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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친구 구해요.', '삼십 대 초반 친구 찾아요'

내가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는 낮에 혼자 있기 심심하다며 친구를 찾는 아줌마들이 참 많다. 게시판을 통해 아줌마들은 가끔 만나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허물없는 친구를 원한다고 했다. 쉽게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가급적이면 자신의 집과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면 더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아줌마들이?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 .

오해하지 마시라, 아줌마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새로운 친구는 바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동네 아줌마 친구이니까 말이다.
 
아기를 낳은지는 꽤 됐지만 아직 아기가 어려서 집 밖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엄마들은 이따금씩 자신들이 창살없는 감옥 살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물론 아기를 돌보는 일이 보람되고 행복한 것이기는 하지만 매일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다보면 문득문득 울컥해질 때가 생기는 것이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나 버리고, 어쩌다 보면 황금 같은 주말도 휙 사라져 버리니 맘 먹고 외출하지 않으면 보름이고 한 달이고 집 안에서만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그렇다.

Bathroom reading
Bathroom reading by thejbird 저작자 표시비영리

아기와 하루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지내다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해서 자신의 아이와 비슷한 또래를 기르고 있는 새 친구를 만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주로 아기의 나이에 맞추어서 새 친구를 찾는데 운이 좋게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 급속도로 친해져서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음식과 차를 나누어 먹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육아에 관한 정보도 나누고 속 이야기도 터 놓으면서 말이다.

...... .
나는 오늘 녹초가 돼 늦게까지 자고 있는 남편에게 차마 외출을 하자는 말을 못해서 호기롭게 혼자서 집 밖을 나서게 됐다. 일주일만에 바깥 공기를 마시는 순간 너무나 기분이 상쾌해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고개를 들어 '나는 자유인이다'를 속으로 외치면서 통통통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오랫만에 화려하게 화장도 하고 곱게 단장도 했다.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밀쳐내고 거의 1년 만에 구두도 신었다. 

남편과 아기와 함께 나오지 못한 것이 조금 서운하기는 했지만 나는 능동적인 사람이기에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고 아직 감기를 다 벗어내지 못한 아기가 찬 바람을 쐬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각또각또각, 몇 발짝 즈음 걸었을까? 대체 어디에 가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 지, 아무데도 갈 데가 없었고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May their JOY Embrace U!(Bali Kuta Beach)
May their JOY Embrace U!(Bali Kuta Beach) by Kenny Teo (start from scratch...)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늘 가던 길과는 다른 길로 한 번 걸어 가 보기로 했는데 이십 여 분이 넘도록 똑같은 이름의 아파트만 나왔다.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동네였다. 오랫만에 신은 구두 때문에 발뒷꿈치는 점점 불편해져 오고 아무 빵집에라도 들어가 샌드위치와 주스를 먹을까 하다가 괜히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고 갈 곳은 없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참 서글픈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참을 더 걸으니 다행히 번화가가 나왔고 저 멀리 큰 마트가 보였고 나는 안심하듯 그 속으로 들어갔다. 결국 오랫만에 혼자서 외출을 했으나 내가 한 것이라곤 반찬거리를 두 손 가득 들고 돌아온 것 뿐...... . 어쩌면 나도 우리 동네에 사는 마음 맞는 친구를 찾기 위해 인터넷 카페 게시판을 기웃거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생각할 수록 아줌마들의 건전한 즉석 만남은 참 지혜롭고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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