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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만날까? 묻는 나의 말에 친구 같은 사촌 언니는 이번에도 역시나 집으로 오란다. 퇴근후에 언니네 집으로 가니, 내 예상대로 언니는 맛있는 음식들을 소담스럽게도 차려 놓았다. 각종 요리책을 섭렵한 언니는 최근에 레스토랑 음식을 따라잡아 준다는 요리책을 보고 또 보며 집에 손님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취미가 돼 버렸단다. 요리에 취미를 붙이고 나서는 밖에서 밥 먹기가  너무 아깝다는 언니를 이해는 하지만, 이러다 영영 집 밖을 못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너무 걱정스럽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언니라 우리는 자주 만나서 가끔은 근사한 음식점에도 가고 어떨 땐 분식점 떡볶이와 순대도 사 먹었다. 꼭 살 것이 없더라도 동대문이며 명동 쇼핑몰을 구경하는 일도 많았고, 달랑 커피 두 잔 시키고선 네다섯 시간 동안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랬던 언니가 결혼 후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집 밖을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이 언니뿐만이 아니다. 결혼한 친구들은 자주 만나기도 어렵지만 대부분 약속 장소를 자기의 집으로 정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현상은 솜씨가 좋은 친구들을 수록 더한데, 스파게티 만드는 법이 생각보다 그리 까다롭지 않음을 알게 된 친구들은 만원이 넘는 스파게티를 식당에서 사 먹지 못하며, 별 것 아닌 김치찌개나 볶음밥 등을 어쩔 수 없이 식당에서 사 먹는 경우에는 원가 생각에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단다. 이런 마당에 어떻게 커피숍에 갈 수가 있단 말인가. 사실 우리가 만나서 하는 일이 뻔하니, 친구 집에 앉아서 밥 먹고 차 마시고 과일을 먹으면 정말 편하게 맘껏 수다를 떨 수 있다. 조금만 수고하면 적은 돈으로 맛있는 것을 양껏 먹을 수 있고 공짜로 텔레비전도 볼 수 있으니 정말 경제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집안의 안주인이 되면서 알뜰살뜰 가계부를 작성하다보니 집 밖을 나가는 순간 모든 것이 돈으로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또한 스스로 장을 봐서 살림을 하고 밥상을 차리다 보니 원가가 뻔한데, 터무니 없는 값을 치르고 밥을 먹는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단다. 이런저런 까닭으로 자신을 스스로 집 안에 구속하게 되니, 전업 주부인 경우에는 장을 보거나 가끔씩 집 앞에 나가는 것 외에는 외출할 일이 너무 없다. 외출할 일이 없으니 새 옷을 장만할 필요도 없고 화장을 안 해도 상관이 없으며 부스스하고 추레한 몰골이어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 러, 나, 나는 아줌마들이 가끔씩은 집 밖으로 나와서 '원가'걱정 말고 신나게 놀기를 바란다. 비록 집에서 만든 음식이 더 영양가 있고 더 맛있더라도 분위기 있는 곳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만든 음식을 편안하게 즐길 여유가 있길 바란다. 이따금 결혼 전과 동일한 진하기의 화장으로 자신을 꾸미고 세련된 옷차림으로, 음악과 조명이 좋은 커피숍에서 고상한 듯 웃으며 수다를 떨기를 바란다. 자신을 위한 돈도 쓸 줄 알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려워진 나랏살림 탓에 더욱더 허리띠를 조이면서도 가족들에게 풍성한 식탁을 차려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우리나라 아줌마들, 그녀들이 가끔 외출한다고 해도 우리는 아줌마들을 이해할 것이다. 진, 심, 으,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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