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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8개월에 접어 든 다인이는,
오빠와 같이 자란 덕에 매우 발랄하고 가끔씩은 개구지고 위험한 장난을 치기도 좋아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온순하고 얌전해서 제가 특별히 챙길 것이 별로 없는 아이랍니다.
낮잠도 밤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어서 저에게는 보배같은 딸아이인데요,
아이가 순한 것이 모든 면에서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어제 우리 다인이에게 너무너무 놀랍고 걱정스러웠던 일이 있었거든요.


어제도 다인이는 다른 날과 비슷하게 하루종일 잘 놀고 밥도 비교적 잘 먹어 주었기에
특별한 것 없이 아이를 씻기고, 옷도 갈아 입히고 재우려고 했지요.
그런데 제가 큰아이와 자기 전에 읽을 책을 준비하는 중, 애들 아빠가 저를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인가 나가 보았더니,
다인이의 귀와 볼 옆쪽으로 덕지덕지 콧물 같은 것이 잔뜩 말라붙어 있었어요.
남편은 여전히 놀란 채로,
감기에 걸려 콧물이 흘렀나 생각하고 다인이 얼굴을 닦아 주려는데
알고 보니 그것들이 코가 아닌 귀에서 흘러 나온 이물질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귀에서??
저도 너무 놀라서 다인이의 귀를 들여다 보았더니
귓 속이 고름으로 꽉 차 있고,
고름은 귀 밖으로도 꾸역꾸역 넘쳐 흐르고 있었어요.
!!!!!!!!!!!!!!!!!!!!!!!!!!!!!!!!!!!!!!
이게 뭐야!!!


큰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저희 부부는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고 어떡해~ 어떡해~~ 안타까운 탄식만 계속계속했었어요.
그 와중에도 배시시 웃으면서 저에게 안기는 순한 딸아이가 너무 마음이 아팠지요.
아이가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냥 목욕하는 동안 귀에 물이 들어갔고 귓 속에 귀지가 불어서 흘러나왔나? 생각할 정도였어요.
육아 관련 책을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검색도 해 본 결과
귀에서 고름 같은 것이 흘러나왔을 경우에는 무조건 빨리 이비인후과로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결과를 얻고,
(이비인후과에 데리고 가 봐서 아무일도 아니면 다행이지만, 문제가 있었는데 방치했다간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생길 수가 있으니까요.)
얼른 날이 밝아 병원 문이 열리길 기다렸어요.





언제나 육아가 우선 순위인 남편은 오늘 일정까지 다 취소를 하고,
저희 동네에서 가장 유능하다는 이비인후과를 폭풍 검색 한 후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병원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어요.
의사 선생님은 별 일 아니라는 듯, 급성중이염이라고 판정내리시며
급성중이염은 3살 이전 아이들의 90%가 한 번씩 걸릴 정도로 아이들에게는 흔한 질병이라고 하셨어요.
[갑자기 5살인 큰아이가 고마워지는 순간... 큰아이는 여기저기 멍들고 찢어지는 사건사고(??)는 많았지만 질병은 별로 없었거든요.]


의사 선생님은 바늘처럼 가느다란 집게로 다인이의 양쪽 귀 속에 있는 귀지 같은 이물질을 다 빼내 주셨는데,
아이의 작은 귀 속에 있었던 것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이물질이 자그마치 세 개씩이나 나왔어요.
그동안 잘 들을 수 있었던 것인지 의심을 할 만한 큰 이물질이었지요.
순한 다인이는 집게로 이물질을 뺄 때에도 잘 참아 주었고,
급성중이염이 생겨 고름으로 꽉 차 있는 귀를 석션기로 치료 할 때에도 잘 견뎌 주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놀랄 만한 참을 성이었어요.(어른들도 참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있다고 치료 전에 말씀하셨었는데...)


급성중이염 때문에 고막이 찢어져서 고름처럼 흐른 것이고,
경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심하지는 않은 것이라 항생제만 먹으면 되는데
고막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계속 고름이 나오게 되면 고막이 제대로 막히지 않아 나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으니
3일 뒤에 다시 병원으로 가서 경과를 지켜 보자고 하셨어요.


아기들이 잘 걸리는 급성중이염의 원인은 주로 감기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고 해요.
나이가 어린 아이일 수록 면역력이 약하고,
인두부에서 중이로 통하는 길이 곧고 넓어 인후두부의 염증이 쉽게 중이로 전해지기에 급성중이염에 걸리기가 쉽지요.
다인이가 요며칠 감기가 심해서 콧물이 줄줄줄 흘렀는데,
코를 요령없이 세게 푸는 과정에서 균이 중이강으로 들어간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은 코가 심하게 나오더라도 코를 푸는 것 보다는 자주 닦아 주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급성중이염에 걸리면 두통, 어지러움증, 고열을 동반하고 귀가 심하게 아플텐데요,
심해지면 이틀 정도 뒤에 고막이 찢어지고 귀지와 물집이 흘러나오게 되며 서서히 열은 내려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틀이나 삼일 전부터 다인이는 귀가 심하게 아팠을 거란 말이죠.
그런데도 보채고 울기는 커녕 매일 해맑게 웃으면서 잘 놀아 줬으니(식욕부진이 있었는데 아팠기 때문이었네요.) 정말 순둥이입니다.

중이염 치료가 늦어지면 청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증상이 나아져서 괜찮은 것 같아도 처방받아 온 항생제를 끝까지 다 먹여야 하며,
이비인후과 선생님과 상의 후 치료를 계속 받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죠.


급성 중이염이 아이들에게 잘 걸리는 질병이라고는 하나,
엄마가 돼서 아이가 아픈 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너무너무 마음이 아파요.
다인이의 귀가 깨끗하게 다 나을 수 있도록 항생제 잘 먹이고 병원에도 잘 다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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