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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의 다이어트가 있다.
올 여름 친구들과 갈 수영장에서 뛰어난 몸매를 뽐내기 위해 하는 -5kg의 다이어트, 임신 기간 동안 늘어났던 몸무게를 출산 전으로 되돌리기 위한 -15kg의 다이어트, 지나가다 충동구매로 산 보석 박힌 스키니진을 멋드러지게 입기 위한 -0.5kg의 다이어트, 월드컵 기간동안 무심코 집어 먹었던 닭고기, 피자가 만들어낸 볼록 뱃살을 빼기 위한 -2kg의 다이어트...... .

그런데 여기, '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늦은 밤 아기를 재워놓고 무심코 켠 텔레비전 속에서 '살기 위한'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들을 봤다. 친구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조금 더 예뻐지고 싶어서 하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 속에 평범하게 섞이고 싶어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을 맞추어 본 방송이 아니라서 안타깝게 첫 부분은 놓쳤지만, 다행스럽게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듯 했다. 내가 본 것은 다이어트 워 4에 참가하려는 도전자들이 눈물겨운 사연들을 쏟아 내는 오디션 현장이었다. 모든 여성들이 그러하듯 나도 평생을 다이어트란 말을 달고 살아 왔고 늘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 워는 내게 낯선 방송이 아니다.



이미 다이어트 1~3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봤었고 볼 때마다 나는 울었다. 참가한 일반인들의 사연들이 하나같이 눈물겹기도 했고, 자신과의 싸움과 동료간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매회 이를 악물고 운동하는 그들의 힘듦에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초고도 비만인 도전자들을 보고 사람들은 무심하게 자기 관리가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다들 그럴 만한 사연들이 있었다.

그러나 건강까지 해치면서 '슬퍼서, 아파서, 힘들어서, 우울해서' 운동없이 그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던 이전까지의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서는 안 된다. 출연진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 자기 자신과 가족들에게 당당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처럼 건강한 일상을 즐기기 위해서 생활 습관과 운동 습관을 바꾸어야만 한다.

4기에는 이전까지는 없었던 남성 출연자들도 있었는데, 남자들이 섞여 있어서 방송이 더 재미있어 질 것 같았다. 어쩌면 8주 동안 합숙을 하게 되니 그 속에서 남녀 출연진끼리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이어트 워 4기에도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이유를 들어 보면 이해는 되지만 왜 자신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만 풀었는지 참 안타깝기도 했다. 그 중 한 남자 분의 몸무게가 171(키가 아닌 몸무게가)이라는 엄청난 숫자를 기록했는데, 너무 살이 쪄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분은 끝까지 살아 남아서(다이어트 워는 서바이벌 형식이라 매 주 탈락자가 있다.) 꼭 건강한 삶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10kg이든, -2kg이든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이어트를 계획하시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부디 꼭 감량에 성공하셔서 조금 더 건강하고 조금 더 당당한 삶을 사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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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4:1
이라는 충격적인 결론이 났던 지난 17일 밤.
그래도 우리나라의 응원 열기는 대단했었습니다.

모든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는, 월드컵 축구 경기가 있는 날,
저희 집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온 가족이 빨간 옷을 입고 응원을 하기로 결심을 했답니다.
원래는 집에서 경기를 볼 예정이었는데,
차로 5분 떨어진 이웃에 사는 친한 언니께서 친히 저희 가족을 초대해 주셔서
들뜨고 기쁜 맘으로 원정 응원을 가기로 했지요.

저희 집에는 콩알만한 텔레비전이 있어서 도무지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는데 정말 잘 됐어요!!


짜잔-!
다소곳한 자태의 이 아기는 저의 아들 다솔군입니다.

다솔이에게도 붉은 색 셔츠는 있는데요, 땀이 많은 다솔이가 요즘 내내 끈소매 티셔츠만 입고 있어서
반소매를 꺼내 입히기가 좀 망설여지더라고요. 게다가 그 옷은 목에 깃까지 있어서 좀 불편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저의 끈소매 티셔츠입니다.

좀 과감하지요?
지난 2007년 9월, 신혼 여행지에서 입었던 옷이거든요.
뒤를 핀으로 고정시키니 원피스처럼 됐어요.
아래는 시원하게 그냥 기저귀만 채우기로 하고,
저도 2006년 독일 월드컵때 사서 몇 번 안 입었던 빨간 티셔츠를 꺼내 입었어요.



머리에 흰색 손수건까지 씌우니 응원 복장 완성이에요.
카시트에 앉혔어야 했는데, 차로 5분 거리라 그냥 안고 탔어요.
그래도 카시트에 앉히는게 맞죠?
꾸짖으시면 달게 받겠어요. 흑흑흑.


언니네 아파트 단지가 상가와 가까워서 그런지
차에서 내리자마자 온 동네에 가득한 고소한 닭튀김 냄새---!!!
먹고 싶다! 고 했더니,
다솔 아빠 왈, 오늘 같은 날 닭고기 시키면 두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된다며
정 무언가가 먹고 싶으면 자장면이나 주문하랍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
역시나 지혜로우신 언니께서 닭고기 두 마리와 피자 네 판을 미리 주문해 놓으신게 아니겠어요?
어찌나 반갑던지!! 언니는 복 받으실 거예요.

저는 제가 먹어야 우리 선수들이 잘하는 것처럼
피자 4조각과 닭고기 셀 수 없을 만큼을 여러 잔의 콜라와 함께 마구마구 먹어댔답니다.
먹고 나니 11시가 넘더군요. 이래도 되는 겁니까?
...... .


월드컵 응원 중이니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날이지요.
운동장만한 텔레비전에, 닭고기, 피자까지 있어서 더 바랄 것이 없게 행복했던 날.
아래 사진은 다솔이와 제가 신이 나서 경기 전까지 설렌 맘으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랍니다.



다솔이가 놀라 울 정도로 열심히 응원했건만,
(전반 마지막에 이청용 선수가 골을 넣을 때 같이 경기를 보던 임신 6개월의 임신부가 꽥꽥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다솔이가 깜짝 놀라 결국 울음을 터뜨렸어요.)
결국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괜찮아요. 우리에겐 나이지리아 戰이 남아 있으니까요.
솔직히 우리가 아르헨티나를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잖아요.
비길 거라고, 비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

그런데 나이지리아는 꼭 이길 것 같아요.
그 날 경기는 6월 23일 수요일 03:30이죠?
다음날 남편은 출근도 해야되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은 또 빨간 옷을 꺼내입고 응원을 할 계획이랍니다.
그냥 하루 휴가를 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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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어리숙한 강도역이었던 임창정의 말처럼 '강도 당할(?) 나이지 강도 짓을 할 나이가 아닌 할머니들이 강도가 됐다'는 황당한 설정부터가 이 영화가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낫을까?

분명히 한평생을 열심히 살았을 것이 뻔한 세 할머니, 영희(김수미), 정자(나문희), 신자(김혜옥) 할머니들의 노후가 어이 없을 만큼 꾸질꾸질해서? 아니면 할머니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도둑질 기술이 기발해서? 그것도 아니면 당장먹을 밥 한 그릇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와이에서 수영복 입은 몸매를 뽐내고 싶어하는 할머니들이 귀여워서?

영화 '육혈포 강도단'은 눈빛 연기 하나로도 모든 대사를 소화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굉장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김수미 할머니,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애교 문희로 인기 몰이를 했던 나문희 할머니, 이 보다 더 귀여울 수 없는 김혜옥 할머니가 주인공이고 할머니들을 도와주는 어리버리한 강도역 임창정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소위 말하는 톱스타도 없고 아이돌도 없으며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할머니들의 할머니들에 의한 이야기가 전부이다. 그런데도 평균 나이 65세 할머니들이 쏟아내는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는 참으로 신선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grandma
grandma by daska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하루하루 지리멸렬한 삶을 근근히 살아가는 할머니들. 그녀들의 꿈은 오직 하와이에 가서 단 한 번만이라도 힘든 삶의 무게를 내려 놓고 신나게 살아 보는 것이다. 하와이라는 목표가 없다면 단 하루라도 견디기 힘들 만큼 할머니들의 인생은 참 비참했다. 따뜻하게 먹을 밥 한 공기, 정답게 얘기 나눌 가족 조차 아쉬운 할머니들의 피폐한 삶 속에서 하와이는 한 줄기 빛이요, 희망이요, 생명이었다.

8년간 갖은 고생을 하면서 모은 돈 837만원을 가지고 드디어 하와이에 갈 수 있는가 싶었는데, 그만 은행 창구에서 강도를 맞고 만다.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허탕하고 그대로 포기할 수도 없기에 할머니들은 스스로 은행 강도가 되어 자신들의 돈을 돌려받고자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

코믹 영화를 내가 너무 어둡게만 표현을 했나? 다른 분들의 글들을 읽어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빵빵 터져서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고도 하고, 김수미 할머니의 불꽃 에드리브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역시나 코미디 영화의 최고봉은 임창정이라고 칭찬을 하기도 했으며, 할머니들의 소탈하고도 재치있는 연기에 몰입하다보니 107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는 글도 있었다. 웃고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나도 많은 부분에서 웃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입은 웃는데 눈은 우는 참 이상한 현상을 경험한 것이다. '소녀, 숙녀, 아줌마, 엄마'를 지나 앞으로 나에게 남은 호칭이 '할머니'밖에 없어서 감정이입이 된 것인지, 이미 할머니라고 불리고 있는 엄마 생각이 나서인지, 영화에서 매우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는 그래서 더 쓸쓸해 보이는 그녀들의 삶이 참 아프게 와 닿았다.
 
입소문을 타고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육혈포 강도단'. 앞으로도 이와 같이 건강한 웃음을 주는 영화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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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뚫고 하이킥'이 끝나 버렸다. 시트콤 뒤늦게 보기 시작하셔서 느즈막히 지붕킥에 반해 버리신 아버지는 본방송과 케이블에서 하는 재방송, 또 한참 전에 했던 방송을 해 주는 재방송을 한꺼번에 보시느라 내용 이해가 뒤죽박죽 엉망징창이셨다. 그래서 누가 누구와 사귀는 사이인지, 황정음의 학교가 왜 서운한지, 세경이는 왜 그 집에서 일만 하는지, 자옥 아줌마네 집에는 왜 그리 학생들이 많은 지를 잘 알지 못하셨지만 곧 종영한다는 소식에 이렇게 재미있는 방송을 계속하지 왜 끝내냐시며 아쉬워 하셨었다.

최고의 유행어 빵꾸똥꾸를 외치고 다니는 초등학생부터 우리 아버지 세대까지 모두들 재미있게 봤던 시트콤이기에 '지붕킥'이 끝나 버렸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데, 이런 기분을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세경과 지훈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서 그 둘이 죽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서 올려 놓은 글, 세경이가 사실은 귀신이었다는 글, 왜 그런 결말을 택해야 했는지에 대한 항의 글 등등 계속 되는 여운들 때문에 가슴 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끝나 버린 것도 허무한데 뭇 남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청순 글래머 세경과 뭇 여성들이 흠모했던 훈남 지훈이 말도 안 되게 죽어 버리다니,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세경과 지훈의 죽음보다 나를 더 충격에 몰아 넣은 것은 신세경의 실체였다! 나는 본방송 시간을 지키지 못해서 주말 동안 다시 보기 서비스를 통해서 몇 편의 방송을 연달아 봤는데 알고 보니 순진무구 청순가련 세경이 사실은 꼬리 아홉 달린 여우였지 않나? 준혁이를 철저하게 이용(?)하면서 자신의 사랑도 집요하게 이루려고 했던...... 왕 내숭이 무섭기까지 했다.

I'll Give You All I Can...
I'll Give You All I Can... by Brandon Christopher Warren 저작자 표시비영리



세경이는 준혁이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랬음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해맑게 '용꼬리 용용'을 외치면서 준혁 학생과 공부를 하고 준혁이가 자기 앞에만 서면 바보처럼 구는 것을 즐기고(?) 준혁이와 가끔씩 데이트를 해 주면서 희망 고문을 하며 준혁 학생이 자기를 계속 좋아하도록 만들었다.

회상 장면을 보면 준혁이에게 묘하게 웃어 주는 장면, 준혁의 어깨에 기대는 장면, 같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알고 나서 보니 쉽게 말해 어장관리를 하고 있었던 거여서 무척 괘씸했다. 자기를 좋아하는 줄 뻔히 알면서 그리고 그 마음을 받아 줄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 어떻게 그런 식으로 행동을 했는지 선수도 보통 선수가 아니었다.

끝까지 준혁을 거절하면서도 선물로 '뽀뽀'를 주고 마지막까지 착한척을 잃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해서 목표로 하는 대학에 가기로 약속해요...... 하면서 말이다.

세경이는 지훈에게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사랑을 고백했다.


또 지훈과의 마지막 한 때는 어떠한가. 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떠나기로 했던 세경은 끝끝내 밍기적 대면서 지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슬아슬하게 어긋나는가 싶더니 용케 같은 차를 타고 속앳말을 할 기회도 얻는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왕내숭 세경이 놓칠 리 없지. 세경은 지훈 때문에 한국을 떠나기 싫었노라고, 떠나기로 결정을 하고서 많이 아팠었노라고,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그래도 또 못 볼 것을 생각하니 힘들 것 같노라고 속사포 처럼 쉴 틈없이 마구 말을 쏟아냈다.

세경의 기습 고백에 당황한 지훈이 정신을 차릴 겨를도 주지 않은 채 세경은 결정타를 날리는데,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 이대로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 지훈을 기겁하게 만든다. 이미 정음의 남자 친구인 것을 알고 있다고 얘기했고 둘이 진심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격려까지 했으면서, 그러나 나는 당신을 좋아하니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란다니!

예의 순진한 얼굴로 차분하게 자기 맘을 고백하는 세경을 지훈은 정신없이 바라보고, 그 둘은 결국...... . 세경의 바람대로 시간이 멈추어 버렸다.

세경이는 진정한 선수였다.
3년이 흐른 후, 세경을 생각한 것만으로도 준혁 학생은 눈시울을 붉혔다. 여전히 준혁은 세경을 잊지 못하는 눈치였는데 최적의 어장 관리를 통해 자기를 좋아했던 준혁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최선의 시간대를 공략해 자기가 좋아했던 지훈을 얻은 세경 양, 절대 얼굴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감정이 실리지 않는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세경이는 알고보니 무시무시한 왕내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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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박명수가 자신을 스스로 거성이라고 칭했을 때 우리는 모두 웃었다. 헤헷 제(?) 까짓 것(?)이 거성이라니, 하는 심리였을 것이다. 사실 그 때는 박명수 조차 그 상황을 웃기게 만들기 위해 거성이라는 말을 꺼냈지 자기가 진짜로 연예계의 큰 별[巨星]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듯 그는 2인자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나는 거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박명수가 떠오른다. 그것도 '님'자를 붙여 거성 박명수 님으로 말이다. 실제로 거성쇼까지 맡아서 하고 있는 박명수는 자기을 스스로 거성이라고 부름으로써 진짜 연예계의 거성이 되었다.

여기에서 이름 짓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뱉은 대로 된다는 언어의 신성성이 실제 드러나는 순간인 것이다.

한채영은 바비 인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이 별명을 그녀의 소속사에서 붙인 것이라고 확신 한다. '거성=박명수'처럼 한채영이 나올 때 마다 늘 부록처럼 따라 나오는 '바비 인형'이란 수식어가 그녀를 진짜 바비 인형으로 만들어 주었다. 한채영과 한고은이 나오는' 신이라고 불리는 사나이'를 보면서 나는 옆에 있던 남편에게 물었다.

한채영이 더 예뻐, 한고은이 더 예뻐? 남편은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참 특이한 기억 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아주 아주 유명한 국민 연예인이 아니고서는 볼 때마다 누가 누군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저기 좀 더 벗은 한채영이고 좀 덜 벗은 여자가 한고은이야('신이라고 불리는 사나이 첫 회'에선 진짜 그렇게 설명할 수밖엔 없었다.)라고 했더니 한고은이 더 예쁘다고 했다. 그런데 왜 한채영이 바비 인형이지?

명품코 민효린도 그렇다. 민효린이 잡지에만 얼굴을 비추면서 나 처럼 한 번 본 연예인(특히 예쁜 여자 연예인)의 이름과 얼굴을 절대 잊어 버리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만 유명하던 시절, 소속사에서는 민효린의 코를 가지고 그녀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명품코, 콧대가 오똑하고 예쁜 것이 특징인 민효린에게 참 지혜로운 별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질투심 많은 어린 네티즌을 자극해 유명세를 쉽고 빠르게 치르기에도 좋았다.

민효린이 명품코라는 별명을 스스로 가져 오자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성형을 했네, 자연 미인이네라고 편을 나누어 싸우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 소속사가 의도적으로 올렸을 사진이 나타날 때 마다 그 유치한 싸움은 새로 시작했다. 그 싸움 속에 당연히 민효린은 없었고 결과적으로는 명품코 민효린이라는 이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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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내 별명은 참 어디에 내 놓기가 부끄러운데, 어디 가서 별명이 일레드라고 얘기할 때마다 왜 일레드냐고 물어 볼까봐 조마조마할 때가 참 많다. 블로그 이름은 어떤가? '미녀들의 수다'라니! 손발이 오그라든다. 모 연예 방송과 똑같은 제목을 쓰고 혼자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을 붙이다니 참 성의가 없긴 없다.

만사가 귀찮아서 뒹굴뒹굴 대던 어느 날, 오늘은 기필코 블로그를 만들어야 된다는 의무감만 있었던 것 같다. 별명을 뭘로 하지? 글쎄, 빨간색을 좋아하니까 레드로 하지 뭐. 어, 레드는 이미 있는데? 그래? 그럼 빨간색을 제일 좋아하니까 그냥 앞에다 일(1) 붙이지 뭐. 그래서 태어난 민망한 내 별명 일레드. 이제는 참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게 됐는데 이다지도 초라하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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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파랑도 좋아하니까 어쩌면 삼원색이 될 뻔 했던 내 별명!

만약 시간을 돌려서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별명을 뭐라고 지을까? 거성 박명수처럼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아, 뭐 든 짓기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더 힘들다. ...... 갑부동안미녀?......에라잇 속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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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의 '지붕뚫고 하이킥'인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6이 막을 내렸다. 방송을 하고 하고 또 하는  케이블의 특성상 텔레비전에 케이블이 나오는 집이라면 누구나 영애씨의 막돼먹은 행각을 한 번 쯤은 봤을 것이다. 나는 시즌 1부터 6까지 한 회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보던 애청자이기에 끝나버린 시즌 6이 아쉬움과 동시에 5월에 방송 예정인 시즌 7이 무지 기다려진다.

영애는 시즌 1에서부터 6까지 한결같이 뚱뚱하고 못 생겼지만 의리있고 불의를 참지 못하며 일도 사랑도 열심히 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중간 중간 머리 길이가 짧아 졌다 길어 졌다를 반복하고 살도 조금 빠졌다가 다시 찌기를 반복했으며 영애가 좋아하는 남자들도 많이 바뀌었지만 영애라는 인물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김현숙이 연기하는 영애에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나는 영애가 약간 통통하긴 해도 절대로 못 생겼다거나 비호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영애는 과감하게 짧은 치마도 입고 뾰족하고 예쁜 구두도 자주 신는다. 그리고 또 날이 갈 수록 세련되 보이는 그녀의 화장법은 또 어떤가. 그래서 '막돼먹은 영애씨'에 나오는 남자 출연자들 중 가장 잘 생긴 사람은 결국 영애를 사랑하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시즌 6에서는 영애를 가냘프게 보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유민상과 싸우다 정이 들어 버린 잘생긴 김산호가 둘 다 영애를 사랑하게 된다. 민상은 영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으며 산호는 외모 지상주의인 자기가 정말로 영애를 사랑하게 돼 버렸는지 아직도 갸우뚱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벌써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듯 싶다. 사귀게 될 경우 장단점을 확실히 따져보자는 산호의 계산에서 처럼 영애는 못생기고 뚱뚱한 것 빼고는 모든 것을 갖춘 여자이니까 말이다. 내 주위에 있다면 꼭 친구 삼고 싶은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시즌 7의 거의 끝자락에서 새삼스레 영애의 나이가 내 귀에 거슬렸다. 이미 알고 있었고 그동안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왜 갑자기 영애의 나이가 마음에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좀 그랬다. 극중 영애는 나 보다 한 살 더 많은 서른 세 살이다.(실제 김현숙의 나이도 그렇다.) 미혼인 자녀의 나이가 서른 셋 정도가 되면 부모님들은 슬슬 결혼 얘기를 꺼내실 때도 됐다.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시즌 1에서부터 영애네 엄마는 영애를 결혼시키지 못해서 안달이었던 것 같아서 말이다. 영애만 보면 늘 결혼을 하라고 잔소리였으며 영애도 자신을 노처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시즌 1에서 영애는 노처녀가 아니었던 것 같다.



궁금해서 시즌 1의 시작 시기를 찾아보니 2007년이었다. 그럼 그 당시 영애 나이 서른, 그리 급한 나이는 아니었는데도 우리 영애는 억울하게 노처녀라고 들들 볶였던 것이다. 그런 설정(못생기고 뚱뚱한데다 노처녀이기도 해서 뭇 남성들에게 거절당하기만 했던 영애)을 해야 드라마가 더 재미있고 시작할 때엔 지금처럼 큰 사랑을 받을 지는 몰랐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이미 영애의 팬이 돼 버렸으므로 괜히 지난 날의 애꿎은 애물단지 대우가 속상하게 느껴진다.

시즌 6에서는 한심함의 대명사 지순에게도 영복이라는 사랑이 찾아 왔고 지원과 서현은 결혼해서 행복해졌다. 혁규는 여전히 처가에 얹혀 살면서도 철이 안 들었고 지지리 복 없는 일류대생 용주는 끝내 취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영애 동생 영민이가 사고를 쳐서 삼(?)수생 신분으로 애아빠가 되고 그 때문에 영애네 부모님은 속이 성할날이 없었는데 과연 시즌 7에서는 또 어떤 재미있고 사실감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나를 즐겁게 해 줄까?

시즌 7에서는 장동건 과장이 다시 돌아온다고 하던데 막돼먹은 영애씨의 고군분투가 얼른 다시 시작되길 진심으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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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가 경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잠을 뒤척였을 23일, 연아 양을 응원하는 우리 국민들도 그녀와 함께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우리 언론은 물론 온 세계인들이 당연히 금메달은 김연아의 것이라며 추켜세웠고 그것은 '부담감'이라는 가시가 되어 밤낮없이 연아를 괴롭혀 왔다.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 드디어 피겨 스케이팅 쇼트 경기가 열린 24일이 되었고 어쩌면 피하고 싶었을 지도 모를 그녀의 올림픽도 시작됐다.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경기에서는 늘 이변이 있었다. 누구나 다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했던 선수는 부진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새로운 은반의 여왕으로 탄생하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봐 왔다. 올림픽과 유독 인연이 없었던 전설의 피겨 여왕 '미셸 콴'은 인터뷰를 통해서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사람들의 극진한 관심과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만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올림픽 경기는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마치 생사의 갈림길에 홀로 던져진 것 같았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역시 김연아였다! 바로 앞 경기에서 '아사다 마오'가 73.78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없이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78.50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쇼트 경기에서 당당히 1위를 지킨 김연아는 여전히 그녀에게 맞설 상대가 없음을 또 한 번 만 천하에 알리게 되었다.


나는 오늘 쇼트 경기를 쭉 지켜 보면서 내가 만약 저 자리에 선다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 봤다. 으, 나는 극심한 소심쟁이이기 때문에 수 만명이 나를 한꺼번에 쳐다본다는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러니 절대로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부러운 이유가 딱 한 가지 있는데 바로바로 그녀들의 화려한 경기복이 탐나기 때문이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은 하나같이 가녀리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데 피겨 의상은 그런 그녀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순정 만화에나 나올 법한 근사한 옷을 입고서 은반위를 나비처럼 날아 다니는 피겨 선수들. 피겨 스케이팅은 가장 멋진 옷을 입고서 경기하는 스포츠가 아닐까? 이 글에서는 오늘(2월 24일) 있었던 쇼트 경기 중 1위에서 5위까지 성적을 낸 선수와 16위를 기록한 곽민정 선수의 화려한 피겨 의상을 살피려고 한다. 왜냐하면 너무너무 부러우니까!

실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의상마저도 김연아의 것이 단연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쇼트 프로그램때 입은 검은색 본드걸 의상은 김연아를 더욱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나하나 세심하게 연아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숨은 손길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의상 전체에 크고 작은 비즈를 달아서 무척 화려하고 비즈가 작은 움직임에도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몸의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뿜어내고 있어서 정말 아름답다. 김연아는 목이 길어서 더 우아한 여성미를 보여 주는데 목을 휘감는 장식이 있어서 그런 그녀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있어서 조금 추워 보일 수 있을 텐데 목 부분 장식으로써 그 부분을 보완했다. 뒷 모습을 보면 한 쪽 어깨에서 세 개의 선이 늘어뜨려져서 그녀의 고운 뒤태를 완성시키며 치마의 옆트임이 다리를 더욱 길어 보이게 해 준다. 옷이 너무나 예뻐서 스케이트 대신 구두로 갈아 신으면 당장이라도 파티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올 시즌 최고 기량을 선 보이며 완벽한 연기를 펼친 '아사다 마오'이다. 최선을 다 해서 트리플 악셀까지 성공했지만 모든 부분에서 김연아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본인 스스로 만족할 만큼 훌륭한 경기를 펼쳤으니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사다 마오'는 키와 체형이 김연아와 비슷하지만 김연아가 귀여움과 관능미를 다 갖춘 것에 비해 '아사다 마오'는 귀여운 느낌이 더 큰 것 같다. 이번에 그녀가 입고 나온 의상은 붉은 색 원피스인데 검은 색으로 포인트를 주어서 세련돼 보인다.
 
손목까지 길게 이어진 소매가 전체적으로 다부진 느낌을 주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변치 않은 실력을 선보이고 싶어 한 '아사다 마오'의 신념이 옷에서도 보이는 것 같았다. 여러겹으로 망사가 덧대져 있어서 정열적이면서도 고혹적인 느낌을 주는 마오의 의상은 배와 등 부분에 프린세스 라인이 잡혀 있어서 늘씬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다. 치마는 하늘거리는 소재여서 회전하거나 점프를 하는 등 큰 움직임이 있을 때 마다 나폴거리면서 아름답게 흔들렸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입고 싶어하는 붉은 색 원피스가 정말 잘 어울린다.


이번에는 3위를 기록한 캐나다의 '조애니 로셰트' 선수의 모습인데, 그녀는 24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에 비해 한층 성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이 셋 중 가장 작으면서도 혼자서 연기하는 모습만 보면 오히려 더 커보이기도 한다.

오늘 '조애니 로셰트'의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눈물에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이틀 전 딸의 경기를 지켜 보려고 동행했던 어머님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조애니 로셰트'는 어머니를 잃은 가슴아픈 상황에서 경기를 치뤄야만 했다. 서글픈 탱고 선율에 맞춰 준비한 연기를 모두 마친 후에야 그녀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려냈고 그것을 지켜 보던 관중들도 기립해 그녀를 위로했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녀의 의상은 마치 어머니를 추모하는 듯 검은 색이었다. 그 위로 세 가지 색 비즈가 화려하게 박혀 있는데 붉은 색으로는 장미를 녹색으로는 장미 줄기를 수 놓고 있어서 그녀를 한층 더 성숙해 보이도록 만들어 주었다. 특히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허리까지 깊게 파고 드러난 등에 커다란 장미 몇 송이가 그려진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아찔하기까지 했다. 역시나 그녀를 잘 아는 디자이너가 만든 의상인 듯 싶다.


4위에 그친 '안도 미키' 선수는 '올림픽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김연아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언론들의 관심을 자기에게로 끌어오고 싶어했다. 그러나 김연아를 자극하여 네티즌들을 발끈하게만 만들었을 뿐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올림픽에서 4위를 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 아닌가. 올림픽에 도전을 했으니 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을 '안도 미키'에게도 수고 했다고 말 해주고 싶다. 김연아가 워낙 잘 하니까 쉽게 그 기량을 따라갈 수 없으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내가 생각할 때 '안도 미키'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참 큰 것 같다. 앞서 김연아를 자극하는 발언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했던 점에서도 그렇고 늘 파격적인 노출 의상과 짙은 화장을 선보이는 그녀의 경기 장면을 봐서도 그렇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예전 보다는 다소 절제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짙은 자주 색과 검정 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옷이었다.

앞섶을 깊게 파고 길게 십자가 모양의 화려한 비즈를 달았고 몸매 선을 따라서도 반짝이는 비즈 장식을 했다. 왼쪽 오른쪽이 비대칭을 이루면서 엇갈리게 팔이 드러나는 소매 장식이 독특한데 역시나 그녀의 강한 개성이 이 의상에도 반영된 듯 보인다. 평범한 것을 보다는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여성들이라면 '안도 미키'의 의상에 높은 점수를 줄 것 같다.


다음은 말괄량이 소녀를 연상시키는 미국의 '레이첼 플랫'이다. 다른 선수들 보다 다소 통통해서 더욱 익살스럽고 귀여워 보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녀들이 좋아할 것 같은 진한 분홍 색에 눈이 내린 듯 반짝거리는 비즈 장식을 단 경기복을 입고 나왔다. 그녀의 흰 피부색과 진한 분홍색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프로필을 보니 키도 조금 작은 듯 하고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도 영락없는 발랄 그 자체이다.

그런 외모 탓에 앞섶이 깊게 파진 옷을 입었음에도 마냥 귀여워만 보이는데, 앞뒤가 균일하게 계곡 모양으로 파져 있고 뒤에는 끈장식이 더해 져 있다. 비즈가 박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옷이 심심한 느낌이 들고 왠지 모르게 무성의함 마저 드는 '레이첼 플랫'의 의상, 연아의 것과 비교하니 너무 초라하다.


마지막으로 귀염둥이 곽민정 선수를 살펴 보자. 군포 수리고에 재학중인 열 여섯 살 곽민정 선수는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서 프리 스케이팅 출전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다. 53.16점을 얻어 16위에 올랐는데 목표를 이룬 만큼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는 즐기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경기를 치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연성을 타고 났다는 평을 들으며 스핀과 스파이럴이 강점인 곽민정은 아직은 부족하지만 점점 성장하고 있으니, 김연아와 함께 우리 나라를 피겨 강국으로 이끌어 줄 새싹임에 틀림없다.

오늘 민정 양이 선보인 의상은 보라와 검정이 절묘하게 섞인 상큼한 경기복이었다. 옅은 색에서 짙은 색으로 점층적으로 색이 변화하고 한쪽 어깨끈에서부터 시작된 비즈가 세로로 이어져 있었다. 비즈도 세로에 꽃모양으로 물결 치듯 수 놓여 졌는데 색이 위 아래로 섞여있는 것과 비슷하게 반짝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반짝임의 강도를 조절해 조화를 이루어 놓았다. 시원하게 드러낸 허리를 오른쪽 어깨끈에서 이어지는 물결치는 비즈 장식으로 감싸 주어 가녀린 허리를 더욱 잘록하게 보여 주었다.


2월 26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피겨 스케이팅 여자 프리 스케이팅 경기가 열린다. 쇼트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니 김연아 선수가 이제는 부담감을 조금 떨쳐 버리고 연습하듯 담담하게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 보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쇼트 1위=프리 1위라는 공식이 있듯 이 날에도 우리의 연아가 분명히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또 1등을 할 것이 분명하다. 다가오는 금요일에는 연아가 또 어떠한 자태로 우리에게 감동을 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김연아 선수 아자! 곽민정 선수도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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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햇살이 좋아서 친구와 만나러 가는 길 버스 안에서 잠시 눈을 감고 온 몸으로 담뿍 그 빛을 받는다. 기분 좋게 덜컹이는 버스와 적당한 따스함이 한가로운 주말 오후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꺄르르 상큼한 웃음이 버스 안에 가득 퍼진다. 아마도 여고생들인 듯 싶다. 눈을 떠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몇 가지 중 하나다.

말 소리는 짧고 웃음 소리는 길었는데, 무엇이 그 아이들을 그토록 즐겁게 하는지 슬쩍 호기심이 생겼다. 눈을 감은 채 온 신경을 귀에 집중시켜 아이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니 그 나이 또래의 여학생들이면 누구나 그렇듯 무슨무슨 오빠들에 관련된 이야기가 한 가득이었다. 귀여움이 하늘을 찌르고 어떨 땐 요염하기도 하다는 그 오빠들은 요즘 그 아이들이 사는 이유였다.

승훈이 오빠, 정수 오빠, 시백이 오빠도 멋있어!
태범이 오빠는?
그 오빠는 상화 언니랑 사귀잖아?
아니야 그냥 친구랬어.
9년 동안이나?
응. 9년 동안 절친이래.

엥? 왜 이렇게 이름들이 낯익을까? 슬쩍 눈을 떠 봐도 모르는 여자 아이들인데 그 애들이 이야기하는 이름이 낯설지가 않았다. 아이들이 최고로 멋있어서 미니 홈피까지 다 훑었다는 그 오빠들은 바로바로 밴쿠버 동계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봤을 때도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한 소녀는 이제서야 자신의 이상형을 만났다며 호들갑이었는데, 아줌마인 내가 봐도 마음이 흐뭇해 지는데 아이들의 눈에는 오죽할까?

나도 여자인지라 그 아이들처럼 남자 선수들에게 더 관심이 갔는데, 국가 대표를 얼굴로 뽑았는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훈남일까? 우리 선수들은 경기복을 입은 모습도 참 멋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찍은 사진들도 무척 근사했다. 실력과 외모를 겸비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이승훈 선수(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 100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승훈 선수는 원래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데 국가 대표에 탈락하게 되자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었단다.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으면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바꾸어서 연습한지 1년도 안됐는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딸 수가 있었을까? 그것도 아시아인 최초로 말이다. 아시아인은 체격상, 체력상 불가능하다고 했던 종목인데 당당히 새로운 역사를 쓴 셈이다. 노력만 한다면, 끊임없이 노력만 한다면 사람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또 다시 보여준 이승훈 선수. 작은 일에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할 수 없다'고 말하던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5000m에서 금메달을 딴 '스벤 크라머(네덜란드)' 선수는 인터뷰에서 마지막 세 바퀴를 도는 동안 이를 악물고 달렸는데, 온 힘을 다 했는데도 이승훈 선수의 추적이 자신을 미치게 하였다고 말했다. 생애 최고의 경기였다고 이승훈 선수의 실력을 인정하였단다.

이정수 선수(쇼트트랙 1500m/ 1000n에서 금메달을 땄다.)

귀여운 외모와 개구진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블로그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이정수 선수. 이 선수가 금메달을 따던 경기에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반성하게끔 했던 순간이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아쉽고 속상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이정수 선수가 금메달을 따 주어서 그 날 쇼트트랙 경기를 보던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정수 선수는 미니홈피에 각종 재미있는 사진들을 공개해 놓고 있어서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귀여운 외모를 더욱 빛나게 해 주는 다부진 근육질 몸매와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연습을 했다는 승리를 위한 열정이 인상적인 선수다. 아, 그리고 이정수 선수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진행하는 '표정 올림픽'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데, 표정 올림픽은 올림픽 시상대에 선 선수들 중 가장 인상적인 표정이나 몸짓을 취한 인물을 네티즌이 투표를 하여 선정한다.

모태범 선수(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 10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모터범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태범 선수. 그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서 오기로 더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도 했던데, 그 만큼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서 보여 준 기량은 대단한 것이었다. 아무도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이렇게 많은 메달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 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너무도 값진 메달인데, 그의 말처럼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기에 참 외로운 땀방울을 흘렸을 것 같다.

한편 이상화 선수와 9년 지기 친구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자 인터넷에는 이 둘의 다정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널리 퍼지면서 너무 잘 어울리니 이 기회에 한 번 사귀어 보는 것은 어떻겠냐며 네티즌들은 모태범 선수와 이상화 선수를 연결시키지 못해 안달이다. 한 블로그에는 이 둘을 '우리 결혼했어요'의 결정판으로 패러디하기도 했는데 그 정도로 최근 이 둘의 인기가 대단하다.

성시백 선수(쇼트트랙에서 금메달에 도전중이다.) 
아, 아직까지도 아찔한 기억이 채 가시지 않았다. 1500m 경기에서 넘어져 아깝게 메달권에서 벗어났던 성시백 선수. 그 때 성시백 선수의 마음을 헤아리니 너무나 안타까워서 속상한 마음에 폭포 같은 눈물을 쏟아 냈다는 이야기가 여러 블로그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이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별명이 섹시백일 정도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수다. 성시백 선수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2004년에 국가 대표가 됐는데 올림픽에는 이번이 첫 출전이란다. 2006년 국가 대표에서 탈락하고 난 후 쇼트트랙을 그만 두려고 할 만큼 슬럼프에 빠졌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이미 경기를 치른 1500m를 포함해 1000m, 500m, 5000m 계주 등 전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이니 남은 경기에서 지금의 씁쓸함을 보상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그가 도전할 종목이 여럿 남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특히 성시백 선수를 따를 자가 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 그의 주 종목 500m 경기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여심을 설레게 하는 훈남 선수들을 살펴 보았지만 올림픽 대표팀에는 훈녀 선수들도 만만치가 않다. 남자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기량도 뛰어나지만 미모도 어찌나 뛰어난지 경기가 끝나고 난 후 선수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놀라는 경우가 참 많다. 물론 구슬땀을 흘려가며 연습한 우리 선수들에게 외모가 뭐 중요하겠냐만 하나같이 다 예쁘고 멋있으니 어쩌란 말인가.

이상화 선수(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기대주로 손꼽히던 이상화 선수가 한국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땄다. 동계 올림픽 하면 쇼트트랙만 생각해 오던 우리 나라가 스피드 스케이팅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자 선수 중에서는 김연아 선수만 화려한 조명을 받았기에 대회 시작 전후로 이상화라는 이름 한 번 제대로 들어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무심함 속에서도 꾸준하게 연습에 임했던 이상화가 금메달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이뤄냈다. 이로써 앞으로는 스피드 스케이팅도 효자 종목으로 거듭날 것이 분명해졌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딴 이승훈, 모태범과는 모두 한국체육대학교 07학번 동기라고 하는데 특히나 모태범과는 어렸을 적 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 사이라서 각별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이상화가 미니 홈피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찍은 사진들을 공개하자 많은 네티즌들이 그녀의 미모를 감탄하고 있는데, 경기복을 입고 얼음판 위에 있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에프터스쿨의 '유이'와 닮은꼴로도 화제가 되고 있는 이상화 선수, 정말 고생이 많았고 진짜 잘 했다.

서정화 선수(모굴스키에서 아깝게 결선 진출을 하지 못했다.) 

서정화 선수는 모굴 스키 선수이다. 모굴이란 여러 사람이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달리는 동안 눈이 패이고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슬로프 면이 울퉁불퉁하게 된 것을 말하는 것이다. 모굴 스키란 슬로프에 인위적으로 모굴을 만들어 놓고 점프와 회전 기술을 이용해서 스키를 타는 것인데 1992년에 처음으로 동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모굴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는 것 처럼 우리 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이라 대중들과 언론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때문에 서정화 선수는 코치진도 없이 고독하게 연습을 해야만 했고 피땀흘려 노력했으나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그러나 보통 세계적인 스키 선수들이 서른 즈음 전성기를 맞는데 서정화 선수는 이제 스무 살이다. 게다가 모굴 스키는 장애물을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체구가 아담한 동양 선수에게 더욱 유리하다고 하니 서정화 선수의 앞날이 더욱 밝다.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 빠지지 않는 미모까지 갖추고 있어 엄친딸로도 유명한 서정화 선수는 서울외고를 졸업하고 미국의 남가주 대학에 진학한 상태인데 일리노이주립대, 조지워싱턴대, 뉴욕대, 에모리대까지 다섯 개의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은 인재이기도 하다.

김연아 선수(피겨 스케이팅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김연아 선수! 20일에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로 날아갔는데 그것 하나만으로도 밴쿠버가 들썩였다고 한다. 각국의 취재단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려고 했기에, 김연아 선수가 연기했던 007의 한 장면 처럼 공항이 떠들썩했단다. 한편 미국에서 한 설문조사에서 동계 올림픽의 미녀 선수 중 열 명을 뽑았는데 동양인 선수로 유일하게 김연아 선수가 들어 있다. 역시 김연아 선수는 동서양을 초월하여 미모와 실력 모두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제 며칠 뒤면(24일)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열리게 된다. 많이 부담도 되고 떨리겠지만 차분히 연습대로만 경기를 치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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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성시백 선수의 쇼트트랙 1000m 준결승 경기를 다시 봤다. 벌써 여러 번 본 경기지만 볼 수록 더 마음이 아프다. 이정수 선수와 이호석 선수가 금, 은메달을 따던 날, 메달 소식 덕에 기뻤지만 솔직히 기쁨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이정수 선수와 이호석 선수의 환희 사이로 자꾸만 성시백 선수의 눈물이 보였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1500m와 1000m 경기에서 아쉬운 경기를 치룬 성시백 선수. 나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성시백 선수도 이번 동계 올림픽을 통해서야 알게 됐지만 이 선수에게 특히 마음이 쓰인다.

2위로 들어 오다가 넘어져 버렸던 1500m 결승전 이후 성시백 선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잊어버려야 다음 경기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모두들 입을 모아 위로와 응원의 말들을 했겠지만 그의 마음은 쉽사리 그 순간의 속상함을 떨쳐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1000m 준결승전,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성시백 선수는 부정 출발까지 했다. 마음이 급했던 것이다. 속이 상하다 못해 활활 타버릴 것 처럼 떨렸을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다른 선수들 보다 앞서 발이 나갔을 것이다. 그의 경기 장면을 보고 또 보고 자꾸 자꾸 보다 보니 그의 마음까지 읽어지는 듯 한데, 볼 수록 나도 성시백 선수와 마찬가지로 속이 아렸다.


계속해서 경기장면.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고 두 번째 출발신호를 기다렸는데 이번엔 약간 늦게 출발하였으나 역시나 곧 1등으로 치고 나가게 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눈 깜짝 할 사이에 미국의 '오노'와 캐나다의 '찰스 해멀린'에 밀려 3등이 되고 만다. 진짜 잠깐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성시백이 틀림없이 선두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지막 바퀴에서 '찰스 해멀린'에게 선두를 내줬고 바깥 쪽을 견제하다가, 안으로 치고 들어온 오노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왔다.

우리나라 중계석에서는 끝까지 성시백의 결과를 판단하지 않았고 실낱같은 희망으로 그가 오노보다 조금이라도 더 먼저 들어왔기를 기도해 봤지만, 결국 0.0006초 차이였다.

0.0006초. 가늠하기도 어려운 시간이다. 이 찰나의 시간 때문에 우리 성시백 선수는 또 다시 뜨거운 울음을 삼켜야 했다. 아니 이제는 삼킬 수 조차 없을 만큼의 눈물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경기가 끝나고 성시백 선수는 그의 미니 홈피를 통해 딱 반이 지나갔다며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해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에 그는 또 한번 툭툭 털고 일어나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

이제 남은 경기는 그의 주 종목인 500m와 5000m 계주이다. 경기의 결과가 좋아서 그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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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경기가 끝났다. 한 쌍의 페어 스케이팅 커플이 낭만적이고도 멋진 경기를 끝낸 후 관객들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담뿍 담아 인사를 건넨다. 숨죽이며 그들의 연기를 보고 있던 관객들은 그제서야 안심을 하며 맘껏, 소리높은 환호를 쏟아낸다. 페어 스케이팅은 곡예 묘기 동작이 포함돼 있어서 보는 이들을 더욱 긴장시키기 때문에 관중들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는데, 자신이 응원하는 커플이 나오기라도 하면 너무나 아찔하고 걱정스러워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데 일순간 정적이 흐른다. 인사를 마친 후 남자 선수가 돌연 한쪽 무릎을 꿇고 빙판 위에 앉아 버렸기 때문이다. 사전에 이야기가 없었던 듯 경기 진행팀들은 당황했으며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웅성거렸다. 당황하긴 여자 선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얼마 후 전광판에 남자 선수의 입모양이 잡히고 곧 상황을 파악한 관객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모아 외치기 시작했다.

'Yes, Yes, Yes, Yes...... .'

대회 도중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남자 선수가 자신의 파트너에게 청혼을 한 것이었다. 마침내 여자 선수도 'Yes'라고 대답했고 그들은 눈물과 환회가 섞인 감미로운 키스를 나누게 되었다.



영화 속 한 장면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이 이야기는 '레나 이노우에'와 '존 볼드윈'의 실화이다. 페어 스케이팅은 환상적인 호흡이 경기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수들이 실제 연인이나 부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케이팅은 대개 어린 나이에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한 번 짝을 이루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줄곧 같은 사람과 연기를 하므로 이들은 가장 훌륭한 동료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일 수밖에 없다.

페어 선수들은 은쟁반 위에서 때로는 열정적인 사랑을 때로는 냉담한 이별을 연기하는데 사력을 다해 감정을 표현하기에 진짜 사랑이 싹 트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람, 오랜 시간을 함께 연습 해 왔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천상의 페어 스케이팅 커플이라고 불리던 '예카테리나 고르디에바(애칭: 카티아)'와 '세르게이 그린코프'도 실제 부부사이였다. 내가 부부사이였다고 말하는 까닭은 세르게이가 28세라는 어린 나이에 사망하였기 때문이다. 카티아가 10살, 세르게이가 14살일 때 이 둘은 처음 짝을 이루었는데 세계 선수권 우승 4회, 올림픽 금메달 2개라는 대단한 성과를 이루게 된다. 이들은 1991년에 결혼하여 이듬해 딸을 낳고 행복이 절정에 이르렀지만 신이 질투를 했는지 가슴 아픈 결말에 이르게 된다.


 

1995년 연습을 하던 도중 세르게이가 아이스링크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의사들은 그가 선천적으로 심장에 결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카티아는 갑작스레 닥친 시련으로 인해 실의에 잠겼고 언론은 그녀가 다시는 스케이트를 신을 수 없을 것이라고 수근거렸지만 3개월 후 그녀는 새로이 얼음판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홀로, 그러나 기억 속에 있는 세르게이와 함께 그를 추모하는 공연을 연 것이다. 이 공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아픈 선물이 되었고 이후 그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텔레비전 방송으로 무수히 만들어졌다. 세월이 흘러 카티아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됐지만 사람들은 '예카테리나 고르디에바'와 '세르게이 그린코프' 커플의 환상적인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 참가한 페어 선수들 중에도 은쟁반 위에서 열연을 펼치다 실제 부부로 발전한 팀이 꽤 있다. 이번 대회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중국의 '쉔 슈에'와 '자오 홍보'도 자오가 빙상 위에서 청혼 해 결혼에 이른 닭살 부부인데 벌써 20년 째 함께 할동하과 있는 노련한 팀이다. 쉔-자오 팀은 은퇴했다가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복귀했는데 대단한 실력을 선 보이면서 돌아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같은 중국의 페어 팀인 '장 단'과 '장 하오' 선수도 부부인데, 이들은 4대륙 피겨 선수권 페어 쇼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이다. '장-하오' 팀을 떠올리면 토리노 동계 올림픽 때의 그 아찔한 장면도 어김없이 기억날 것인데 그들이 빙판 위에 선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다. 공중 4회전을 하고 착지하던 장 하오가 무릎을 얼음판에 강하게 찧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공중 회전 이후 일어난 일이라 그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지독한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을 보고 모두들 무릎 골절이 의심될 정도로 큰 사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장하오는 경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관객들의 격려 속에서 연기릘 재개,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멋진 경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부부인지 연인인지 알 수는 없으나 너무나 잘 어울려서 진짜 사랑하는 사이였으면 싶은 팀도 있다. 우리 나라는 페어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아찔하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이들의 아름다운 경기 장면을 보면서 조금은 여유롭게 우승팀을 점쳐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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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맹꽁이'
'아니야, 나도 다 알고 있었다고!'
'야, 야, 당연하지!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만 알고 있는 걸로는 부족해. 툭 치면 바로 툭 나와야지! 지금이 어떤 땐데. 이제 얼마 안 남은 거 몰라?'
'아무리 그래도 애 엄마한테 맹꽁이가 뭐람'


늦은 아침 간단히 샌드위치와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언니와 함께 편의점에 들렀다. 계산을 마친 후 매장 안쪽에 마련된 간의 식탁에 앉아 김밥을 우물거리며 두리번대다가 언니의 새된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언니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로 혼자 흥분해 있다. 언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실제 크기와 흡사한 김연아가 예의 고혹적인 자태로 우아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저게 뭐냐고 딱 한 마디 물었다가 정신없는 맹꽁이로 전락한 것이었다. 언니는 어느새 포스트잇을 가져다가 정성껏 글을 쓰고 있었고 다시 보니 연아양의 패널 아래엔 응원글로 가득찬 포스트잇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김연아 파이팅, 힘내요', '언니가 제일 예뻐요', '금메달이 아니어도 괜찮아요','벤쿠버 동계 올림픽 기대할게요'


벤쿠버 동계 올림픽, 헉! 오늘이 며칠이지? 그러고 보니 벤쿠버 동계 올림픽이 열흘남짓 남았다. 13일에 개막식을 하니까 이제 곧!!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매혹적으로 2009년 우리의 답답한 마음을 위로해주던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느냐 못 따느냐 긴장되는 이 시점에서 넋 놓고 앉아 있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진짜 너무했다. 맹꽁맹꽁맹꽁...... .

동계 올림픽에 피겨스케이팅만 있겠냐마는 나의 관심은 온통 피겨와 김연아에 쏠려있다. 작고 가녀린 몸에서 어찌 그리도 강인한 힘이 나오는지, 스무살 밖에 안 된 소녀가 어쩜 그렇게 농익은 표정들을 쏟아내는지 별 볼 일 없이 삭막했던 2009년 우리는 연아에게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실수를 이겨낼 수 있는 의연함,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때의 말할 수 없는 영광...... 우리에게 힘을 주었던 연아를 이제는 우리가 응원할 때가 왔다. 2월 24일 한국 시각 오전 9시 30분(현지 시각 23일 오후 4시 30분) 연아양을 목청껏 응원하자.

2010년 현재 피겨스케이팅의 여왕은 단연 김연아이며 이번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도 당연히(?) 연아가 금메달을 차지하겠지만(부담갖지는 말아요, 연아양) 역대 피겨스케이팅의 여왕들엔 어떤 얼굴들이 있을까?

1. 소냐 헤니(노르웨이)




역대 가장 아름다웠던 선수가 아니었나 싶다. 1928년부터 1936년까지 올림픽에서 3연패, 세계 피겨 선수권에서 10연패라는 엄청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소냐 헤니는 겨우 열 다섯의 나이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국민 영웅이 되었다. 특유의 귀여움과 관능미를 동시에 갖추어서 김연아와 가장 비슷한 선수인것 같다. 은퇴후 배우의 길로 들어서면서 더욱 화려한 삶을 살았던 소냐 헤니다.

2. 카타리나 비트(독일)




피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영원히 잊을 수 없을 '카르멘'으로 카타리나 비트는 올림픽 2연패(1984년, 1988년)를 거머쥔다. 그녀가 탱고 음악에 맞추어 '경기'가 아닌 '연기'를 하듯 쏟아냈던 열정적인 몸짓은 피겨의 예술성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기도 했다.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당시로서는 카타리나 비트의 숨막히는 스케이팅 실력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월드챔피언십 우승 4회, 동계 올림픽 금메달 2회라는 엄청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현재에도 과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사회사업을 하고 있다.

3. 미셸 콴(미국)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겨 선수인 미셸 콴은 김연아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여러 언론에 소개됐기 때문에 피겨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아사다 마오만큼 친근한 인물. 비록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세계선수권 우승 5회, 전미선수권 우승 9회를 포함해 43회 우승이라는 전례없는 기록을 세워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게 된다. 부드럽고 우아한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며 감정 표현이 매우 풍부하여 보는 사람들까지 동화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다.

다음은 역대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들의 연기이다.


*2006년 토리노, 아라카와 시즈카(일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사라 휴즈(미국)


*1998년 나가노, 타라 리핀스키(미국)



*1994년 릴레함메르, 옥산나 바이울(우크라이나)



*1992년 알베르빌,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



*1988년 캘거리, 카타리나 비트(독일)


*1984년 사라예보, 카타리나 비트(독일)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아넷 푀츠시(독일)




2010년엔 부디 연아양이길, 부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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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넷의 여자가 스물 넷의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리다니 실제로도 정말 가능한 일일까? 그가 범이 처럼 웃어만 준다면, 내 가슴도 박진희의 가슴처럼 콩닥콩닥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두근거릴 것만 같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처음 봤던, 애인 줄로만 알았던 김범이 어느새 성장해서 누나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 유명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지 않아서 범이가 그 속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드림'을 보면서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었다.

드림에서 김범은 수컷(?)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격투기 선수로 출연을 했었지만 일부러 거친 척 하는 폼세가 무언가 어색했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운동을 할 때 흘리는 땀방울을 보면서 매력을 느낀다고 하던데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는 그의 모습이 멋져 보였을 지 몰라도 누나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극중에서도 그의 팬클럽은 여고생 뿐이었고 손담비에게는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지만 거절당했듯 말이다.(끝까지 보지 않아서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내가 손담비였어도 어리광쟁이 막내 동생 쯤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풋내를 숨길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미성숙. 드라마의 성숙도도 별로 인 것 같아서 중간 정도까지 보다가 말았었다. '드림'이 종영한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김범은 몰라보게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요즘 내가 열광하는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김범은 인디밴드계의 천재 뮤지션 하민재로 출연한다. 사랑에 대해 냉소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른바 '선수'인데, 때론 자상하게 때론 무뚝뚝하게 여자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훔쳐 버리는 특기를 가지고 있다. 오랫만에 내가 완전히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났고 드라마가 박진희, 왕빛나, 엄지원 등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들로 완벽하게 구성되었다는 사실에 더 신나있었다. 그러다가 박진희의 상대가 풋내나는 김범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땐 '왜왜왜'하며 절규했었다.


김범 때문에 감정이입이 어려울까봐 혼자서 못내 아쉬워하며 1회부터 야금야금 봐 왔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이미 결혼한 내가 보기에도 정말 재미있다. 가장 마음이 가는 것은 역시 박진희이지만 엄지원도 귀엽고 왕빛나는 멋지기까지 하다. 시간이 흘러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 수록 김범을 보는 내 시선도 달라졌다. '흐음 그런대로 괜찮군, 짜식 꽤 늘었는데'하다가 어느새 꼴까닥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극중 하민재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여자라도 자신을 미치도록 사랑하게끔 만들 수 있다고 단언했던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 중에는 이런 독백이 나온다. 민재(김범)에게 점점 끌리는 신영(박진희)의 독백이다.

나한텐 시간이 멈추고 이 남자한텐 시간이 후딱 흘러서
내일 아침 우리가 동갑이 돼 있으면 어떨까요?
내가 이 사람 나이로 돌아가긴 싫어요. 그 동안의 맵고 쓴 시간들을 어떻게 다시 겪어...... .
난 지금 내 나이가 좋아요. 이 나이를 품어 줄 남자가 없을 뿐.
이 아이한테 끌리는 마음이 두려울 뿐, 내 나이가 죄는 아니잖아요.
이 나이에도 이런 떨림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연애에 감을 잃어 심한 현기증을 느끼는 이신영입니다.


극중에서 이신영은 서른 넷, 하민재는 스물 넷이다. 열 살이라는 터무니 없는 나이 차가 참 속상하지만, 나는 이 둘이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를 바란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 조금씩 민재에게 빠져 들 신영과 조금씩 조금씩 신영을 사랑하게 될 민재. 누나의 눈에는 어릴 적 받은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나 때로는 가엾은 마음에 보듬어 주고 싶은 민재, 가끔은 어깨가 참 넓고 믿음직스럽게도 보여 맘 놓고 한참 기대 쉴 수도 있을 것 같은 민재, 그런 민재 역을 김범이 해 줘서 참 다행이다.

어느새 훌쩍 성장하여 눈부신 미소를 뿜어내는 민재, 김범이 누나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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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영화 <300>에 나왔던 울룩불룩 멋진 복근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아니 어쩌면 그 보다 훨씬 더 멋진 근육들을 볼 수 있을거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남편도 진짜 멋지고 재미있는 드라마라며 같이 보자고 권유했지만, 나는 원래 추노를 보지 않는다. 내가 좀 삐딱한 경향이 있어서 다들 재미있다고 열광하는 드라마에는 괜히 더 관심이 없어진다.

그러다 어느 날 이다해의 모자이크 때문에 게시판이 들썩거렸던 바로 그 날, 우연히 물을 마시러 거실에 나왔다가 별 생각없이 텔레비전 쪽으로 눈을 돌렸다가 이상하게 희뿌연 것을 보았다. 우리집 텔레비전이 너무 작아서 한 눈에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것이 무얼까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모자이크라는 것을 알게 됐다. 드라마에 웬 모자이크?

낌새가 이상해서 다시 보니 이다해의 표정이며 몸짓이 심상치 않다. 헉! 그래서 모자이크가? 머릿속으로 '19금' 딱지가 지나가고 아이들도 방송을 볼 이 시간에 어찌 저런 장면을 여과없이 보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한참을 들여다 보며 정신을 좀 차린 다음에야 이다해가 '아팠으며' 그래서  그것 때문에 '고통스러워' 했으며 치료를 위해 '벗겼으며'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원치 않은 부분이 드러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사상이 응큼해서 괜시리 이상한 생각부터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드라마의 흐름을 타지 않고 딱 그 장면부터 불쑥 보게 된다면 누구나 그런 오해를 할 수 있게끔 연출이 됐다. 아픈 연기를 뭘 그리 요염하게 했는지...... .

역시나 드라마가 끝난 후 게시판은 온통 이다해의 노출에 관한 이야기로 도배가 됐다. 모자이크 때문에 더 야했으며(동의요!!) 필요하지 않는 부분이었으며(음, 그럴지도...... .) 언년이(이다해)인 주제에 너무 예쁘고, 언년이는 아픈 상황에서도 신부 화장을 하고 있어서 극에 몰입할 수 없다는(그걸 알고 있는 당신은 분명히 여자!?!) 내용으로 드라마 추노의 중에서도 주로 이다해에 관한 의견만 잔뜩 올라왔었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번 게시판이 난리가 났는데 여론을 의식한 연출팀에서 이번에는 이다해의 상반신에 모자이크를 씌우지 않은 까닭이었다.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올라 온 기사에서 사진으로만 문제의 장면을 보았다. 그냥 넘길 수도 있고 문제를 삼을 수도 있는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가 어려운 장면이었다.

분명히 야하긴 하지만 이 정도의 상반신 노출은 식상하리만큼 많이 봐 온 것이기 때문이다. 사극의 노출신에는 정해진 틀이 있는지 여주인공들은 아파서 벗든, 씻으려고 벗든, 옷을 갈아 입으려고 벗든 꼭 그만큼씩 상반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다해가 처음은 아니다. 역사가 있는 노출신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진심으로 우스운 것은 내용상 어쩔 수 없는 노출신이라고 하기엔, 한복을 여민 폼새가 너무 속보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다 안다. 어떻게 할 때 추노 이다해처럼 상반신이 드러나는지 말이다. 한복을 입어 본 사람이라면 그 부분을 감출 수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다 알 것이다. 이다해가 너무 풍만하기 때문에 한복 치마를 입으면 자연스레 그런 상황이 된다고 변명한다면?(선수끼리 왜 그러세요?) 그건 정말 변명일 뿐이다.

의도적으로 가슴이 부풀려지도록 가슴 중간에 한복 치마를 입고 여몄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나온 것이다. 그러니 내가 웃을 수밖에...... .

언년이가 오지호를 꼬일 생각이 없었다면 굳이 불편하게 가슴 중간에다가 한복을 걸쳐서 입었을까? 옛날 사람 중에 저고리를 의도적으로 벗을 계획이 없는 여성이라면 가슴 가장 위 쪽에다 치마를 입지 않았을까? 그렇게 입는다면 제아무리 황진이라 할 지라도 모자이크를 할 정도로 민망한 그림이 연출되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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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 동료들과 마땅히 할 이야기가 없는 내 또래 여자들은 으레 지난 밤에 봤던 텔레비전 방송을 화젯 거리로 삼는다. 친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친하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사이에서 가장 좋은 얘깃 거리이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없었다면 우리들이 어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쉴새 없이 오고가는 수다들.

깔깔거리면서 손뼉을 치고 때로는 옆사람을 때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점심 시간 내내 우리는 스스로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다. 남자들은 그렇게도 할 이야기가 없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짧은 점심 시간을 가장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즐거워야 할 그 시간에 인생을 논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하기 위한 방법들을 쏟아내는 일 만큼 밥 맛 떨어지는 일이 또 있을까?

주윗 사람들의 얘길 들어 보면 이삼십대 여성들에게 단연 화제는 '파스타'이지만, 나는 '공부의 신'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호통을 쳐도 멋있다는 이선균과 연기를 못 해도 좋다는 알렉스, 그리고 시원 털털한 매력녀 공효진이 나오기 때문에 월화요일엔 냠냠냠 파스타를 선택한다던데, 나는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아니고 그런 자녀를 두지도 않았으면서 매주 '공부의 신'을 본다. 그것도 울, 면, 서!!


미치지 않고서야 다 큰 어른이 학원물을 보면서 훌쩍거리겠느냐만, 나는 극중 한수정(배두나)에게 완전히 감정이입해 있다. 끝끝내 임용 고사에 합격하지 못해서 꿈을 접어야 했지만 어릴 때부터 내 꿈은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기간제 교사로서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 때 나는 '공신'의 한수정과 비슷한 모습이었지 싶다. 실력은 별로 없지만 의욕은 넘치고 수업은 재미없게 하면서도 학생들과 사이는 좋은...... .

나도 그랬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 처럼 잔인한 것은 없다고,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모든 학생들을 끌어안고 갈 수 있다는 신념이라고 생각했었다. 배두나가 자신의 실력 없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정교사로 있는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요즘의 학교 교무실 실정도 내가 근무하던 때와 별로 다르지 않단다. 교과서가 바뀌어도 내용에 큰 변화가 없는 과목을 담당한 선생님들은(특히 수학) 특별한 수업 준비 없이 늘 하던대로 교실로 가고, 교과서가 바뀔 때 마다 바짝 긴장해야 하는 선생님들은(특히 국어)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교무실 내에서 ebs방송으로 예습을 한단다. 다른 선생님은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 지를 배우기 위해서다.



솔직히 말해서 답지를 보고 외워서 풀이해주는 선생님도 있고 결국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선생님도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있다. 내 글을 보시고 현장에서 피땀 흘리며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은 노여워 하실 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학원 강사와 비교할 수 없이 진짜 훌륭하신 현직 교사들도 참 많지만 타성에 젖어 있는 교사들이 문제다.

현직 교사들은 드라마 '공부의 신'을 보면서 자신들을 한 번 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극중 강석호 변호사(김수로)의 충고를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은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테니까 비교적 현식감 있게 표현돼 있는 학생들의 속 마음도 헤아려 가면서 앞으로 어떤 교사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아니 꼭 그래봐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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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멀리 미국땅에 가서 촬영을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해외를 그것도 미국에를 간다고 했을 땐 다들 좋아했겠지만 김태호 피디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무한도전 팀은 그곳에서 정말 비행기삯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분량을 찍어왔다. 방송을 보니 정말 그랬다. 며칠 있지도 않았는데 비빔밥 알리기에, 달력 찍기, 갱스 오브 뉴욕 등등 엄청나게 강행군을 한 것 같았다.

다른 오락 방송에서는 해외촬영을 빙자해서 그동안 고생해 준 출연진들에게 포상휴가를 주는 셈 치던데, 무한도전은 보는 내가 더 안쓰러울 정도로 많이 찍어 온 것 같았다.


무한도전에서 길이 한 이야기이다.

다들 하루에 두세시간씩 자고 촬영하러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날씨도 춥고 피곤해서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밤, 그날도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두시간 남짓을 잔 후 다시 나가야 되는 일정이었단다. 길과 유재석이 방을 같이 썼는지 유재석이 길에게 출출하다며 뭘 좀 먹고 자자고 제안을 했단다. 그래서 둘이 같이 부엌이 있는 1층으로 내려왔는데 2층보다 훨씬 더 추운 그곳에서 카메라맨 한 명과 피디 한 명이(밤에 테이프를 점검하고 연기자들을 지키기 위해 스테프 두 명이 돌아가면서 당번을 섰단다.) 파카만 입고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대부분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우선 나부터 힘들어 죽을 지경인 상황이고 배가 고파서 무언가를 먹으러 간 때였으므로 맛있는게 있는지 찾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유재석이었다면 톱스타인 내가 그 상황에서 스태프까지 챙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러나 유재석은 역시 달랐다.



유재석은 파카만 입고 새우잠을 자고 있는 스태프를 본 순간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다고 한다. 자기들 때문에 편한 잠자리에 자지도 못하고 쪼그리고 자게 해서, 이 힘든 상황이 정말 미안하다며 펑펑 울었다고 했다. 모두들 힘든 상황에서 유재석의 눈물이 도화선이 되어 길을 포함한 네 명의 남자가 서로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하며 그 밤을 보냈다고 했다.

무한도전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은 새내기 길은 유재석의 눈물을 보고 나서, 비록 한시간만 자고 다시 나가서 찍어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하리라 다짐을 했단다. 그리고 이렇게 힘든 한 회, 한 회를 유재석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5년 동안 계속해 왔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재석이 우리나라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또 한 번 알게 됐다. 최고이면서도 늘 낮은 자세로 겸손히 촬영에 임하고 무한도전의 출연진 모두를 이끌어가야 되는 위치에서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그가 어찌 최고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피곤함을 더 먼저 발견하고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는 유재석, 아마도 당분간 그가 우리나라 최고임은 변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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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기는 케이블 방송 중에는 연예인들의 옷차림과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의 전체적인 조화를 평가해 주는 것들이 있는데 노홍철이 진행(!!)하는 '트렌드리포트 필'이 그런 부류다.

공식적인 행사에 초대된 연예인들이 포토라인에 서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 그 장면을 방송 진행자들이 찬찬히 훑어 보면서 연예인이 입은 옷의 브랜드명과 대략적인 가격 등을 말해준다. 또한 그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무엇무엇이 잘 되었고 잘못 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데 전문가들의 평이라 그런지 듣고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아무래도 요즘은 시상식이 많은 연말이라서 그런지 여배우들의 드레스를 주제로 하여 잘 입은 드레스와 못 입은 드레스를 평가해 주는 내용이 많았다. 나 같은 일반인이 결혼식 때 말고 드레스를 입을 일이 또 어디있겠냐만 예쁜 여자 연예인을 보는 재미로 그림의 떡을 구경했다.

여자 연예인들은 영화제나 시상식이 있기 만을 기다렸던 것 처럼 한 해 중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너나할 것 없이 파격적인 노출 의상을 선보였는데 역시나 예쁘긴 정말 예뻤다.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나도 예쁘고 근사해서 감탄을 하면서 보고 있노라니 진행자들은 어김없이 드레스와 액세서리의 가격을 읊어준다. A양이 입은 B사의 드레스는 5천만원대이며!!! 포인트로 한 블링블링한 귀고리와 반지 등의 액세서리는 모두 다해 억대란다.


시상식 때 여배우들에게 드레스를 협찬해주는 이유가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고 유명한 여배우들이 입은 것은 그 다음날이면 완판이 된다고 하던데, 수천만원이 넘는 드레스를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진짜 궁금했다. 그 보다 더 궁금한 것은 대체 그 드레스를 입고 어디에 가느냐인데, 역시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것 같다.

대다수의 여배우들은 앞섶이 깊게 파져서 아슬아슬하게 가슴을 덮고 있는 드레스를 양면테이프로 고정한단다. 이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 됐지만 처음엔 당연히 드레스 자체에 고정 기능이 있는 줄 알았다. 아찔한 모양의 드레스이지만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단단한 고정 장치가 돼 있어서 그 옷을 입고 맘껏 춤을 춰도 원치 않는 노출 사건이 생기지는 않을 줄 알았었다. 왜냐하면 옷 값이 너무나 비싸니까 말이다.

명품 가방은 속을 꽉 채우지 않아도 모양이 늘 한결같이 잡혀있고, 명품 구두는 아찔한 높이의 굽을 신어도 발이 아프지 않으며 명품 드레스는 입고서 널뛰기를 해도 벗겨지지 않는 것인 줄 알았었는데, 그래서 비싼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정말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수천만원 짜리 옷을 입으면서 양면 테이프로 드레스와 맨살을 붙이는 광경이라니! 잠시 생각해봤는데 참 우스꽝스러운 것 같다. 겉보기엔 우아한 백조가 물 밑에서는 빠른 발길질을 하듯, 살을 에는 추위를 참으며 영하의 기온에 홑겹 드레스만을 입으며 고운 미소를 지어야 하다니. 가슴이 드러날 듯 말 듯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서 한 껏 포즈를 취하지만 사실은 온통 양면 테이프로 붙여 두었다니.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웃고 있는데 귓가로 또다른 여배우의 옷차림을 설명하는 소리가 들린다. 'C사의 드레스 3천만원대, 클러치 5백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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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나는 중학교를 졸업한 이래로 전력질주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릴 때야 학교에서 시키는 것은 무조건 해야 되는 줄 알았기 때문에 1년에 딱 한 번 체력장이 있을 때 달리기를 했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슬슬 꾀가 생겨서 체력장 100미터 달리기 때도 미리 친구(나와 비슷하게 운동에 소질이 없는...... .)와 약속하고 속도를 맞춰서 뛰었고(기록이 25초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생이 되었을 땐 그마저도 하지 않아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뛰지 않았으니 어쩌면 나는 이제 뛸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을 지도 모른다.

버스 정류장에 다다르기 전에 내가 타야 될 차가 도착하거나, 저 멀리 신호등 불빛이 녹색으로 바뀌면 나는 오히려 더욱 천천히 걷는다. 어차피 다음번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은 것은 있어서 달리기 보다 빠르게 걷기가 더 운동 효과가 있다며 런닝머신을 할 때도 한 번도 뛴 적이 없다. 이런 내가 오늘 뛰고 싶어졌다.


'남자의 자격'에서는 2주에 걸쳐서 아저씨들의 하프 마라톤 도전기를 보여주었다. 지난주에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전 각 출연진들의 체력을 검사해 보았고 이번주 방송분에서는 실제로 마라톤에 참가한 모습이 방송됐다. 마라톤은 아무나 아무때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이경규, 김태원, 이윤석, 김국진, 이정진, 김성민, 윤형빈. 이 일곱 명의 남자들은 대회를 앞두고 저마다 개인 연습을 했다. 그래도 2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완주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지난주에 황영조 코치와 연습을 하면서 김태원과 이윤석은 아예 마라톤을 해서는 안된다는 평을 받았고 김국진과 이정진을 제외하고는 체력상 완주를 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내가 생각해도 김태원의 체력으로 '뛴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듯 싶었다. 이경규와 이윤석도 마찬가지여서 방송상 뛰는 시늉만 하다가 포기할 것이 뻔하다고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기대해 볼 수 있는 사람은 근육질 이정진과 열정 넘치는 김성민, 그리고 늘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윤형빈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방송에서 이 일곱 남자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국민 할매 김태원은 특별한 경우니까 열외시켜주고, 국민 약골 이윤석과 뺀질 대마왕 이경규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끝내 이겨 하프 마라톤을 완주 해 낸 것이다. 둘 다 체력에 한계가 와서 쉬며 걸으며 치료받기를 반복하다가 장장 5시간 정도만에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다른 남자들도 쉬웠던 것은 아니다. 경기 내내 안정을 잃지 않았던 김국진을 빼고는 모두 포기와 도전 사이에서 계속되는 갈등을 한 것 같다. 이정진은 무릎 통증으로 고생을 했고 늘 힘이 넘치던 김성민도 이번 방송에서는 완전히 방전된 모습을 보였다. 윤형빈도 무척이나 힘겨워 했지만 마라톤에 참가했던 일반인 아저씨들의 도움 덕분에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고 막판에는 내내 선두를 유지하던 김국진을 제치고 일등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마라톤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져 있다고 하더니 결승선을 통과한 남자들은 알 듯 모를 듯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였고 특히나 감성이 풍부한 김성민은 유독 많은 눈물을 흘렸는데, 보는 내가 더 감동적이었다. 내 저질체력으로 하프 마라톤은 가당치도 않겠지만 이 방송을 보면서 처음으로 나도 한 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외로운 질주 과연 나도 내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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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내 아이가 생기다 보니 근래에는 더욱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즐겨보게 된다. 물론 우리 다솔이는 겨우 3개월 남짓 되었기에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크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지만(솔직히 지금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계속 아기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다른 아이들은 어떤 머리 모양을 했나, 옷은 어떤 것으로 입었나,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나 등등을 살피니 내 아이 못지 않은 애정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방송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을 고르라면 단연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다. 이 방송은 연예인들의 자녀들이 출연해서 부모 못지 않은 입담을 과시하고 어린 아이들 특유의 기발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준다. 7세부터 19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여러 명 출연하기에 각 아이들의 개성이 더욱 뚜럿하게 드러나는데, 나는 제 나이보다 너무 성숙한 아이보다는 때묻지 않은 순수성을 가진 아이가 훨씬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다소 엉뚱하고 독특한 발상을 해서 학교에서의 성적은 부진할 지라도 진정 '아이'답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몇 주전부터 정말 좋아하게 된 아이가 있는데 바로 정은표씨의 아들 지웅이다. 정은표라는 이름은 낯설게 느껴질 지 모르겠지만 개성 넘치는 연기파 배우이기에 얼굴을 보면 다들 '아하'하실 것인데, 나도 그동안엔 별로 관심을 두지 못한 인물이었다. 지웅이를 보기전까지는 말이다.

지웅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면 힘센 수퍼맨이 되고 싶어서 몰래 유치원 화장실에서 연습하는 것이 있는데, 이제 한 번만 더 하면 완성이라고 하기에 어른들이 한 번 보여달라고 했다. 지웅이는 매우 진지한 자세와 얼굴 표정으로 팔을 바깥에서 안쪽으로 굽히면서 목청껏 '돈가스, 돈가스, 돈가스....'를 외쳤다. 처음에는 발음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 했지만 지웅이의 설명으로 이것이 곧 힘이 세지는 주문임을 알게 되었다. 팔을 휘저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이름을 열 번 외치면 힘이 세진다고 믿고 있는 것이었다.

책에서 봤다며 홀로 유치원 화장실에서 이 주문을 외치고 있었던 지웅이, 이제 한 번만 더 하면 완성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지웅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어찌나 빠른지 애어른 같은 소리를 할 때가 많다. 조기 교육 덕(?), 탓(?)인지 어린 나이에도 제법 어려운 책들을 줄줄 읽어내 어른들 못지 않은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아이들도 많고 어른들보다 훨씬 더 좋은 영어 실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나도 우리 다솔이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크기를 바라지만 여자 친구보다 장난감이 더 좋은 순진한 지웅이처럼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아이스께끼를 못하도록 치마에 쇠사슬을 묶는 게 어떠냐는 지웅이, 통통한 볼살이 싫어서 조혜련 아줌마처럼 물구나무를 섰지만 살이 빠지지 않는다며 뾰로통한 지웅이, 아빠의 비밀을 폭로하고 나서 미안한 마음에 아빠의 품으로 달려오는 지웅이가 나는 정말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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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딱 한 번 가족들끼리 잠실 경기장에서 야구를 본 적이 있다. 어느 야구단의 경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열광적인 야구팬들과 귀를 울리던 함성 소리에 어리둥절했던 것은 생각이 난다. 그 틈에 뒤섞여서 오징어 다리와 과자를 씹으면서 나는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오직 사람들만 구경을 했던 것 같다. 야구 경기는 뒷전인 채 말이다.

나는 누가 공을 치고 누가 점수를 내는지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고 그저 예쁜 언니들의 응원에만 눈길이 갔다. 경기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 까닭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는 아저씨나 자리를 박차고 환호하는 앞자리 오빠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나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잠시 어렸던 나는 곧 야구장에서의 놀이가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그 경기를 끝으로 야구장에는 가 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경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야구를 잘 모르고 모르니 재미가 없다. 요즘에는 야구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많아서 응원 도구를 갖추어 정기적으로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도 꽤 있다던데, 나는 도무지 흥이나지 않는다. 그러니 프로 야구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 경기인들 볼 리가 없다.

그런데 요즘 야구가 재미있어졌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경기를 본 까닭이다.  임창정, 오지호 김창렬, 한민관, 마리오, 마르코, 이하늘, 이현태, 조빈, 김성수, 동호. 이들이 천하무적 야구단의 구성원이고 김C가 감독을 맡고 있다. 이들 중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한 명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들의 야구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이유는 그들이 야구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기 때문이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가 정말로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잘 모르는 나에게는 9회말까지의 야구 경기 전체를 그대로 보는 것 보다 편집된 영상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보기 쉽고 재미가 있는데, 이 방송 속에는 야구 경기 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선수들의 진지함도 같이 들어 있기에 프로 야구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단원들은 선수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야구단이 창단된 이래로 실력이 나날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그들의 땀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연예인이면서도 야구 경기를 할 때의 진지한 모습, 그리고 주전으로 뛰고 싶은 욕심과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함에 대한 속상함 등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이 방송은 웃음이 묻어나는 감동의 덩어리라고 말하고 싶다.

매일 야구 연습을 하고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꿈에서도 야구를 보는 그들, 천하무적 야구단이 언제까지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더욱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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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이 끝나면 룰루랄라 신나게 놀게 될 줄 알았던 수험생들이 아마도 지금쯤이면 그것은 한낱 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았을까? 시험은 끝이 났지만 자신이 받은 성적으로 보다 더 좋은 대학으로 가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될 때이기 때문이다.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서 더 이름 난 대학에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님, 담임선생님과 합심해서 좋은 전략을 짜야만 한다. 시험 공부를 할 때보다야 시간이 열 배 정도는 남아돌겠지만 역시나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쥐기 전까지는 수험생 딱지를 떼기는 힘들다.

80일만 따라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솔깃한 광고로 시작한 케이블 방송 '80일만에 서울대 가기'에 참여한 학생들도 수능 시험을 봤고 가채점 결과와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공개됐다. 나는 그들이 어떤 결과를 낼 지 너무나 궁금하기 때문에 1회부터 빠짐없이 방송을 봐 왔다. 매 회 방송이 진행될 때마다 그럴듯한 형용사를 써 가면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솔깃할 수밖에 없도록 했는데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나는 이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누구나 방송에서 채널 고정을 외쳐가면서 전해주는 비법만 전수 받으면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줄 알았다.

80일 동안의 비법 전수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놀라운 결과,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 등등을 자막과 진행자를 통해 끊임없이 외쳐댔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족집게 선생님들이 다년간 연구해서 얻어낸 비법을 고스란히 전수받은 학생들이 맡은 바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원래 성적보다 더 나은 점수를 얻어내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80일만에 서울대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능이 끝난 다음 방송에는 전국의 학교와 학원등을 순회하면서 하위권의 학생일 지라도 대학 진학 전략만 잘 짜면 상위권의 대학에 입학 시켜 준다는 이른바 '원서쓰기 전문가'가 등장했다. 그가 서울대에 보낸 학생만 2000명이 넘고 서울 중위권에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을 서울 상위권 대학에 척 하니 붙여 준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수능이 끝난 이맘 때 즈음엔 그를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런 사람을 왜 이제야 투입시켰냐는 것이다. 처음부터 학생들과 같이 해서 방송에 참여한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 줄 수 있었다면 그렇게 해도 되었을 텐데, 수시 1차 지원이 끝난 상황에서 뒤늦게 등장해서 염장만 지르고 있었다. 내 조언을 받아서 원서를 이렇게 저렇게 썼더라면 서울대에도 갈 수 있었을텐데 하며 말이다.

지난 방송에서는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이 결국 한 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당당함을 잃지는 않은채 예비 고1,2,3학년 학생들이 따라하기만 하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해주었다. 나는 보다가 짜증이 약간 나서 그 부분은 보지 않았다. 방송을 보면 볼수록 족집게 과외 선생님들이 모여서 돈을 주고 방송을 만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서 서울대에 간 학생은 한 명도 없지만 과외 선생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데는 확실히 성공을 했고 나는 듣도 보도 원서 쓰기 전문가까지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실히 알리게 되었다. 이제 이들은 내년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들을 엄청나게 모집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80일 만에 서울대에 갈 수는 없었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일찍 시작한다면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을 때까지 방송이 계속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최종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더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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