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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텔레비전 방송에서 이제는 엄마가 된 모 여자 연예인이 나와서 아이에 관한 일화를 하나 소개했어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매일 아이들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주는데, 뻔히 누구누구의 아이라는 걸 다른 엄마들이 알기에 유치원에 매일 등원시킬 때 옷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먼저 서두를 꺼냈지요.


그러다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러 백화점 식당가로 갔던 날, 아이가 덥다며 겉옷을 벗었는데 어쩐지 목이 휑해보이더래요. 재빨리 자신이 하고 있던 스카프를 벗어서 반을 휘리릭 뜯어내(!!) 아이에게 둘러 주었는데 때마침 아이가 신고 있던 신발과 스카프의 색상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정말 다행이었다며 웃더라고요.


또 다른 방송에서는 '내 아이 기죽지 않게 옷 입히기'라는 주제로 어떻게 하면 아이를 귀티나게 보일까를 신경쓰면서 아이들에게 값비싼 옷, 신발, 가방, 소품 등을 골라 코디해주는 장면이 나왔어요.


아이의 옷을 선배 언니에게 한창 물려 입히던 때라서 문득 속상해지더라고요. 옷을 한가득 얻어 왔을 땐 진심으로 기뻐했었는데, 그리고 아주 잘 입혔었는데,  갑자기 다른 집 아이들은 목도리 하나도 코디에 맡게 하는데, 우리 아이 옷장엔 죄다 색이 바래고 낡아빠진 것들로만 가득차 있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해졌습니다.


분노의 검색질의 결과로 며칠 후 다솔이에게는 꽤 많은 새 옷들이 배달돼 왔답니다.




아이에게 새 옷을 입히면서 남편에게, 텔레비전에 누구누구가 나와서 이러이러한 얘기를 하더라. 갑자기 다솔이도 근사한(이 때는 아직 다인이는 없던 시절이었답니다. 글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다인이의 사진을 보여 드려서 죄송해요. 너무 귀엽게 나왔기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그만~ 히힛~) 옷이며 가방이며 모자며 신발을 사 주고 싶은 마음이 폭발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좋은 것, 좋은 먹거리 등등도 해 주고 싶어지는데 왜 이럴까? 했더니,


남편이 웃으며 얘기를 합니다. 바로 엄마들의 허영심과 욕심 때문이라고요. ('명품 육아'라는 말은 제가 만들어 낸 것인데 아이를 명품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엄마들의 육아방식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
뭐? 허영심과 욕심 때문이라곳!!??


저는 약간 발끈하는 맘이 있었는데요, 남편의 얘기로는 외국에도 이러한 사례가 많은데, 저처럼 평범한 엄마가 연예인들의 육아 방식을 모방하느라 파산하는 경우가 많더랍니다. 외국의 연예인들은 어마어마하게 돈이 많기에 아이들 파티 등에 수 천만원을 쓰는데, 그것을 보고 일반인들의 마음에 허영심이 생겨 무작정 따라하다가 결국엔 쫄딱 망하게 된다는 뭐 그러한 얘기였는데요, 과연 그게 허영심 때문만일까요?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길을 걷다가 우연히 유모차를 끌고 제 옆을 지나가던 어떤 엄마들의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요, 마침 그 주위에는 고가의 운동화를 파는 매장이 있었어요. 쇼윈도를 보며 유모차를 끌던 아이 엄마가 '앞으로 우리 OO에게는 **운동화만 신길거야.' 했었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엄마의 마음을 어렴풋 이해할 것 같아요. 말로써 똑부러지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못 누려 본 것을 아이에게는 누릴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와 비슷한 종류의 마음 아닐까요?


결코 허영심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죠.




아이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는 게 부모의 마음이잖아요?
하고 싶다는 거 다 하게 해 주고 싶고, 먹고 싶다는 거 다 먹게 해 주고 싶고, 갖고 싶다는 거 다 갖게 해 주고 싶겠지만, 그래도 원칙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다인이까지 낳고 보니 저도 우리 아이들이 어디 나가서 예쁘고 멋지게 보이길 원하고,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이 좋은 건 무조건 다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지지만 무작정 그렇게 기를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를 훌륭하게 기르기 위해 먼저 엄마가 훌륭해야 할텐데, 육아엔 정답이 없기에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기를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앞으로도 끊임없이 원칙을 세우고, 지키고, 또 어쩔 수 없이 슬쩍 어기면서 살아가게 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엄마의 바람처럼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 없을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 주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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