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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물광 화장법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물광이라면, 구두를 닦을 때 번쩍번쩍 광을 내는 방법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화장법에도 그런 것이 있다니 처음엔 다소 어색했다. 그러나 곧 잘 나가는 연예인들은 한결같이 얼굴결을 그대로 드러내어 원래부터 좋은 피부였던 것 처럼 번들거리는 얼굴을 하고 방송마다 등장했고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화장법이 되었다. 피부를 한껏 물을 머금은 듯 촉촉하게 표현하는 것이 물광 화장의 비법이었고, 정말로 물광 화장을 한 연예인들은 화장은 별로 하지 않은 것 처럼 보이면서도 더욱 어려보이고 건강해보이기까지 했다. 나 또한 따라해보고 싶었지만 방법을 잘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윤광 화장법이 대세란다. 모르는 사람들은 물광이나 윤광이나 그게 그거인 줄 알지만 이 두가지 화장술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물광법은 피부결을 정돈해주는 파우더를 전혀 쓰지 않는데 비해 윤광법은 파우더를 쓰기 때문이다. 대신 윤광은 파우더의 양을 최소화하여 반짝반짝 윤은 내지만 피부의 결점들은 조금 더 가려줄 수 있다. 쉽게 말해 물광은 번쩍, 윤광은 반짝, 물광은 완전히 적나라하게, 윤광은 조금은 가리는 화장술이라서 초보자라면 물광보다는 윤광이 따라하기 더 쉬울 것 같다. 한편 물광이나 윤광은 둘 다 피부결이 그대로 드러나 보일 정도의 자연스러움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파운데이션을 잘 선택해야 된다. 묽으면서도 적은 양으로 피부의 광택을 주면서 건강하면서도 예쁘게 표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반짝거리는 연예인들의 얼굴을 보면서 너무너무 따라해보고 싶어서 계속 망설이다가 나도 윤광화장품을 하나 장만했다. 그동안에는 얼굴을 만져보았을 때 뽀송뽀송하게 느껴질 때까지 파우더를 바르는 것이 내 화장법이었는데 반짝임을 주려면 파우더는 최소화해야했다. 자세한 방법은 이렇다. 우선 기초와 베이스 화장을 한 다음 아주 소량의 파운데이션을 붓으로 펴 발라 준다. 붓의 경계선이 사라지도록 손으로 두드려서 흡수를 시킨 다음 파우더도 붓으로 소량만을 얼굴을 쓸어주듯 바른다. 그 다음에는 이마, 콧등, 앞턱, 양볼에 반짝이 가루를 바르고, 양쪽 옆선에는 진한색으로 음영을 주어서 얼굴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색조화장은 자신이 하는 방식대로 조금 연하게만 하면 된다.

공들여 윤광 화장을 하고 거울을 보니, 내가 기대했던 송혜교의 얼굴과는 너무 다르다. 화장은 했으나 얼굴에 있던 수많은 잡티들이 그대로 다 보이고 번들거리는 얼굴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피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내가 보기에도 영 아니었으나 약속시간이 다 되어 모임에 나갔더니 역시나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힘든 일이 있는지 피부가 많이 상해 보인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에는 바탕 화장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서 원래 피부가 좋은 것 처럼 꼼꼼하게 화장을 했었는데, 파운데이션도 최소화, 파우더도 최소화했으니 피부가 좋아보일 리 없었다.

스키니 바지가 하체가 길고 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기 위한 옷이었으면, 물광&윤광 화장법은 타고난 피부가 깨끗하고 건강한 사람이 자신의 투영한 피부를 자랑하기 위한 화장술이었던 것이다. 키가 작은 사람이 스키니에 운동화를 신으면 짤막한 다리가 더욱 강조가 되어 보기가 싫듯, 전지현이나 송혜교가 한 화장법이 예뻐 보인다고 잡티가 많은 내가 그것을 따라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깨달음을 얻고서 나는 이왕에 산 화장품이니 내 방식대로 변형해서 화장하기로 했다. 파운데이션을 양껏 발라서 잡티는 적당히 가리면서도 피부가 수분을 머금도록 했고 파우더는 내가 하던대로 뽀송뽀송 발라주었다. 대신 반짝이 가루를 적절하게 써 주어서 얼굴에 윤을 냈다. 변형 윤광인 셈이다. 뭐니뭐니 해도 화장의 목적은 예쁘게 보이는 것이니까 최신 화장술이 아무리 유행한다고 해도 그것을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신의 피부상태와 얼굴 생김에 따라서 최고의 화장법을 스스로 터득해야만 한다. 자기 얼굴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역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위해 최고의 코디네이터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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