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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는 병원을 아주아주 무서워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8개월 즈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총 4번을 수술대에 올랐고,
삐뽀삐뽀 119차를 벌써 두 번이나 타 봤거든요.


아빠를 닮아(이럴 땐 덮어씌우는 게 진리?) 개구쟁이에 호기심 대장이라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떨어지고, 덤블링 하다가 부딪히고, 까불거리다가 넘어지고...
이마만 두 번, 미간 한 번, 눈 옆 한 번.
네 번씩이나 찢어진 곳을 꿰매러 응급실 (그것도 꼭 주말이나 밤에만)에 갔으니
다솔이에게 병원은 공포일 수 밖에요...... .


모르는 아저씨들이 몸을 꽁꽁 묶고, 혹은 움직이지 못하게 꽉 잡고
아이가 소리를 지르든 말든 (얼른 치료를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따끔따끔 바늘로 살을 꿰매는 경험을
네 번씩이나 겪으면서 다솔이에게 가장 무서운 곳은 병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다솔이가 병원을 아픈 곳을 치료하는 곳이 아닌 무섭고 또 무서운 곳으로 인식하게 된 데에는
제 잘못이 큰 것 같아요.


다솔이가 다쳐서 병원에 갔을 때,
아이가 알아듣든 아니든 모든 과정들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두 번째 꿰맬 때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계속 계속 시뮬레이션 해 주었더라면,
아이가 덜 무서워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아이가 어려서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을 이해시키고
아이에게 치료를 잘 받는 법을 연습시키기 보다는
그저 아이에게 사탕을 줘 안정을 시키고, 계속 옆에서 안아주는 일을 선택했었는데,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앞으로 닥칠 일을 미리 알려 주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다인이가 급성중이염에 걸려 이비인후과에 다닐 때,
다솔이도 감기 기운이 있어 열도 나고 콧물도 나서 같이 진료를 받던 날이었어요.
다솔이는 병원에만 가면 겁에 질려서 무조건 으앙~ 울기 시작한답니다.
배 부분을 진찰 할 때에도 으앙~,
의사 선생님이 입을 벌려 보라고 해도 입술을 꼭 다물고 잉잉~


다솔이는 첫 번째 감기 진료에서 저와 의사 선생님의 진땀을 너무 많이 빼 놓아,
감기와 살짝 있었던 중이염 기가  다 나았는지 확인을 하러 갔을 땐
대기실에서 미리 연습을 했어요.



.
.
.

다솔아, 의사 선생님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 선생님이 입을 아~ 벌리라고 말씀하시면 어떻게 할까?
그 다음에 코를 보자고 하실 땐?
... 잘 했다~
마지막으로 귀를 보자고 하실 땐??
.
.
.


대기실에 앉아서 여러 번, 계속계속 끊임없이 아이와 함께 연습을 했는데요,
드디어 다솔 & 다인이의 이름이 불리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가면서는,
다인이 보다 자기가 더 먼저 진료를 받겠다고 씩씩하게 말하는게 아니겠어요?
의사 선생님 앞에만 가면 무조건 울던 아이가
용감하게, 자기가 먼저 진료를 받겠다니, 진짜 대단히 용기를 낸 것이었어요.


비록 막상 선생님을 만나니 다시금 두려움이 생겼는지
다인이가 하는 모습을 지켜 본 후에야 진료 의자에 앉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저와 연습했던 대로
 입도 아~ 크게 벌리고, 코도 보여 주고, 귀도 보여 주고... 무척 대견했어요.
 
 
아~ 아이가 미리 짐작하고 예상할 수 있으면,
두려움이 훨씬 덜해지는 구나...
무슨 일이든 연습하고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면 더 자신있게 잘 할 수 있겠구나!!!

깨달았던 순간입니다.
 
 

 
속상하게도 다솔이의 치아에 충치가 생겨,
아이와 함께 치료를 받으러 가기 전에도, 저는 아이와 함께 치과 진료를 받는 연습을 집에서부터 했어요.
아플 거라는 얘기도 미리 해 주었어요.
주사를 잇몸에 콕 놓을 땐 정말 아프겠지만, 그 땐 제가 다솔이의 손을 세게 꽉 잡아 줄거라고
집에서 입 벌리는 연습, 주사 맞는 연습, 아플 땐 제가 손을 꽉 쥐어 주는 것까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치과에 갔습니다.
 
 
진료실 의자에 앉아서 의사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연습을 한 번 더 해 보고,
다솔이는 의사 선생님 앞에서 아~~ 입을 크게 벌릴 수 있었답니다.
충치가 많이 심해져 신경 치료까지 받아야 했는데
주사를 맞을 때 얼마나 아플 것인지, 아플 땐 제가 어떻게 해 줄 건인지를 미리 집에서 연습 했기에
다솔이는 치과에서 큰 소동 없이 마취 주사를 맞을 수 있었어요.
 
 
((((((((   에휴... 그런데 마취 주사를 맞은 후에는
다솔이 혼자서 의자에 앉아 공포를 이겨내고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다솔이도, 저도 거기까지는 미쳐 대비하지 못했었어요.
아이는 엄마 무릎에 앉아서 엄마와 안고 치료를 받겠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울고,
저와 의사 선생님은 난감해하고...
일반 치과에 갔었는데 결국 마취 주사만 맞고 정작 치료는 못하고 돌아 왔답니다.
치과 치료에 관해서는 다음 번 포스팅에서 자세하게 쓸게요.  ))))))))))
 
 


아이들에게 연습과 시뮬레이션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다솔이처럼 새로운 일, 낯선 환경을 만나면 의기소침해 하는 수줍음이 많고 적응기가 필요한 아이들에겐 더더욱!


상황에 따라 꼭 자기가 직접 연습해 볼 필요는 없고,
엄마가 하는 모습을, 혹은 친구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으로 연습 및 시뮬레이션을 해 볼 수도 있어요.


처음 보는 놀이기구가 있을 땐 다른 친구들이 타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 주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를 아이와 같이 이야기 해 본 후에
새로운 장난감이나 놀이기구를 체험해 보게 한다면
아이는 그냥 처음부터 낯선 것에 도전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자신있게 대처할 수 있을 거예요.




다른 아이들은 척척 잘 해내는데 왜 우리 아이만 소극적이냐고 속상해 하실 필요는 전혀 없어요.
엄마와 함께 차근차근 연습해 보고,
재미있게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경험을 많이 가지면 가질 수록
아이가 자라면서 새로 만나게 되는 장난감, 운동기구, 상황, 문제, 낯선 환경......에 자신있게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기 혼자 맘 속으로 (빠른 속도로) 연습을, 시뮬레이션을 할 줄 아는
능동적이고 용감한 아이로 자라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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