜
강인: 왜 저는 저한테그러세요? 저는 뭐
태연: 제가 그때 너무 황당해가지고 아픈 와중에도
강인: 한바탕했어요?
태연: 한바탕 하고싶었는데
강인: 참으면 안돼요. 그럴때
태연: 그냥 소심하게 소심하게 그냥
강인: 불의를 보고 참은거야?
태연: 소심하게 그냥 어쩜 그러세요 그렇게 한마디 하고 소심하게 하고 나왔어요.
       근데 참 크게 하고싶었는데
강인: 나 같았으면 가만 안 있었다 진짜
태연: 아파서 정신이 없었어요
강인: 그래서 결국엔 주사 못맞았어요?
태연: 네
강인: 와 그 병원이 어디예요? 위치가 어딘지 얘기 할까요?
태연: 얘기해두 돼요?
강인: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안돼
태연: 안되죠
강인: 요즘 라디오 말많아. 기사많더라
태연: 아픈사람들 제가 그 병원으로 안 보내려구요
강인: 네?
태연: 그 병원으로 안 보내려구요 아픈 환자들
강인: 그래요 그 병원이 문제가 아니라 그분의 그 간호사로써의 마인드나 본인의 그 해야 될목적을 상실했던거같아요 그분이 해야 할 일이 뭔지 까먹고 있었던거 같은데
태연: 아니 점심시간이 있는건 알겠는데
강인: 평생 그냥 점심식사나 하세요
태연: 아니 환자가 그러면 시간을 맞춰서 아파야 되냐구요 점심시간 피해서 아파야 되냐고요
       환자가 지금 아픈사람이 급한건데
강인: 그렇죠
태연: 아 식사 이렇게 밥을 이렇게 볼에다 넣고.지금 의사선생님도 안 계시고 점심시간.
(이하생략)

태연은 이 날 아픈 자기가 잘못이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사과는 했다고 하나 어떻게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라디오를 진행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는 태연이 한 말실수 모음담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인기 있는 가수라고 해서 자질이 부족한 사람에게 방송의 진행을 맡기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들에게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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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인가 무한도전을 제치고 내가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돼 버린 '패밀리가 떴다'. 유재석에게 SBS 연예 대상의 영광을 가져다 주었을 정도로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의 강자로 올라섰다. 인기의 여파로 뜨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뻔 한 '대본'까지 떠 버려서, 출연진들의 즉흥 행동과 대사인줄로만 알았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작가들의 수고와 노력에서 비롯된 것임이 들통났지만 이 정도로 패떴의 인기가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다. 패밀리의 인기가 무르익을 무렵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장혁재 피디는 '인기의 40%는 자막의 힘'이란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인기의 비결이 자막의 힘이라니,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예능 프로그램에는 자막이 등장했고 이것은 점점 더 세력을 키워나갔다. 처음에는 출연진들의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만 쓰였던 것 같은데, 그들의 생각까지 자막으로 표현하더니(물론 자막은 모두 피디가 쓰는 것이므로 정말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요즘에는 아예 프로그램에 등장하지 않는 피디의 생각마저 자막으로 나오고 있다. 마치 판소리에서 소리꾼이 노래를 부르며 판소리의 내용을 전달하다가 난데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처음으로 청중들의 '가짜 웃음 소리'를 프로그램에 사용했다. 웃음이 날락말락하는 애매한 상황에서 시트콤 속에 미리 깔려 있는 가짜 웃음 소리를 듣게 되면 시청자들은 스스로 판단을 하지 않고, 그 웃음 소리를 따라서 웃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연출진은 좀 더 쉽게 재미를 배가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짜 웃음'을 애용하게 됐다. 시청자들은 '남이 웃으니까 나도 웃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추김을 받고 '남이 웃는 것을 보면 재미있나 보다'라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속된 말로 '낚인 것' 아닌가?

초창기엔 그리도 어색하던 '가짜 웃음'이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지더니 다음 순서로 자막이 등장하게 됐다. 아까 언급했던 장 피디처럼 다른 프로그램의 연출진들도 자막을 넣으면 시청률이 높아진다고 믿는 모양인지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는 자막이 넘쳐난다.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자막을 멍하게 보노라면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질 때가 있다. '가짜 웃음'때문에 별로 재미있지 않은 부분에서 헛웃음을 웃거나, 유치한 말장난 같은 자막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며 한 글자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받아 읽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맞춤법부터도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연출진의 생각을 강요하는 듯한 자막의 내용이나, 내가 보기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은 출연자의 마음 속 표현, 그리고 글로 써 놓지 않아도 뻔히 다 아는 내용을 굳이 밤샘 작업을 해 가며 자막으로 써 놓은 것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프로그램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 놓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두면 더 좋을텐데, 왜 만화책처럼 모든 것을 다 보여 주려 하는가. 우리 시청자들의 수준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 프로그램의 수준을 자막으로 올리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한도전 유앤미 콘서트 편이 사정상 자막 없이 방송됐다. 사실 그 날 나는 자막이 없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방송을 봤는데,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네티즌들은 자막 없는 무한도전을 한탄하며 엄청난 수의 덧글로 인터넷 공간에 항의를 했으며 몇몇은 직접 만든 자막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김태호 피디의 자막이 가장 재미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는 타인의 해설(자막)없이는 예능 프로그램 하나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렸단 말인가? 방송의 흐름을 이해하고 등장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여 그 날의 방송 내용을 정리할 능력이 우리에게도 분명히 있는데...... . 자막이 없이도 예능을 즐길수 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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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한 남자 연예인이 겪은 이별에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오랜 기간 진지하게 만나오던 여자 친구가 있었으나,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부른 오해와 그에 따른 불만이 쌓여서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그가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 때문에 힘겹게 이야기를 이어 가는 중에, 나를 미세하게 자극하는 표현이 있었다. 남의 아픈 사연을 들으며 그러만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어느새 헤어진 여자의 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가 고백한 이별의 정황중에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말은 여자 친구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힘들었다는 것. 다시는 욱하는 여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에 묘한 반감이 드는 것은 나 역시 욱하는 여자이기 때문인 것일까?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잡지 등의 설문 자료에서는 남성들이 좋아하는 여성상 1위가 아직도 긴 생머리에 옅게 화장한 얼굴, 그리고 청바지와 흰 티셔츠가 어울리는 여자라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백퍼센트 맞는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무엇이에요? 라고 묻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대답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말이다. 실제로는 김치를 자주 먹지도 않으며 심지어 된장 찌개는 어떻게 끓이는 것인지도 모르면서도 그 음식들을 가장 이상적인 한국음식이라고 그냥 믿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실제로 긴 생머리의 수수한 모습의 여자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은 이전부터 학습된 내용이기 때문에 누가 물으면 반사적으로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랄한 웨이브 머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유쾌한 웃음을 가진 여성을 좋아하기도 하고, 미니스커트에 깜찍한 부츠가 잘 어울리는 모습이 이쁘기도 하고,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지적인 스타일에 빠지기도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청순하지만 답답하기 짝이 없는 여자들은 대거 퇴출되고 사고는 좀 치지만 속 시원히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욱녀들이 대거 등장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아직도 청순해 주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청순녀와 만나는 일은 참 지루할 것 같다. 예전에 성시경은 토크쇼에 나와서 청순한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에서 가장 힘든 것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라고 말했다. 밥 한 번 먹기도 얼마나 힘든지 뭐 먹을지를 물어보면 한 시간 쯤 고민한 후에 맵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나 어쩐다나. 요즘에는 청순녀가 많이 사라졌기에 생각이 잘 안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자. 청순녀의 대표적인 특징은 말수가 적고 말이 느린 것이다. 뭐 하나를 결정하는데 한참이 걸리고 청순한 이미지에 걸맞게 할 수 없는 것도 너무 적다.


그렇다면 우리의 욱녀들은 어떤가? 지금 당장 생각나는 인물은 세 명이다. 종영되긴 했지만 내 맘에 쏙 들었던 '그들이 사는 세상'의 송혜교(주준영), '떼루아'의 한혜진(이우주), 종합병원2의 김정은(정하윤)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인물들이다. 열정이 넘쳐서인지 자신감이 강해서인지 하나같이 사고뭉치들이지만, 나는 시원 털털한 그들의 모습이 참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이것 저것 재지 않고 솔직하게 덤비는 주준영이 좋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 팔 걷어 붙이고 일 할 줄 아는 이우주가 좋으며, 다른 사람의 잘못을 뒤에서 욕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직접 말해주는 용기 있는 정하윤이 좋다.

다만 욱하는 여성도 자신을 예쁘게 꾸밀 줄 아는데, 방송에서 욱하는 여자를 그릴 때면, 머리 모양이나 옷 입는 스타일 등에서 너무 여성스러움을 배제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요즘이 참 좋다. 지금까지 쓴 글을 돌아볼 때, 욱하는 여자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남자 친구와의 만남에서 애가 타고 속이 답답해지는 것을 꾹꾹 참지 않고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 할 줄 아는 여자들이고, 자신의 목표를 뚜렷이 하고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을 향해 큰 소리 칠 줄 아는 여자들이며, 타인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으려 애 쓸 줄 아는 여자들인 것이다.



남성들이여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자신의 허물을 그저 덮어주고, 자신의 말에 고개만 끄덕이며 늘 옅은 미소로 자신을 쳐다봐 주는 그런 여자가 좋은가. 아니면 당신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고 때로는 당신의 잘못을 지적해줄 줄도 아는 여자가 좋은가?

---덧붙임, 이 글은 욱녀의 한 사람으로서 쓴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어서 청순녀의 입장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점을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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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다. '예의'를 으뜸으로 꼽는 우리 나라에, '이 말'이 없다니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예의 없고 경우 없는 사람'을 가장 꼴불견으로 손꼽는 나 조차 '이 말'없이 그토록 잘 살아왔다. 그러니 나는 몰랐었지만 그동안 나는 내가 가장 경멸했던 부류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나는 대학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말은 뻔하다. 생활에서 가장 많이 필요하고 가장 많이 쓰게 되는 말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도 이 말부터 배우게 된다. 외국 생활에 빨리 적응하려면 도움을 받았을 때 고마운 마음을 많이 표현하고, 실수를 했을 때 미안한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로 따지자면 'Thank you'와 'I am sorry'만 잘 해도 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반대로 상대방이 나에게 'Thank you'나 'I am sorry'라고 말 한다면?

(졸업한지 오래되어 기억은 안 나지만)아마도 중1 영어 교과서 1단원에 답이 나와 있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말로는 어떻게 대답할까? 상대방이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할 때는 '괜찮습니다'라고 응대하면 되겠다. 그런데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때는? 한국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은 나에게 'You are welcome'에 해당되는 말이 무엇인지 꼭 물어본다. 우리가 이 말을 잘 쓰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가르치는 교재에는 한참을 배워도 이 표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새 슬그머니 나와 있는 표현인 '천만에요'를 나는 정말이지 가르치기 싫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천만에요'라는 말을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 말을 외국인 학생들에게 정답처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정말 부끄럽게 느껴졌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는 실제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말을 중심으로 가르쳐야한다. 특히나 내가 담당하고 있는 초급 학생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예의를 중시하는 나는 '아주 높임(하십시오체)'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조금 높임(해요체)'과 분명하게 구별해서 가르치는 편인데, '천만에요'는 어떻게 고쳐야 되는가 말이다.

요즘에는 어떤 사람이 고맙다고 말할 때 손사레를 치면서 '아유, 고맙긴요. 아니에요.'라고 응대하라고 가르치고 있기는 하지만 윗사람이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다소 버릇없게 느낄 것 같다. 나는 버르장머리가 하늘을 찔러서 누가 나에게 고맙다고 말할 때, 나도 모르게 '네'하고 만다. 그나마 얼굴 표정이라도 상냥하게 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철저하게 '예의없는 것'이 되는 순간이다.


내가 즐겨보는 방송 중 하나인 '미녀들의 수다'에서 한 출연진이 이것을 정확하게 꼬집었다. 책에서 읽기로는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던 중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해도 그 인사를 받기만 할 뿐 대꾸가 시원찮다는 지적이었다. '아,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으로 자세까지 고쳐 앉아 방송을 봤지만 아쉽게도 정답은 없었다. 고맙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민족, 고맙다는 말 하기가 영 쑥스러워서 그 말을 꼭 해야할 때는 영어로 툭 '뱉고(?)'마는 이상한 사람들. 외국 사람들을 대표해서 '미수다'가 지적한 거만한 대한 민국이 아닌가?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고마워.' 할 수록 더 정이 쌓이는 것을 왜 몰랐던가. 마음 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마구마구 표현하자! 아, 그런데 상대의 고맙다는 말에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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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더 리얼하게' 2008년 방송가에서 가장 많이 쓰인 말이 바로 이 '리얼'이라는 외국어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분야의 오락 프로그램도 생기고, 제작진들은 어떻게 하면 더 사실같고 어떻게 해야 더 자연스러울 지를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웃음'이 주된 목적인 개그계가 이러한 상황이니 '사실감'이 그 기본인 드라마는 얼마나 더 심할까?

예전에는 하는 척만 하면 대충 눈감아 주던 것들도 이제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영악해진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헛점을 용케도 찾아내고, 제작진이 그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려면 부단히도 노력해야 한다.

응큼한 내가 생각하기에 '사실감'을 위해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애정신'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드라마에서 키스신을 보는 것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뽀뽀신도 그리 많지 않았었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어쩔 수 없이 넣는 것이 뽀뽀신이었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볼 때, 너무 과해 낯이 뜨거울 정도로 자세한 묘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불륜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는 아침, 저녁 가릴 것 없이 민망한 장면이 많아서 우리나라 방송 규정의 변화를 새삼스레 깨닫게 해 준다. 내 기억으로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서양식(??)' 키스신이 방송된 것은(그 당시 매체에서 그렇게 표현했었다.) 종합병원1이었다. 신은경과 구본승의 키스신이었는데 당시에는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꽤 오랜 시간 화제가 됐었다. 내가 지금까지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파격은 파격이었나보다.


나는 응큼한 사람이기에 애정신의 사실감이야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그런데 한 가지 참을 수 없는 사실적 묘사가 있으니, 바로 '구토신'이다. 모든 파격은 영화에서 케이블로 케이블 방송에서 공중파 드라마로 옮겨오는 모양인지,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처음 봤던 잊을 수 없는 구토신은 이제 안방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상큼 발랄의 대명사 전지현과 귀여운 순애보 차태현이 나온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내가 정말 재밌게 본 영화이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준 영화이기에 다시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이유가 너무도 극명하다. 유쾌한 기분으로 그 영화를 떠올리면 기억의 끝에는 항상 전지현의 '구토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전지현을 필두로, 나는 숱한 스타들의 구토 장면을 봐 왔다. 완벽한 꽃미남에서부터 깍쟁이 역이 딱인 신세대 여배우까지. 그들은 자신이 멋드러진 외모 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나같이 훌륭하게 토해댔고 그 때마다 나는 끔찍함에 몸부림쳤다. 영화를 보며 설마 저 배우가 정말로 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겠지, 제발 거기까지만, 이제 그만을 외쳐보았지만 '웩!!' 한 마디의 단말마를 남기며 꾸역꾸역 잘도 토한다. 애정신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의 영악한 눈을 만족시키기 위해 구토신도 늘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나는 진심으로 괴롭다.


이제는 공중파에까지 자리 잡은 사실적인 구토신 때문에, 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면 얼른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연기를 하는 배우들고 괴롭고 그것을 보는 나도 괴로운 구토신. '리얼'이 대세인 요즘 같은 시대에 '했다치고'를 주장한다면 시대를 거스르는 역적이 되겠지만, 제발 토하지만 말아다오! 나 지금 밥 먹는 중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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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나는 서인영의 속눈썹춤과 그녀의 노래 '신데렐라'에 빠져있었다. 어쩌면 내가 그녀를 더 좋아하게 된 건, 유연하게 허리를 돌리며 추는 그 춤이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는 허리와 배에 군살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은 후였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혹독하게 자기관리를 했을 서인영이 대단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 전까지 나는 서인영에게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그녀를 떠 올리면 과한 무대 의상에 대한 거부감만 생길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서인영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케이블에서 '카이스트'라는 프로그램을 본 이후부터였다.

'카이스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거만하고 독한 줄만 알았던 서인영에게도 따뜻함과 진정성이 있음을 알게 됐고, 그녀가 일반인 출연자들과 쌓아가는 우정을 보며 그녀의 진면목을 보게 됐다. 한번 관심을 가지게 되니,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모습도 달리 보였다. 아직도 '구두'를 너무 사랑하는 그녀의 속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이전의 여자 연예인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솔직하고 당당한 여성상'을 제시한 것도 같다. 명품을 좋아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불평불만이 가득하면서도 착한 척하지 않는 새로운 면모말이다.

서인영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반했던 나는 2008년이 그녀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고, 이런 내 마음을 블로그에 남겼다가 뭇매를 맞았다. '신데렐라'의 가사처럼 이제 이효리보다 서인영이 대세인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다소 과격(??)한 내용을 썼기 때문이다.(정확한 제목은 '이효리 지고 서인영 뜬다!!') 정말로 그 때는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신데렐라'와 '우리 결혼했어요'가 동시에 흥행하면서 서인영도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상승세를 탔고, 초반 주춤했던 당대 최고의 여가수 이효리보다도 어쩌면 더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효리는 이효리였다. 출발이 비슷했던 '유고걸'은 '신데렐라'를 급격히 따돌리고 연일 1위를 달렸으며, 곧이어 '패밀리가 떴다'가 성공을 거두면서 아무도 이효리를 따라갈 자가 없었다. 나는 내가 쓴 글이 있었기에 끝까지 서인영이 선전해주길 바랐는데, 서인영의 독한 캐릭터는 오래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독하게 더 독하게 이미지를 구축해버린 서인영은 '예능 선수촌'에 출연한 대다수의 남성 출연자로부터 '매력 없음' 판정을 받았고, 점점 예전의 '밉상'이미지로 회귀하고 있다.

나는 서인영의 활동 중단 소식을 듣고 그녀가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동안 이미지 변신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청순녀로 거듭나라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가 허스키하게 변할 정도로 늘상 소리치고 떼쓰는 모습은 더이상 안 된다. 예전에 서인영이 방송에서 코성형을 고백했을때 나는 묘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녀의 수술 전 사진을 찾아봤었다. 그 때 나는 너무나 놀랐는데, 코성형 전의 그녀의 모습은 정말 청순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서인영은 성형과 동시에 이미지 변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연예인의 이미지는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우리는 솔직히 서인영의 진짜 성격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몇 주전 '예능 선수촌'에서 부른 노래가 화제가 되면서 서인영은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이로써 예쁘고 춤도 잘 추면서 노래까지 잘 부르는 몇 안 되는 가수 중 한명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나는 서인영의 팬으로서 그녀가 눈으로만 즐기는 무대보다는 귀가 먼저 열리는 무대를 보여주길 바란다. 쉬는 동안 새로운 이미지와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한번 그녀가 대세가 되는 날을 만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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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요즘 처럼 보고 싶은 방송이 많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드라마도 그렇고 예능도 그렇다. 특히나 나는 예능 방송을 좋아하는데, 이런 나에게 영양가 없는 쓸데없는 것을 뭐 그리 챙겨보냐고 구박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예능을 보며 시원하게 한바탕 웃고 나면 몸도 마음도 훨씬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니, 나에게 예능은 비타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각 방송사에서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마구마구 쏟아내니 골라보는 재미가 더해져서 정말 좋다.

그런데 볼 만한 방송이 많아졌다는 것이 그것을 선택하는 내 입장에서는 즐거운 고민이지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가 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좋은 방송이 많아질 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질 테고 시청률 경쟁이 치열할 수록 제작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더 커 질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는 한 가지 특이한 유행이 생겨났다. 그것은 바로 방송을 보는 도중 프로그램의 줄거리(?)를 계속해서 내 보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방송이 시작할 때 시청자들에게 전체 줄거리를 읊어주듯 재미있는 부분부분을 맛보기로 보여 준다. 마치 '우리 프로그램에는 이런 이런 재미있는 내용들이 있으니 다른 거 보지 마시고 꼭 채널 고정하세요'하는 듯 하다. 앞뒤 다 잘라내고 특정부분만을 쭉 나열해서 보여주니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뭐 이런 것은 예전부터 있어 왔던 일이니 특이할 것도 없다. 그런데 방송을 한참 보는데 갑자기 화면 위에 '잠시후(혹은 next)'라는 자막이 붙으면서 또 다시 방송의 주요 부분을 한 차례 보여준다. '아직 채널 돌리시면 안 되요, 뒤에 재미있는 것이 이만큼 더 남았거든요.'하듯 말이다.


그런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작자는 전체줄거리, 그 다음 1/3의 줄거리, 마지막 줄거리 총 세 번을 반복한 다음에야 안심하는 듯 하다. 어떤 땐 방송의 내용이 아주 좋아서, 전혀 채널을 돌리고 싶은 충동을 받지 못했을 만큼 재미있었는데도, PD 님은 혹시나 그 사이를 못 참고 채널을 돌려 버릴까봐 전전긍긍 하는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까지 시청자의 마음을 잡아두려고 노력했을까. 어느 한 프로그램만의 상황이 아니다. 요즘에는 방송을 보다가 갑자기 줄거리가 나와서 다음회의 예고인가? 왜 이렇게 빨리 끝나지?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여지없이 그 날 방송분을 또 다시 줄거리 보여 예고하고 있는 경우가 참 많다.

그 뿐인가? 한 회 분의 방송이 끝나면 다음 회의 예고가 또 나온다. 시식 코너에서 미리 맛을 보여주듯 프로그램의 주요 부분을 한 차례 쑥 훑어주며, 끝까지 봐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또 우리 방송을 봐 주실거죠? 하는 것인데, 어떤 경우에는 정작 다음 주 방송에는 편집된 부분을 보여 준다거나 그 다음주 방송분까지 미리 보여줘서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주는 상황도 생긴다. 예고편이 실제 방송분과 많이 다른 경우에는 뿔난 시청자들이 항의를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예능계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계속 되는 예고들을 보면서 차라리 이 시간에 재미있는 부분 하나를 더 보여주는 것이 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시청자의 마음이 떠날까봐 두려워서 조금만 기다리면 더 재미있는 것이 나온다고 유혹하는 것보다 리모컨에 손이 안 가게끔 재밌게 만들면 되지 않는가. 하긴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가장 어려운 문제이긴 하다. 경쟁이 치열한 이런 때일수록 다른 프로그램을 너무 의식하기 보다는 자기 방송만의 특성을 잘 살리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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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우결은 기존 커플에게서 더 이상의 소재를 찾아낼 수 없고, 새로운 시도였던 ‘육아일기’로도 큰 재미를 얻지 못하면서 하락세를 보였었다. 스타들의 가상 가상 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취하며 한 때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으로 승승장구했던 우결에게 권태기가 찾아 왔던 것이다. 제작진은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히 가지치기를 했고 다행히 그 방법이 통한 것 같다. 새로운 구성원을 들이면서 다시 프로그램이 신선해졌고 매 회 그 밥에 그 나물이었던 내용도 출연진의 개성에 따라 다시금 달라졌기 때문이다.

알렉스와 신애커플도 곧 하차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온다. 우결에서 가장 인기 있던 커플이라, 알렉스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중도 하차했을 때 시청자들은 재결합을 강력히 주장했고 결국 그 둘은 다소 민망하게 다소 어색하게 재회했었다. 그렇지만 이 둘 역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고 방송 분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장 인기 있던 커플도 결국 권태로워진 것이다. 티격태격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며 가장 부부(?)싸움을 많이 보여줬던 서인영-크라운 제이 커플은 정형돈을 투입시킴으로써 발등의 불은 끈 것 같다. 그러나 둘의 싸움이 셋의 싸움으로 변화했다는 것 밖에 달라진 것이 없는 이 둘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늦게 합류해서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은 김현중-황보 커플은 아직은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김현중의 성격이 워낙 예측할 수 없고 다른 커플들과는 달리 연상 연하라는 차이점도 이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 ‘놀러와’에서 ‘우리 정말 결혼했어요’라는 주제로 실제 연예인 부부들을 불러다가 얘기를 풀어놓은 적이 있다. 노사연-이무송 부부, 조갑경-홍서범 부부, 이승신-김종진 부부, 주영훈-이윤미 부부, 박준형-이지혜 부부, 총 다섯 쌍의 부부들이 자리를 함께 했었다. 2주 분으로 편성된 이들의 특집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다들 느꼈을 테지만, 그들은 ‘우결’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진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매 순간 재미있었고 그보다 큰 감동이 있었다.  새내기 부부들은 알콩달콩한 모습을, 고참 부부들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지만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한결 같음을 알 수 있었다. 고참 부부들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더 다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나는 오히려 고참 부부들이 신참 부부들보다 한결 더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았다. 같이 살면 살수록 더 얘깃거리가 많아지고, 늘어난 추억만큼이나 사랑이 더 깊어진 듯 보였다. ‘우결’이 고민하고 있는 소재고갈 따위가 그들에겐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나는 늘 궁금했었다. ‘우결’은 결혼도 하지 않은 스타 남녀에게 왜 굳이 ‘결혼했다’는 설정을 하고 들어간 것일까? 차라리 ‘우리 사귀어요’가 더 낫지 않았을까? 사귐이 없이 바로 가상 결혼에 들어간 남녀에게 상대를 배려할 여유가 있을 수 없다. 자기 것을 하기에 바쁜 것이다. 각자의 성격을 설정하고, 부부 사이의 형태(?)를 설정하고 나면 바로 결혼 생활 시작이다. 선을 보고 나서 바로 결혼을 한다고 해도 결혼 준비까지 최소한 한 달은 걸릴 텐데 이들은 얼굴도 보지 않고 바로 결혼이니 무엇이 제대로 되겠냔 말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사실은 진실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늘 자상하게 노래를 불러주고, 사진을 찍으며 이벤트에 몰두하는 남편, 조그마한 일에도 꽥꽥 소리를 지르며 이해하지 못할 짜증만 내는 아내, 매사를 장난처럼 가볍게 대하다가 어떤 내기만 했다 하면 온 몸을 내 던지는 남편,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을 까봐 전전긍긍하다가 남편이 슬쩍 내 비치는 작은 관심에도 크게 기뻐하는 아내, 결혼이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사생활을 고집하는 철없는 남편 등등 모든 것이 억지스러운 설정이다.

이들이 서로 사귄다는 가정을 했을 경우, 이 모든 것들은 훨씬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더 파격적으로 구성하여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정말 함께 살 수는 없겠지만) 정당화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억지로 끼워맞춰 놓은 것 같다. 사랑도 거짓, 부부도 거짓, 생활도 거짓인 이들의 부부 흉내는 진짜 부부를 결코 이길 수 없다. 말 그대로 흉내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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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이야 어찌됐든 내가 가장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드라마 '신의 저울'이 이번주에 종영됐다. '신의 저울' 한국판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평을 받으며 금요일 저녁을 가슴 졸이게 해 주었던 드라마이다. 드라마의 전개도 빠르고 내용도 긴박해서 금요일이면 나는 손에 땀을 쥐고 이 드라마를 봤다. 나는 '신의 저울'을 보면서 하나의 거짓말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었다. 주인공 우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정당 방위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지만 그 사실을 숨김으로써 나중에는 어마어마한 궁지에 몰리게 된다.

사법고시 합격생인 우빈이 자신의 죄를 숨기게 된 까닭은, 첫째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은 검사가 될 수 없을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고, 둘째로 아버지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 싫어서였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잘못을 은폐하고 다른 사람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되면서 일은 일파만파 커진다. 밝은 성격이었던 우빈은 결국 음울하고 예민한 사람으로 변했고 그토록 원했던 검사가 아닌 아버지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로펌 회사에 변호사로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자신이 지키려고 했던 모든 것을 잃은 셈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죄가 드러날까 두려워 자신이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증거를 가진)와 약혼을 하고 점점 괴팍한 사람으로 변해갔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이 있다.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잘못을 덮기 위해 작은 거짓말부터 시작하였던 우빈이 결국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게 된 것을 보면서 이 글귀가 생각 났다. 잘못을 했으면 부끄럽고 걱정되더라도 그 순간 고백하는 것이 나으며,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을 안다면 그 순간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나쁜 평판을 들을까 겁이 나서, 너무 먼 길을 와 버려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돌리지 못하는 것은 자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지난주까지 극에 달하는 갈등을 담고 있던 신의 저울이 15회에 말에 극적으로 사건이 해결되고, 16회에서는 용서와 화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아름답게 막을 내렸다. 그런데 마지막회를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왜 모든 드라마는 그리도 황급히 마무리를 하려 애쓸까? 하는 것이었다. 신의 저울 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드라마는 마지막회에서 갑자기 너무도 많은 말을 하려고 애쓴다. 모든 갈등이 사라짐은 물론이고 악역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갑자기 착해지고 집 나간 자식은 돌아오며, 우울했던 가족들은 화기애애, 싸웠던 부부는 새로운 잉태를 하며, 병에 걸린 사람은 기적처럼 완치된다. 해피엔딩이 싫은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갈등이 극심했던 남녀가 어려운 상황을 딛고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는 내용의 드라마라면 마지막회에에서 뜬금없는 결혼을 하며 끝내는 것 보다는, 둘이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신의 저울'의 경우에도 모든 인물들이 갑자기 급격히 친해져서 피해자인 용하와 가해자격인 우빈이 호형호제를 하고 영주와 우빈은 어느새 부부가 돼 있으며, 내 아들은 죄가 없다며 악다구니를 쓰던 우빈 엄마가 다시 천사로 돌아와 있는 것이 영 간지러웠다. 차라리 16부가 아닌 18부로 편성을 해서 화해와 용서 이후, 그들에게 다시 찾아온 평화로운 삶을 더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종종 사람들은 드라마와 현실은 같지 않다는 얘기를 한다. 그 이유 중에 마지막회 와서 모든 사건이 갑자기 종결되며 비현실적으로 변해버리는 등장인물의 성격도 들어있을 것이다. 나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드라마의 감동을 조금 더 즐길 수 있도록 여유를 주길 바란다. 신의 저울을 참 재미있게 봐 왔는데, 사건의 종결과 동시에 드라마의 종결이라니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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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떴을 통해 인기덤에 오른 이천희는 김수로와 함께 천데렐라와 김계모로 활약하고 있다. 이천희의 엉성함은 이제 그가 어떤 행동만 해도 큰 웃음을 줄 정도로 익숙하고 재미있어졌다. 키 큰 사람을 보고 싱겁다고 한 것은 바로 이천희를 두고 한 말 같이 그는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지만 자기 발에 걸리고 넘어지는 등 개그맨 못지 않은 몸개그를 자연스레 보여줌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허술하고 어리버리함이 깐깐한 김수로에게 걸려 만날 구박받고 굳은 일은 모두 그의 차지가 되면서 김계모와 천데렐라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이승기 또한 1박 2일을 통해 인기덤에 오른 가수이다. 어머님들과 누나들이 더욱 좋아하는 이승기는 반듯한 외모에 항상 입가에 띄고 있는 살인미소로 매력을 발산한다. 누나들의 로망 이승기는 큰 키에 스타일도 좋고, 노래도 잘하고, 매너까지 있다. 하지만 그에게 붙은 별명이 하나 있으니 바로 허당 선생이다. 말귀가 어둡고 만날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허당 이승기는 1박 2일에서 단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정형돈은 예전 개콘 시절에서 도레미송을 부를 때는 꽤 재미있는 개그맨으로 알려져 있었다.그랬던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본격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게 된 것은 무한도전에 출연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이천희나 이승기와는 다르게 뚱뚱하고 부담스러운 외모를 가진 그는 그의 캐릭터를 건뚱(건방진 뚱보)으로 정하고 무한도전에 입성한다.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의 초창기에는 정형돈이 어색하지도 재미없지도 않았다. 오히려 개콘 출신답게 신선하고 재밌는 개그를 마구마구 날려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기억으로는 무한도전에 정준하가 영입되고 그의 뚱뚱하고 건방진 캐릭터가 정준하의 뚱뚱보 캐릭터와 겹치게 되면서(정준하 옆에선 정형돈은 통통하다.) 무한도전 속에서 그의 존재감은 점점 작아졌다. 결국 그는 어색한 개그맨, 재미없는 개그맨이라 불리게 된다. 못 웃기는 개그맨, 그것은 개그맨에게 치명타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낄 정도로 위기상황이지만, 정형돈의 전략이었는지 행운이었는지 그 위기는 곧 그를 특화된(?) 개그맨으로 만들어주는 기회가 되었다. 어색한 뚱보, 정형돈의 새로운 별명이다. 웃기는 것 빼고는 다 잘한다는 말을 들으며 정형돈이 어색해 할수록 시청자들이 더욱 재미있어하는 희한한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존재감 없고 재미없어서 남모를 고민도 많이 했을 정형돈, 그가 이제는 유재석의 뒤를 이을 차세대 MC라는 말까지 듣는 잘 나가는 개그맨이 되었다.

이천희, 이승기, 정형돈, 이들의 닮은점은?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점이 닮았을까? 그건 바로 지금의 그들을 스타덤에 오르게 해 준 별명들이 사실은 그들이 원했던 모습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의  이전까지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것인 그 별명들을 싫어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그 별명이 익숙해졌고 이제는 그 별명 덕에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됐다.

패떴의 첫 방송 때 이천희는 에이스였다. 말끔하게 차려 입은 정장에 훤칠한 키 그리고 잘생긴 외모, 그 어느 하나 빠질 때 없는 이천희였다. 게임을 할 때도 서로 데리고 가려 했으며, 순위 정하기 게임에서는 단연 1위였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이천희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리고 그는 그다지 재밌지도 않았다. 그런 그를 순식간에 신데렐라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김수로였다고 생각한다. 어리버리한 대학 후배 이천희를 김수로 특유의 카리스마로 제압하였고, 그것이 김계모와 천데렐라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천희는 어리버리 천데렐라라는 정감가고 친근한, 그리고 재미있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제는 이천희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몸개그하는 개그맨보다 더 재미있다. 아무리 숙련된 몸개그를 선보여도 진짜로 넘어지는 것과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천희는 어리버리한 천데렐라라는 이미지로 인식되다보니 이제는 이천희의 그런 모습만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그를 더욱더 재밌는 남자로 바꾸어주는 것 같다.

이승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1박 2일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이승기는 현재 1박 2일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안티 없는 정수기 같은 존재이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얼굴은 주먹만하고, 피부는 뽀얗고, 옷도 스타일리시하게 잘 입고, 게다가 노래까지 잘하는 이승기는 완벽 그 자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샤워는 꼭 해야 하는 깔끔남 이승기에게 웃음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과연 그가 지금과 같이 웃기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신은 공평하게 완소남 이승기에게 허당의 모습을 주었지만, 이승기는 그마저 자신의 매력으로 바꾸어버렸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이승기를 더욱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정형돈은 더 강도가 세다. 직업이 개그맨인 정형돈에게 캐릭터가 겹치고 재미가 없다는 말은 절망 그 자체였을 것이다. 개그맨으로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아마도 “안 웃겨”가 아닌가 싶다. 정형돈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이미지를 가진 재미없는 남자가 되었지만 그것이 전무후무한 기술(?)을 가진 특색있는 개그맨으로 그를 차별화시켜 주었다. 정형돈이 나오면 자동적으로 생각나는 인간극장의 그 멜로디~ 따라라라~ 따라~ 따라~ 따라~ 정말 눈물나게 재밌지 않은가?

자신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모습이 그들의 새로운 이미지가 되었고, 그 이미지가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면서 그들을 더욱 사랑 받게 만들어 준 것. 이것이 이 세 남자의 닮은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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