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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박명수가 자신을 스스로 거성이라고 칭했을 때 우리는 모두 웃었다. 헤헷 제(?) 까짓 것(?)이 거성이라니, 하는 심리였을 것이다. 사실 그 때는 박명수 조차 그 상황을 웃기게 만들기 위해 거성이라는 말을 꺼냈지 자기가 진짜로 연예계의 큰 별[巨星]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듯 그는 2인자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나는 거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박명수가 떠오른다. 그것도 '님'자를 붙여 거성 박명수 님으로 말이다. 실제로 거성쇼까지 맡아서 하고 있는 박명수는 자기을 스스로 거성이라고 부름으로써 진짜 연예계의 거성이 되었다.

여기에서 이름 짓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뱉은 대로 된다는 언어의 신성성이 실제 드러나는 순간인 것이다.

한채영은 바비 인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이 별명을 그녀의 소속사에서 붙인 것이라고 확신 한다. '거성=박명수'처럼 한채영이 나올 때 마다 늘 부록처럼 따라 나오는 '바비 인형'이란 수식어가 그녀를 진짜 바비 인형으로 만들어 주었다. 한채영과 한고은이 나오는' 신이라고 불리는 사나이'를 보면서 나는 옆에 있던 남편에게 물었다.

한채영이 더 예뻐, 한고은이 더 예뻐? 남편은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참 특이한 기억 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아주 아주 유명한 국민 연예인이 아니고서는 볼 때마다 누가 누군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저기 좀 더 벗은 한채영이고 좀 덜 벗은 여자가 한고은이야('신이라고 불리는 사나이 첫 회'에선 진짜 그렇게 설명할 수밖엔 없었다.)라고 했더니 한고은이 더 예쁘다고 했다. 그런데 왜 한채영이 바비 인형이지?

명품코 민효린도 그렇다. 민효린이 잡지에만 얼굴을 비추면서 나 처럼 한 번 본 연예인(특히 예쁜 여자 연예인)의 이름과 얼굴을 절대 잊어 버리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만 유명하던 시절, 소속사에서는 민효린의 코를 가지고 그녀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명품코, 콧대가 오똑하고 예쁜 것이 특징인 민효린에게 참 지혜로운 별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질투심 많은 어린 네티즌을 자극해 유명세를 쉽고 빠르게 치르기에도 좋았다.

민효린이 명품코라는 별명을 스스로 가져 오자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성형을 했네, 자연 미인이네라고 편을 나누어 싸우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 소속사가 의도적으로 올렸을 사진이 나타날 때 마다 그 유치한 싸움은 새로 시작했다. 그 싸움 속에 당연히 민효린은 없었고 결과적으로는 명품코 민효린이라는 이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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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내 별명은 참 어디에 내 놓기가 부끄러운데, 어디 가서 별명이 일레드라고 얘기할 때마다 왜 일레드냐고 물어 볼까봐 조마조마할 때가 참 많다. 블로그 이름은 어떤가? '미녀들의 수다'라니! 손발이 오그라든다. 모 연예 방송과 똑같은 제목을 쓰고 혼자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을 붙이다니 참 성의가 없긴 없다.

만사가 귀찮아서 뒹굴뒹굴 대던 어느 날, 오늘은 기필코 블로그를 만들어야 된다는 의무감만 있었던 것 같다. 별명을 뭘로 하지? 글쎄, 빨간색을 좋아하니까 레드로 하지 뭐. 어, 레드는 이미 있는데? 그래? 그럼 빨간색을 제일 좋아하니까 그냥 앞에다 일(1) 붙이지 뭐. 그래서 태어난 민망한 내 별명 일레드. 이제는 참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게 됐는데 이다지도 초라하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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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파랑도 좋아하니까 어쩌면 삼원색이 될 뻔 했던 내 별명!

만약 시간을 돌려서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별명을 뭐라고 지을까? 거성 박명수처럼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아, 뭐 든 짓기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더 힘들다. ...... 갑부동안미녀?......에라잇 속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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