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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월 된 다솔이는 올 겨울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습니다. 피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스스로 극복하기에도 녹록하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갈팡질팡 하고 있지요. 오직 자신의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겼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쩌면 자신만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속상한 마음과 그 속상함을 이해받지 못한다는 서러움 때문에 하루하루 견디기가 점점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올 겨울, 다솔이 인생 최대의 라이벌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하긴 몇 달 전부터 조금 낌새가 이상하긴 했습니다. 엄마의 배가 풍선처럼 조금씩 조금씩 불러 오기 시작하더니, 엄마 아빠는 언젠가부터 다솔이에게 새로운 단어를 가르쳐 주었는데 '아기, 동생'이라는 낯설고도 웬지 모를 거부감이 드는 낱말이었습니다.


아빠는 엄마의 남산만해진 배를 가리키며 '아기가 여기 있어. 다솔이 동생이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다솔이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앞으로 동생을 잘 돌 봐 줄거지?' 라는 물음에 '네~'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 실수를 한 것이지요. '좋았어!' 아빠는 다솔이의 머리를 세차게 쓰다듬으며 상으로 귀한 사탕까지 주셨어요.


얼마 후 다솔이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을 하는 모습을, 수술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수술장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귀가 닳도록 들었던 아기이자 동생이며 잘 돌 봐 주어야 할 존재와 마주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다솔이는 이렇게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바로 '아기'였구나, '동생'이구나 깨달으며 엄마, 아빠가 그렇게 하듯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조그마한 몸을 꽉 끌어안고, 귀여운 입술에 뽀뽀도 하고 싶었습니다....만! 그럴 때마다 엄마, 아빠는 허둥지둥 손을 내 흔들며 '안 돼~ 안 돼~ 안 돼'를 외치고, 다솔이는 심통이 납니다. 아기를 사랑해 주고 잘 돌 봐주려고 하는데 왜 안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엄마, 아빠가 호들갑을 떨수록 다솔이는 더더욱 아기의 곁에 가서 아기와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고, 엄마, 아빠의 감시를 피해 동생이 자고 있는 방으로 뛰어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물론 늘상 결말은 아빠에게 붙잡혀 끌려나오는 것으로 끝이났지만 말이에요. 자신의 맘을 몰라주는 어른들 때문에 다솔이는 점점 더 심통이 났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다솔이가 원할 때면 항상 다솔이와 놀아주고, 책 읽어 주고, 같이 잠을 자던 엄마가 동생의 등장으로 너무 바빠졌습니다. 엄마는 할머니나 아빠에게 다솔이를 부탁하고 내내 동생을 안고, 재우고, 씻기고... 심지어 다솔이에겐 이제 주지 않는 찌찌까지 주고 있습니다. 다솔이에겐 너무나 속상한 일이지요.


다솔이는 속이 상해서 밥도 먹기 싫습니다. 엄마가 한 번 더 자신을 쳐다보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발 소리를 쾅쾅 내며 온 집안을 뛰어 다니기도 합니다. 물을 거실에 쏟고, 높은 책장에 올라가고, 꽥꽥꺅꺅 크게 소리를 질러 엄마가 다시 다솔이에게 오도록 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엄마의 잔소리와 아빠의 매서운 눈빛 뿐입니다. 다솔이는 눈물이 날 지경이지만 꾹 참기로 합니다. 이제 다솔이는 오빠라고 했으니까요.


혼자서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아이패드로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혼자라서 외롭긴 했지만 견딜만 했습니다. 아빠와 할머니가 번갈아가며 다솔이와 놀이터도 가고 블록도 쌓으며 같이 놀아 주었고. 그렇게 얼마 간 마음 속이 허전하게 지내고 있는데, 엄마가 다솔이를 부릅니다.


어, 엄마!!! 다솔이는 신이나서 엄마에게 갔고 엄마는 다솔이를 꼭 안아 주며 그세 많이 의젓해진 다솔이에게 몇 가지 약속을 해 주었답니다. 매일 일정시간 다솔이와 둘 만의 시간을 보내기,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다솔이가 잠들기 전에는 꼭 동화책을 읽어 주기, 다솔이가 잘 때 엄마가 재워주기, 스킨십 자주 하기(일부러 시간을 정해 두고 하기), 다솔이에게 동생과 놀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기.




엄마는 다솔이에게 동생이 태어났지만 엄마가 다솔이를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아기를 돌보면서도 다솔이와 둘 만의 시간을 가질 것임을, 다솔이가 유난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아도 엄마는 늘 다솔이를 걱정하고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이해 시켜 주었답니다.


다솔이는 비로소 마음을 약간 놓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 동생이 자라나면서 계속해서 생각지 못했던 여러 일들이 생겨나겠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에 동생까지! 엄마의 말처럼 동생이 태어남으로서 다솔이의 든든한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임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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